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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낮에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던 나는 미약한 진동에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알라딘에서 온 공지영작가의 강연회 당첨 공지 문자였다. 그 순간 내가 있는 공간과 이 문자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며칠 후 나는 대전행 서울발 기차를 타고 인쇄해 온 고려대학교 약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내려 고려대로 향하던 나는 서울의 꽃샘추위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봄이 나를 맞이해 주는 것 같았지만 공지영 작가와 나의 만남을 시기라도 하듯이 바람이 왜그리 세차게 부는지 옷을 손으로 여미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강연장에 도착한 나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고 있었다. 항상 인쇄물로만 접해오던 작가를 만나게 된다니 얼마나 떨리는 일인가! 그것도 그녀의 글에서 문제를 인식하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위로까지 받았던 나인데 말이다.

  강연은 시작되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약간은 마른 얼굴에 스스로는 살이 쪘다고는 하지만 날씬한 몸매에 목소리마저 지성미가 느껴졌다. 약간은 도도해 보이고 성격마저 있어보였지만 강연 후엔 왜 그리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해주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등이었다. 그 이야기를 세 가지로 내 나름대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코피 나게 사랑하라.

  그녀가 말했듯이 이것은 코피가 날정도로 사랑하는 사람과 밤새도록 전화하고 만나고 다시 쪽잠을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연인을 만나러가는 코피이다. 그렇듯이 열정을 가지고 열렬히 사랑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너무 머리로 사랑을 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나 역시 그 중의 한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로 인해 최근에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열수가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나의 가장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을 다칠까봐서였다. 하지만 강연 덕분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 책을 많이 읽어라.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후회됐던 것이 도서대출증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도서관의 그 많은 책들을 대학 다닐 때는 술을 마시느라 놀러 다니느라 많이 읽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도서관의 책을 다 읽어라! 단호한 그녀의 이야기.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세계관이 조금씩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대에 많이 고민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가면 가치관이 적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20대가 가기 전에 그녀의 충고에 따라 볼 생각이다.

3.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과거 사형수였던 고김용재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가 행했던 살인에 대한 도덕적인 면을 제외하고 그 사람 자체만을 보았을 때 그녀는 그의 인생을 이해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모두들 그에 대한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타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판단하고 판정하고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행동을 그것이 나쁜 행동이 됐더라도 반드시 설득력이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알려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많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나 고통속으로 들어가려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힘이 되어 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짧으면 짧은 2시간의 강연이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그녀는 마지막에 티비에서는 참 많은 사건사고가 보도되고 그럼으로써 악인들이 이 세상에 굉장히 많은 것처럼 비추지만 아직 인류가 망하지 않은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는 더 많은 선인이 있기에 그 균형을 맞추어주기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는 그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처럼 사회문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참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회가 끝난 후에 그녀의 사인회가 있었다. 밝게 웃으면서 그녀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짧은 문장과 함께 싸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문득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인 그녀의 책에 나온 구절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새 책이 나오고 출판사에서 요청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집에 가면 파김치가 돼서 거의 신음소리를 내며 앓는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녀를 보니 왠지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친절한 사인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그녀의 책을 다시 한 번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인생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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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나에게, 

아주 가벼운 그렇지만, 너무도 커다란 행복을 선물했다. 

이 책을 주문하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와서 작가와의 만남에 응모를 했고, 그리고 내 생에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 공지영씨 와의 만남에  당첨 - 이건 정말 나에게 로또가 된 것 만큼이 

커다란 환희였기에 당첨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 이 되었다. 당첨소식을 듣구 설레는  

하루반을 보내며, 밤잠 설쳐가며 상상을 했다. 내가 사랑한 책들의 저자. 내게는 너무나 닮고 싶은 지식인. 

내가 기대한 각종 작가의 모습들을 오버랩하며 내 인생 20대 중반에 지극히도 자극이 필요했던 나에게, 시기적절하게 하나님 

께서 주신 선물이라 생각했다.  지방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고려대를 찾아가는 내내 내 발걸음은 날개를 달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하며 들어간 강당은 사실 날 약간 실망하게 했다. 미흡한 준비로 인한 뒤늦은 플랜카드 설 

치며, 부실한 마이크, 강연한 참석한 주변 몇몇 학생들의 태도들이 환희에 벅찼던 가슴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하게 만들 

었으니깐. 하지만, 역시나 내 바람처럼 너무나 멋진 공지영 작가님은, 다른 모든 부족한 부분들을 감싸버릴 만큼 좋은 강연 

으로 서울까지 올라간 내 성의를 일컷 행복으로 채워주셨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강연에 참석한 대부분의 20대가 고민하고  

생각해보았을만한 이야깃거리들로 우리의 귀를 , 마음을 사로잡으셨다. 진실한 사랑의 존재여부는,, 애정에 피끓는 20대에게 

적합한 정말 공지영 작가님다운 주제선택이었다. 그리고 사랑에서 파생된, 좀 더 넓은 인권문제며, 작가님이 소설에서 다루 

었던 주제들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2시간을 꽉 채우셨다. 20대에 코피터지게 사랑하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몽땅 읽어보고, 또  

혼자서 멀리 여행도 떠나보라는 말씀은, 앞서 읽고 갔던 아주 가벼운 깃털에 쓰셨던 내용인지라, 꼭 한번 해 봐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던 터였는데, 작가님이 강연장에서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니, 정말 힘주어 후배에게 권하는 선배의 말처럼  

꼭 하지 않으면 나이를 먹어서 후회를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패로 인해서 아파하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찾지 못하고 있던 내게 어제의 강연은 너무도 큰 자극이 되었다. 나는 어제 이전까지 진흙탕 위에 넘어진 아이였었다. 

옷에 진흙이 묻고, 온 몸에 흙탕물을 범벅한 채 울고 있는 아이말이다. 그런데 어제 들은 강연은, 괜찮으니, 일어서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위로 같았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큰 

힘이 되었고, 내가 존경했던 지식인의 생각과, 원칙들이 솔직하게 묻어나는 알찬 강연이었다. 

사인회 때, 이것저것 소소하게 물으시면서, 친절하게 사인을 해 주시는 작가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어제 받은 사인은 내 평생 꼭 품고 가고 싶을만큼 소중한 한마디였다.  

" 두려워 마세요. 生은 당신을 사랑하고, 또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자_!!"

참석하지 못한 다른 모든 공지영 작가님 팬 분들도 나처럼 저 글을 읽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너무나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준 알라딘에 감사하다. ^^ 

모두모두 공지영 작가님의 "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만큼 유머를 잃지않고 소소한 행복을 잃지 않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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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신형철이 묻고 한창훈, 염승숙 작가가 답하는 "소설 속을 거닐다"라는 이름을 단 이벤트였지만, '몰락의 에티카' 를 쓴 신형철이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지인이 당첨되어 우여곡절(사실은 호들갑) 끝에 동반 참석한 곁다리 1

홍대앞 토끼의 지혜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는 신형철씨가 질문하고, 80년대생 소설가와 80년대 소설가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식이라기보다는, 이야기가 발산되는 따스한 현장이었다. (그렇지만 뭔가 시원해졌습니다.) 자기 색이 분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역시.... 시원해졌다.   

  • 한창훈 소설가의 걸걸하고 시원시원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재미있는 이야기들. 
     # 80년대 소설가-토끼띠-토끼의 지혜      # 지형과 언어, 왜 경상도 말은 짧고, 충청도 말은 길어졌을까?
     # 섬 사람(:p) 한창훈, 순수한(?) 염승숙, 윤리적인(;) 신형철   # 근저에 있는 우리의 고통, 고통의 무게     ...

채플린의 '위트' 그리고 섬 사람들의 고단한 삶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위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어휘에 민감했고, 이야기가 재밌있었기에 나올 수 밖에서 없었을 방언, 그리고 경험과 삶에서 술술술 나왔을 방언들도. 마지막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신 염승숙씨를 보고 있으니 순차적으로 묶여진 소설집과 그 첫 글('꼬리뼈')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일상 속에 쏟아진 질문들, 중얼거려졌을 어휘들.  으흠...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씨를 보고자 한 불순한 동행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한창훈씨 소설이 제일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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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회는 꼭 가고싶었다. 사실 나는 공지영 작가님을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었다.  

작가님은 책을 읽지 않으셨던 나의 어머니께서 책을 손에 쥐게 하셨던 분이시기 때문이었다.  
' 봉순이언니' 어느날 어머님께서 사달라고 하셨던 책이었다. TV에서 책 소개하는 것을 보고 왠지 보고 싶어졌다고 하셨다.

읽고 나서도 매우 흡족해 하셨다. 어머니 당신도 젊은 시절 가난한 집안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식모살이를 하시며
시골에 집도 사고 결혼도 하신분이셨기에 ' 봉순이언니'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신것 같았다. 
그리곤 최근에 다시 책을 사달라고 하셨다. 역시나 공지영 작가님의 책이었다.  

너무 궁금했다. 공지영 작가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어머니를 책의 세계로 빠지게 한 분이셨는지. 마침 알라딘에서 강연회를 개최했고 나는 바로 응모했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고 더우기 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했기에. 
 
강연의 내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모인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생이어서 20대를 위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겠다고 하셨지만 내용은 20대만의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로 기억나는 것이 타인에게 힘을 주는 방법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간 타인을 위로한답시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죽죽 늘어놓는 편이었다.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지금까지의 것들이 얼마나 그들에게 큰 비수가 되었고 더욱 힘들게 만들었는지 께달았다.     
작가님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를 인정하며 그의 잘못도 용서하는, 즉 그의 편이 되어주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궁지에 몰리고 사랑을 못받는 상황에서 칼날같은 조언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어제 강연이 끝나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아는 친구 녀석이 궁지에 몰려 완전 포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었다. 밤이 늦었지만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밤늦게 찾아갔고, 이제 까지의 방법을 버리고 공지영작가님에게 들은 이야기대로 밤새도록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오늘 아침, 궁지에 몰려 모든걸 포기하려고 했던 그 친구가 자신의 발로 일어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노라라고 했다. 그리곤 방금 나에게 전화해 덕분에 잘 해결되었고 고맙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정말 놀랐다. 그리곤 깨달았다. 사람에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게 되는지. 

두번째로 사랑의 방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께 질문을 했단다. '진정한 사랑이 있나요?'라고. 
그러면 작가님은 '진정한 사랑을 해본적이 있나요?'라고 반문하셨고 질문했던 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단다. 
사람들 모두 알고 있지만 못하는 것들, 사랑은 재지않고 상대방에게 무한정 쏟는 것을 하라고, 한창 혈기 왕성한 시기에 뜨거운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었을때 오는 허무함과 아쉬움은 갖지 말라고 하셨다.

이것과 이어서 작가님은 젊은 시절 해야할 것 3가지를 말씀하셨다. 

코피 터지게 연애하는 것(밤새 서로를 생각때문에 잠못이룰 정도의 연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는 것(혈기 왕성하고 지식의 흡수가 높은 시기에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리고 혼자서 먼 여행을 다녀오는 것(홀로 생각하고 홀로 해결하는 경험을 가져보라는 것) 

강연회가 끝나고 사인회때 난 드디어 작가님에게 하고싶은 말을 했다. 짧게나마 어머님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드렸고 감사의 인사도 드렸다. 그러니 작가님이 내게 효자라며 칭찬해주셨다. ^^ 

참 기분 좋은 강연이었다. 대가의 이야기를 듣고 배운다는것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며 이로 인해 내가 아는 이에게 도움까지 준다면 더욱 좋은 것이다. 나는 이번 강연으로 이 두 가지를 다 가질수 있었기에 더욱 즐겁고 행복한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쉬운거 한마디 하고 싶다.  
 
아래 쓰신분도 말씀하셨지만 마이크가 아주 거슬렸다. 작가님께서 몇번 교체를 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주최측에선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아무리 학생들이라곤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주신 작가님에 대한 예의는 정말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좋은 강연 준비해주신 알라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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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창훈 작가님과 염승숙 작가님의 작품을 읽지 못했었다. 강연을 신청한 이유는 사회자로 나오시는 신형철 선생님 때문이었다. 그 분의 책 <몰락의 에티카>의 서문을 읽고 마음을 뺏겨 버렸다. '문학은 비루한 자들이 하는 것이다', '문학은 몰락의 에티카다' 라는 그 분의 말에 나는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가? 비평집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만한 나에게 비평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신 분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 분을 뵐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신청 댓글을 달아놓고 당첨이 되기만을 기다리면서 한창훈 작가님의 나는 여기가 좋다를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바다 내음이 날아왔다. 그리고 짭쪼름한 바다 냄새 보다 내 코를 더 자극하는 건 바다에서, 섬에서 한 평생을 산 이들의 땀 냄새와 얼큰하게 취한 술 냄새였다. 책을 읽으면서 장면이 상상이 되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그곳의 냄새가 같이 떠오른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한창훈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하나의 장면보다 냄새가 먼저 느껴졌다. 그만큼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묻어 있는 소설이었다.  

25일 저녁 7시 10분 쯤 홍대 토끼의 지혜에 도착했다. 3월은 언제나 변덕이 심했다. 얇은 옷을 꺼내 입으면 그제서야 꽃샘 추위로 사람을 놀라게 했다. 어깨를 웅크리고 까페에 들어섰을 때 이미도 많은 사람들이 까페 안에서 강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연회 장소가 참 좋았다. 아늑하고 집중이 잘 되는 분위기였다. 얼마 후 세 분의 선생님이 도착하셨다. 그리고 신형철 선생님의 사회로 강연이 시작됐다.  

신형철 선생님은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사회를 진행하셨고, 작가분들께 질문을 던지셨다. 한창훈 작가님은 그럴 때 마다 위트있게 좋은 답변을 해 주셨다. 한창훈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야기꾼 그대로의 느낌이 묻어났다.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을 안달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창훈 작가님의 이야기에 마냥 웃고 있다보면 어느 새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진한 삶의 애환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작가들에게 더 거친 곳으로 가라! 더 많은 곳에 퍼져 살아라! 라는 충고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과 쓰려는 사람 모두에게 뼈 아픈, 그러나 중요한 말이 되었다.  

또한 염승숙작가님은 참 귀여운 분이셨다. 웃음이 많은 분이셨고, 유머와 농담, 속담과 사투리를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그 모든 상상력과 환상은 아마 그 유머에서 나오는 듯 했다. 꽤 많은 80년대생 작가들의 책이 나왔고,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신형철선생님의 말씀처럼 염승숙 작가님의 작품은 또래 작가분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다. 다르다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하나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조곤조곤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참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시간은 물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지만 그 분들의 책에 사인을 받은 것 또한 말 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사인이 된 책을 가슴에 품고 나오면서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나에게 글을 쓰는 작가란 언제나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이야기꾼을 동경했으며 사람들을 깔깔거리게 만들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잠을 못자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꾼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떨리고, 설레인다. 3월 변덕스러운 봄 날씨를 마냥 낭만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은 세 분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 시간이었다.  

덧 - 한창훈 작가님이 자신이 토끼띠라고 소개하시면서 강연회 장소였던 까페 이름이 '토끼의 지혜'라는 것에 웃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덧 - 신형철 선생님은 <몰락의 에티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꽤 쑥스러워하셨는데 그런 와중에도 해주셨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왜 이렇게 착하게만 비평을 하느냐? 왜 비판하지 않느냐?라는 말씀을 많이 듣는다고 하셨다. 요즘은 비평과 비판을 같은 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생님은 비평은 비판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셨다. 작가들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 보다 한 것에 대해서 잘 했다고, 그것을 부각시켜주는 것이 비평가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계속해서 그렇게 비평을 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는 왜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독한 말을 하고, 못한 것을 조목조목 꼬집어야 진짜 비평이라 생각했을까? 신형철 선생님의 그 말씀은 한참 동안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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