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에 강한 한국축구가 일을 냈다. 한국의 젊은 피가 독일 전차군단을 격파하는 드라마같은 기적을 일궈낸 것.
요하네스 본프레레(58)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김동진(22·서울) 이동국(25·광주) 조재진(23·시미즈)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3대1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수문장 이운재(수원)의 노련미가 어우러져 2002한일월드컵때의 0대1패배를 설욕한 것.
독일은 세대교체를 위해 신예들을 대거 투입해 물갈이 실험을 하다 국내파 위주의 한국에 덜미를 잡혔다.클린스만 감독 출범후 4승1무후 첫 패배.
먼저 골문을 연 것은 올림픽호의 황태자 김동진. 절묘한 발리슛이 그물을 가르며 한국이 먼저 한 골을 뽑아내 전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김동진은 전반 16분 이동국의 크로스가 독일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흘러나오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쏜살같이 달려들며 통렬한 왼발 논스톱슛을 꽂아넣었다. 8번째 A매치 출장에서 터뜨린 첫 골. 8월 12일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멋진 왼발 발리슛을 4만6000여명의 축구팬들이 운집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다시 재현한 것.
그러나 세계 최강 독일은 전반 24분 프리킥을 미하엘 발라크가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만들었다. 수비벽 오른쪽으로 감아차 골대 오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절묘한 스핀 킥이었다.
강한 압박으로 미드필드 장악에 우위를 보인 한국은 전반 플레이 메이커 김두현이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간 뒤 공격력이 둔해졌다.경기 주도권을 쥔 독일은 그러나 전반 29분 발라크의 슛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골을 결정짓지 못했다.
후반전 1-1 동점 상황,이동국의 오른발에서 2번째 슛이 터져 나왔다. 후반 25분 박규선이 미드필드에서 길게 패스해준 볼을 페널티라인 왼쪽에 있던 이동국이 수비수를 등지고 360도 돌며 오른발 터닝 발리슛으로 강하게 꽂아넣은 슛이 그대로 오른쪽 골문을 가른 것.
이후 독일의 줄기찬 대시를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막아내던 한국은 박재홍(26·전북)의 핸들링 반칙으로 동점위기를 맞았다.그러나 발라크의 페널티킥을 이운재가 스페인전처럼 멋지게 왼쪽으로 넘어지며 막아내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쐐기골은 후반 36분 교체투입된 조재진(23)의 발끝에서 나왔다. 빠르게 드리블해 온 차두리(24)가 골문 앞에 있던 조재진에게 패스해준 볼에 살짝 발을 갖다대 방향만 바꾸어주며 3번째 골을 낚아 전차군단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부산=문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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