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월 25일 목요일,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공지영 작가를 만나러 고려대학교로 향했다. 이번에 에세이 작품을 발매한 공지영 작가의 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신청을 해봤는데 뜻밖의 기쁜 소식을 얻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갔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서 좋은 자리에 앉아 강연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굉장히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아마 공지영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은연중에 ‘아,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라고 생각해서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작가 중에 열 손가락 안에 꼽히면서 그만큼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공지영 작가의 첫 인상은 굉장히 아담했고 목소리가 예뻐서 강연회의 분위기가 한층 더 부드러웠던 것 같다. 항상 책 표지에 인쇄된 사진으로만 만났던 작가를 실제로 보니 연예인이라도 본 것 마냥 신기했었다.
이런 강연회의 경험이 많았던 듯 공지영 작가는 유연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먼저 사랑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알려주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완전한 사랑이 있다고 믿으며 사랑해보지 않은 인간은 인생이 공허하다 말하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찔끔찔끔 찔러댔다. 평소 사랑이라는 단어를 부끄럽고 낯설다면 낯선 단어로 생각했던 나로서는 공지영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생일도 지나서 완벽한 스무 살 이지만, 아직 정신연령만큼은 중학생인 내 동생과 똑같아서 ‘사랑’이란 주제를 어색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나는 사랑의 경험이 없으니깐.)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에 빠져 공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별이 두려워 사랑을 시작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없는 사랑은 없어요. 사랑은 상처와 함께 오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꼭 나를 가리키며 내뱉는 말 같았다. 찔끔하는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표정관리를 했는지 모른다.
쉰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겪어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책으로도 내고 그녀를 동경하는 우리 독자들 앞에서 덤덤하고 스스럼없이 자신을 보여주는 공지영 작가는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알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작가이기 전에 한 아이의 부모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손해지는 인간적인 면도 그녀를 더 빛나게 만들어줬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행복한 소설가라 칭한 공지영 작가는 더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솔직함과 당당함이 같은 여자이면서 동시에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굉장한 동경과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작품을 위해 감옥에 있는 사형수들을 취재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녀가 했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살아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에요.” 역시 작가라는 이름은 아무에게나 붙여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만남을 계기로 그녀에게 더 빠질 것만 같다. 공지영 작가가 말하기를 자신은 남을 위해 글을 쓴 게 아닌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지만 또한 반대로 상처받은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주는 그녀를 은연중에 위로해주고 거기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독자들의 마음을 공지영 작가, 그녀는 알고 있을까?
공지영 작가가 말하는 20대에 꼭 해야 할 일!
1. 코피 터지게 사랑과 연애를 하라.
2.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어보고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해 놔라.
3. 꼭 혼자서 먼 여행을 다녀와라.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신 알라딘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