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동양고전 슬기바다 4
주희 지음, 윤호창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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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학이 궁금했던 것은 일전에 어느 책에서 고산 윤선도가 평생토록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고 극진히 읽었다는 얘기를 접하고부터였다. 그는 유배가 있을 때도 아들들에게 편지를 보내 소학이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본보기이니 일평생 읽고 또 읽으라고 권면했다 한다. 8세 안팎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평생에 걸쳐 경전처럼 떠받들며 살았다니 과연 어떤 책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펼쳐들었으나 온통 경건, 성실, 충실, 공경, 신실, 신의, 수양, 신중, 근면, 청렴, 절제, 단정, 엄숙, 정제, 겸손 등의 단어들로 점철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현대사회에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16세기 조선의 어느 지식인에게 평생의 바이블이었던 이 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비록 견딜 수 없이 숨막히고 고리타분하기는 할망정 그 내용이 대체로 수긍이 갈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지 않은 부분이 당위로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만큼은 새삼 놀랍다. 대저 관습이 되어버린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얼마나 끈질기고도 유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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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군중 동서문화사 월드북 130
데이비드 리스먼 지음, 류근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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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메일러의 지적대로 이 책은 '사회과학의 탈을 쓴 문학'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리스먼의 이론은 하나의 가설일 뿐이며 그나마 근거조차 부족해 보인다. 이런 것을 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리스먼이 말하는 타인지향형이란 기술과 경제가 발달한 인구감퇴기의 고도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이적 성격이라기보다는 형이상학적 거대담론이 퇴조한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생존 경쟁력을 가지는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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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에 비친 프랑스의 이미지
신광순 지음 / 하우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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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저항, 낭만과 에로티시즘, 예술과 향락 등의 키워드로 요약되는 프랑스의 이미지가 미국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묘사, 활용, 소비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분석 비평서라기보다는 자료집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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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21가지 삶의 기술
민혜련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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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프랑스인들은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좀 더 격식 있게 치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밥 먹는 일부터 손님 초대, 외출, 하다못해 집안 청소까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하나의 '예식'처럼 행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때로는 '귀차니즘'으로 무시했던 것들을 그들은 아주 우아하고 천천히 해낸다. (...) 결과를 중요시하고 물질적이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는 도덕적 프레임에 집착하는 미국 문화에 비해 프랑스 문화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물질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정신적 가치를 더 높이 산다. 또 눈에 보이는 행동에서 드러나는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에 사적인 영역을 중시한다." -19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인간관계를 유지해가는데 서로 끝까지 신비주의를 버리지 않는다. 자신들에 관해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식의 인간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러면 진짜 친해질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답은 '모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사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과학적이고도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회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 그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할 이야기의 콘텐츠가 많다. 최근에 읽은 책이나 개봉한 영화, 오페라 또는 인생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다 보니 자신의 일상 신변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 다만 대화의 모든 중심을 자신이나 가족관계로 채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 인간은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것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가족도 함께 나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다. 너무 자기 속으로 남을 끌어오지 않고, 너무 남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도 않으면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내부에 단단한 자아를 지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더 건강한 관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52

 

"프랑스 친구들의 집을 방문해보면 사회 전반적인 문화적 소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거실에 들어서면서부터 큰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이민자들의 허름한 서민 아파트가 아닌 이상, 내가 본 모든 거실은 나름의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고급 소재로 마감한 최고급 빌라의 갤러리 같은 거실이 주는 품격이 아니라, 그 집안, 아니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묻어나는 품격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 조금만 상류층으로 올라가면 거실에 조상들의 초상화가 쭉 붙어 있고, 대대로 사용해온 듯한 장식장과 의자, 촛대 등 중첩된 시간이 주는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한다. 한마디로 프랑스의 거실은 살롱, 말 그대로 외부의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그 집안의 가풍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 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몸에 배어 그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인 양 자연스러워진 문화의 힘이라는 것을 세월이 갈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가 너무 무시하고 살아 이제는 잊고 사는 '품격' 말이다." -57

 

"결국 프랑스가 추구하는 문화의 본질은 종합 문화 그 자체다. 그래서 프랑스에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차이가 없다. 순수예술은 고급이고, 대중예술은 저급하게 취급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지적 스노비즘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인들은 문화 자체를 구분하는 것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관용의 정신인 똘레랑스에 어긋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니면 대중예술 자체가 순수예술만큼 수준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 프랑스에서는 철학자가 영화를 만들고, 해양학자가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가수가 소설을 쓴다. 이 모든 것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한 문화적 소양을 쌓으며 창의력을 길러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66

 

"프랑스의 엄마들은 엄하다. 길바닥이나 마트에서 아이가 조금만 떼를 쓰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면 가차없이 응징한다. 무섭게 야단치는 것은 물론 뺨을 올려붙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 프랑스 부모들은 타인을 존중하는 공중도덕에 관한 한 아이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어른과 함께 앉아 얌전히 두 손을 놀려가며 포크와 나이프질을 한다. 부모가 큰소리 한번 내는 것을 못 보았다. 참 인상적이었다. 너무 애어른 같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던 우리 조상들의 전통 교육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 또한 대부분의 프랑스 아이들은 고집을 부리며 떼를 쓰거나 어리광을 피우지 않는다. (...) 프랑스인들의 육아는 규칙을 통한 절제력에 기반을 둔 듯했다. (...) 가족마다 교육 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프랑스 사회의 가정교육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엄격하다.

 

설사 가정교육이 덜된 아이들이라도, 그다음 단계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거치며 기본적인 공중도덕의 기초를 습득하게 되어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공동생활과 질서를 잡아주어야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훌륭한 시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교육 철학이기 때문이다. (...) 이는 기를 죽여 창의력을 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인 절제력을 길러 성숙한 시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만큼 창의력이 있고 기가 넘쳐 활달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민족을 못 봤다. 그래서 곰곰이 살펴보니 이는 계몽주의 시대부터 수백 년간 전통으로 자리 잡은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감성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42

 

"이들의 문화교육이란 악기를 배우거나 데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자신들이 물려받은 유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를 누릴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둔다. 선생님이나 보조선생님과 함게 박물관이나 주변의 문화재를 방문하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 이러는 가운데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애착심을 키워가는 것이다. 알수록 보인다고, 창의력은 그냥 보면서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키우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면, 재능 있는 아이는 스스로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 프랑스에서는 정말 공부 안 하는 친구들도 방학 때가 되면 여행 갈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음식에 관한 책을 사서 꼼꼼히 읽고 공부하는 준비가 습관화되어 있는데, 그러한 습관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초등교육 때부터다." -145

 

"그 당시 베르사유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귀족 50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왕과 그 가족들의 일상은 그들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 지금도 베르사유에 가면 놀라는 일이 왕의 방이건, 왕비의 방이건, 서재건 독립되어 완전히 막힌 공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침실조차 벽이 없어 그냥 복도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그 안에서 왕의 모든 정사와 생리적인 현상까지도 볼거리가 되었던 엽기적인 곳이 바로 베르사유였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겹고 더러워도 아름다운 척, 싫어도 좋은 척, 포장하고 연기할 수밖에 없다. 어설프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곧 표적이 되어 물어뜯기고 몰락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그러다보니 17, 18세기 프랑스 궁정은 그야말로 페르소나가 발달한 문화였다. (...) 대부분 프랑스인은 형식과 예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에게는 거추장스레 보이는 것들을 프랑스인들은 별 불편 없이 받아들이고 일상에 적용하며 산다. (...) 오랜 시대를 살아오면서 겉치레적 페르소나가 이제는 시민들의 생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191

 

"프랑스에 오래 있다 보면 프랑스 여성들에게서 받는 독특한 느낌이 있는데, 자신의 여성성에 대한 의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프랑스 여성들은 여성적이라는 것을 과시한다. 한마디로 섹시하다. 그런데 이는 할리우드적인, 마릴린 먼로나 마돈나처럼 여성성을 극도로 확대하는 데서 오는 섹시함이 아니다. 오히려 수수하면서 차가운 가운데 은근한 유혹으로 어필하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성성이다. 그렇다. 프렌치 시크는 수수하다. 그런데 그냥 내팽개쳐둔 자연스러움이 아닌 정리되고 자신을 한껏 가꾼 자연스러움이라고나 할까? 수수한 가운데 무언가가 반짝인다. 아마도 오랜 전통으로 단련된 자신감 같은 것일 거다." -210

 

"개성이 강하니 성격도 모두 모래알 같다. 여성끼리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는 <섹스 앤 더 시티>류의 문화가 없다. 즉, 여성들끼리만 통하는 문화가 없다는 말이다. 직장이나 일상에서 여자들끼리만의 관계가 드물다는 말이다. 오히려 남성들끼리의 관계는 세계 어디에서나 여성을 향한 본능적인 관심으로 형성되는 그들만의 공감대가 있지만, 이상하게도 프랑스에서 여성끼리의 관계는 모호해 보인다. (...) 이들은 그 흔한 명품이나 장신구 등으로 동성의 여자들과 공감하거나 그 느낌을 나누지 않는다. 어찌 보면 동성끼리의 관계가 좀 더 차갑고 냉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프랑스 여자들이 무서울 정도였다. (...) 여자들 간의 교류도 인간 대 인간이 만나는 것이지 여자라는 성이 가진 독특한 '금성'의 감성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특성을 가까이서 살피다 보면 예쁘건 안 예쁘건 남성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천성적으로 교태를 부리는 것이 일종의 습관인 듯 보인다. 특별히 의식적으로 하는 자극적인 유혹이 아닌 무심한 듯 한번씩 보내는 묘한 눈길과 몸짓 등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다. 전문직 여성부터 가정주부까지 프랑스 여성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독특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이는 육감적인 몸짓이나 관능적인 표현이 아닌 무언가 내면부터 의식하지 않고 흘러나오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들은 남성을 특별한 다른 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녀들의 행동은 그냥 잃어버린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머지를 채우려는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보인다. 프랑스만큼 +와 -의 전극에 관해, 바슐라르가 이야기한 아니무스와 아니마의 끌림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사회도 없다." -216

 

"아이러니한 것이 프랑스 여성들이 자아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이지만 페미니스트적이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녀들은 여성성에 자부심을 느끼고 여성만이 가진 매력을 자신의 일터에서 충분히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이는 육체를 사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220 

 

"왜 프랑스처럼 자의식이 강한 여성들이 진취적인 페미니즘에는 냉랭한 시선을 보낼까? (...) 프랑스 여성들의 전통에는 여성들만의 유대관계가 없다. 그녀들에게 또 다른 여성은 적일 뿐이다. 이들의 역사 자체가 서로 다른 성을 유혹하며 이루어진 역사다. (...) 그래서인지 내가 프랑스를 접하며 느낀 것은 프랑스 여성들에게 팜므파탈적인 요소는 마치 일상처럼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 프랑스 여성들은 팜므파탈적인 이미지를 일상적으로 자신의 주변에 깔아놓는다.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남성을 유혹하는 은근한 분위기라고 할까. 그녀들의 언어, 몸짓, 눈빛, 말투 등에 짙게 배어들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프랑스 여성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이는 동방 하렘의 여자들이나 숨을 훅 멎게 하는 노골적인 관능미와는 달리, 지적인 겉모습에서 슬쩍슬쩍 나오는 무심한 듯한 관능미다. (...) 프랑스적 팜므파탈은 육감적이고 백치미 넘치는 금발의 미녀와는 다른 타입이다. 프랑스 여성들은 대체로 우아하다. 육감적이어도 우아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브리지트 바르도의 젊은 시절이 그랬다. 유혹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무심한 듯한 몸짓과 태도들, 무언가 모를 오묘한 것, 프랑스어로 '주느세쿠아'라 표현하는 그 무엇이 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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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14-08-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의 가장 부러운 점은 그 맥락성이다. 역사와 전통, 문화의 성숙, 사유의 진전, 그러한 모든 흐름...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 맥락이 사라져버린 나라는 슬프다...

프레이야 2014-08-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님, 옮겨 주신 문장들만으로도 솔깃해지는 책입니다. 담아갈게요^^

수양 2014-08-14 21:07   좋아요 0 | URL
네... 파리를 동경하며... (*_*) ← 이런 표정으로 신들린듯이(?) 옮겨적었네요 하하
 
프랑스인 그리고 프랑스사회
김선미 지음 / 한국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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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거만한 모습뿐 아니라 강한 자기비판의 성향을 갖고 있다. (...) 흔히 프랑스 문화가 비판과 비관론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인은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는 반면 프랑스인은 부정적인 면을 본다고 한다. (...) 결국 이러한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은 프랑스 사람들을 자연적으로 회의론자의 성향으로 만들고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게 만든다.

 

직장 생활과 정치 분야에서도 자발적인 화해보다는 비판을 실천하고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종종 화해를 양심과의 타협이라고 혼동하기 때문이다. 의견 일치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태한 타협으로 여긴다. (...) 결국 프랑스에서 반박과 풍자를 잘하는 것이 똑똑함으로 여겨지는 반면, 관대하게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인은 <전문적인 투덜이>로 알려져 있다. 언론인이자 정치가인 앙리 로슈포르가 “프랑스에는 3600만 개의 불만스런 주제가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이것은 프랑스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잘 표현한 것이다." -p.45

 

*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1968년 5월 혁명의 이 유명한 슬로건은 권위에 대한 항의를 나타낸 것으로 오늘날 프랑스인의 정신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 프랑스인에게 권위에 대한 종속적인 굴복은 견딜 수 없는 것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누구도 법의 엄격한 적용을 수용하지 않으며 법의 엄격한 적용은 마치 형벌로 여긴다. 프랑스인은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규정을 위반하고 작은 위반을 범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전조등으로 경찰이 단속하고 있다는 것과 과속 방지 레이더가 있다는 것을 다른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 결국 프랑스에서 규정을 지키는 것은 시민정신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말하자면 경찰에 사기꾼을 신고하는 것은 <적과의 공조>와 유사한 것으로 여긴다. (...) 그들은 무임승차를 하기도 하고 보행자도 신호를 위반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프랑스인에게 진정한 사기와 영악함 사이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p.47

 

*

 

"50년대 중반까지 공산당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1956년 소련에서 스탈린의 과오를 밝힌 보고서가 발표되고 헝가리 폭동에 대한 끔찍한 탄압이 일어나면서 지식인과 공산당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젊은 지식인과 공산당이 멀어지게 된 것은 1968년 5월의 혁명이었다. 공산당은 학생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학생들이 너무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오히려 이전의 공산주의를 완벽하게 비판하는 러시아 10월 혁명의 지도자 트로츠키 사상이나 모택동 사상에 끌렸다." -p.70

 

*

 

"프랑스와 앙리 드 비리외 기자는 1974년 9월 16일자 누벨 옵제르바퇴르에서 <사람들의 냉장고는 같은 크기지만 내용물을 보면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동차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혔다. (...) 이처럼 개인의 기호는 수입보다는 다른 요소에 의해 형성된다. 즉 학력의 수준과 출신 사회 계층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체계와 전통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교사와 상인은 같은 소비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문화생활의 차이는 교육의 정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간부는 노동자보다 도서관에 더 자주 출입하는데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책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노동자의 자녀 중에 5%만이 대학의 박사과정에 있고 그랑제콜에 다니는 자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유전적인 영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회적인 요소, 즉 문화적 가치관에 의해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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