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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도둑질한 이 순간의 이미지를 끌어 모아, 고독한 저녁마다 결코 실증나지 않는 오래 된 영화를 보듯 되풀이해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pp.101~102
"언젠가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꼭 저를 찾아오세요. 어떤 여자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죠. 문제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p.168
"넌 그 때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해?"
신부의 눈에 침울한 빛이 어렸다.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을 뿐이지.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으니까."
p.265
기욤뮈소, <구해줘> 中
+) 며칠 전 이 책을 몇 시간 동안 단숨에 읽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러브 스토리에 불과할꺼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이게 혹시 '추리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 다음은, 그 다음은, 이들은 뭐지? 끝없이 의문을 자아내어 쫓아가게 만드는 글. 약간의 추리와 약간의 러브 스토리와 또 약간의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 소설이다.
모든 것을 적절히 섞어 놓았는데. 그렇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랑스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프랑스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있는 사건 전개와 인물 사이의 우연성이 흥미롭다. 기존의 프랑스 소설은 한 문장, 한 문장에 사유의 깊이가 있으며 몽환적인 것들도 많았는데. 이 책은 그와 달리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이 작가는 대중적인 소설가가 아닐까. 대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기존의 프랑스 소설과 다른 분위기가 나를 좀 놀라게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가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사랑, 죽음, 삶의 트라이앵글에서 울리고 있다. 삼각 구도 어느 선을 건드리더라도 세 가지가 같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 읽고 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접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아, 책 장마다 제시하고 있는 짧은 글귀는 소제목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삶과 죽음과 사랑에 대한 구절들인데 좋은 명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