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뭔가 그럴것 같다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래도 재미있는 트릭이었다. 미녀들에게 휘둘리는 헛다리 탐정도 좀 웃기고 탐정소설 팬인 보안관이 실마리도 잡지 못하는 캐릭터인 것도 웃겼음 ㅎㅎ 마지막 반전과 애틋한 우정과 사랑이야기. 나는 역시 이런 담백하지만 인간미 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안그래도 부족한 인류애 털어가는 소설은 이제 그만봐야..)
이상한 집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과 그 사건을 파헤치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 대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아예 없음. 초반에 잘 안읽히는 부분이 있는데 대체 왜 대화가 그쪽으로 흘러가는지 어이가 없고 대화하는 당사자도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해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그걸 전제로 결론을 내림. 증명 없이 상상으로 가설을 내어 놓고 이야기하다보니 이게 맞는 것 같으니 거기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 하지만 궁금해서 어쨌든 끝까지 읽긴 했지만.. 인기가 꽤 많은 것 같은데 많이 읽히는 이유는 특이하고 잘 읽혀서인 것 같다. 첨언영국 드라마나 소설에서 극악의 죄악으로 여겨지는 게 아동성범죄라면 일본은 이것 같다. 둘의 공통점은 너무 자주 나와서 이제 지겨움. 하지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영국의 그것처럼 타도해야할 무언가가 아니라 일본에서는 이것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고 싶어하는데, 죄를 바라보는 시선이랄까 그런게 다르고. 하긴 뭐 이게 죄인가? 죄는 무엇인가? 가족의 부끄러움외에 딱히 피해자가 없으니 죄는 아닌건가?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만 보고 싶은 소재.
중반까지 휘몰아치던 재미가 끝에 가선 살짝 수그러든다. 중반까지는 이거 뭐야! 너무 재밌어! 호들갑을 떨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설명을 해줌.. 아무리 재밌던 농담도 설명이 들어가면 싸하게 재미 없어지는 것처럼. 내가 나의 농담을 설명해야하는 자기 무덤 파는 기분을 작가도 느꼈을까? 끝까지 재미있기가 어려운거구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다 맥파든이 그 어려운 걸 해낸거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이 나오면 읽고 싶다. —약스포가 될 수 있음—이제 착하기만 한 여성캐릭터는 한물 갔는지 범죄에 휘말려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범죄를 능동적으로 저지르고 그 와중 잘생긴 남자와 연애도 즐기는 캐릭터들이 많아졌다.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좋아하는 꼰대인 나는 이것이 불편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 다른 사람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안들키고 희희낙락 살면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내비치지 말란 말이다. 또한 백마 타고 구해주는 왕자님 설정은 피해가기 위해 설정하는 다양한 수법도 지겹다. 미스터리에서 로맨스도 그만 보고 싶음. 하지만 인기 많으니까 쓰는 설정이겠지.. 불만이 많았지만 재미는 보장합니다. ㅎㅎ 단지 프리다 맥파든 3권을 연달아 읽고 좀 이런 설정에 지루해지려던 참에 읽어서 타이밍이 안맞았던 걸로.
폭우가 내리던 여름날 만났을 때 우산이 없는 척을 했고 우산 하나를 나눠 쓰면서 살짝 팔을 잡았다. 우리가 만난, 수도 없는 날들 중 하루 어느 날 밤에는 상수의 바에 앉아서 진토닉을 마셨다. 신청곡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은 헤드윅의 디 오리진 오브 러브를 신청했고 난 헤드윅의 감독이 한국에 와서 콘서트를 했을 때 혼자 가기도 했다며 내가 이 노래를 더 좋아한다며 토로했는데 사실 노래보다 더 좋았던 건 그 사람이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알아차릴 정도로 커져버린 내 마음 때문에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한 동안 보지 않다가 내가 스페인에 가기 전 열었던 생일파티에 와서는 헤드윅 ost 시디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노트북에도 cd플레이어가 없는데, 우리의 추억은 플레이할 수 없는 시디에 들어있는 음악처럼 묻어두어야겠구나.. 그렇게 그 사람에게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제목인 “겨울”과는 상관없이 자꾸 머릿 속에 여름이 지나갔다. 그 중 병렬독서를 하던 <황금방울새>의 시오와 보리스의 여름도 있었고.. 위에 언급한 나의 여름날 짝사랑도 있었다. 손을 뻗어도 이젠 부여잡을 수 없게 된 어린 날의 기억들은 사라져가고 아련한 느낌만 남았는데 이 책은 어린날의 불안한 기분을 기억하게 만든다. 괴물: 대체 왜 그런 사람에게 빠진걸까 싶었지만 나 역시 그런 애틋함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주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마지막에 퀼트 이불을 빠는 장면이 왜인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도르도뉴에 가면: 가장 좋았던 단편.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독자로서는 평생 알 수 없는 새드엔딩의 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묘사되지 않은 그들의 마음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민다. 북해: 이 단편에서는 힘을 살짝 뺀다. 휴가 왔음에도 일상의 지리멸렬함이 갑자기 등장. 엄마의 마음이란 다 그런걸까..타임라인: 마지막 장면에 모두가 다 모인 장면은 희곡의 클라이막스 같다. 조금 작위적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시애틀 호텔: 하아.. 이런 이별이라니. 차라리 평생 그리워하는 게 낫겠지만 이런 종지부가 필요한 관계도 있다. 깨끗하게 묻어두고 행복해라 주인공. 네가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와 빛을 향해 휘적휘적 나아가는 동안 아마 상대방은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 그저그런 삶을 살게 될거야.
책이 재미있으려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립고 아련한 느낌이 있었는데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었기에 허상을 쫓는 느낌이었다. 캐릭터 누구에게서도 누군가를 떠올릴 수 없긴 했지만 오히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종종 들긴 했다.. 그러나 나랑 주인공의 접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머나먼, 잡을 수 없는 그 무언가. 바로 이 때문에 이 책이 실제로 존재한 황금방울새를 모델로 한 그림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작은 새는 손을 뻗으면 바로 잡힐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동감있다. 하지만 이렇게 진짜처럼 보이는 새는 4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 잡을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올리버 트위스트의 다저를 떠올리게 하는 보리스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 갇혀 자기파괴적 욕망의 사슬에 묶여있는 주인공을 자유롭게 해주었다고 본다. 보리스가 나의 친구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또한 나의 친구이기를 강렬하게 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