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로 미티스는 러시아의 고음악 전문 클래식 레이블로 전 앨범을 SACD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 알렉세이 우뜨낀이 지휘한 바흐의 오보에 작품집은 전부터 상당히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궁금했던 앨범이었는데 SACD 포맷인 탓에 가격이 약한 편이 아녔던지라 구경만 하던 차, 마침 모처에서 할인행사를 하길래 구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가 3편까지 나온 걸로 보면 알겠지만 아직은 그 수가 얼마 안되는 카로 미티스의 카탈로그에서 주력으로 미는 앨범이란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증명하는 것처럼, 쳄발로 협주곡으로 유명했던 곡을 최초의 오보에 협주곡 양식으로 되살려낸 이 연주가 주는 감흥은 근래에 손꼽히는 상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딱 부러지게 얘기하자면 청량함이랄까. 첫 곡인 '오보에 다모레 협주곡 BWV1055'에서 시작부터 치고 들어오는 인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즐겁게 만들었던 건 '오보에와 플루트,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1064'의 알레그로 파트가 전해주는 시원스럽고도 맑은 감흥이었다.

그런데 프레싱 중에 발생한 문제인지 얕은 노이즈가 들어가 있는 게 들려서 반품하고 교환을 받기로 했는데, 품절 상태가 되버렸다. 아마도 국내에 다시 들어오기가 쉬울 거 같진 않다. 해서, 그렇게 떠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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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케이션]은 가끔 보면 위로가 된다. 나도 저 1기 때의 행크 무디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면서 살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것도 데이빗 듀코브니쯤 되니 설득력이 생기지) 그 복잡끈적한 관계들의 풍경과 그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저정도로 사는데도 버티는데 뭐, 하는 생각에서다. 픽션이 현실에 위안을 준다면 이런 거겠지. 여기서 보여지는 난장판이 딱히 비현실적이란 생각도 안 드는 게 세상은 넓고, 별의 별 일도 다 있으며, 섹스중독증 치료를 위해 들어갔던 재활원에서 나오자마자 별거 상태에 들어가야 했던 데이빗 듀코브니는 그의 마누라 티아 레오니가 빌리 밥 손튼과 놀아나는 관계였다는 현실을 확인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치유계 드라마 아닌가 이거. 데이빗 듀코브니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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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체 게바라라는 이름을 어따가 갖다 붙이기만 해도 단숨에 유치한 기분마저 들어버리는 세상이 됐다. 그것은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그만큼 아이콘화되었다는 것이며 그만큼 진저리나게 소비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체]는 늦어도 단단히 늦게 온 영화다. 적어도 체 게바라의 얼굴이 티셔츠에 찍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전에 왔으면 그나마 쓸만하다고 칭찬을 들었을지언정, 이제 이 영화는 태생에서부터 그동안 이뤄졌던 체 게바라에 대한 온갖 맹목적인 숭배와 악의적인 해체작업들을 동시에 감내하면서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야 할 팔자가 됐다.

그러나 그 수많은 체 게바라의 복제들, 끊임없이 원본을 마모시키는 노이즈들 때문에 이 영화는 되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간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결과물들이 신통하든 신통치않든 다큐적인 방향성을 계속 자극시켰다는 걸 생각해보자면(심지어 [오션스] 시리즈마저도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배우들이 벌이는 원맨쇼를 촬영한 셀러브리티 다큐 같았다. 그래서 그토록 심심했던 건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의 가장 훌륭한 결과물인 [트래픽]을 생각해보면, [체]가 소더버그의 손을 잡고 나아갈 최선의 방향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묵묵함과 절제, 그리고 직시.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건 그의 삶에 대한 질감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확보였길, [체]가 성공적으로 뽑혀나왔기를 바라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혼돈스러운 시대를 뚫는 진정성이란 놈이 확보할 수 있는 마땅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과연?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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