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절판


교양강좌의 목적은 학문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 기초체력은 책을 진지하게 읽는 자세,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태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이 편협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호기심 등이다. -16쪽

간단히 정리하면 당시에 '사회주의'는 세력도 보잘것없었고, 자본과 이윤이라는 몸통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온갖 종류의 미봉책만 내놓는 사람들을 가리켰다는 말이다. 반대로 공산주의는 정치적인 해결책 말고도 근본적인 사회개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사회개조란 달리 말해서 자본과 이윤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걸 봐도 알 수 있듯이 『선언』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굉장히 고려하고 있으며, 동시에 용어도 꽤나 정치적으로 골라 쓴 문서다. -75쪽

취직 공부해서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직장의료보험증 받으면 기분이 무척이나 좋을 것이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자아를 실현하리라는 결심을 굳게 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직장생활 2, 3년 된 사람중에는 일밖에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비난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뿌듯한가 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게 자기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는 관계 속에 들어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느냐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이 말도 풀어보면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사태를 분석할 때도 자신이 속한 관계로부터 파악해야 한다. 일단 여기까지 왔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세상에 관계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애매한 관계, 썩 안 좋은 관계, 뭐 이런 것들이 다 관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따져보려는 것은 두 종류의 관계다.-82~3쪽

여기서 혁명은 때려 엎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계속되는 혁신과 변화를 가리킨다. 그 혁신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어난다. 먼저 생산도구들을 바꾼다.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면 이건 생산도구가 바뀐 것이다. 그에 따라 그 도구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바뀐다. 사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직도 변한다. 이건 생산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생산관계가 바뀌면 사회관계 전반이 바뀌게 된다. -124쪽

성장을 하려면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혁신을 자주 하다 보면 결국에는 사람을 잘라내는 일이 생겨난다. 자본주의 체제는 그런 까닭에 기술적으로 몹시 역동적인 체제다. 거듭 말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궁극 목적은 이윤 창출에 있다.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이윤의 원천은 살아 있는 노동에 있다. 이런 노동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윤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노동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다 보면 노동이 불필요한 때가 생기게 된다. 기술적 역동성이 노동과 불가피하게 부딪치는 시점이 생긴다는 말이다. 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야만 이윤이 증가하니까,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 혁신을 했는데 어느 시점에 오면 살아 있는 노동자를 쫓아내게 된다. 성장과 기술적 진보가 서로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다. 일상적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기술이 발전해서 회사일이 편해진다지만 그러다가 사람이 잘려나가는 일도 생겨난다는 것이다.-125~7쪽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가장 커다란 환상 중의 하나가 그 체제는 자유경쟁이며, 그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효율적 체제라는 것이다. -145쪽

마르크스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가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지여지는지 곰곰이 따져보니 사람들의 종교, 신념 등을 떠나 사회의 물질적 관계가 사람을 규정하는 사회로 되어버렸더라는 것이다. 이게 자본주의가 가져온 혁명적 변화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회사에 출근해서 머릿속까지 완전히 착취당하고 파김치처럼 되어 돌아와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다시 출근하는 것이 사람 사는 꼴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 중심의 사회적 관계를 폐기해야만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완전한 의미에서의 인간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세 신분사회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의 노예가 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 점이 『공산당선언』을 읽는 이유다.-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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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24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이매지 2010-10-24 18:4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셨죠? ㅎㅎ
 
대지의 기둥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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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대성당 건축 일을 해본 것은 딱 한 번, 엑시터에서였다. 처음에는 그 일을 여느 건축 일과 똑같이 생각했다. 건축 책임자가 톰의 작업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을 때 그는 내심 몹시 화가 났다. 톰은 자신이 일반 석공들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대성당의 벽면은 단순히 훌륭한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대성당이 하느님을 예배하는 장소인데다 규모가 어마어마해, 벽이 조금이라도 기울거나 정확한 표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건물 전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톰의 분노는 황홀감으로 바뀌었다. 가장 작은 세부에도 가혹하리만치 주의를 쏟아야 한다는 점이 야심찬 대건축물 축조 작업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가진 기술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되었다. 톰은 엑시터의 건축 책임자로부터 비례의 중요성과 여러 수치의 상징성, 벽면의 정확한 너비와 나선형 층계에 쓰일 계단의 각도를 구하는 마법 같은 공식들을 배웠다. 톰은 이런 세부 문제에 심취했다. 그는 다른 석동들이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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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15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대지의 기둥>을 구매해서 봐야하는데...
너무 보고싶은 책이거든요. ㅎㅎ
잘 지내시죠?

이매지 2010-10-15 13:26   좋아요 0 | URL
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
후애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소식 좀 들려주세요~ ㅎㅎ
 
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절판


사람의 재능은 만능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수학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언어를 잘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체육을 잘 한다. 재능을 잘 개발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일 텐데, 우리의 교육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여기서 한국의 교육상황을 개탄하자는 것은 아니고, 번역가의 소질을 따지는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미리 말해 두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람은 말재주가 뛰어나지만 호기심은 없고, 어떤 사람은 외국어 실력이 좋은데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다. 소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12~3쪽

글 쓰는 사람이 쓰려고 하는 내용을 색채(이미지)라고 한다면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데생(구성)에 해당한다.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은 일찍이 "데셍과 색채는 별개가 아니다. 색을 칠함에 따라 데셍도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그 둘이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림은 역동적 힘을 발휘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구조를 늘 생각해야만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고, 이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훌륭한 번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글을 많이 번역하다 보면 글을 잘 쓰게 되고, 이것이 선순환을 이루어 다시 훌륭한 번역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35쪽

번역가의 자유와 의무는 원문의 흐름과 뜻을 잘 전달했는가로 최종 판단해야지, 원문에 없는 것을 넣었다, 혹은 있는 것을 뺐다는 기계적인 기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번역가는 번역 기계가 아니다. 백퍼센트 기계적 대응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번역가의 개성이 번역서 안에 스며들게 되며, 번역가의 글쓰기가 작용하게 된다. -51쪽

한 단어에 한 가지 의미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동의어를 사용하라. 번역은 단어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옮겨오는 것임을 늘 기억하라.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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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구판절판


석양이 하늘을 분홍색과 오렌지색으로 달궜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수영복과 똑같이 밝은색이었다. 보슈는 할리우드 프리웨이에서 집을 향해 북쪽으로 차를 몰면서 아름다운 속임수라는 생각을 했다. 석양의 색깔이 그토록 눈부신 건 스모그 때문이라는 걸 석양이 잊게 만들어버리는 것. 아름다운 그림 뒤에 추악한 사연이 숨어 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했다. -85쪽

어떤 수사에서든 정보는 항상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모래시계 속의 모래가 잘록한 허리 부분을 느리지만 꾸준히 통과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래시계 바닥에 쌓인 모래가 위쪽의 모래보다 더 많아지듯이 정보도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위쪽의 모래가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나중에는 아예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지금 메도우스 사건, 은행 사건이 바로 그 지점에 와 있었다. 이번 일이 모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차츰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있었다. -3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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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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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있으면 그걸 가만히 감추어두게. 침묵은 불행한 자의 마지막 기쁨이야. 고통의 흔적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하게. 상처 입은 사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파리들처럼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우리의 눈물을 빨아먹으니까. -111쪽

이제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마음속에 은밀히 품고 있는 불안만이 감돌 뿐이었다. 현재의 행복 뒤에는 언제나 다가올 불안이 감춰져 있는 법이다.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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