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아들 2 - 법의관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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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들어 생긴 가장 큰 즐거움을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난 주저없이 퍼트리샤 콘웰의 소설과의 만남을 꼽을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한동안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나오지 않은 시리즈가 8권이나 더 있고, 퍼트리샤 콘웰의 작업도 계속되고 있으니 위안으로 삼는 수밖에. (이럴 때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감을 감사하게 된다.)
 
  이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 안에서 또 하나의 시리즈인 템플 골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전에 나온 사형수의 지문에서는 템플 골트의 등장을 알렸다면, 시체농장에서는 모방 범죄를, 그리고 이 책에서는 템플 골트와의 최후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앞 선 두 책보다 이 책이 더 흥미로웠다. 그것은 템플 골트의 악랄함이 점점 더 드러나고, 그에 비해 스카페타는 점점 더 위험에 빠지는 상황이 도무지 중간에 그만 읽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진감 넘치는 설정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변화까지. 이 정도면 지금까지 나온 스카페타 시리즈 중에 백미라고 할 수 밖에.
 
  다만, 한 가지 이 책이 아쉬움을 주는 것은 대체 '왜?'라는 것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부모의 말에 따르면 템플 골트는 날 때부터 그랬다라고 하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쥐를 잡아 주인에게 바치는 것처럼 스카페타 앞에 시체들을 바쳤던 것인가? 심지어 그가 죽어가면서 스카페타에게 한 말은 뭔가 이유가 있을 법도 했는데. 너무 빨리 일이 끝나고, 해명 혹은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말조차 없었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지만, 말 좀 해주고 죽지.

  대범하게도 스카페타를 사칭해서 '나 잡아봐라~'라고 약을 올리듯 흔적을 남기는 살인범 템플 골트의 일들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카페타와 웨슬리의 은밀한(?) 사랑, 템플 골트로부터 루시를 보호하기 위한 스카페타의 사랑, 마리노와 그 외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들때문인지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난 번 <시체농장>을 읽고 우려했던 바대로 스카페타는 잠깐 병원 신세도 지게되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 어쨋든 책을 읽으면서 영상이 머리 속을 휙휙 지나가는 것이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이제 다음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림의 미덕을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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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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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아나 사생아들을 입양해 자식으로 삼고 그들에게 한없은 애정을 쏟아부었던 아질 부인. 그녀가 살해되고 모든 상황은 범인으로 그 집의 천덕꾸러기인 재코를 지목한다. 그는 알라비이가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증언해줄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결국 감옥에 수감되어 몇 달뒤 폐렴으로 죽게된다. 그리고 2년 뒤,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등장하고, 그는 가족들에게서 잊혀진 사건을 다시금 들추어낸다. 재코에게 씌워진 누명은 벗겨졌으나 이제 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의심뿐.

  이 책에는 포와로나 마플 양과 같은 굵직한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기억 속에 묻혀진 사건을 다시 들추어낸,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아서 캘거리라는 지리학자이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경찰에서도 다시금 수사는 진행되게 되고, 아질 부인의 사위인 필립도 이 사건을 단순한 게임으로 생각하면서 진상을 밝혀보려고 노력한다. 즉, 한 명의 탐정이 똑똑한 두뇌를 자랑하는 방식이 아닌 저마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범인을 찾고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에 중심에 있는 가족 구성원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고 왠지 꺼려한다. 그들은 그저 재코가 범인인 것을 계속 받아들이고 싶어할 뿐이다. 그들이 원하던, 원치 않던, 사건의 진범에 대한 추적은 계속되고,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의심하게 되고, 이윽고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관계가 틀어져버리고 만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가족들의 심리상태에 집중되고 있다. 그 때문에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범인인 것일까를 두고 독자는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필립처럼 사건을 하나의 게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캘거리처럼 정의를 실현하고 죄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목적이야 어찌되고,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느냐 마느냐는 둘째치고라도, 이 책 속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심리 묘사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 싶은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책의 인쇄상태가 참 마음에 안 들어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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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쇄상태 안좋다는 책이 이 책이군요. ^-^ 책을 어찌나 많이 보시는지...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실꺼라 생각했어요.
근데. 실명이세요? ^-^;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매지 2005-08-2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명은 아니고 이름때문에 붙은 별명이예요 -
그냥 매지야- 라고 하셔도 괜찮아요 ^-^
 
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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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독특하게도 1인칭 심리소설이다. 그 때문에 마치 한 권의 일기나 자서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지만, 그 덕에 책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져서 그런지 마지막에는 사뭇 섬뜩해짐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우연히 부유한 상속녀인 엘리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가난하고 야심도 없는 마이클. 그는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시작되는 듯 싶다. 하지만, 그들이 살기로 한 곳은 주위에 안 좋은 소문으로 자자한 '집시의 뜰'. 잇달아 그들 주위에는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마을에 사는 집시 여인은 그들에게 계속 떠나라고 위협을 가한다. 그러던 중 엘리는 사고로 죽게 되고 마이클은 그녀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된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이 책을 76세에 썼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책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져 있다. 인간의 숨겨져있는 본성을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을 읽노라면 인간이란 이렇듯 사악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끝없는 밤. 끝도 없는 암흑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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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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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드는 생각은 '어쩜 이렇게 주인공은 똑똑한 것인가!'라는 점이다.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그들의 모습은 아무리 소설 속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기가 팍 죽어버리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토미와 터펜스라는 젊은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뛰어난 머리보다는 일을 물고 늘어지는 끈기가 장점인 이들의 모습을 읽는 재미는 제법 쏠쏠했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토미와 터펜스. 그들은 전쟁 이후 마땅한 직장도 없이 일자리를 구하는 그렇고 그런 젊은이들이다. 우연히 다시 만난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청년 모험가 회사'를 만들고 우연히 일거리를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영국을 구해내는 일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루시타니아 호라는 호화 여객선이 침몰된다. 그 배에는 전쟁의 형세를 바꿀만한 힘을 가진 문서를 운반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그는 그 문서를 침몰 전에 한 여인에게 맡긴다. 그 문서는 몇 년이 흘러 영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문서로 등장한다. 그 문서를 찾는 것이 바로 토미와 터펜스의 첫 임무이다. 영국의 운명은 그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연 그들은 임무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후 부부 탐정으로 여러 작품에 나오는 토미와 터펜스의 첫 작품이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모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은 제목은 은근히 무겁게 느껴져도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 간의 유머러스한 대화나 그들이 겪는 모험, 그리고 '브라운'이라는 사람의 정체에 관한 일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너무도 평범하지만 유쾌한, 그리고 무모한 젊은이다운 두 젊은이의 모험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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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젤 첨인 줄 알았는데.. ㅎㅎ

여튼 전 N또는 M이 별로라서 토미- 터펜스 그리 안 좋아했는데

운명의 문이 아주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보게 됐죠. ^^


이매지 2005-08-1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게 첫 작품이예요~^-^ 여기서는 아직 둘이 결혼도 안했다구요 ㅋ
운명의 문은 언제쯤 보게 되려나 -_ -;;;

panda78 2005-08-1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의 문이 대망의 80권이죠. ^^

이매지 2005-08-1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게다가 그게 빠지는 5권 중에 하나예요.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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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엄밀히 생각하면 탐정물을 아니다. 오히려 모험물이라고 하는게 더 올바른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 속에는 탐정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고, 다만 어린 시절부터 알고지낸 귀족의 딸(프랭키)과 가난뱅이 목사의 아들(바비)이 등장하고 있다. 사고로 죽어가는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라는 다섯마디의 말. 그 말의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그 둘(프랭키와 바비)은 사건을 조용히 추적해간다.

  이 책의 원제는 <Why Didn't They Ask Evans?>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목이 좀 더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인데, <부머랭 살인사건>도 어느 정도 의미는 괜찮은 것 같으니 뭐 아쉬운대로 참아야할 것 같은 느낌.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책에서도 젊은 남녀의 로맨스는 싹터오른다.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프랭키와 바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선 즐겁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범인들의 행동은 마치 뤼팽같은 느낌이었다랄까? 좀 뻔뻔스럽기도 하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똑똑한 머리로 독자를 기죽게하는 탐정도 없었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건 비전문가인 두 사람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발로 뛰어다녔다는 점과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내용과 함께 책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러스한 대화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탐정은 꼭 범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변장을 하고 찾아가야한다거나 발로 뛰어야 맛이지.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읽으면 좋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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