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현덕] 이런 꼴 보자고…
기사입력 : 2004.12.02, 17:50









베트남 북부 하노이시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다. 하지만 차들은 50㎞ 이상을 못달린다.

차가 낡아서도,도로가 낡아서도 아니다. 고속도로에 게릴라처럼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공안이 무서워서다. 분명히 시속 50㎞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공안이 “당신,60㎞ 넘었잖아!”하고 우기면 끝이다. 딱지 세 번이면 베트남에서는 평생 면허정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탄 버스는 10㎞를 더 바가지 씌우기 때문에 시속 40㎞ 이상을 못낸다. 공안에게 바치는 뇌물이 우리돈 3만원. ‘걸리면 그 돈 줄테니 제발 60㎞로 가 달라”고 해도 기사는 말을 안듣는다. 혹시 공안이 심사가 틀려 뇌물 안받으면 자기만 죽는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공안은 최고의 신랑감이다.

유시민의 ‘거꾸로 본 세계사’는 월남전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했다. 한번도 전쟁에서 져본 일 없는 세계 최강 미국과의 전쟁에서 작고 가난한 베트남인들이 승리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데 텅빈 고속도로를 40㎞로 기어가야 하는 한심한 처지가 되고 보니 ‘이 사람들,이런 공산주의 하자고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 LG칼텍스정유 노조가 한창 파업하고 있을 때 모 신문사 논설위원이 권양숙 여사가 ‘골프를 싱글 친다’고 해서 아,대통령이 바빠져서 함께 못치고 혼자 친다는 뜻이구나…생각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기 월급으로 평생 골프는 꿈도 꿔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이면 고급차 타고 골프 치러 다닌다”는 LG칼텍스정유 생산직 노조원들의 평균 연봉 7000만원에 놀랐고,그래서 월급 10%를 더 올리라고 파업하고 있는 사태에 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LG칼텍스정유가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50명을 파면하고 630명을 정직·감봉 등 중징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조가 무척 강했던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을 회사 경영진은 하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연봉을 받던 이 회사 노조의 꼴불견 파업이 시민들의 미움만 잔뜩 받았던 때문이다.

파업권 획득을 요구하며 불법 파업을 벌였던 전국공무원노조도 시민들의 공감은커녕,분노만 샀다. 혹시 직장에서 떨려날까봐 하루하루 전전긍긍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의 파업 역시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결국 전국의 수많은 조합원들도 현재 파면,해고 등 중징계 절차에 들어가 있다.

이 어려운 시절에 무슨 짓을 해도 끄떡없는 회사와 조직만이 기세좋게 벌이는 불법 파업에 이제 시민들은 동조는커녕 오히려 ‘우리가 이런 꼴 보려고 민주화 투쟁을 했고,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나…’ 하고 분노만 커질 뿐이다.

군 출신 대통령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시민들은 기업인들의 부패와 비리에는 눈 감고,노동자들은 착취에 시달린다고 믿었다. 그래서 버스가 파업을 해도,지하철이 멈춰서도 시민들은 묵묵히 참으며 노사간에 협상이 잘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매스컴이 아무리 비난해도 시민들은 속으로는 노조 편이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오죽하면 파업할까…’ 어쩌면 사람들은 내심 노조가 승리를 거두기를 바랐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 직장인들은 자기 권리보다 회사 걱정을 더 많이 한다. 너무너무 경제가 어려워지는데,우리 회사 무너지면 어쩌나…노심초사,자나깨나 회사 걱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회사를 걱정해도 경제가 자꾸 어려워져 회사가 도산하고,직장이 없어지고,가장이 자살하고,가족이 해체된다.

하지만 이번에 단단히 버릇을 가르치겠다면서 ‘버릇 가르치기’가 아닌 아예 그들 가정의 괴멸과 해체를 의미하는 대량 파면,해고라면 적절한 처사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그렇고,기업들도 그렇다. 이런 극단적 처방과 해결방식이 결국은 온 사회로 번져 우리의 가슴을 꽂는 비수가 될지도 모른다.

사회는 충분히 민주화됐고,할 말은 다 해도 되는 세상이 됐다. 목숨 걸고 투쟁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는데도,여전히 모두들 완장 차고,손에 든 죽창도 버리지 않고 서 있다. 화해와 용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김현덕 (정보생활부장) h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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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여고생 살인 용의자 20代 자살
기사입력 : 2004.12.02, 21:39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전 7시40분쯤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야산에서 20대 남자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엄마 아빠 죄송합니다.이렇게 살기 싫어 세상을 저버립니다”라고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자가 천안시 성정동에 사는 이모(25)씨인 사실을 확인하고,지난달 10일 천안시 두정동 한 아파트 뒤편에서 성폭행후 살해당한 이모(17)양의 몸에서 채취된 정액의 유전자와 이씨의 유전자를 대조한 결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전자 일치뿐만 아니라 이씨가 천안시 두정동의 한 공장에서 일한 점,목격자가 본 인상착의와 같은 점 등으로 미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경찰의 추적 등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정재학기자 jh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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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신혼 30대, 7명에 장기 기증
기사입력 : 2004.12.02, 23:33









결혼한 지 2개월 된 30대 회사원이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7명의 환자들에게 심장 등 장기와 각막을 기증했다.

2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지난 달 29일 뇌동맥류 파열로 뇌사상태에 빠진 김상진(31)씨의 가족은 김씨의 생전 약속에 따라 1일 오후 서울 강남삼성병원에서 6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7명의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5시쯤 서울 신당동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오른쪽 머리에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뇌사하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뒤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긴 첫 사례다. 심장사나 노환으로 숨진 뒤 시신이나 각막을 기증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뇌사에 빠진 뒤 장기를 기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동본부는 밝혔다.

운동본부 최승주 사무국장은 “뇌사로 숨질 경우 15% 정도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데다 서약자들의 가족 대부분이 서약 사실을 몰랐거나 반대해 서약을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심장은 확장성 심근증을 앓고 있던 박모(45)씨에게,췌장은 소아형 당뇨로 20년 이상 투병하던 임모(44·여)씨에게 이식됐다. 각막은 박모(20)씨 등 2명에게,신장은 만성신부전증 환자 윤모(34·여)씨 등 2명에게 각각 한 쪽씩 이식됐다. 간은 급성 간부전증 환자 이모(31)씨에게 이날 성공적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999년 강원대 재학 당시 어머니와 함께 뇌사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서약했었다. 김씨는 군복무 중에도 꾸준한 헌혈로 적십자 표창을 두 번이나 받았다.

김씨의 어머니 박기월(53)씨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도맡을 정도로 능력있고, 작은 약속도 소중히 잘 지키고 실천하는 성실한 아들이었다”며 “마지막 갈 때까지 생전에 한 약속을 다하고 갔다”고 말했다.

김씨와 사내 결혼을 한 아내 김모(33)씨는 “상진 씨가 모두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병석기자 ?s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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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분만 마취시술 건보 적용…복지부
기사입력 : 2004.12.02, 18:39









보건복지부는 2일 산모들의 무통분만 시술을 위한 마취 행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이날부터 무통분만 시술 거부를 철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개원의협의회,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1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무통분만 마취 비용은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 2만8760원을 포함,1시간 마취를 할 경우 통상 5만8000원 정도다. 의협 등 3개 단체는 무통분만 마취술의 보험수가가 너무 낮다며 지난달 28일 이 시술의 중단을 선언,일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29일부터 무통분만 시술을 거부해 왔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일단 무통분만 시술 거부를 철회하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추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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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매둘기’로…불황에 시민 모이 줄어 ‘생존경쟁’
기사입력 : 2004.12.02, 18:31









불황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마저 생존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가정경제가 어려워진 탓으로 모이 주는 시민이 줄자 비둘기들이 기름기 흐르고 뒤뚱거리던 ‘닭둘기’의 모습에서 날쌔고 공격적인 ‘매둘기’로 변해가고 있다.

시민 염모(35·여)씨는 며칠 전 덕수궁 돌담길에서 주위로 몰려든 비둘기에 크게 놀랐다. 염씨는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다 몇 개 던져줬는데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며 “김밥이 들어있는 비닐을 쪼는 비둘기도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는 비둘기는 800여마리. 최근 남산에 있는 비둘기들이 시청으로 날아와 모이를 먹는 경우가 생겨 먹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청 옥상에서 하루에 두 번 25㎏씩 50㎏의 모이를 주지만 순식간에 없어진다”며 “먹을 게 줄어든 탓인지 예전에 비해 모이를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땅에 떨어진 녹말 이쑤시개를 쪼아대는 비둘기도 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88올림픽 당시 평화의 상징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던 비둘기를 기억한다”며 “그런 비둘기가 까치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다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존 경쟁에 내몰린 비둘기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먹이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얼마 전 친구와 덕수궁 길을 지나는 도중 친구와 나 사이 30여㎝ 되는 공간으로 비둘기가 먹이를 향해 매처럼 파고들어 깜짝 놀랐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허윤기자 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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