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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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은 절대로 돈 그 자체만이 아니다. 돈은 언제나 돈 이외의 것이고, 돈 이상의 것이다. 그리고 돈은 언제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 -10쪽

한계를 넘으면 지푸라기 하나만 더 얹어도 낙타 등뼈가 부러진다.-24쪽

나는 나 자신에게도 수수께끼다. 마음속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중량이 없는, 핏발선 눈을 가진 생물이다. 내면에서는 절망적인 격동이 파도처럼 굽이치고, 견해나 태도가 갑자기 정반대로 바뀌고, 걸핏하면 기절하고, 상상력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경향을 가진 좀 실성한 생물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올바로 접근하면, 나는 솔직하고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마음의 문을 닫고,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내 존재를 믿었지만, 나 자신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나는 대범하면서도 소심하고, 재빠르면서도 굼뜨고, 순진하면서도 충동적이었다. 말하자면 모순이라는 정령에게 바쳐진 걸어다니는 기념비, 살아 숨쉬는 기념비였다. 내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나는 벌써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갑절은 노력해야 할 터였다. -26~27쪽

출발선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어딘가에서는 출발해야 한다. 원하는 만큼 빠르게 전진하지는 못했을지 모르나, 그래도 나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두 발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었지만, 아직은 달리는 법을 알지 못했다. -48쪽

인생의 특정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라. 그러면 살아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들과도 많은 날을 함께 보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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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6-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으려고 대기중인데. ^^

이매지 2006-06-1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약 3년 전에 10장 남짓 읽고 집어 던졌다가 이번에 제대로 읽고 있어요. ^^;;
 
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품절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심심찮게 이런 오류에 빠진다. 어떤 상대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그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거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거나 세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을 사는 데에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13쪽

인생은 기본적으로 슬픈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은 더 슬프다. 그러므로 순간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좋은 일이다. 특히 즐거운 일은 더 좋다. -14쪽

진정한 의미에서의 참다운 사랑.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살아 있는 진정한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정치와 억압과 예술과 역사와 잔인함과 죽음까지도 이겨내는 사랑. 영화 시나리오의 결말은 불가코프의 소설의 결만과 같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승천한다. 천국으로 승천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세계로 승천한다. 우리가 태어난 잔인하고 부조리한 이 세계를 떠날 수 있는 두 사람만의 세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이 고통보다 훨씬 우선한 세계에서 사는 것이다. -234쪽

현대 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 한, 우리 모두의 삶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시간, 힘, 법, 기대 같은 제약들로 인해 고생한다. 각자의 삶에서는 정점과 굴곡이 있고 기쁨과 절망도 있으며 위대한 승리와 고귀한 패배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의 경험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과 섹스와 성공. 우리는 '다른 사람은 결코 이런 경험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모두가 다 겪는 일이다. 병, 이별, 가난, 죽음. 우리는 혼자만 이런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다. 이런 기쁜 일들과 슬픈 일들 중 하나를 겪고 난 후에 사람이 갖게 되는 태도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혼자 고립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성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수단으로 그 경험을 사용하는 것이다. -2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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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 2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구판절판


뼈는 한 인간의 궁극적인 핵심이다. 뼈는 변형되지 않고, 기만하지 않고, 휘어지지 않는다. 겉껍질을 둘러싼 무절제한 살, 열등한 인종과 나약한 성의 결함이 불에 타거나 열에 익어 떨어져 나가고 나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고귀한 뼈이다.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뼈는 불멸이다-32쪽

논쟁해볼까? 해봐? 좋아. 자네가 '비겁한 짓'이라고 했지. 토머스 브라운 경의 말과 연결되는군. '삶이 죽음보다 더 끔찍할 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극복할 수 없는 역경 앞에서의 용기...삶의 편에 선 전형적인 논리지.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수술 전에 환자를 마취시키는 건 왜지? 아스피린은 왜 팔지? 부러진 팔은 왜 치료하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왜 프로작이지? 미안하지만, 고통 자체에는 선이 내재해 있지 않아. -147쪽

프로이트는 쾌락 이론을 포기하고 뭔가 다른 동력이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됐어. 그걸 비성적 공격 본능이라고 했지. 삶 속에서 구축한 연결고리들을 해체하고자 하는 본능. 자기 파괴는 완벽히 자연스러운 힘이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어.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있나?-148쪽

죽을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과, 틀림없이 죽는다는 것 사이의 경계선. 색스,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한 발짝만 디디면 자신도 그 선을 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한 발짝만 디디면 그들 쪽으로 합류한다는 걸. -152쪽

때로...의도에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있어, 색스. 때로는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없고, 가져야 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을 때가 있지. 삶ㄹ은 변해. 아주 약간일 수도 있고, 아주 큰 변화일 수도 있어. 그리고 어떤 때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그만큼 투쟁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네. -153쪽

이게 인생이다. 연기, 연기, 또 연기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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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06-0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1편은 오래전에 봤는데 2편은 이제서야 보네요.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네요

이매지 2006-06-0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 본지가 워낙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책 다 읽고 나서 영화 한 번 다시 보려구요^^
 
본 컬렉터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구판절판


개별화. 범죄학자의 궁극적인 목표다. 대부분의 증거물의 경우'식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증거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더라도,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수백 수천 가지 가능성이 있다. 증거물을 개별화한다는 것은 그 출처를 단 하나, 혹은 매우 제한된 수로 좁히는 작업이다. 지문, DNA 분석표, 혹은 범인 자동차의 벗겨진 부위에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페인트 조각 같은 것.-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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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절판


"아마 그 친구는 자기보다 못한 동료를 찾은 모양이에요"
"자기보다 못한 동료?"
"그래요. 쓸쓸했겠죠. 이 세상에 자기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었을 거예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결혼한 것도 아니고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저라면, 적어도 도쿄에서 생활하는 자기보다는 덜 비참한 심정으로 있을 거라고 짐작했던 거죠"-167쪽

그래요. 저말 열심히 노력했겠죠. 하지만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재능이 있다는 소리예요. 안 되는 사람은 아무리 좋아해도 안 되는걸요. 당신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일이 있었고, 그 일에 재능이 있었고, 그 방면으로 나가는 데 아무런 방해도 없었어요.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고 뭐라고 말하겠어요?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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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5-2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절판된 거라 찾기 어려운 책인데.

이매지 2006-05-2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는데 읽고나니까 사고 싶어지더군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