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 1
발터 뫼르스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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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으며 작가인 발터 뫼어스의 상상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새로나온 그의 작품인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도 꽤 관심이 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나온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잠시 노선을 변경하여 이 책부터 접하게 되었다. 제목에 '푸른곰'이 있어서 그럴까? 곤색바탕 표지에 빼꼼히 푸른곰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던 이 책은 푸른곰 선장의 13 그리고 1/2의 삶을 다루고 있다. 모두 스물일곱개의 삶을 가진다는 푸른곰. 하지만 이 책 속에서는 열세개 반의 이야기만 등장한다. (왜냐면 푸른곰도 비밀이 있어야 하니까.)

  어떻게 태어난지 모른 채 바다 한복판에서 호두껍데기에 홀로 누워 거친 바다를 떠돌던 푸른곰. 그는 그렇게 떠돌다가 난쟁이 해적들을 만난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작은 그들은 키가 10센치미터만 되어도 자기들 사이에선 거인으로 통할 정도다. 손 대신 두 개의 쇠갈고리와 진짜 다리 대신 나무다리를 하고 안대를 하고 태어났다고 하는 그들은 허풍 기질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푸른곰이 성장하자 더이상 함께 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푸른곰과 헤어지고 푸른곰은 꺼이꺼이 울다가 바다도깨비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공포를 먹고 사는 바다도깨비들은 푸른곰의 울음소리를 듣고 매혹당했던 것. 매일 밤 푸른곰은 바다도깨비들을 위해 울음공연을 보여주지만 나쁜 마음을 가진 이들과 오래 지내다보니 그 역시 나쁜 마음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느꼈기에 그들은 떠나게 되고 이후 바다에서 수다파도를 만나 말을 배우게 되고, 폭군고래 렉스를 만나 그의 뱃속에 들어갈 뻔도 한다. 이후, 미식가섬에서도 생활하다가 구조공룡의 항해사가 되기도 했다가, 결국 어둠산에 있는 밤학교에 가서 지식을 습득한다.

  이렇듯 갖가지 위기와 함께 모험을 한 푸른곰. 작가가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서 이야기를 이끌어갔기때문에 이 책은 100프로 허구일 수밖에 없다. 혹,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면 우리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해보기라도 하겠는데 푸른곰은 '푸른곰' 그 자체다. 너무 허구적인 내용이라 독자가 상상력이 뒤엉킬 것을 걱정했던 것인지, 혹은 이런 상상력에 현실성을 부여해주기 위함인지 작가는 푸른곰이 새롭게 생물들을 만날 때면 <자모니아 및 그 주변 세계의 기적, 존재, 현상에 관한 백과사전>을 인용하여 독자에게 푸른곰이 만난 그 생물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며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게끔했다.

  총 3권의 책으로 구성된 푸른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새로운 생물체들을 만나 어떤 경험들을 할 지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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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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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미국이나 영국, 기껏해야 프랑스나 독일정도에 국한되어 있는 듯하다. 때문에 러시아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고 기껏 아는 건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뿐. 러시아의 현대대중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고, 더불어 추리소설은 좀 읽었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에도 생소함을 느끼고 있던 내가 처음으로 접한 러시아 스릴러 소설이 바로 이 책 <헤드크러셔>이다.

  책 표지에는 <파이트클럽>과 <아메리칸 사이코>의 절묘한 조합 러시아 최고의 스릴러!라는 찬사가 붙어있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나간 책은 처음엔 생각보다 잘 넘어갔다. 다른 책에 비해서 제법 긴 프롤로그에서는 주인공 바짐의 삶에 대한 한탄이나 지루함, 따분함 등이 나타나있었다. 이야기가 좀 지루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던 때에 우연찮게 그가 첫번째로 손에 피를 묻히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한 번 손에 피를 묻힌 바짐은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막가는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나사가 풀려서 막가는 주인공을 볼 때면 왠지 내 내면에 있는 억눌린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아서 통쾌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글자로 그런 내용을 접하니까 뭔지 모를 거부감같은 게 들었다. 이성이란 댐이 무너져버린 바짐의 행동이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 속에 위치하고 있지만 너무도 반사회적이고 별다른 목적의식이나 이유가 없었다는 게 아마 내 거부감의 이유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왔다갔다하는 구성이라 다소 혼란스럽긴한데 그나마 중반까지는 잘 따라갔는데 후반부에 가서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마치 술을 진탕 마시고 필름이 끊겨버린 것처럼 띄엄띄엄 이야기가 이어가는 것 같아 머리가 띵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하나의 부속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억압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괜찮았지만 지나친 폭력이나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엔 다소 복잡한 구성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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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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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의 제목과 이야기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들었을 때 나는 섣불리 이 책이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처럼 배고픈 작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책에서는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쓰는 작가의 모습이 나왔다면 이 책 속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던 작가의 모습이 등장하고 그녀가 글을 쓰는 것은 책 말미에 가서야 등장한다. 폴 오스터에게 글은 먹고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준 무엇이라면, 아멜리 노통브에게 글은 배고픔을 잊게 해줄 수 있는 무엇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배고픔. 그녀가 말하고 있는 배고픔은 단순한 허기짐이 아니다. 외교관의 딸이라는 점때문에 그녀는 굶주림과는 먼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늘 배고프다. 그녀의 배고픔은 우리가 비유적으로 얘기하는 '지적으로 배고프다', '정신적으로 목마르다' 이런 식의 내용과 맞닿는다. 일본, 중국, 뉴욕, 방글라데시, 벨기에를 떠돌며 그녀는 항상 배고픔을 느낀다. 달콤한 초콜렛을 훔쳐먹기도 하고, 위스키에 취하기도 하고, 몇 리터의 물을 마셔대기도 하고, 아예 굶기도 하고, 책에만 빠져서 하루종일 책만 읽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배고픔은 생활이고 숙명으로 다가올 뿐. 그런 그녀가 결국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 책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지루했다. 물론, 곳곳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글의 구성, 혹은 센스같은 건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의 책들보다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멜리 노통브의 책에서 기대했던 바(허를 찌르는 구성,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와는 어긋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인간으로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뭔가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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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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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여자아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음직한 고전. <제인에어> 어린 시절,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인지 아니면 자매가 쓴 작품이기때문인지 내용적인 면에서는 늘 <폭풍의 언덕>과 헷갈려왔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제인 에어>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 뒷표지에 쓰여진 로맨스 소설의 고전이라는 이름답게 이 책은 '제인 에어'라는 한 여자가 풀어놓는 자신의 삶,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해서 그 당시의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제인 에어'라는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꽤 긴 분량의 압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모가 죽고, 자신을 맡아준 외삼촌까지 죽자 제인에어는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외숙모의 손에 길러진다. 하지만 가족도 그렇다고 하녀도 아닌 제인에어의 위치, 제인에어의 성격때문에 외숙모는 그녀를 싫어하고 우연찮은 기회에 그녀를 자선학교로 쫓아버린다. 외숙모에게서 벗어난다는 기쁨도 잠시. 제인 에어가 도착한 자선학교는 말만 학교지 시설은 너무도 열악한 곳이었다(이후 학교의 이런 모습이 알려지면서 개선은 되지만). 그 곳에서 6년 간 학생으로, 2년간 선생으로 있었던 제인 에어는 평온함이 주는 불편함을 느끼고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정교사의 자리를 구하고 로체스터의 집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고 그녀의 인생에도 봄날이 찾아오는가 싶었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폭풍의 언덕>과 겹쳐졌던 책은 정작 손에 잡고 읽으면서는 <오만과 편견>을 떠오르게 했다. 이름은 있지만 알고보면 별 볼일없는 베넷가의 엘리자베스와 그럴싸한 집안은 커녕 부모도, 친척도 없는 제인은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첫째로, 둘 다 그 시대 여성으로는 보기드물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그의 오만함을 지적했다면,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대놓고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찌보면 결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녀들은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자리한다. 둘째로, 둘 다 사랑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도 제인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아도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모습을 그들은 씁쓸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이 외에 두 여성 모두 지적이라는 점 등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지만 제인 에어가 갖는 이야기는 오늘날의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자주 활용되는 것 같다. 사랑은 역시 시대를 초대한 소재랄까. 나이가 들면서, 혹은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순수한 사랑을 하기는 힘들어지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제인에어처럼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을 하고싶어하는 욕구가 숨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권으로되서 길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고 고전치고는 말랑말랑한 편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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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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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꽤 많이 들어온 제목이라 이 책을 읽었던 것으로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작품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끔씩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 그러니까 잘나가던 회사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자신의 일을 팽개치고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능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가 이 책 속에는 들어있다. 너무도 평범해서 그에게 자신의 시간을 낭비할 이유조차 없어보였던 증권 중개인인 스트릭랜드. 그는 어느 날,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안정된 생활을 팽개치고 떠나버린다. 처음엔 다른 여자가 생겨서 도망간 줄 알았던 아내는 이 책의 화자에게 그를 설득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정작 찾아간 그는 '여자들이란 사랑밖에는 몰라'와 같은 표현을 하며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자신은 그림을 그리고자 집을 떠났고 추어도 집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얼핏 봤을 때는 평범해보였지만 알고보니 냉소에 가득차고,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곤 전혀 없는 그의 모습. 화자는 그를 역겹게 생각했지만 계속하여 그와 엮여 사람들에게 그에 얽인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표지에도 나왔듯이 이 책은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꼭 고갱의 삶의 모습을 알아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나는 고갱의 그림 몇 점과 그가 타이히에서 작품활동을 했다는 점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기때문이다. 물론 고갱의 삶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 속에 등장한 스트릭랜드와 고갱을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스트릭랜드의 모습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재미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아니 사회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다가 아예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려고 하면 어려움에 부딪힌다. 주위의 시선, 주위의 비난, 이런 곱지 않은 시선들을 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실행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이내 좌절하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이 책 속에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던 사람이기에 거리낌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갔고, 아브라함이란 장래가 유망한 의사는 본국에 있었더라면 큰 병원의 최고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우연히 알렉산드리아에  방문했다가 결국 그 곳에서 눌러살게 된다.(이를 두고 본국에서 그의 그늘 뒤에만 머물러 있던 다른 의사는 결국 아브라함의 자리를 꿰차고는 "아브라함에게는 인격이 없었어"라고 말하며 그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렇듯 비교적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이 있다면 또 한 편에서는 블란치는 스트릭랜드에게 반해 남편을 버리고 그를 따라가지만 결국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책의 제목인 <달과 6펜스>에 대해서는 '달=예술가의 광기, 6펜스=현실적인 문제'로 대비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굳이 이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해도 독자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 속에서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그림을 팔면 최소한의 먹고 살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을 남에게 보이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는 남에게 보이는 그림, 남에게 팔 그림이 아닌 자신의 혼이 이끄는 그림을 그리기때문이었다. 겨우겨우 그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들과 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물론, 그는 그들에게 별로 고마워하지는 않는다) 자신은 하루하루 그냥그냥 먹고 살아갈 뿐이다. 문둥병에 걸려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혼을 불살라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달'을 지향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그가 죽은 뒤 그의 그림은 높은 평가를 받아 부르는 게 값이 되버리자 그가 버렸던 스트릭랜드 부인은 마치 자신과 남편의 관계를 보기좋게 포장하여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얻어낸다. 그림을 시작한 이후 '달'만 지향했던 그가 죽고 난 뒤 '6펜스'의 영역에 들어가버리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어서 묘한 기분을 안겨줬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그런 일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스트릭랜드의 관점에서 글을 쓴게 아니라 그의 일화들을 지켜본 제 3자가 글을 썼기에 여러모로 스트릭랜드의 내면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스트릭랜드라는 독특한 인물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봄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와 얽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까지 풀어가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다소 산만해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스트릭랜드의 삶과 대비되어 있기에 스트릭랜드란 인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읽기에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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