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여행하면서 챙긴 책, 300여 년 전에 여성이 여성에 대하여 쓴 글을 읽었다.
가브리엘 쉬숑은 여성을 '나약함, 가벼움, 변덕스러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가하는 부당함에 대하여 반론한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 독자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시대의 여성의 위치를 생각하면, 시대를 엄청 앞서간 분이다.
여성은 이러 이러하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종교적으로 규정된 남성 중심의 시대에서, '탄탄한 논리와 신빙성 있는 인용에 근거한 나의 논지를 반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6쪽).'로 당당히 맞서고 있다.
지금 읽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맞물려 있다.
남녀를 구분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특성이고,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러움은 개인의 타고난 성질과 환경, 상황에 따라 드러나고 감추어진다.
소위 상황과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나약함, 가벼움, 변덕스러움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를 여성의 특성이라 단정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약함, 강함, 가벼움, 무거움, 변덕스러움, 진중함까지 가지고 있으며, 이 단어들이 내포하고 켜켜이 쌓인 여러 의미까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
우리는 남녀로 구분하면서 사는 삶이 아닌, 한켠으로 치우치는 삶이 아닌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 약함과 강함, 무거움과 가벼움, 진중함과 변덕스러움의 사이에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특성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재적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남녀 차이보다는 사람이라는 틀에서 자랐고(친구왈, 부모님의 양육 태도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이 자기들과는 차이가 난다고..), 결혼 생활도 동등하게 살고 있다. (아들왈, 아빠는 엄청 가부장적인데, 엄마만 모르고, 엄마의 바른 주장이 강해서..)
그런데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