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수명을 최대 10배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노화 조절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따라서 이 물질을 이용하면 수명 연장을 유도하는 노화 조절제와 비만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53) 교수팀은 2일 사람과 작물 등에 사는 기생충인 선충의 몸 속에 존재하는 다우몬(daumone)이라는 페르몬이 선충의 성장 과정에서 생체 노화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구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3일자에 게재됐다.
페르몬은 동종 동물이 서로의 의사 소통을 위해 분비하는 물질인데,그 중 하나인 다우몬은 첫 발견자인 백 교수팀이 이름 붙였다.
선충은 보통 약 20도의 온도에서 평균 14일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식기가 발달되기 직전의 어린 유충이 외부로부터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움직임이 없는 형태의 장수유충(휴면유충)이 되면 수명은 최대 10배까지 늘어난다.
휴면기에 들어간 선충은 다시 먹이가 공급되고 살기가 좋아지면 정상 수명 주기로 돌아와 나머지 일생(사람의 청소년기)을 살게 된다. 이같은 선충의 장수유충 현상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학계에 알려진 사실이나 어떤 물질이 생명을 연장시키는지는 지금까지 구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다우몬이 선충의 성장 과정에서 과밀 상태나 환경 스트레스(열,화학 물질,오염 등),식이 고갈 중 어느 하나라도 느끼게 되면 생명 연장을 위해 휴면기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백 교수는 “다우몬이 많이 분비되면 선충의 체내 당 대사는 완전히 정지되고 엄청난 양의 지방질이 순식간에 체내에 축적돼 비만 상태가 된다”면서 “이 원리를 이용하면 비만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 규명과 함께 비만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의 경우 다우몬을 이용해 영구적인 장수 유충을 유도하면 친환경적 살충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권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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