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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중요한 일들은 결코 발설되지 않는다. 그해 겨울, 염습한 할머니 시신 앞에서 아빠가 안경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었던 것처럼. 그리고 이후 우리 가족이 그 일에 대해 어떠한 후일담도 나누지 않는 것처럼. 그런 것들은 모두 저마다의 틈 속에 은폐될 뿐이다. 그때 흘렸던 아빠의 눈물도 여전히 아빠의 틈 속에 조용히 고여 있을 것이다.

아빠가 시시껄렁한 시비를 걸어와 나를 괴롭힐 때 화를 참는 신속한 방법은 아빠의 틈을 생각하는 것이다. 아빠의 틈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스산해지면서 말대꾸할 기운이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 나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가늘고 깊은 틈이 있어서, 종종 그 안에 짠하고 허허로운 것들이 석류알처럼 박혀있는 상상을 한다. 그것은 모두 우주가 끝날 때까지 비밀로 남을 것들이다. 이야기 되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볍기 때문이다. 정말로 중요한 일들은 결코 발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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