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신부’를 소재로 한 대중문화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10대들의 지갑을 노린 상업성이 숨어 있다.
이같은 작품의 효시는 고교생 신부를 등장시킨 영화 ‘어린 신부’. 그러나 이 영화만해도 노골적인 성묘사보다는 결혼을 재미 있는 사건으로 다루면서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작품은 다르다. 여고생의 결혼 에피소드를 다룬 ‘여고생 시집가기’가 지난해 개봉된 데 이어 18일에는 15세 중학생들이 실수로 임신한 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산에 성공한다는 줄거리의 ‘제니 주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쪽에서도 어린 신부들이 활보한다. 여고생과 검사의 결혼을 그린 ‘낭랑 18세’(KBS), 19세 여고생이 형수로 들어온다는 내용의 ‘형수님은 열아홉’(SBS), 고교 시절 부부가 된 커플을 소재로 한 ‘쾌걸춘향’(KBS) 등이 시청률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자 이같은 인기에 편승하려는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달 중 방송되는 ‘굳세어라 금순아’는 21살의 애 딸린 과부의 얘기다. 내달 선보이는 ‘원더풀 라이프’(이상 MBC)는 21세 대학생 부부의 육아일기를 그린다.
특히 이같은 드라마는 도덕적 경계를 넘는 데에 문제가 있다. 10대들의 성관계를 굳이 피해가지 않고 자연스런 일로 인정하며,나아가 이들의 임신과 결혼,출산 문제를 거론한다. 10대들의 성을 성적 호기심 차원에서만 묘사하던 이전의 작품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연기획가 송애경씨는 “영화 ‘어린 신부’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새로운 소비자를 찾은 대중문화계가 10대 관객들을 겨냥해서 내놓는 기획상품들”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를 방영할 예정인 MBC의 박종 제작본부장은 “10대들의 성인식이 조숙하고,실제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대중문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니 주노’를 만든 김호준 감독은 “아이들의 임신문제를 공론화하고,실질적인 성교육이 좀더 일찍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10대들의 성문제를 다루는 대중문화계의 태도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나리오 작가 최수완씨는 “성 상품화의 혐의를 제기하기 이전에 10대의 성관계를 당연시하고 미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영화 ‘제니 주노’는 임신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묘사하는데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락성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