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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7월/8월] 작가행사 후기 상품권 증정 이벤트 당첨자 명단

 

안녕하세요. 알라딘 문화초대석입니다.

알라딘 <작가와의 만남> 우수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께 알라딘 선물 상품권을 이메일로 발송해드렸습니다.
알라딘 등록 이메일을 꼭 확인해 주세요.

여러 개의 당첨 내역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이 여러 개 발송되었으니, 
같은 제목의 메일이라고 지우지 마시고, 꼭 모두 등록하셔서 사용하세요.


* 알라딘 문화초대석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여하신 후 우수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께 3만원권 알라딘 상품권을 지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멋진 만남도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또 상품권으로 책까지 사서 볼 수 있는 1석 3조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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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무슨 6월달 후기 상품권이 11월에 들어오나요;; 11월 후기는 내년 봄에나 우수 후기 뽑는건가요?

순오기 2009-11-10 12:11   좋아요 0 | URL
^^ 부지런한 알라딘!

작가와의만남 2009-11-10 13: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하이드님. 순오기님. 알라딘 문화초대석 담당자입니다.
문화초대석 후기 상품권은 2개월 분량을 익월 초에 발표하여 진행하고 있는데요,
9월에 내부적으로 담당자 변경이 있어서, 해당 건의 처리가 다소 늦어졌습니다.

9/10월 우수 후기는 11월 중 발표될 예정이고요, 11월 우수 후기는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간이역 2009-11-1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감사합니다. 갑자기 꽁돈이 생긴 느낌이네요.
 

올들어 가장 추웠던 어느 월요일, 박찬일 셰프와 그의 스승인 멀리서 날아온 시칠리의 쥬세뻬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자리를 가졌다. 박찬일 셰프가 1년반에 걸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출간행사로 책에 나온 그 쥬세뻬!가 한국까지 날아와 제자인 로베르또(박찬일)과 요리대결을 하는 컨셉의 모임.이였는데, 먹고 마시는 모임이라 일단 신청은 해두었지만, 어떤 모임일지 가기 전에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100여명 정도 모인 큰 행사라고해서 혹 스탠딩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왠걸, '와인메이커스 디너'를 방불케하는(이 경우에는 요리가 주였지만) 멋진 디너였다.  

 

일곱시 조금 지난 시간, 때아닌 한파를 뚫고 도착하니, 와인잔 다섯개가 조르륵 세팅되어 있고,
이날 서빙될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의 와인 리스트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와인잔을 보는 순간 흐뭇하기 시작해진 하이드 ^^ v  
고급스러운 메이드 인 이탈리 나이프와 포크( 늘 이런데 눈이 간다. ^^)
행남과 빌레로이 & 보흐의 식기. (와인잔은 미처 확인 못했다.)  
훌륭한 서비스, 매끄러운 진행.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쥬세뻬가 이 쥬세뻬더냐! 박찬일 셰프는 칼럼으로, 이전의 와인책들로, 그리고, 누이누이의 셰프로 현실감이 있지만,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에 나오는 시칠리 깡촌의(?) 쥬세뻬는 뭐랄까, 너무나 먼 존재였단 말이지. 본인도 의식하는듯, 아님, 누가 물어봤는지, 우리 테이블에 들러서 '진짜 쥬세뻬'라며 웃고 가기도 했다. 

 

 

식사전 박찬일과 쥬세뻬의 음식설명이 있었다. 쥬세뻬 뒤쪽으로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레스토랑의 센터에 자리잡긴 했는데, 입구에 있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보고, 그날 행사도 돋보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일주일 전에 와서 적응하며, 재료를 찾았다던 쥬세뻬와 박찬일이 선보이는 음식들은
현지(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를 사용한 시칠리식 요리였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슬로우푸드'
슬로우푸드란 패스트푸드가 대변하는 대량생산, 기계화를 통한 미각의 획일화에 지양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식생활 운동이다.  

정식명칭이 슬로우푸드 아르치골라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1986년 맥도날드가 로마에 진출했을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게 슬로우푸드의 매력은 현지의 재료를 사용한 개성있는 음식이라는 거다.
아마, 논현동 레스토랑의 특성이었을꺼라고 생각되지만, 책에서 보고 생각했던것보다
음식에 장식이 많았고, 책을 읽고 생각했던 것처럼 양이 적긴 했다;;
물론 코스라서 다 먹고 나니, 무척 배가 부르긴 했지만서도. 아마, 천천히 요리되고, 서빙되는 특성상,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평소에는 자발적으로 못누리는(?) 천천히 제속도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포만감을 느끼고, 과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 사진이 흔들려 죄송; 식사중 요리에 대한 이야기와 질문을 받고 가신 박찬일 셰프. 기자의 모습은 모르지만, 요리사의 모습은 무척 잘 어울린다. 글도 잘 쓰고, 요리도 잘 하다니. 둘 다 못하는 나는 그저 부러울뿐;;



이 날의 요리 : 왼쪽부터  

멍게와 키조개 카르파치오, 단감과 배, 파인애플 슬라이스, 민트향의 멜론 그라니타와 김을 우려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 멍게와 키조개가 맛있었고, 민트향 멜론 그라니타와 잘 어울렸으며 단감, 배의 사각함이 풍미와 입맛을 돋구었다.

제주갈치와 고등어로 만든 작은 토르티노. 레드 파프리카 크림과 샐러리 크로칸테, 발사믹 터치
- 음.. 맛있었다. 아래가 레드 파프리카 크림이었다는걸, 지금 새삼 깨달았다는; 갈치와 고등어로 만든 토르티노는 70도 정도의 불로 아주 오래 끓여서 부드럽고 약간 흐믈한 느낌의 생선살을 뭉쳐 놓은건데, 요런 맛, 최고! 그위의 가니쉬는 튀긴거다. 바삭한 튀김이 아니라 씹는 느낌이 부드러운 튀김. 대파인가 생각했는데, 메뉴보니 '샐러리 크로칸테'라고 하는거겠지?

  

손으로 뽑은 오징어먹물 생면, 늙은 호박 크림과 삶은 한치
위에 올린 껍질벗긴 익힌 토마토 포인트!
오징어먹물 생면은 그간 맛봤던 오징어먹물 파스타와는 달랐던듯. 색은 까맸지만, 맛과 씹는 맛은 따뜻한 소면맛^^이었다.
그 위에 한치, 아래의 호박소스와 잘 어울렸다.  

검은깨가루와 허브를 입힌 소 등심과 깻잎 카포나타
메인인 스테이크~~ 깨가루와 허브를 입힌 요런 튀김이 시칠리 특유의 요리법이라고 한다.
맛있었다! 깻잎 카포나타에는 버섯과 야채들이 들어 있었다.  

에피타이저에서부터 음식이 하나하나 서빙될때마다 와인이 서빙되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의 와인이였고, 
향과 바디감이 좋았다. 그 중에서도 처음 서빙된 샤도네이의 청량함. 메인인 스테이크에 서빙되었던 메인와인 '돈나푸가타 밀레 우나 노떼 Donnafugata, Mille e Una Notte  의 풀바디와 강한향이 기억에 남는다.  

 

시칠리아식의 '쥬세페 바로네식' 라코타 디저트, 계피향의 마르멜라타  
돈나푸가타 벤리에 디저트 와인

왠만한 단 디저트는 잘 못먹는 나인지라 디저트는 조금 남겼다. 계피향의 마르멜라타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벤리에 디저트 와인. 부담스러울정도로 살구류의 단 맛이 입안에 확 퍼졌던 와인. 
그래, 디저트 와인이 소화를 돕기 때문에 다 마시는게 좋은건 알지만, 단건 질색이라ㅡㅜ
매니저님의 '다른 와인은 남겨도 되지만, 이 와인은 꼭 다 드셔야 소화가 잘되어 내일 편안합니다' 라는 말을 들을때까지도
다른 와인은 다 먹었지만, 이 와인은 조금 남긴채였다. 
'11만원 상당의 고가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병도 750ml 아니라, 작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남은 와인을 다 마셨다나 뭐라나.

디저트와 디저트와인까지 다 마시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은 분명, 온도는 더 떨어졌겠지만, 더 따뜻한 기분이었다.  
 

 

'책'으로 멋진 디너 마련해준 '알라딘'과 '창비'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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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그런데를 다녀올 수 있었을까?  

경사스러운 날 잔치집에 초대 받은 것만큼 사람을 기분 좋게하고 설레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잔치집이 우리가 흔히 먹던 불고기와 갈비찜, 잡채와 나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지중해 어느 나라의 음식을 접하는 것이라면 참 남다르지 않을까? 

음식을 통한 문화교류는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핫이슈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음식의 우수성이야 널리 알려진바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의 나라의 음식을 아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 나라의 슬로우 푸드를 아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슬로우 푸드 아르치골라! Slow Food Arcigola! 

이것은 영어와 이태리어의 합성어로서 이태리어의 arcigola는 영어의 movement를 의미하는 말로 이 운동이 이태리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글쎄, 우리나라의 된장 고추장이 몇 세기를 걸쳐 슬로우 푸드의 대표적 음식으로 정평이 나있는 마당에 과연 슬로우 푸드 운동이 이태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어느만치 신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금속활자와 쿠텐베르크의 오랜 싸움 같은 것은 아닐지?

어쨌든 난 최근 박찬일 셰프가 쓴 저 <지중해 요리사>의 발간 덕분에 지난 2일 학동역 근처의 이태리 레스토랑 '누이누이'를 방문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애초에 행사의 타이틀이 '박찬일-쥬세페 요리대결'이라고 하니 모험심이 발동한다. 우린 이미 '식객'이나 '대장금'을 통해 요리 배틀은 익히 봐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막상 그곳에 가 보니 요리 배틀은 아니었다. 지중해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저 평화스러운 분위기에서 슬로우 푸드에 걸맞게 마냥 천천히 나오는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옛부터 스승은 그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데 박찬일 셰프가 어찌 스승인 쥬세페와 요리대결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청출어람이란 말도 있지만 스승만한 제자도 없을 터. 박찬일 셰프는 시작할 때부터 오늘은 그냥 선생님을 돕는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박찬일 셰프를 키운 스승의 정식 이름은 쥬세페 바로네다. 시칠라아 슬로우 푸드 협회 창립자면서 슬로우 푸드 마스터라고 한다.(그는 비교적 잘 생긴 편이긴 했지만 요리사답게 배가 약간 나왔다.ㅋ) 그들이 그날 내놓는 음식은 총 5가지고, 각각의 음식에 어울리는 포도주를 제공 받는다.    

첫번째는 La Fuga라고 하는 음식인데 확실히 짚어 낼 수 있는 건 이 음식이 주로 내는 맛은 바다를 머금은 멍게의 맛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키조개와 더불어 김도 들어가고 여러가지 과일과 지중해 사람들이 매 식사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먹는다는 올리브유가 첨가 된다. 그리고 그 맛은 아주 시원했다. 두번째로 나온 음식은 Chianti Classico Riserva. 갈치와 고등어로 레드 파프리카 크림과 많이 들어온 발사믹 식초로 맛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맛이 독특했다. 그리고 한참만에 세번째 요리가 나왔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오징어 먹물로 만든 파스타였다. 우리가 보통 먹는 파스타는 면이 약간 굵은 편인데 여기서 먹는 파스타는 가늘어 마치 우리나라의 모밀 국수를 연상케 했다. 여기엔 늙은 호박 크림과 삶은 한치가 그 풍미를 더했다. 이것의 이름은 Tancredi다.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Mille e Una Notte 검은 깨가루와 허브를 입힌 소 등심과 깻잎 카포나타다. 단백한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마지막 코스로 아쉬운 디저트. 그 시간의 마지막 코스라고 생각하니 아쉬울 밖에. Ben Rye라고도 하는데 상당히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맛이 난다. 그것은 일명 '쥬세페 바로네식' 리코타 디저트라고 하니 아마도 쥬세페 셰프가 직접 개발한 디저트인가 보다. 탱탱한 푸딩 같은데 그것을 조금씩 헐어 먹으면 그안에 유백색의 크림이 터져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신기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아마 한 날 그 처럼 많은 포도주를 종류별로 마셔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평소 술이 약해 취기가 돌까 봐 조심하느라 많이 마시지도 못했다. 남기기도 했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돈나푸가타 벤리에'란 와인은 정말 좋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화가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살구에 대추야자까지 들어가 예쁜 황금색을 띄고 있엇다. 그렇지 않아도 와인을 소개 받았을 때 설명하시는 분이 다른 모든 와인은 남겨도 용서 받지만 이것만큼은 남기면 음식을 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주인이 손님한테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을 보여주는 대미를 장식하는 와인이라는 말일 게다. 또한 그것은 소화와 숙취 예방에 탁월하다고 했다. 그 말은 확실히 맞는 말 같았다. 같이 간 친구나 나나 앞의 네 가지의 와인을 치사량을 훨씬 넘겼을텐데도 취기를 느끼지 못했고 다음 날도 속이 편안해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러니 손님이 예의를 갖춰 마실만 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섯 가지 음식을 맛보는데도 3시간이 족히 걸렸다. 지중해 사람들이 그쯤 걸려 식사를 한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 아니었구나 실감했다. 함께 초대받아 온 사람들의 얼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화색이 돌고 만족한 표정들이다. 정말 좋은 대접을 받았다는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 초대 받아 온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온화한 얼굴이 되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던가. 그것이 연상이 되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두 사람으로부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요리를 만들어 내느라 바빴는지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다. 하긴 음식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보여주는 것이지. 그래도 그렇게 바쁜중에도 간간히 홀에 나와 손님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려고 했던 박찬일, 쥬세페 셰프의 노력에 심심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날은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황홀한 만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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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늦게 부산에 내려와서 쓰는, 첫 글이 되어버렸다. 목요일 저녁은 조용히 보냈고, 금요일에는 서면에서 오랜만에 아이온시티 스타벅스를 들려 커피를 마시고 부산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연수 작가 낭독회'를 다녀왔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대는 거의 세 번 정도 밖에 가보질 못했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큰 사이즈에, 엄청나게 압도되어 버렸다. 하긴, 내가 특히 다른 대학은 거의 가보질 않았으니. 제 2도서관 이란 곳을 찾아가야 했는데, 한참을 올라 갔고 중간에 그 학교 학생인듯 한 사람에게 세 번이나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굉장히 큰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영화관과 옷가게, 그리고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제외한 수많은 카페가 밀집해 있었다. 아마 여기에선 커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어찌되었든 힘들게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김연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역시 스크린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영화배우 느낌이 났다. 낭독회는 정말 김연수 작가가 단편 하나를 다 읽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정말 다 읽었다. 시나리오의 느낌을 내듯이, 작가가 글을 쓸때 상상했던 대사와 간격을 그대로 지키려 노력하며 조명도 조절하고 음악도 틀며 낭독회를 이어 나갔다.

  역시 제일 기대했던 질문 시간에는 기본적인 질문이 오갔고, 작가의 말처럼 질문과 한발을 걸친 듯한 답변이 길어져, 시간 관계상 질문을 많이 하질 못했다. 나도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 영문과를 나왔는데 글을 쓴다는 게 쉽게 연관이 잘 되지 않는데, 작가에게 있어 번역이라는 역할 외에 영어가 글 쓰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가 볼 때 이번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 첫 작품인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가 한국어와 영어의 접목을 약간 연관시키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내가 오버한 것인지. 내가 기대하기에, 김연수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국어에 영어적 요소 혹은 연관성을 가미시키거나(용어가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 아니면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을 기대하는데 그것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였다. 말로 풀어쓰니 질문이 명쾌하지 않은데, 어찌되었든 이번 낭독회에서는 이런 질문하기가 좀 힘든 분위기여서 난 뒷줄에 앉아 작가의 답변만 유심히 들었다.

  낭독회가 끝나고 사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내 이름을 한글로 '제임스'라고 적었다. 혹시나 이글루를 하는 김연수씨가 날 알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내 차례가 되어서 이름을 보더니, 이름이 제임스에요? 라는 평범한 말이 올 뿐이었다. 난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는데, 사인을 다 하고 이상하게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 전부터 독자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것 같긴 했는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내가 사인받고 돌아오는데도 날 계속 쳐다보셨다는. 궁금하셨을까.
 

 

  그리고 나 스스로 정리한 낭독회 내용들. 

 김연수 작가는 다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질보다는 양에 치우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일 년에 한 권은 내는 작가고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길, 작가의 위치가 굉장히 협소해졌다고 한다. 예전만큼의 영향력도 없어 작가가 사회적 발언을 해도 크게 공감을 일으킨다거나 사회적 파장이 일지 않는단다. 대신에 그 몫을 요즘은 연예인이 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은 사회적 발언이나 사회를 바꾸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그런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작가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 모두를 알고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작가가 쓰는 것이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작가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독자가 자신은 <청춘의 문장들>처럼 작가의 산문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소설가로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이제 김연수 작가 자신은 그런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단다. 이 때 정말 웃겼는데, 어느 날 한 평론가가 자신이 쓴 산문들,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같은 것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칭찬하더란다. 근데 그 평론가가 주로 소설을 비평하는 사람이라서 절망했다고. 그러면서 그 비평가가 하는 말이, 소설을 산문처럼 써보지 않겠냐고, 그런 말도 들었는데 이제 더이상 흔들릴 게 없다고.

  또한 자신은 단편같은 것을 쓸 때 중간에 바뀌는 내용이 있다거나 퇴고할 경우에 쓴 것을 손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로 다 쓴단다. 그렇게 10번 정도 쓰는 게 소설인데, 2 주일에 단편 하나 정도를 쓴다고 했다. 근데 그렇게 열심히 쓰고 나서 메일을 확인해보면, 잡지사나 이런 데서 예전에 청탁한 원고 독촉 메일이 와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씨네21'에서 연재하는 것이고(이것도 격주로 연재되는데, 2 주 라는 게 굉장히 빨리 돌아온단다). 여튼 그렇게 온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쓰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쓰는 게 그런 산문 같은 것들인데,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니 얼마나 힘이 빠질까. 이 때 굉장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령, 어떤 밴드가 정규음반은 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피쳐링해준 곡이나, EP 형식으로 음반을 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의 기분일라까.

  실제로 모든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이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이고. 김연수 작가의 미투데이 글을 보니 내가 갔던 해운대가 아닌 광안리로 갔던 것 같다. 부산에서 죽도록 살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신세계 센텀시티 때문이라고, 정말 신세계였다는데, 어떤 걸 사셨으려나.

  사투리가 배어있는 말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작가란 이런 것인가(가령 요즘 좋았던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문의 역사 같은 책을 보고 있는데 재미있다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답도 있었다. 사실, 예전엔 몰랐는데 최근 들어 약간이나마 하루키와 비슷하지 않나(내용적인 것을 떠나, 소재랄까 아니면 작가의 행동이랄까 관심이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은 확실히 부인하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이런 얘길 혹시나 김연수 작가님이 보면 화가 날지 모르겠지만, 난 그 분이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난 그가 문학관련 과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어과를 다닌 것을 살려 번역을 한다거나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읽고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무언가 같은 시대를 비슷한 것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랄까. 나에게 있어 아직 그의 최고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그의 다작중에 (내 견해에서) 이것을 뛰어넘는 작품을 꼭 다시 읽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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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책 강연에 다녀왔다. 장소는 6호선 디지털 미디어 역의 누리꿈 스퀘어. 내 구형 핸드폰은 디지털 역은 구로에만 있다고 알려주었으나, 상암까지 잘 찾아갔다. 문제는 너무나 일찍 도착했다는 거. 강연 시작은 7시 40분.


사진은 저자 박혜정씨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므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송녹화를 한다고 해서 어제 저녁까지 연습했노라고 했는데, 강연을 시작하자 드는 첫 생각이 ‘발표 좀 했나 보네.’였다. PPT 자료를 보여주며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했는데, 상당했다. 내용도 경제개념 제로인 나에겐 충격적이었지만, 청중을 유도참여 시키는 모습에 좀 놀랐다. 은행에서 적금통장을 개설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적금 통장을 대체해서 자연스럽게 책깔피 선물을 전해줬다.  



강연 당일,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처음 책을 봤었다. 그래서 프롤로그 부분, 저자가 왜 은행원이 됐으며 돈에 관심이 가지게 됐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에선 많이 놀랐다. 은행 예금/대출 금리를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은행원은 고객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 대출의 위험을 알고 상환 계획을 세우라는 게 강연의 큰 골자다. 돈 이야기라서 그런지, 은행금리에 속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집중도 99%였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처음 그녀가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은행대출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살 던 집을 헐고 상가를 지으면서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때마침 IMF가 불어 닥치는 바람에 힘들었단다.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임대수익은 줄고, 집 값은 떨어져 결국 힘들게 지은 상가를 팔았다고 한다. 부모님 중 한 분은 신용불량자가 되시기까지 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은행 대출의 위험을 인지했다.

그 땐 ‘돈’,‘부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그 때,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 고등학생 때란다. 많은 직업 중에 은행원이 된 것도, 그 많은 은행 중에 IBK 기업은행에 입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업자금 잘 빌려주는 은행이 기업은행이라서 입사 했단다. 그 은행에서 부자들을 배우고, 은행 관련 책까지 쓰게 됐으니 참 재미나다.

은행원 4년차에 은행 관련 책을 쓰다니, 나도 4년차인데 좀 헛헛했다. 아니 많이 헛헛하다. ‘어디 PPT 한 번 발표할 일이 있어야지.’라고 자위해보지만 결국 생각과 실천의 문제 아닌가.

지금은 사업 때문에 은행을 그만뒀다고 하는데 싸인을 받으면서 그 사업이 뭐냐고 물었다. 비밀이라고 하면서 알려준 그 것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앞으로 2년 뒤, 잘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그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 지 벌써 기대된다. 대출로 집안이 망한 사건을 돈에 대해 알게 한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니 참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싸인 받고 있는 이가 우연찮게도 나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 할 시간이 되어 쏟아내는 질문과 저자의 유연한 답변도 인상 남는다. 은행 금리에 속았다며 속으로 분개하고 있는 나완 달리, 펀드며 사업 자금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에 자극 받았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러기에 왜 당췌, 재테크 경제 책 볼 생각을 안하냐고! (이유는 나도 안다. 재테크 책 말고도 세상엔 재미난 책이 너무 많다) 



처음 은행의 사생활이란 제목만을 봤을 땐, 은행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똑똑하게 은행을 활용하는 법이 책의 주 내용이자, 강연의 핵심이다. 지금 지하철에서 다 못 읽은 <은행의 사생활>을 읽고 있는 중이다. 강연과 비교하면서 잘 읽고 있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강연장에 빨리 도착하는 것과 빨리 책을 읽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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