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띠에 -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단편집
최규석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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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된 만화다. 동생의 방에서 '습지생태보고서'를 재미나게 읽고는 그 만화가의 다른 만화책들을 몽창 장바구니에 넣어 함께 온 책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만화가들이 한꼭지씩을 잡아 그렸다. 한국작가들의 만화를 우수수 보고, 프랑스작가의 만화는 뒤집어서 읽게 되는 구조다.

만화책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우리나라 작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프랑스 작가는 또 한국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나. 이유가 뭘까, 프랑스는 문화적으로 보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가. 그런 것인가. 하는.

프랑스작가들이 프랑스에 대해 그리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대신 프랑스가 한국과 관계맞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프랑스 만화가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한국인 아버지를 가진 프랑스인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하는,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의 프랑스 쥐씨의 십이지신 식탁이라던지하는-, 한국의 작가들은 한국에 대하여만 말하는구나. 하는.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만화를 그려주세요'가 아니라,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대한 만화를 그려주세요'였을 수 있겠지.

그래도, 역시 드는 생각은 문화에 대한 무의미한 높낮이 따위, 까끌까끌하다.

(책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오해가 있다, 주제는 '한국'이다.그렇지만, 역시 모르는 채로 본 것이니까, 부끄럽지만, 내버려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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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 SBS 드라마스페셜
하지원 외 출연 / SBS프로덕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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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디비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대해 쓰기 위해서 펼친다. 디비디에는 디비디 구매자에게 적합한 말들을 남겨야 하는 거라고 자중해 왔지만. 이 드라마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져서는 하지 않던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요새는 아주 희박한 무시무시한 현실적 날카로움이 존재한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성공의 담론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드라마는 '그 믿음'이란 것을 내팽개치게 만드는 절망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권을 장악한 '성공?한 부자들'은 죽을때까지 모를,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계급의 끝과 끝의 이야기가 폭주한다.  

아무도 그런 불행 믿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생겨먹은 현실 때문에 사랑도 사랑이 아니고, 이별도 이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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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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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직 공무원인 동생이 공무원 독서 클럽에서 '두바이 ~'어쩌구하는 '규제완화 예찬론'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을 보내줘야지 마음 먹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선택해 그 독서토론이란 걸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다시 책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연령대도 다양하고 그런 클럽에서 읽기 적합한가, 회의하게 되었다. 몇 권 더 추려 보내줘야지, 생각하면서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다.

책의 아이디어들은 충분히 설득력있다. 이명박정부-이렇게 불러도 정말, 된다면(누구 말마따나 정부가 니꺼냐)-가 들어서 건설자본들이 어떻게 얼마만큼 팽창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무분별한 개발이 미래세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무섭다. PM10이라는 미세먼지농도에 대한 공포, '원인을 알 수 없는'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보건상의 문제들. 더하여 전체 산업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 국가별로 비교하는 대목은 새롭다. 토목국가로 일컬어지는 일본조차 우리보다 건설업 비중이 낮고, 선진국 최적의 비중은 13%정도라고 했다. 건설업 비중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국가적 경제 위기가 닥쳤었다고 도표와 그림들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껏 '뉴딜'정책, 그러니까 정부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롭다. 지금껏 나는 심정적으로는 '그러면 안 돼'지만, 경기를 부양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끌려가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를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이 책은 내 동생과 동생의 독서클럽에 소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 빗대어 현상황을 풀려던 대목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색했다. 저자입장에서 반지의 제왕이 충분히 생명평화에 대한 비유로 읽혔겠지만, 그래서, 국내의 현상에 대한 짧은 언급다음에 바로 반지의 제왕 줄거리를 들려준 거겠지만 그건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불성실한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수백만이 아는 이야기인데, 뭐 특별한 차별점 없이, 있다면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정도로, 기술했다는 것은 종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막연한 저항자였던 나에게 일말의 논리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추천하다가, 지나치게 길었던 반지의 제왕 때문에 여전히 망설이면서, 보낼 때는 아마도 동생보고만 읽으라고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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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3-0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종이에 대한 예의라는 대목에서 살짝 웃었어요. ^^

별족 2008-03-02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나쁘지 않은데, 그 부분 빼고 문고판처럼 나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셈코 스토리 -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
리카르도 세믈러 지음, 최동석 옮김 / 한스컨텐츠(Hantz)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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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심이 아직 생긴다. 확인하고 싶다. 셈코라는 회사를 셈코라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그래서, 모두가 주인인 이 회사를 정말 꿈이 아닌지 꼬집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 책뿐이다. 아니 한 권 더 다른 책 뿐이다. 그래서,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정말 이 꿈같은 회사가 꿈이 아닌지.

이 책은 우리 부서 장서 중 한 권이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별로 안 들여다보던 이 장서들을 동료의 전화선 교체로 내 자리가 번잡해서 들여다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회사라길래, 어떤가 보려고 꺼냈는데, 정말이지 신기한 회사다.

인상적인 두 장면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이 회사의 경영자는 -경영자가 저자다- 전통적인 가업인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자다. 그는 관리를 하지 않는 경영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건 상식 그 이상이다. 출퇴근, 휴가을 원하는 시간에 하라고 모두에게 알리고, 그 반대에 직면해서 하는 대답은 '자유롭게 하라면 회사가 돌아가도록 협의를 할 것이다. 협의도 하지 않고, 자기 편할 데로 행동할 정도로 책임의식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닌가?' 아, 정확히 옮기지 못하겠다. 요는 관리가 아니라, 책임의식. 자명한 진리에 대한 것이다.

이 경영자가 수백명의 팀을 이끄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에너지기업의 전문가에 대한 묘사를 하는 것이다. 이 전문가의 임무는 장기 전망을 수립하는 것. 그래서, 묻는다. 십년전 당신의 예측은 맞았습니까? 이 전문가의 예상은 두 배 이상 낮게 책정되어 있었고, 회사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문가의 대답은 '나는 틀려도 괜찮습니다. 대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계산한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였다. 이 대답을 이 경영자를 통해 전해 들으니, 우리 회사도 다르지 않은데, 참 이상한 조직이구나,라는 자각이 생겼다.

자신의 회사는 6개월의 단기 전망만을 가지고, 누구나 참여를 통해 조직의 방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히 현명한 한 사람이란 없기 때문에, 모두의 말을 들어 가는 것이 가장 바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항이 컸던 조치가 결국 취해지기로 모두에게 동의를 얻게 된다면, 더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의 과정에서 이미 문제제기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믿고, 정말로 자율,이란걸 부여한다면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게 신기했다. 아, 나는 그러한 믿음이 있는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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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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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책이다. 종교에 퍽 무관심한 나같은 사람이 읽은 이유는 음 종교적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이다.

도전받기 전에는 드러낼 필요없는 실천의지, 게다가 도전받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여성인 내가 '평화의 얼굴'을 읽을 필요는 어디에 있었을까. 지금은 논쟁에서 살짝 벗어난 논쟁이 화닥닥 불붙었다 해도, 뭐라고 입이라도 벙긋하느니 가만 있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여자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런 논리정연한 변론서를 왜 읽었을까.

게다가, 도전받지 않아 가만히 있고, 도전받는데도 또 가만히 있고, 논리는 없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면서.

이 책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라면,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더 하게 되었다는 것. 밀양을 이야기하던 글들-영화는 안 봤다-에서 시작된 종교에 대한 생각, 친구가 내게 준 책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 드라마를 통해 구해 본 '거짓의 사람들', 거슬러 올라가 '파이 이야기'까지. 특정 종교를 택하지 않는 나의 태도는 신의 존재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있거나 없거나 그만이라는 주의-혹은 진짜 신이 있다면 이걸 원할까?-인데.

평화를 실천하는 기독교도-절대 신도가 준다고 '반대'입장에 있는 기독교도가 아니라-들을 보면, 그런 믿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삶이란 것, 실천이란 것. 뭐든지.

이 책은 논리정연한 변론서이지만, 주로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기독교도 반대자'이고, -뭐, 말미에 조금은 기독교가 아닌 거부자들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그 논거가 대부분은 '기독교도 거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양심적 거부의 기독교적 전통이 얼마나 오랜 것인지, 이런 것이라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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