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대법원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새로운 신분등록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준인이 호주가 아니라 본인이 된다는 점이다. 1896년 고종 당시 호구조사 규칙이 시행되면서 등장한 호주라는 명칭이 무려 110년 만에 법률적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신분등록부에는 본인의 부모와 자녀 외에도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의 인적사항까지 담은 가족기록부 성격을 가미해 급격한 신분제도 변화에 따른 가족 해체를 우려하는 국민 정서를 반영했다.
◇호주가 아닌 본인 중심=법무부와 대법원이 각각 마련한 새로운 신분등록원부에는 그동안 호주 중심으로 기록됐던 사항이 본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기록된다는 점에서 거의 일치한다.
우선 법무부 안은 신분등록원부의 기본가족사항란에는 본인의 본적과 함께 부모,배우자,배우자의 부모,본인의 형제자매,자녀의 인적사항(성명·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과 사망 여부가 기재된다. 또 신분사항란에는 본인의 출생,입양,혼인,이혼,사망과 관련된 사항들이 담긴다.
즉,종전에는 여성의 경우 결혼하면 호적을 남편쪽으로 옮기게 되지만 새로운 신분등록원부에는 배우자와 배우자의 부모 정보만 추가될 뿐 자신의 신분등록원부 전체를 없애는 일은 없어지는 셈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호적을 파가는 일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안은 본인과 배우자 부모의 사망 여부를 표시하지 않도록 돼 있으며,자녀의 경우 사망 여부를 표시해 상속관계 확인을 쉽게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배우자 부모의 경우 성명만 기재토록 하고 있다.
법무부와 대법원은 또 각종 신분변동 기록과 검색 기준의 개념을 유지하기 위해 본적을 유지하며,부부와 미혼 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 본적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부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자의 본적을 유지하며,미혼 자녀의 경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버지의 본적에 따르도록 했다. 물론 부부가 이혼했을 경우 미혼 자녀는 친권자의 본적에 따르게 된다.
그밖에 형제자매의 인적사항이 공시되지 않았던 것이 새롭게 신분등록원부에 드러나게 됨에 따라 자료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는 이에 대한 공시를 유보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또한 새 신분등록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당분간은 구호적(호주)도 병행 표시된다.
◇등본 종류 다양해진다=현재 호적등본을 떼면 호주를 기준으로 배우자와 부모,자녀,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의 결혼,사망 등 모든 신상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그러나 목적별 공부식 증명이라는 유럽식 제도가 가미된 새로운 신분등록 제도가 실시되면 개인당 종합 등본과 가족·일반·혼인·입양증명 등본 등 개인당 부분증명 등본으로 다양해진다. 발부 신청도 기존 호적등본은 본인은 물론 친족 등 제3자도 발부가 가능했지만 새로운 신분등록등본은 본인과 국가기관 등 법률이 정하는 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로운 신분등록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호적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261개 법령을 고쳐야 하고,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소 바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최소 2년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빨라야 2007년 말에나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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