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고는 어디서부터 춤일까. 춤을 잘 춘다고 할 때의 그 춤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모호하다. 유튜브 구경하다 보면, 땅게라가 살아 움직이는 매 순간이 모두 춤에 포함되는 것 같다. 단지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의 동작 뿐만 아니라, 체형, 자세, 눈빛, 표정, 발산하는 에너지, 여유와 자신감, 인사드릴 때의 태도, 아브라소 할 때의 신중함, 플로어에 입장하고 퇴장할 때의 걸음걸이 등등 이 모든 요소들이 춤인 것 같다. 서 있을 때, 앉아있을 때, 걸을 때, 매 순간 매 상황 속에서 존재 자체가 이미 춤이라고 해야 하겠다. 땅고는 흔히 여자들은 배우기 쉽다고 하는데 글쎄. 제대로 된 땅게라가 되려면 가히 존재론적 혁신(?)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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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 출 때는 정말로 온힘을 다해 집중해야 하는 것 같다. 집중해야지만 춤이 춰진다. 특히 리드가 섬세한 고수 땅게로하고 출 때는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스텝이 금방 흐트러져 바로 표가 나버린다. 상대의 호흡과 걸음을 감지하려면 뒷덜미가 땀으로 축축해지도록 집중, 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땅고는 참으로 미세하고도 미묘한 춤 같단 생각. 미묘함 때문일까 이 춤은 꼭 같기도 하고. 이것도 고수 땅게로하고 출 때만 느끼는 건데, 이 춤은 정말이지 둘이 함께 몸으로 쓰는 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사적인 게 아니라 정말로, 이것이 시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시적인 춤. 땅고는 스윙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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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춤을 배우고 있자니 스윙판에서 과거에 받았던 상처가 다시금 스물스물 생각이 난다. 이 바닥에 오래 머문 이 치고 마음의 상처 하나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또 부지불식간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준 적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마는. 소규모 부족사회 같은 이곳 춤판에선 언제나 뒷말이 무성하고, 그 뒷말 속에 오해와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그러다보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이들과 더불어 춤추며 살기 위해서는 그 또한 견뎌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초연해지기가 쉽지 않다.

 

사실 초연해지기는 커녕 무슨 구설수 공포증 같은 게 생겨버린 것 같다. 경거망동했다가 자칫 구설수에 휘말려 이슈메이커가 되고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면, 춤추고 싶어서 춤판 갔는데 정작 춤을 추고 싶어도 못 추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눈물로 밤잠 설치며 깨달은 지라, 더 이상 옛날에 스윙 막 입문했을 때의 그 철없던 시절처럼 오픈마인드가 안 된다. 조심성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극소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크다. 또 예전처럼 상처 받을까봐. 신뢰할 만한 유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춤판에서 늘 처신이 중요하고 인간 관계가 쉽지 않다는 걸 뼈아프게 깨달은 뒤로는 사람을 향한 마음에 뭔가 단단한 껍질이 한층 생겨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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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6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땅고 음악 중에 까를로스 디 살리(Carlos Di Sarli)의 <tu, el cielo y tu>. 이 곡으로 유투브 검색하다 발견한 동영상. 춤도 물론 멋지지만 오직 춤을 위해 마련된 아르헨티나 특유의 이런 공간도 더없이 근사해 보인다. 천장에는 팬이 돌고, 플로어 가장자리에는 벨벳 식탁보를 두른 테이블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곱게 단장한 채 그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광택이 도는 헤링본 마룻바닥, 그리고 벽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옹기종기 걸려있는 공간. 으리으리하지 않아도 정갈하고 맵시있는, 새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정성들여 관리해온 태가 나는, 구석구석 세월의 손때가 묻은 공간.

 

무엇보다도 이 공간은 춤과 일상이 양지에서 공존하는 공간이리라. 유투브 구경하다 보면 땅고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공간에 대한 판타지도 동시에 자라나는 것 같다. 왜 땅고에 미친 이들이 직장을 작파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서 그곳의 공기를 마시며 춤을 추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국내 땅고인들이 그토록 훈고학파적인 열정으로 아르헨티나 현지 밀롱가 인테리어를 애써 재현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노인과 젊은이, 여자와 남자, 춤과 음악, 술과 맛좋은 식사, 따스한 조명과 다정한 포옹이 다함께 어우러진 이런 생활 공간을 어찌 누군들 꿈꾸지 않을 수 있을까.

 

 

Tú…el cielo y tú

그대, 하늘 그리고 그대

 

Tibio está el pañuelo, todavía 손수건이 아직도 식지 않았어
que tu adiós me repetía 그대 내게 또 다시 이별을 말하네
desde el muelle de las sombras. 그림자 진 부두로부터.
Tibio, como en la tarde muere el sol, 열기는 남았어, 어두워질 때 태양이 지듯
mi sol de nieve, sin esperanza 눈 내린 나의 태양은, 희망도 없이
y sin alondras. 행복(종달새)도 없이.
Tibio guardo el beso que dejaste 아직 따뜻해, 그대 입맞춤을 간직해.
en mis labios al marcharte 그대 떠나면서 내 입술에 남긴
porque aún no te olvidé. 아직 그대를 잊지 못했으니까.

Tú, 그대
yo sé que el cielo, 나는 하늘을 알아
el cielo y tú, 하늘과 당신
vendrán a mí para salvar 내게 돌아올 거란 걸
mis manos, presas a esta cruz. 이 십자가에 묶인 내 두 손을 구하러
Si esta mentira audaz 만일 두려움 없는 이 거짓말이 (그대가 돌아올 거란)
busca mi pena, 내 고통을 찾는다면
no la descubras tú 당신 그걸 밝히지 말아
que me condena. 그건 내게 유죄를 선고하는 거야
Guárdala en ti, 당신 안에 그걸 간직해줘
que es mi querer 바로 내 사랑이니
desengañarme así 그렇게 내게 진실을 깨우쳐 주는 건
será más cruel. 더 잔인할 테니.

No… 아니
no me repitas ese adiós… 이렇게 자꾸 내게 이별을 말하지 마
que esto lo sepa sólo Dios, 그걸 아는 이는 오직 하늘 뿐이야
el cielo y tú… 하늘과 당신

 

*http://blog.naver.com/blondefish 

출처는 여기. 도도님이 번역하신 그대로 긁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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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배우는 도중에 스윙 추면 자세가 망가진다는 얘길 듣고 나서는 스윙 빠에 가보고픈 마음이 움츠러들어버렸다. 안 그래도 스윙 출 때의 자세가 남아있는 모양인지 춤 출 때 무게 중심이 너무 내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터라. 그럼에도 이런 스윙곡 들으면 뭉클하다. 탱고가 갖지 못한 가볍고 따스한 안락과 여유, 위트와 사랑스러움, 말랑말랑한 낭만 같은 게 느껴져서. 내게 다시 오지 않을 짧은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줄도 모르고 백년만년 영원히 스윙만 출 줄 알았네. 탱고는 언제까지 출 수 있을까.

 

 

 

Oh, It's time to dream,

a thousand dreams of you
It's been so grand together, yes, together
You thrilled me from the start
You brought the spring again
Your fingers touched the strings
of my heart and made it sing again
I hope you dream a thousand dreams of me
All things we're planed doing together
And if you do, I dream my whole life through
A thousand, a million, a zillion dreams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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