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장사 ‘노사 同業’ 의혹
검찰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간부의 ‘취업 장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노사 합작’ 비리 의혹으로 불거지고 있다. 21일에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채용에 개입하고, 회사는 관행적으로 노조에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할당해 왔다는 주장이 나와 이같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부적격자 채용 의혹=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7월 생산라인 확대에 앞서 생산직 직원 1,083명을 3차례에 걸쳐 뽑았다. 계약직이지만 연봉이 2천5백만원을 넘어 좀처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광주·전남의 구직자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자연히 고학력자 등이 몰려들면서 최고 6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본사 감사 결과 합격자 가운데 신체이상·전과·병역미필·연령초과자 등 무려 475명의 부적격자가 포함됐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추천자 중에 신체 부적격자가 여러명 발견됐으나 지정병원에서 이상없는 것으로 고쳐 합격시키기도 했다”면서 “이는 매년 해오는 관행”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신규모집이 있을 때마다 노조내 3개 파벌별로 채용인원을 할당했다”고 말했다.
◇커가는 금품 액수=검찰 수사결과 현재까지 드러난 금품수수액은 노조 지부장 정모씨가 받은 1억8천만원. 정씨는 채용 의뢰자 9명으로부터 이를 받아 부인명의 계좌에 넣었다. 그러나 검찰이 다른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캐고 있고, 또 다른 간부도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합격자 상당수가 노조나 회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네고 취업했다는 ‘인터넷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금품수수액이 2백억원이 넘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금품, 어디에 썼나=검찰은 일단 정씨 부인 계좌에서 발견된 ‘검은 돈’의 사용처를 캐고 있다. 조사결과 정씨가 혼자 사용하지 않고, 노조지부 간부와 나눠 사용했거나 기아차 본부 노조 등에 건넸을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검찰은 “개인비리로 볼 수도 있고, 전체비리로 볼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검사 6명과 수사관 12명 등으로 수사 전담반을 만든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중점적으로 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수사 중단 이유는=채용이 마무리된 지난해 7월 이후 광주시내엔 ‘금품취업’ 풍문이 퍼졌다. 때마침 ‘기아차 취업사기’와 관련, 피해자 1명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된 것을 계기로 광주 서부경찰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으나 2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갑자기 수사를 중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갖가지 의혹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검찰이 수사중단을 요구해 왔다”면서 “당시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광주|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