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일’ 왜 일어났나
동남아시아 전역을 초토화시킨 이번 지진과 해일은 12개로 구성된 전세계 지각판 중 호주·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호주·인도판은 매우 활동적이어서 동북방향으로 매년 6㎝ 정도 움직이고 있는데 해저 지진으로 인해 호주·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의 아래쪽을 파고들면서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진이 땅 위에서 발생하면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지만 해저에서 일어나면 지각판의 충돌로 바닷물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불러 해일을 유발한다.
해일은 바닷물이 육지로 범람하는 현상을 말하며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폭풍해일, 고조해일, 지진해일로 분류한다. 이중 바다 밑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의한 해일인 지진해일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유래해 ‘쓰나미(Tsunami·津波)’라고도 부른다.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항상 지진해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진해일은 리히터 규모 6 이상의 해저지진이 발생하고, 진원의 깊이가 60㎞ 이내이며, 역단층과 정단층 등 수직적인 단층운동이 발생했을 때 일어난다. 이 운동으로 아래 거대한 지각이 일시적으로 들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바닷물 전체가 들어올려져 거대한 물기둥이 발생한다.
이번 지진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박사는 “그동안 축적된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호주·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면을 뚫고 분출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가로막혀 태평양쪽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었으나 장애물이 없는 반대편으로는 인도양을 지나 멀리 아프리카 케냐의 해안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24일 호주 남부와 남극 사이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에 자극받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같은 지각판으로 연결돼 있어 한쪽 판의 에너지 분출이 반대편 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주에서 남극 대륙쪽으로 800㎞ 떨어진 해역에서는 24일 오전 2시쯤 리히터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깊은 바다에서 일어나 해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인명이나 재산피해도 없었다.
〈유신모기자·이은정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