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연두 특서 청소년문학 38
민경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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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아는 연두를 자신의 시선 밖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연두가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것이 아니라, 실은 채아가 연두를 지워버린 셈이다.

사람들이 오빠를 밀어낸 것처럼. 세상이 오빠를 지워버린 것처럼.

사람들은 장애인을 볼 때 불쌍함을 느끼는 것을 자신이 착한 마음을 가진 것이라고 착각한다. 뭐, 틀린 것은 아니다. 그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채아는 그 '착한 마음'이라는 것이 종종 헷갈렸다. 불쌍하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졌다고, 그렇게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조차 오빠가 가까이 다가가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러니까 그 '착한 마음' 안에도 차별은 있다.

pp.29~31

엄마가 사과하면 자신이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오빠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오빠는 그냥 장애가 있을 뿐인데, 엄마의 사과를 받는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너그럽지 못한 아이, 이해심도 배려심도 없는 아이인 자신이 못마땅했다.

p.35

오빠를 등 뒤로 숨기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던 엄마, 그런 엄마 뒤에서 겁을 잔뜩 먹고 있었던 오빠. 그렇다, 자폐장애인의 사랑은 미안하고 무서운 것이다.

p.81

"채아! 박채아는! 연두네 반! 연두 친구! 박채아!"

"채아가 연두 친구야?"

"연두 친구! 박채아! 2학년 3반! 채아는 도와줘요! 연두를! 채아는 진짜 친구! 가짜 친구 아니고, 진짜 친구! 연두는! 채아 좋아요!"

pp.120~121

"연두 엄마가 나한테 했던 첫마디는 '미안해요'였어."

"......"

"'미안해요, 우리애는 장애가 있어요'라고."

"......"

"그게 미안할 일은 아니잖아."

"글쎄...... 미안한 일이 아닌데, 미안한 일이야. 미안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미안한 일이 되어버린 거지. 그냥 그런 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세상이, 사람들이......"

p.130

민경혜, <세상의 모든 연두> 中

+)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초반 10%쯤 읽었을 뿐인데도 이야기에 푹 빠져들 만큼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점점 소설 속 내용에 빠져들며 읽을수록 '참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친구들 사이의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폐를 갖고 있는 이들을 세상이 어떻게 바라보는가, 또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존재한다.

청소년들만 읽기에는 아깝다고 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마음을 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있다. 이 책에는 어른들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담겨 있다.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어떤 시선을 갖지 말아야 하는지, 그들을 왜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정이라는 단어 앞에 아이와 어른의 구별은 없다는 것도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저자를 칭찬했다. 어찌 보면 참 마음 아픈 소재인데 재미있고 몰입도 높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민감하고 어려운 소재를 공감하기 쉽게 전개하는 구성력도 탁월한 작가 같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장애인들을 대하는 것에 차별이 있지는 않았는지, 소설 속 채아의 말처럼 착한 마음속에 차이를 두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에게도 어느새 장애는 미안한 일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리고 있고, 그래서 마음이 아픈데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작성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넘어선 성찰의 단계까지 나아가게 하는 전개 방식이라고 본다.

소설 속 채아의 말처럼 누구든 동등하게 똑같이 대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연두를 만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차이와 차별, 우정, 장애인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 장애인과 장애 가족의 마음 등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청소년 소설로 한정하지 말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았으면 싶다.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과정과 더불어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푹 빠져 소설 읽기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 끝이 찡한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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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의 시작
치카노 아이 지음, 박재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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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을 접던 밤, 나는 나름대로 성매매에 대해 타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맴돌았고, 가끔씩 불쑥 솟아올랐다.

하지만 막상 생각하려고 하자 내가 마음에 그렸던 성매매의 이미지는 제삼자들의 말뿐이었고, 정작 가장 중요한 엄마의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였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현역으로 일할 수 없었을 거야."

p.51

이곳은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다. 이런 불안정한 장소에는 서 있을 수 없다. 언제 신분이 노출될지 모르는 그런 공포에 떨며 사느니 차라리 이 환경을, 모든 관계를 통째로 끊어버리는 편이 낫다. 과거도 미래도 묻지 않는 '지금'만이 있는 밤의 세계에서 일시적으로 어울리는 편이 더 편하다.

p.88

우리는 타인이다. 과거도 미래도 공유하지 않는, 오직 '지금'만 존재하는 관계다. 그가 나에게 한 이야기나 내가 그에게 한 이야기도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이기에, 원하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관계이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아닐까?

p.107

"난 그냥... 나 같은 사람 옆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후우카 같은 사람이라니?"

"모든 사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

p.160

"선생님은 왜 교사가 됐어요?"

"어? 으음... 정상적인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정상적인 어른은 어떤 사람인데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직업을 목표로 한 거야."

p.177

"나츠키는 말이야, 비뚤어졌지만 착실한 방향으로 비뚤어졌구나."

"비뚤어지는 데도 방향성이 있나요?"

"있지. 솔직히 말하면, 이상하게 겉바른 척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 같아. 그런 게 좋아."

p.244

"말하자면... 감독도 결국 우리를 얕본 거야. 도와줘야 하는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은 사회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런 불쌍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잘난 자식아, 고맙다! 너무 훌륭해서 눈물이 다 난다!"

p.276

치카노 아이, <시작점의 시작> 中

+) 이 책은 일본에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로, 성매매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집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들은 마치 연작소설처럼 이어져 있어 작품마다 인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 흥미롭다.

성매매 여성으로 살며 아들을 키우다가 결혼을 하려는 싱글맘, 성매매 여성의 삶을 거쳐 교사로 근무하다 그만둔 여성, 여행 자금 마련을 위해 성매매를 시도하는 여대생,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걸 말한 뒤 갈등하는 싱글맘, 성병 예방 정보나 접대부 여성을 위한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는 여성 등등

하지만 이 소설에는 여성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관계 맺고 있는 이들 즉, 그들의 가족, 그들의 손님, 그들의 연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향한 타인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잘 담아내고 있다.

나 혹은 내 주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먼 관계에서 이들을 바라볼 때와, 나 혹은 내 주변인의 이야기로 이들을 겪어야 할 때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 소설은 그 양쪽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파격적인 소재를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성매매 여성과 가족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모습에서, 나라면 어떨까 어떤 생각으로 그들을 바라볼까 고민한 시간을 준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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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심리학 -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명쾌하게 이해하는 심리 수업 쓸모 있는 공부 2
강현식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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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받으면서 잘 살아 보려는 욕구(삶의 욕구)인 에로스가 자신의 마음에 있다고는 쉽게 인정하지만,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파괴와 공격성의 욕구(죽음의 욕구)인 타나토스는 인정하기 어려워해. 이것은 다분히 초자아의 영향일 수 있어.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욕구는 서로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해. 프로이트는 인간의 몸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설명했어.

pp.24~25

프로이트는 개인의 경험, 즉 억압된 욕구가 무의식의 시작이라고 주장했어. 물론 융도 개인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무의식을 인정해. 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집단무의식이라고 주장하지. 다시 말해 인류 전체의 경험으로 생가나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무의식이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거야.

p.37

자기실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과정은 나(자신)과 역할(페르소나)을 구분하는 거야. 사람들은 나 자신과 페르소나를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데, 마치 가면이 얼굴에 붙어 버린 격이지. 우리는 어떤 역할을 부여받은 존재이기 이전에 고유한 개성을 가진 존재야. 융은 나와 페르소나를 구분하는 것이 자기실현의 시작이라고 했어.

그다음엔 그림자를 만나 화해해야 해. 나의 열등한 모습을 무조건 없애려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것도 역시 내 모습임을 인정하는 거지.

나의 그림자와 화해한 사람은 자신과 삶아 있는 사람을 보아도 화가 덜 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이처럼 자신의 어둡고 열등한 부분과 화해하는 것이 자기실현의 두 번째 과정이야.

p.44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은 철학적 내용(인식론)을 과학적인 방법(실험)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지. 이후 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용(마음)보다는 방법(과학)을 강조했어.

다시 말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함에 있어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다면 심리학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심리학이 아니라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한 거지.

p.81

  • 개념 이해하기

- 인식론 : 철학의 한 분야로, 자신의 본질과 획득 과정에 대한 논의

- 합리론 : 진리를 추구함에 있어서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입장

- 경험론 : 진리를 추구함에 있어서 객관적 증거와 경험적 자료를 중시하는 입장

p.89

유기체인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방법과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보다는 세 가지 환경을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그 세 가지란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그리고 솔직성이야.

로저스는 이 세 가지 환경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된다고 했어. 이를 가리켜서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이라고하지.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pp.122~126

강현식,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심리학> 中

+) 이 책은 청소년을 예상 독자로 설정하여 이해하기 쉽게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심리학자들의 핵심적인 이론을 소개한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분트, 스키너, 로저스, 셀리그먼이 그들이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의식, 에로스와 타나토스 등의 개념으로 풀어낸다.

숨겨진 진짜 내면을 만나고자 융의 집단 무의식, 페르소나와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열등감이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아들러의 이론을 활용한다.

심리학의 정의에 대해 분트와 함께 고민하고, 행동을 수정하고자 스키너 상자 실험에 대해 언급하며 무기력하고 우울한 이들에게 필요한 로저스의 이론을 가르쳐준다. 우울한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보여준다.

더불어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셀리그먼의 낙관주의, 긍정의 심리학이 도움 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이 이해하기 쉬운 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심리학 이론들을 실제 청소년들의 현실에 맞게 상황을 설정해 다가가기 쉽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각 장 별로 끝부분에 심리학자들의 핵심 개념을 정리하는 부분도 있어서 내용 파악에 도움이 된다. 작고 얇은 책이라 읽는데 부담이 없고 고민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마음은 물론 상대방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나, 대인관계 혹은 자기 자신에 관해 고민이 있는 청소년들, 그리고 심리학을 쉽게 접근해 보고 싶은 성인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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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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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재구실하며 살려다 보니 어느새 망가져버렸고, 재구실 따위 못 하게 됐다. 스스로 멈춰버린 일주일.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내가 없이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1%

"근데 그게 돈이 될 거 같진 않았고, 괜찮은 거야?"

"안 괜찮은데 좋아. 그리고 좋아서 하는 일이 돈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17%

아무리 애써도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서울역에서 무서운 노숙자 아저씨들만 보고 돌아왔던 기억. 오후 늦게 잔기침을 하며 집에 돌아온 내게 가족 중 누구도 어딜 다녀왔느냐 묻지 않았던 날.

"그러니까 인정받지 못한 가출이었구나."

22%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하는데,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너무도 호의가 아닌 사람들. 즉, 호의의 가격보다 호의 제공에 따른 자가 비용이 더 비싸 다시는 그 호의를 받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거절하면 이들의 대답 역시 대동소이하다. '내가 그렇게 베풀었는데'거나 '난 할 만큼 했다'거나.

25%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숭고하다. 그것이 돈키호테의 존재 이유니까. 아저씨의 필사 노트로 완독한 <돈키호테>의 주제 역시 꿈을 향한 모험을 펼치라는 것이었다. 쉰 살이 넘은 시골 기사가 세상의 정의를 세우겠다고 길을 떠나는 설정 자체가 '꿈꾸고 있네'라는 편견을 들을 일이다. 하지만 꿈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31%

아저씨는 이렇게 답했다. 한 교수 같은 사람이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그걸 깨기 위해 나섰다고. 지식인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42%

"어느새 투실투실해진 몸은 내가 돈키호테가 아니라 산초라는 걸 일깨워주었고. 그래, 농부 산초처럼 섬에 가서 당근 밭과 돼지 농장을 가꾸고 새파에 지친 사람들의 짐을 나누며 살아야지. 그게 내 깜냥에 맞는다고 생각한 거야."

75%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 中

+) 이 책은 현재 실업 상태인 주인공이 어렸을 때 동네 비디오 가게 '돈' 아저씨와 소통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돈키호테처럼 멋진 기사도를 가진 아저씨를 다시 만나고 싶지만, 지금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PD였던 경험을 살려 유튜브로 돈 아저씨 찾는 과정을 방송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저씨를 아는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며 아저씨의 과거를 알아간다. 그러면서 그때 아저씨의 선택에 자신을 투영해본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돈키호테 같은 아저씨, 그가 사회에서 겪었던 수난을 고스란히 접하며 주인공은 순간순간 인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을 비롯해 아저씨를 찾는 여정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읽는 이 역시 돈키호테의 삶이든, 산초의 삶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내린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소설의 분량은 긴 편이나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괜찮을 정도로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긴 소설의 어떤 부분이든 개인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휴가철에 읽기에 무난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소설을 읽으며 꿈과 용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변할 수 있고 변해도 되는 게 꿈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지금 꿈이 없는 듯해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꿈을 떠올릴 수 있다고 본다. 그때 필요한 게 용기이다.

이 소설 속 돈 아저씨와 주인공처럼 용기있게 선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불어 부당한 사회 구조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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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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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대상 자체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배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으로 타인을 비난한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은 불행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배움이 충만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21%

중요하지도 않은 타인에게 당신의 평정심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8%

그가 아픈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아프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3%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분란에 개입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다.

자유인이 되는 유일한 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관심을 거두는 것이다.

36%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없다. 그 아픔을 허락할 때만 당신은 아픔을 느끼게 된다.

53%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일에서만 선과 악을 구분한다면 그 무엇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일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좋거나 나쁜 것으로 규정한다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 신을 탓하고 책망하게 된다.

56%

당신을 험담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친구가 있다면 변명하지 말고 이렇게만 말하라.

"내가 저지른 잘못들 가운데 그 이야기만 했다니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이군."

61%

모든 일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 측면은 그 일을 지지하도록 돕고 다른 측면은 그 일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71%

그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 그 행동이 나쁜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잘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지 않도록 하라.

73%

행복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를 넘어선 것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것이다.

87%

에픽테토스,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中

+) 이 책은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강의 내용을 그의 제자가 기록한 것 중 일부를 담아 엮은 것이다. 에픽테토스가 직접 저술한 책은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이렇게 제자가 그의 철학 강의를 기록한 것으로만 존재한다.

에픽테토스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노예로 태어났다는 이야기와 신체에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 에픽테토스가 스토아 철학을 접하고 철학자로 살면서 많은 이들이 그를 따랐다고 한다.

이 책은 '손에 들고 다닐만한 요약집 혹은 매뉴얼'이라는 뜻을 지닌 책 <엥케이리디온>의 내용을 축약해 구성했다. 에픽테토스의 철학 중 핵심적인 것을 모아 엮은 어록집인 셈이다.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인지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핸드북이라는 목적에 맞게 한두 문장으로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느꼈다.

한두 문장 혹은 한두 쪽 분량의 글을 접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기에 명언, 격언, 잠언 등등 그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매번 다른 문장들이 새롭게 와닿을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에픽테토스의 철학적 사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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