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라인 1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김청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8월
품절


바로 그때 그 그림이 제 눈을 찌르는 게 아니겠어요? 전에는 그 그림이 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를 나중에도 자주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거기에 간 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전에 갔을 때에는 그 그림이 저의 흥미를 끌지 못했겠지요. 하기야 '눈은 정신이 질문으로 깨울 때까지는 자고 있는 법이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책들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별 관심 없이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날 다시 꺼내어 보고는 그제야 그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과 같지요.-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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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안 2005-11-0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퍼가요~

이매지 2005-11-0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구판절판


망할 놈의 돈 같으니라구. 돈이란 언제나 끝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버린다.-154쪽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나이를 더 먹는다거나 그래서는 아니다. 정확하게 그건 아니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164쪽

지루한 녀석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뜻하지도 않게 휘파람 같은 것을 잘 불지도 모르니까. 그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난 모르겠다. -167쪽

여자들은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히 나쁜 자식인데, 그놈이 아주 비열하다거나, 건방지다는 말을 해주면 여자들은 그 남자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이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는 존재다.-182쪽

소위 똑똑하다는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자기가 주도를 하지 못하게 되면 지적인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가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말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197쪽

준비가 다됐다고 말한 지가 언젠데 실제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 - 이런 것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있다.-243쪽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가장 재미있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거죠.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는 거지요.-244쪽

대부분 이쪽이 별로 내키지 않아할 경우, 상대방은 더욱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법이다.-247쪽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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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11-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대의 변화에 퇴색되지 않는 명작의 글이란...
'데미안'과 오 헨리의 작품들을 읽으며 기뻐하던 그 시절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_^

이매지 2005-11-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책에는 어떤 시기가 있는거 같아요. 말씀하신 데미안도 얼마 전에 읽으니 그제서야 '굉장하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나저나 문학의 힘은 이럴 때 느껴지지 않나요?^-^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절판


사랑이란 뭘까.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권리를 갖지만 사랑받을 권리는 갖지 않는다. 나는 니시노 씨를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니시노 씨가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니시노 씨를 좋아하는 만큼 니시노 씨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괴로웠다. 괴로웠기 때문에 점점 더 니시노 씨를 사랑했다.-8쪽

왜 내가 먼저 유키히코를 떠나보냈을까, 하고 깊이 후회했다. 하지만 떠나보낸다, 끝낸다, 라는 생각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냥 끝나는 것이다. 모든 일은.-84쪽

나는 유키히코를 좋아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고양이 다마가 좋아. 이웃집 갓난아기가 좋아. 맑은 날 빨래냄새가 좋아. 비오는 날 학교를 빼먹는 걸 좋아해. 이런 것들과 비슷하게 유키히코가 좋았다. 유키히코가 아닌 다른 사람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101쪽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니시노를 많이 사랑했다. 그냥 사랑했다. 사랑받기를 아주 조금밖에 원하지 않고(말은 아무리 그래도 내가 눈꼽만큼도 사랑받기를 기대하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다.)-129쪽

덧없는 관계. 나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당신들이 '커플'이라는 것을 외부에서 확인해 버리면 그 순간 나와 니시노 씨의 관계는 핀으로 벽에 붙여 놓은 청구서처럼 아슬아슬하지만 분명히 거기에 있는 것, 언젠가는 지불해야 하는 외상값이 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204쪽

미쳐 있는 건지도 몰라, 하고 소리내서 말한 순간, 그것은 확실한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물론 누구나 조금씩 광기는 있다. 광기가 전혀 없는 사람이 오히려 무섭다. 하지만 니시노씨는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211쪽

미친 거니까 좋은 거잖아. 기쿠미가 전화로 말했다. 연애는 많든 적든 광기로 가득 찬 거야.-212쪽

살아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있을까. 끝없는 이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을 수는 있을까.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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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10-1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사랑했다... 그냥.. 그냥...

이매지 2005-10-1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리스 2005-10-1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 구절이 좋아서 다시 옮겨 보았더랬답니다. ^^
 
결혼의 변화 - 하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품절


사랑의 시간도 죽음처럼 시계나 달력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커다란 계획, 중대한 설계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생각했던 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네. 그래서 노여워하거나 아니면 담담하게 서로 헤어지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하네. 희망을 품고서 다시 찾아 나서는 걸세.-355~6쪽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바랐던가?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서로에게서 무엇을 받았는가? 이 얼마나 비밀스럽고 두려운 계산인가? 그리고 한 남자가 한 여인에게 마음을 쏟는 경우에 과연 사람 자체가 문제되는 것일까? 그보다는 갈망, 이따금 잠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갈망이 문제되는 것은 아닐까?-356쪽

질투심은 경멸받아 마땅한 초라한 허영심에 지나지 않아.-358쪽

어른이 되면 외로운 법이고 외로운 사람은 모욕당했다고 느끼고서 좌절하든지, 아니면 세상과 일종의 명랑한 평화조약을 맺기 마련일세. -364쪽

처음 접하는 책은 뭔가 좋은 것이나 행복을 선사하든지 아니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슬아슬한 상봉, 사람과의 만남과 같았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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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품절


뭐든지 가능한 것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굳이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거나 유용해야만 선택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10~1쪽

가난함과 부유함 사이에는 엄청나게 많은 단계가 있어. 그리고 가난한 정도도 얼마나 천차만별인 줄 아니? 너는 풍족하게 살아서, 한 달 수입 사백과 육백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몰라. 한 달 수입 천과 이천 사이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어. 하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아. -15~6쪽

그 사람은 성스러운 의무를 수행하듯이 책을 읽었어. 무슨 책이든 일단 읽기 시작하면, 내용이 아무리 지루하거나 짜증스러워도 절대로 중도에서 그만두는 법이 없었지. 그 사람한테 독서는 신성한 일이었어. 사제들이 성서를 대하듯 인쇄된 글을 숭배했고 그림도 마찬가지였어. 그런 마음가짐으로 박물관에 가고 연극을 보고 연주회도 갔어. 그런 모든 것에 순수한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지. 모든 영혼적인 것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 친근감은 오로지 그 사람만을 향해 있었어.-20쪽

내 남편이 완전한 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흔히 말하듯이 남편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영혼 구석구석의 모든 비밀까지 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전혀 내 사람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밀을 간직한 낯선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마치 남편에게 전과 기록이나 변태적인 정열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것은 내가 지난 세월 동안 가슴속에 품었던 남편의 이미지와 전혀 맞지 않았어. 남편이 어떤 특정한 점에서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 밖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 집에 데려온 그 작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할게 된 거야.-26쪽

나는 다만 여자일 뿐이야.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인디언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탐정이고 성녀이고 스파이가 될 수 있어.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아 -111쪽

정말 비극적인 상황에서 불현듯 고통과 절망을 넘어 이상하게 냉정하고 무심해질 때가 있어. 그래, 거의 즐거워지는 거야, 너도 그런 기분 아니?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냉장고 문을 깜박 잊고 닫지 않았는데 손님 접대에 쓰려고 준비한 고기를 혹시 개가 먹어치우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별안간 떠오르는 것 같은... 다들 무덤가에 둘러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침착하게 냉장고 문제에 골몰하는 거지. 우리 안에는 그런 면도 존재하기 때문이야. 우리는 그렇게 한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강변 사이에서 살고 있어.-146쪽

내가 지금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문제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우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얼굴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마련이야. 모든 게 사라지지만 사랑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어. 하지만 그것도 실생활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어. -236쪽

조건없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네. 영웅정신은 아니더라도 용기가 필요한 법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영심이 강하고 나약하고 두려움이 많아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다네. 사랑을 주면서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고 비밀을 털어놓으면서는 더욱 부끄러워하지. 인간은 원래 애정을 필요로 하며 애정없이는 살 수 없다는 슬픈 비밀, 나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네.-257쪽

나는 이 세상 어떤 일에 대해서도 단언하지 않네. 다만 살면서 생각할 뿐일세.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세. -288쪽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살인 광선에 맞먹는 힘으로 서로를 죽이네.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자신, 오로지 자신만이 모든 애정을 받아야 하는 줄 아네. 상대방의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받길 원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의 진을 빨아먹고 대지와 어린 생명의 힘과 수분, 향기를 앗아가는 커다란 식물처럼 탐욕스럽게 주변의 생명력을 앗아가려 하네. 사랑은 엄청난 이기심일세.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고서 사랑의 강압적인 지배를 견디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자네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나. 창문 너머로 집 안을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눈을 직시하고 하소연을 들어보게나. 어디서나 똑같은 절망적인 긴장뿐일 걸세. 그 누구도 주변으로부터 받는 사랑의 요구를 참아내지 못하네. 기껏해야 한동안은 참아내고 타협을 하지만, 그러다 피곤해져서 결국 속병이 생기네. 위염, 당뇨벙, 심장 질환, 죽음.-292~3쪽

여자들은 쉽게 외로움에 시달리고 애정과 위로, 사랑을 그리워하네. -309쪽

고독을 넘어서서 마음과 영혼 속에 아직 기대하는 것이 있는 동안에는 그래도 견딜 만하고 살 만하다네. 썩 행복하거나 인간답지는 않지만 어쨋든 살아 있네. 저녁을 위해 아침에 시계의 태엽을 감는 것에도 의미가 있어. 그러고도 오랫동안 인간은 희망을 잃지 않기 때문일세. 절망, 도지하 견딜 수 없이 절망적으로 혼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지. 삶의 외로움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인식을 참아내는 사람의 극히 소수에 불과하네. 대부분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서 허둥지둥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도피하지. 그러나 이렇게 도피하듯 맺는 관계에는 순수한 열정이나 헌신적인 마음이 부족하네.-313~4쪽

삶은 뭔가 이루려고 하는 경우에 완벽하게 상황을 연출한다네.-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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