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수요일. 그냥 별일 없는 아니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이런 저런 예기가 오고가는 그냥 그런 날이다.
홍대역 근처에서는 조그만 토크타임이 열렸습니다.
분명 책방인데, 그리고 한가롭게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보고
진한 커피향에 취해야 할 곳이,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의자소리만 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사재기를 위한 것도 아니고, 선착순 뭐도 아닌데,
문 안쪽부터 줄을 서서 본의아니게 문에 걸쳐서 있었던 어느
겨울밤. 그 밤은 지금 생객해도 추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책방안이 따뜻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서울시장님이십니다. 그런데, 유독 오늘 이 자리가 출판기념회가
아니라는 말! 다들 아시죠? ^^;;
시장님은 참으로 말을 잘 하십니다. 그런데
말을 잘 해서 시장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역시 시장님이라는 존칭이 다른 직함보다는
너무 자연스럽게 되어 버린 게 불과 2-3년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스타는 스타죠..
책 예기 뻔하다구요? 그러게요. 책 예기 안하십니다.
그냥 인생예기, 삶예기, 그냥 하루예기가 다 책 속에 녹아 들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시장님은 캘리그라피로 여러 좋은 글귀를 SNS를 통해 보여
주십니다. 그런데 솔직히 썩 잘 쓰는, 아니 잘 그리는 것은 아닌 듯!
저도 잘 배우면 시장님정도는 아마 쓰지 않을까요?
.... 웁스..... 쏴리....
젊은이의 질문이 중 "시장님은 실직하시면 뭐 하고 싶으시냐요?"
시장님이 당황하셨나 보다. 학생이 보충설명으로 "나중에..."
갑자기 사람들이 웃는다. 글쎄.. "나중이라면 언제?", "지금은 아니죠?"
뼈있는 웃음은지, 농담인지 시장님은 허허허 웃으신다.
또 한 대학생은 마을 공동체 관련 질문/답변 중에 나중에 "이장이 되겠습니다"란
말로 시장님한테 멋쟁이 소리 들었답니다. 젊은이가 이장 한다는 말
처음 들었다고... 하긴 뭐든 바닥부터 열심히 일하는 자가 진정한 일꾼이라는 것
지위가 있어서 행복하기 보다는, 행복하기에 그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이미 경청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소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
흔히 저자는 자세한 내용은 다 책속에 있으니까 책을 읽으라고 한다.
시장님도 마찬가지다. 시장님도 요즘 부수입(?)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신다.
돈 많이 번다고 하신다. 그런데 다 쓰고 남으니까,
정말 아쉬운데, 바쁘고... 그러니 책에 욕심을 낸다고 하시는데, 정말인가?
갑자기 불우이웃돕기 온 것 같기도 하고.
시장님은 다음 책을 쓰고 싶다고, 갑자기 제목을 말씀해 주십니다.
"인본"이라고 합니다. 책쓰는 사람들은 그렇게 책쓰고 싶어하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게 책 많이 쓰면...
하긴 똑똑해지겠죠?
아참 시장님은 초판작가라고 합니다. 절대 2판이상은 나오지 않는데요.
이상하죠? 다 안 사서 읽나... 도서관에서 돌려 보나 봅니다.
저도 사실 시장님 이름으로 된 것 2번째라, 남 들으라고 한 것은 아닌데,
콕 찔렸습니다.
또, 메모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지독하게 메모광으로 알려저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을까하는 예기를 하시네요.
궁극적으로는 메모도 습관이 필요하고, 습관이 정리가 되어 결국 책이라는
창조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즉 메모 잘하면 책 잘쓴다는 말씀! 쌩뚱맞죠....다른사람 이야기....
예기가 참으로 정리하기는 뭐하지만, 그냥 들으면 고개가 끄덕입니다.
이번에는 맨 앞자리 앉아 봤습니다. 뭐 시키지는 않나, 괜히 눈 마주치지 않나
걱정은 했지만, 다행히 옆사람까지만 처다보시네요.
다행입니다. 뭐가 다행인지는 모르지만요.
끝으로 본인은 항상 떠날 준비를 한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뭐든 준비한다는 예기는 아니지만, 뭔가 놓아야 할때에 아쉬움과 미련으로
안주한다는 예기로 들리지 않네요.
참으로 멋지십니다. 그냥 떠난다는 것이 세상삶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 되세김을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면...
하지만, 절대 등떠밀려서는 안간다는데... 심오하지만, 역시 책봐야 알
예기같습니다.
50여분의 시간이 쉼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냥 어딘가 왔다 휙 사라지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시장이니 독자이니 하여도, 잠시 쉬는 시간에 맨 뒤에 쪼그려서
앉아있는 것이 정말 그냥 아저씨입니다. 얼굴 안 알려졌으면...
"아저씨, 옆에 자리 있어요? 저도 앉아도 돼죠?"해도 될 모습이
지금보 보입니다. 그냥 그렇다. 그냥 평범하다. 그냥 헤헤헤.. 웃는 모습만이
괜히 남아있네요.
가끔씩 이런 분들의 예기가 그냥 살아가는 데 윤활유는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한모금 갈증날때 먹는 물같은 것은 맞는 것 같네요.
그냥 짧은 시간! 집에 오는 길에 싸인 받은 책을 손에 들고
잠시 졸아봅니다. 그냥 하루 일은 기억 안나도 시장님의
웃는 듯, 마는 듯.. 얼굴을 기억에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곳 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갈수는 없지요? 그래서 시장님께 싸인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