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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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마다 생존에 더 절박하게 필요하다가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의존적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 의존적 대상 선택의 기준을 가진 사람이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그 기준이 되는 결함 속에 영원히 매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p.45

 

"5분 이상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다."

화를 잘 낸다 함은 어떠한 분노도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p.65

 

우울증은 내 마음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난장판이며, 정신의 착오일 뿐이었다.

이제 나는 우울증을 다스릴 줄 알게 되었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틀림없이 이런 상황 중 하나다. 일주일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너무 오래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틀어박혀 있었거나, 심하게 추위에 노출되거나, 햇빛을 적게 쬐었을 경우이다.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20분 정도만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p.77

 

내면의 불안감을 인식하고 수용하자 오히려 불안정하다고 느껴온 삶의 조건들을 파도타기하듯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의 안정을 꿈꾸는 대신 어떻게 파도타기의 중심을 잘 잡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p.91

 

 

김형경, <사람풍경> 中

 

 

+)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으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나와 흡사하다는 생각은 기존에도 했었으나 이렇게 심리적으로 공감이 가는 인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도 생겼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소설을 쓸 수 없으리라 믿었으니까.

 

<사람풍경>이 제시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서술자일수도 있고, 복수의 목소리를 간직한 다수의 인물을 상징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정신분석학의 개념을 호기심 많은 독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심리 여행 에세이라는 책의 설명은 깔끔한 제시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말대로 여러가지 정신분석사전의 개념들을 차용하여 글을 작성하였더라도 기본적인 태도는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기에 다가서기 쉽다.

 

한 사람의 경험에서 깨닫게 된 정신분석학적 경향을 살펴보는데, 문제점과 동시에 서술자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 놓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이런데, 나도 그랬지, 나도... 글자마다 수없이 많은 나를 발견하며, 내가 아파하는 부분과 내가 깨달은 부분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반가워했다.

 

가끔 자신의 가슴이 머리와 달리 행동할 때 이런 책을 읽어봐도 좋다. 무엇보다 우울할 때 가벼운 걷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걷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그것은 내가 깨달은 진리이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기뻤다.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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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최승호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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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비의 고비'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 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고비> 中

 

 

+) 시인은 이 시집에서 '적막, 부재, 고요, 바람, 흔적' 들에 대해 노래한다. 사막을 여행하는 입장에서, 난생 처음 사막 한 가운데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서 읊고 있다. 그것은 사막의 황량함과 황막함을 드러내는데 화자는 철저하게 사막의 모래 한 알갱이처럼 존재한다.

 

사막에서의 모든 생활은 기존의 시인이 살아온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모래 바람에 목욕을 해야 하며, 화장실은 사막의 모든 곳이 된다.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고 길이라고 칭하는 곳을 무작정 간다. 그곳에서 그는 내면의 고요를 보게 된다.

 

그 적적함이 적막과 부재의 이미지로 되살아 난다. 바람은 그의 고요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소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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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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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도둑질한 이 순간의 이미지를 끌어 모아, 고독한 저녁마다 결코 실증나지 않는 오래 된 영화를 보듯 되풀이해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pp.101~102

 

 "언젠가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꼭 저를 찾아오세요. 어떤 여자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죠. 문제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p.168

 

 "넌 그 때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해?"

 신부의 눈에 침울한 빛이 어렸다.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을 뿐이지.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으니까."

p.265

 

 

기욤뮈소, <구해줘> 中

 

 

+) 며칠 전 이 책을 몇 시간 동안 단숨에 읽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러브 스토리에 불과할꺼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이게 혹시 '추리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 다음은, 그 다음은, 이들은 뭐지? 끝없이 의문을 자아내어 쫓아가게 만드는 글. 약간의 추리와 약간의 러브 스토리와 또 약간의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 소설이다.

 

모든 것을 적절히 섞어 놓았는데. 그렇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랑스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프랑스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있는 사건 전개와 인물 사이의 우연성이 흥미롭다. 기존의 프랑스 소설은 한 문장, 한 문장에 사유의 깊이가 있으며 몽환적인 것들도 많았는데. 이 책은 그와 달리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이 작가는 대중적인 소설가가 아닐까. 대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기존의 프랑스 소설과 다른 분위기가 나를 좀 놀라게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가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사랑, 죽음, 삶의 트라이앵글에서 울리고 있다. 삼각 구도 어느 선을 건드리더라도 세 가지가 같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 읽고 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접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아, 책 장마다 제시하고 있는 짧은 글귀는 소제목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삶과 죽음과 사랑에 대한 구절들인데 좋은 명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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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로세서 1급 기출문제 필기 - 이것만은 알자!, 2009
아주큰선물 수험서개발팀 엮음 / 아주큰선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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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자격증 필기시험 문제집은 완벽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아주 자세하게,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경우, 자세한 설명보다 핵심을 짚어주는 문제집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의 '요약'과 기존 시험에 출제된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에 붙었다. 

심지어 2번 이상 출제된 문제풀이까지 실어놓은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의 자격증 대비를 위해 매우 유익하다. 

다른 종류의 자격증 필기시험도 이 출판사의 시리즈로 공부할 생각이다. 

부담없이 합격의 길로 인도하는 책. 

권하고 싶다.  

얇고, 공부하기에 부담없으며,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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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마리오네뜨
권지예 지음 / 창비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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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인가봐요. 불행이든 고통이든 말이지요.


-[고요한 나날]

 

 지치고 힘들 때, 누름돌에 눌린 것처럼 끝도 없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불가하해한 인생의 중압감이 느껴질 때, 자신이 견뎌야 하는 자신 만의 무거운 추를 떼어내지 못할 때, 남자 역시 이 세상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존재를 지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순식간에,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완벽하게 삭제하듯이.

 하지만 남자는 또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거운 중력만큼 또 그만큼의 부력이 삶에는 항상 내장되어 있는 거라고. 그걸 믿지 못하면 뜰 수 없다는 것을 전직 수영강사인 남자는 몸으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무물고기]

 

웬만큼 살다 보면 자기 인생에 관한 한 '감'이라는 게 생기는 법이다.

-[투우]

 

내 삶은 늘 그랬어. 늘 원하면 사라지게 장치가 돼 있었지. 그래서 나는 늘 덤덤한 척하는지 몰라. 삶이란 놈이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지. 그건 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방관자적인 내 기질인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마녀]

 

 

권지예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中

 

 

+)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언젠가 어떤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권지예 소설 읽어봤어? 왜 그리 답답하지?" 그때는 아무 말도 못했다. 권지예의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까. 오랜만에, 오래된 책을 집어 들고 읽었다. 그제야 선배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선배가 지적한 '답답함'이란 책 전면에 깔린 운무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큰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한숨이 아니라 큰숨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필치에는 색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한 선을 긋고 있다고 해야할까. 여운을 남기는 게 아니라 의문을 남긴다. 찾고 싶으면 찾아보라고 공공연히 던져놓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걸 찾아야 할 이유조차 찾게 만드는 게 문제다.

 

작가가 일부러 새겨넣은 운무의 글자들은 책을 뿌옇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또 한번 큰숨을 쉰다. 나는 이 작가에게 좀 더 강렬한 것을 시도해도 괜찮다고 전해주고 싶다. 총8편의 단편 중에서 나는 맨 마지막 [사라진 마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나머지 7편의 색깔이 짙은 회색이었다면 오직 이 한 작품만이 짙은 녹색과 어두운 회색의 조합이었으니까.

 

스토리의 변화를 원한다기 보다 소설의 구성에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말하는게 옳겠다. 뭔가 오르락 내리락, 툭 치고 나오다가도 슬그머니 들어서는, 그런 극적 긴장감이 부족한다. 맨 마지막 한 작품만이 구성의 선이 살짝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뭔가 역동적인 삶을 그려도 충분히 괜찮다. 작가에게 여러가지 색깔을 요구해본다. 어쩐지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보다 소극적인 필치라고 생각된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글을 쓰길 바란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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