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이 훈련병에 인분먹여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이 얼차려로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입에 넣으라고 강요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20일 육군에 따르면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모연대 3대대 11중대장 이모 대위(28·학사 35기)가 지난 10일 오후 3시30분쯤 화장실 점검을 실시한 뒤 좌변기 20대 중 2대에서 물이 내려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대위는 오후 4시쯤 중대 통합내무실에서 정신교육을 받던 훈련병 192명 모두를 집합시켜 인분을 손가락으로 찍게 한 뒤 집단으로 세워놓고 동시에 입에 넣을 것을 강요했다.
군 헌병 조사 결과 당시 훈련병 가운데 절반 가량이 위압적인 분위기에 못이겨 이 명령을 이행했고 나머지는 쭈뼛거리다 말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훈련병은 마지막인 5주차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훈련병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인권위와 청와대, 기자들에게 진상을 알려달라고 부탁함으로써 드러났다.
육군은 이날 물의를 일으킨 이대위를 긴급구속하는 한편 감찰감(중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육군훈련소로 내려 보내 진상 규명에 나섰다.
이대위는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훈련병들이 좌변기 물을 또다시 내리지 않아 교육차원에서 인분을 손가락에 찍도록 했다”며 “‘입 벌려’, ‘넣어’, ‘빼’라고 했을 뿐 차마 먹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고 군 조사에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육군은 “군 간부 신분으로 이와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은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로써 육군 역시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또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알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은폐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