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아들만 둘인데 절대 이 일을 못하게 할겁니다.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닌데 이 일로 돈 좀 벌겠다고 시간은 시간대로 쏟아붓고,자존심도 모두 버려야하고,국민들한테 좋은 소리도 못 듣고…”
30여년 동안 건설업만 해오며 중견 기업을 일군 사람이 자신의 2세는 절대 건설업에는 손대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다. 평생 키워온 회사도 팔아치웠으면 치웠지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 나라에서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기가 지긋지긋하게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450억원으로 전문건설업계 30위 안에 드는 삼대양개발을 비롯해 삼대양 레미콘,성일 아스콘 등의 오너인 정장율(62) 회장. 2만6000여 중소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우리 나라 중소 건설업계는 일을 제대로 하면 망하고,부정하면 돈을 벌게 돼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답시고 건설업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바람에 수천 개의 부적격 업체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페이퍼 컴퍼니로 불리는 부적격 업체들은 헐값으로 공사를 수주하고,헐값에 맞춰 부실공사를 합니다. 이들 업체는 직원이 없어 평소에 관리비 등 비용이 안 드니 적자가 날 일도 없고 퇴출도 안 됩니다. 제대로 된 회사들은 관리비 등 각종 비용 때문에 공사 단가를 정상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수주를 못 하지요. 수주를 못 하면 회사 관리비조차 대기 어려워 퇴출됩니다. 수주하려면 헐값을 써내야 하고,부실 공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허가제를 신고제를 바꾼 것은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병원을 차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건설업 자체가 불황이긴 하지만 중소 건설업체들은 정부와 대기업 사이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말로만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한다고 할 뿐 실제로 우리들에게 해주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대기업은 몇 천억원씩 빌리지만 우리들은 10억원 빌리기도 힘듭니다. 그런가하면 정부가 일용직 근로자에 대해 4대 보험을 확대 실시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아 보험료 부담을 대기업이 아닌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이 몽땅 떠맡게 됐어요. 예를 들어10억원짜라 공사를 수주했을 경우 보험료를 6000만원이나 납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소 업체들이 공사에서 생기는 이익을 모두 보험료로 납부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대기업들의 횡포도 심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들은 재해율이 높아지면 감점을 받아 공사 수주가 어려워지고 시공능력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되는 점을 우려해 산재 사실을 은폐·축소합니다. 그러고는 하도급자인 중소업체에 공상 처리토록 강요하거나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설업’ 하면 ‘부실 공사’나 ‘비자금’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겹쳐 있는 것도 그의 불만이었다.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그렇다고 돈이라도 제대로 벌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해서 그는 자기 대에서 이 일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많은 건실한 중소 건설회사들이 도산할 것으로 전망하는 그는 중소 건설업체들이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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