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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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부리는 진저리를 치면서 뒤쪽으로 그 물건을 집어던졌다. 나중에야 그는 그런 것들이 찌그러진 콜라 깡통이나 잇자국이 남은 담배꽁초가 담겨 있는 소주병처럼 도시에서 버려진 것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무엇이든 제각기 슬픔이나 아쉬움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게 딱부리를 더욱 낯설고 무섭게 했는지도 모른다.

p.47

 

성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는데 뒷전에서 컬컬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얘야, 가지 마라. 그럴듯하지만 이건 꾸민 거란다. 뒤를 돌아보니 김서방네 할아버지가 서 있다. 여긴 웬일이세요? 내가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말한다. 사람들이 그 길로 가다가 모두 망쳐버렸다. 지름길인 줄 알고 갔지만 호되게 값을 치를 게다. 온 세상의 산 것들과 물건들이 너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p.251

 

 

황석영, <낯익은 세상> 中

 

 

+) 이 책에는 꽃섬이라 불리는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할 물건들을 골라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딱부리라 불리는 소년은 어머니와 함께 포장마차를 하며 산동네에서 살다가, 꽃섬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에게 꽃섬은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이며, 그곳 사람들의 관계가 서로 이익에 얽혀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꽃섬에는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사람이라 호칭해야 할지 정령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딱부리는 친구를 통해 그들과의 만남을 지속해간다. 그들에 따르면 살아있는 사람들은 욕심때문에 일을 망쳐버리게 되고, 그 욕심때문에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간다고 말한다.

 

약간은 환상적이면서 샤머니즘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까지 도입하여 욕심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낸다. 그 허망하고 허탈한 심정이 이 작품 속에서, 스스로를 제법 성장한 어른이라 여기는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꽃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사람이 존재하는 그 어디에서도 가능한 일들이 벌어진다. 황석영 작가의 몇몇 작품들과 비슷한 색깔을 간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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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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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독재정권이다. 총칼로 정권을 장악했으니 법 위에 군림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이나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인 정경유착이 이때부터 생기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애국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정한 처사라고 여겼다.

p.87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결은 영남과 호남의 대결을 의미한다. 선거에서 영호남이 대립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고향, 자신의 지역 출신 인물에게 투표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예는 흔하다. 그러나 선거를 빌미로 지역 감정이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는 선거로 끝나야 하는데 영남사람들이 호남사람들을 증오하고 호남사람들이 영남사람들을 증오하는 것은 민족적인 재앙이다.

p.182

 

야당에서도 치열하게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KAL기가 폭파되어 악재라고 한탄했다. 여객기가 폭파되었다면 북한공작원의 짓일 가능성이 크고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수록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야당보다 여당에 표를 던진다.

p.315

 

 

이수광, <대한민국 12비사> 中

 

 

+) 이 책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숨겨진 사건들, 주목받지 못한 사건들 혹은 주목받았는데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 이수광이 일제 강점기의 백백교 살인사건부터 화성연쇄살인사건까지 현대사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범죄 사건 12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마치 여러 편의 단편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가 종종 뉴스나 신문에서 보아왔던 사건들만을 선택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미심쩍은 부분과 미해결된 사건들을 다각도로 추적한다. 저자는 역사 속 미스터리한 사건을 철저하게 자료 조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만들었다. 시대별 혹은 시기별 따분한 역사서보다 이런 책이 독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읽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소설처럼 읽기 쉽게 쓰여져서 적합하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어떤 정치색으로 둔갑시켜 읽어버리면 저자의 의도를 매도하는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원한 것은 아마도 현대사의 깊은 이면을 관심을 갖고, 발표된 것이 다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길 바란 것 같다.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은 관심과 노력에서 나온다. 그 점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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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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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방자가 아니다. '해방자들'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민중을 해방시키는 건 그들 자신이란다."

p.434

 

"적이라는 존재로 하여 혁명가는 행복을 느낀다. 적은 근본적인 변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창출한다."

p.463

 

우리 앞에는 끝없는 투쟁이 있음을 기억하여라.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너 역시 투쟁의 대열에 끼어야 할 것이다. 어른이 될 때까지 가장 혁명적인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여라. 이 말은 네 나이에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가능하다면 정의를 지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라. 나는 네 나이에 그러지를 못했단다. 그 시대에는 인간의 적이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네게는 다른 시대를 살 권리가 있다. 그러니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p. 575

 

인간은 태양을 향해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은 인간을 불타오르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준다. 고개를 숙인다면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p.701

 

모든 진실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뺨이 자신의 뺨에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

p.710

 

 

장 코르미에, <체 게바라 평전> 中

 

 

+) 이 책은 체 게바라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체 게바라를 연구한 수많은 서적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체 게바라가 태어날 때부터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혁명가 체 게바라에 대해서는 그가 살아있을 때보다 사후에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것에 저항하고, 가난한 자들에 손을 내밀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한 사람이 그였다.

 

인상깊었던 점은 천식으로 비교적 약한 체력이었던 그가, 그런 육체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식축구를 할 때도, 동무와 무전여행을 떠날 때에도, 혁명가로서 사람들을 위해 나설 때에도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정의와 진실이라고 판단한 것에 철저하게 의지했다.

 

의사이자, 정책가이며,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일생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철저하게 지켰으며, 불의한 것들에 타협하지 않았다. 신념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믿으며 지켜내는 멋진 사람이 있다니. 그 앞에서 좌절과 실망이란 한없이 부끄러운 태도가 아닐까.

 

그의 말처럼 태양을 향해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정의가 무엇인가. 내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그것이 정의이다. 옳다고 믿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 신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신념을 지켜내는 것이 어떤 삶인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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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수능 국어영역 기본편 - 5월 예비평가에 따른, 수능 A/B형 기본기의 모든 것
김은영 지음 / 쏠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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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능 A,B 유형 둘 다 기본적인 대비가 가능한 문제집이에요. 기초라서 개념정리에도 매우 좋습니다. 구성도 깔끔하고 얇아서 지루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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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중3 예비과정 국어 - 2013년 EBS 중학 예비과정 2013년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편집부 엮음 / 한국교육방송공사(중고등)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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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전체 과정이 압축되어 문제와 지문으로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 출판사 교재 지문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통합형 국어 교재로 얇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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