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호텔 발코니에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데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더니 순식간에 호텔 2층까지 흙탕물로 가득 찼습니다.” “해안가 도로에 주차된 차량 20여대가 해일에 휩쓸려 호텔 정문 앞까지 떠밀려 오고 해변은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이었어요.”
태국 휴양지 푸켓에서 휴식을 즐기려다 아시아 지진 해일을 겪고 27일 다급히 귀국한 여행객 790여명은 긴박했던 대피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전 9시38분 대한항공 KE638편으로 귀국한 신혼부부 이기태(36)씨 내외는 “26일 오전 10시쯤 파통 비치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 발코니에 나왔다가 밀려오는 해일을 목격하고 대피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이드의 승합차로 간신히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직후 도로가 통제되고 교통수단도 끊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가족여행을 떠났던 박주원(17)양은 “파통 비치 숙소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지진으로 2차례 흔들림을 느꼈고,이후 바닷물이 밀려와 호텔 1층이 잠기고 전화 인터넷 가스가 모두 끊겼다”고 말했다.
오전 10시42분쯤 아시아나항공 OZ748편으로 귀국한 대학원생 허지연(26?여)씨는 “아침에 호텔이 여러 차례 흔들리더니 1시간 뒤 수영복만 걸치고 소리지르며 해변을 뛰어다니는 유럽 관광객들을 보고서야 뒤늦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남승완(34?여)씨는 “오전 9시30분쯤 해안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바닷물이 빠져나가 사람들이 신기해 하면서 갯벌에 갇힌 물고기를 주으러 해변에 많이 나갔다”며 “해일 경고 방송이라도 있었다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객들은 또 해일 직후 푸켓공항 근무자들이 대피 방송도 없이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출발 예정시간을 18시간이나 넘겨 간신히 푸켓항공 9R607편으로 귀국한 회사원 한은영(30?여)씨는 “어떻게 공항직원들이 안내방송도 없이 먼저 대피하느냐”고 말했다.
한편 푸켓 인근 피피섬에서 26일까지 머물렀던 한국인 관광객들 중 7명 가량이 해일이 잦아든 뒤 푸켓으로 재이동해 현재 무사한 상태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푸켓 패키지 여행코스로 피피섬에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H레저업체 관계자는 “24∼25일 푸켓에서 피피섬으로 들어온 7명 정도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26일 오후 해일이 잦아든 뒤 푸켓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정동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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