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박원순 변호사님을 디자이너 박, 박씨 아저씨라 부르기로 했다.
막연한 존경을 품으면서도 무어라 호칭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순히 시민운동가라 하기엔 넘치시는 분 이었는데,
유쾌하게, 신선하게, 친근하게, 디자이너 박씨 아저씨다!
평범하고 지루했던 일상을 살며시 건드려 주는 강연 내용도 나에겐 무척 신선했지만, 무엇보다도
예의 그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스개가 섞인듯 아닌듯 진지하고 느릿느릿한 말솜씨,
그리고 얼굴 곳곳에 숨어 있는 주름이며 하나하나의 표정이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소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요즘 뉴스보며 가슴을 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질문인데,
여기에 박원순씨 이렇게 대답하신다.
"왜 당신이 이길로 왔냐 하시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만남을 갖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인생의 본질이 뭐겠습니까, 결국은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우문에 돌아온 현답이었다. 답을 구하려 집에서 한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달려간 것은 아니었는데,
뜻하지 않게 우연히도 오늘, 박원순씨로 부터 현답을 얻게 되었다.
오늘 나는, 박원순씨 표현대로 "우리 사회 비밀의 문"을 빼꼼히 들여다 보았다.
아직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지는 못하고 엉거주춤 하지만,
천천히 삶을 돌아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가치를 소중히 하는지...
그리고 삶이 항상 깨어있을 수 있는 작은 방편으로, 사회에 대한 어두운 고민을 재미난 아이디어로 변환해 보려한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박수를 치며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여러분" 하던 디자이너 박의 목소리가 가슴깊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