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만 해도 택시·버스 운전사들의 목표는 개인택시였다.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고 수입도 괜찮아 개인택시 면허를 양도받으려는 신청자가 매년 수천명씩 줄을 서곤 했다. 힘들고 박봉인 시내버스는 운전업계의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서울에선 상황이 180도 역전됐다. 개인택시를 포기하고 시내버스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기사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 지원으로 버스기사 연봉이 평균 3100만원 선까지 향상된 반면 택시는 불황 탓에 승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택시 면허 신청자는 2100명으로,전년도의 2600명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2003년 7000만원선이던 면허 양도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5500만원까지 하락했다.
4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51)씨는 “시내버스로 옮긴 동료 기사가 20명쯤 된다”며 “나도 버스회사 취직만 되면 당장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인택시 사정은 더 나빠 지난해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중 40%가 퇴직했다. H택시회사 이모(33) 기사는 “하루 8만6000원 사납금을 벌기도 힘들어 일자리만 생기면 대부분 떠난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각 시내버스 회사에는 이력서가 가득 쌓여 있다. 서울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송우(43) 노무과장은 “각 회사가 받은 이력서를 집계해보니 2000장이 넘는데 퇴직자는 거의 없다”며 “버스업계의 모범택시로 불리는 고속버스 기사들도 서울 시내버스로 옮기는 추세”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승객이 적은 노선에 재정 지원을 하자 시내버스 기사 연봉은 평균 260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높아졌고,배차시간 단축 독촉이 사라져 근무여건도 개선됐다. 전국택시노동조합 이헌영(33) 차장은 “대중교통망이 열악하던 1970·1980년대 땜질식으로 택시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서울시에는 적정 수요 5만대를 훨씬 넘는 7만2000대가 운행되고 있다”며 “택시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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