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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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진시황. 죽은 지 2000년이 넘은 지금에도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황제. 만리장성, 분서와 갱유, 아방궁, 독재, 불로불사의 욕망, 거대한 황릉 등 그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고, 끊임없이 리바이벌된다.

 

나는 진시황이 위대한 군주라고 하는 것에 조금 반감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가 분열되어 있던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것을 두고 위대한 군주라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다. 또한 그렇게 통일한 나라가 결국 10여년 만에 종말을 고했는데, 그 통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의 통합에 대한 열망은 과연 어떤 의의가 있었을까? 단지 통합에 대한 회귀본능일까? 아니면 역사적 당위성이나 소명 혹은 위대한 인물이 되고자 하는 개인적 욕망? 아니면 기아와 전쟁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위함일까? 우리가 리더쉽과 인재 등용이나 처세술, 정세판단 능력들을 따지고 현대에도 여전히 적용가능한가를 요리조리 궁리하는 것은 모두 '그는 분열되어 있던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영웅이다'라는 사실에만 머무를 뿐 그 후 과연 나라를 이어가고 발전 했는가 즉 분열되어 있던 과거보다 과연 백성들의 삶은 더 나아졌나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진시황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런 것이 궁금했다. 어떻게 통일제국을 건설하고도 짧은 시간에 나라가 망해버렸는지 그러면 과연 통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책 '진시황 강의'는 중국 CCTV <백가강단>의 왕리췬 교수의 '진시황 강의'를 엮은 책이다. 진시황제가 통일제국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진나라의 탄생과 그의 선조 왕들, 출생의 미스터리, 통일 달성의 과정에서 함께한 인재들, 봉건제를 걷어내고 강력한 중앙집권 군주제를 실시하기 위해 행하였던 제도들, 그를 폭군으로 불리게 한 분서갱유사건과 불로장생의 집착, 그의 죽음과 나라의 멸망과정, 그리고 그 후 한나라와 당나라에서의 진시황에 대한 평가 등 진시황과 진나라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750p의 방대한 양의 책으로 엮었다. 과연 책은 들고 읽기 불편한 정도의 무게다.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다민족 통일 봉건 국가이며, 기원전 230년부터 221년 까지 한, 조, 위, 초, 연, 제 나라 등의 동방 육국을 차례로 멸망시켰다. 그러나 진시황이 그럴 수 있었던 것에는 그의 집안의 600년 35명 군주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집안은 주나라 효왕의 신뢰로 관직에 임용된 후 경대부의 지위를 얻는 8대 효공부터 시작하여, 동주건국에 공을 세우고 서융을 경영하고 나중에 제후로 봉해질 기회를 얻은 양공, 변법을 실시한 목공, 육국합종동맹을 깨부순 혜운공이 대표적인 왕이며, 이들이 기틀을 닦았기에 진시황이 통일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진시황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그의 증조부인 소양왕이 거의 반세기 이상 왕의 자리에 있다 보니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할 큰 아들은 왕이 돼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뜨게 되고, 작은 아들인 할아버지 안국군(효문왕) 이 왕이 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도 이인(자초, 장양왕) 도 원래 왕의 자리를 이을 사람이 아니었다. 안국군의 아들은 20명이 넘은 대다가 이인은 본처의 자식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시대의 관례로 다른 나라에 인질로 가있다가 그 유명한 '여불위'를 만나 결국 왕이 되고 만다. 그리고 여불위의 애첩 조희를 취하여 영정(진시황)을 얻게 되니, 그가 바로 진시황이다. 여기에서 바로 그의 출생이 미스터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가 왕위를 물려받고 본격적으로 통일의 대업을 완수해간다. 영정의 통일 전략은 영정, 이사, 요가, 한비 사이의 사상투쟁으로 점진적으로 형성된 전략이었고 그것은 육국을 대상으로 한 통일전쟁이며, 최초의 대상은 한나라, 군사력과 금전수단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장에 걸쳐 진이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역사의 필연성과 우연성, 진, 조, 한, 위, 연, 초나라가 범했던 실수들을 함께 살펴본다.

 

 

 

이어 본격적으로 그가 통일 후 행하였던 일들을 살펴보는데, 그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바로 '황제'라는 칭호를 쓰는 것을 통한 신격화와 신성화, 문자와 정령의 통일, 그리고 봉건제를 폐지하고 황제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 독재정치 실현을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결국 그는 언론을 탄압하게 되는데, 이때 나타난 일이 바로 '분서' 와 '갱유' 이다. 진시황은 통합을 위해 법가의 도를 따랐지만 육국의 귀족 출신들은 유가의 사상에 의해 주나라의 '분봉 제'를 회복시킬 것을 희망했다. 그러자 그는 <시경>과 <역경>을 불태우고 술사들을 파묻는 조치를 통해 사상과 문화방면의 중앙 독재 정치에 불리한 요인들을 깨끗하게 제거한다. 그 후 나라에 나타난 일은 뻔하다. 황제가 되기 전 그는 귀를 열어두고 토론을 많이 하는 군주였으나, 통일 후 그는 '황제'를 칭하며 그 어느 누구와도 권력을 나누지 않은 강력한 독재정치를 펴고 만다.

 

'황제'라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그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간의 한계성조차도 피하고 싶었는지 불로초를 구하라고 사람들을 보내고 후계자도 황후조차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순유 중에 그만 병으로 죽고 만다. 그 후의 일은 불 보듯 뻔하다. 혼란이 생기고 음모가 자라난다. 그의 사후 최 측근이던 이사는 결국 변절하여 조고와 함께 그의 첫째 아들 부소를 죽게 만들고 작은 아들로 다음 황제를 세운다. 그러나 음모로 황제가 된 이세는 정통성의 콤플렉스를 가진 나머지 많은 형제들을 다 죽이고 나라를 암흑으로 몰아간다. 결국 3년 밖에 그 자리에 앉지 못하고, 그 다음을 이은 자영도 46일 밖에 권자에 앉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진승과 오광의 난으로 어처구니없이 진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중국은 또 다시 여러 나라로 갈라지게 된다.

 

짧은 시간에 이룬 통일 대업, 그 후 행했던 통합의 노력, 죽음과 그 후 나라의 상황까지, 이는 영웅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의 거대한 드라마 같기도 하다. 많은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때로는 환상적이기도 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리더쉽과 킹메이커, 치세와 시절에 대한 전설>이 탄생 했다. 그가 황제가 된 후 행하였던 것들은 통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독재'에 가까웠다. 거기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란 참으로 위험하고 어리석은 독재였다. 인간의 숙명까지도 거스르려고 한 그의 행보는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짧은 시간 결과물을 내야했던 만리장성이나 아방궁의 토목공사에 동원된 백성들, 언론 통제, 분서갱유, 번번한 순유, 흉노와 백월 정벌 등 그 짧은 통일의 과정은 백성들에게 자부심보다는 혼란과 두려움, 불만만 일으켰음에 틀림없다.

 

 

 

이 책은 드라마틱하게도 진시황의 암살시도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진시황의 통일에 어떤 당위성을 암시한다. 그가 만일 육국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 시키지 않았다면 전국시대 각 나라들은 이전투구를 계속했을 것이고, 이는 역사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러나 과연 이것이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후 어느 장에도 백성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것이 없다. 마지막 몇 장, 진의 멸망을 다루는 장들에서 앞서 말한 백성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전부이다. 이는 그의 통일 과업이 아래로부터 일어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나라의 제후국이던 많은 나라들이 스스로 패주를 칭하며 천하를 노릴 때 그들에게 명분을 주는 것은 백성이어야 했음에도 그들은 지배하고, 굴복시키고, 스스로 승자가 되기만을 바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정말 진시황에 관한 모든 것이다. 그의 출생에서 집권 통일 죽음까지 총 망라한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누구는 원대한 꿈을 품고 이루는 과정을, 누구는 리더쉽을, 누구는 처세술이나 인재등용을, 누구는 인생무상을, 누구는 역사자체를 보는 시각이 어떤가에 따라 그를 평가하는 것이 달라질 것이고, 자신의 인생에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감하게도 진시황과 우리의 과거, 현재의 정권을 교차시켜보았고, 그 안에 진정으로 역사의 발전을 이룩한 국민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역사는 발전 하는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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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버 -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클 닐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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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 리버 (The River)

 

 

 

 

 

 

거대한 자연은 어느 철학자나 현자보다도 더 큰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그런데 왜 강일까? 아니, 아니다. 강 뿐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본다면 길 가의 작은 돌이나 풀 잎 속에도 깨달음의 길은 있을 테니까.

 

 

이 소설은 거친 인생의 강을 해쳐가며 삶이 품은 거대한 이야기와 진리를 찾아가는 인간들의 성장기이다. 거친 물살 속에서 헤매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던지고, 때로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속에서 발버둥을 치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깊은 좌절감에 떨기도 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망설이다 놓쳐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

 

 

그것이 인생이다. 거친 강줄기를 타고 가려면 강 앞에 겸손해 져야 한다. 높은 파도를 만나면 몸을 움츠리고, 거대한 물줄기를 만나면 거스르려 하지 말고 그 힘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때로 깊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땐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저 바닥까지 내려갔다 노를 치켜들고 한 번에 치고 올라와 자신이 거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 거대한 운명의 물줄기를 거스르려고 하거나, 나를 압도하는 인생의 위기에서 자만하고, 스스로 깊은 고통의 심연으로 스스로 빨려 들어가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거부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가 끝이라고, 이 폭포에서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서둘러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험이 무서워 얕은 개울만 건너려고 하지는 않은가?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바로 이런 것을 묻고 있으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 거친 인생의 강에서 자신만의 생채기를 스스로 치유하고, 그 강이 선사한 선물을 기꺼이 받은 사람들이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강하고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주 행복했다. 콜로라도 래프팅 캠프에서 방문자들을 리드하고 지도하는 일을 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가브리엘을 아주 사랑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갔던 어느 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그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만다. 그 후 사정 때문에 함께 살지 못했던 어머니와 콜로라도를 떠나 캔자스에서 아주 어둡고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그러던 주인공에게 거대한 운명이 꿈틀대고 다가오고 있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가게 된 콜로라도 여행에서 드디어 자신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운명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환상처럼 신비로운 경험, 강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을 적셔 떠오르게 했던 강의 소용돌이, 붉은꼬리흰매, 물 장막이 만들어준 화면 속에서 보았던 과거의 화면들이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님을, 이 강과 아버지와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치유'를 받게 된다.

 

 

그 후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삶으로 돌아 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그토록 두려워하고 원망했던 강으로,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때로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신을 압도하는 '운명'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 강에서 래프팅 캠프의 일을 배우고, 강을 타고, 첫 여행에서 만난 '태비사'와 사랑을 키우고, 새뮤얼, 에즈라, 제이컵 이라는 멘토와 교류를 하고, 어머니에게 받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으며 '진정으로 산다는 것'과 '강이 주는 삶의 교훈' 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 그리고 꼭 한번은 뛰어넘어야 할 '비밀'과 만나게 되면서, 한 층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 이야기는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우연히 만나게 된 두 남자의 의례적인 대화에서 시작된다. 그렇다. '살다보면 인생을 바꿔놓는 사람과 만날 때가 있다'. 우연인 것 같지만 우연이 아닌 그런 운명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삶의 승리를 거둔, 삶의 빛나는 교훈을 얻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염성이 있으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까지도 열정에 들뜨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아닐까? 그런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결심을 하고 거대한 운명의 강 속으로 '풍덩' 자신을 던지는 용기가 있는지!

 

 

이 소설은 그런 거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가브리엘 클라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우리는 누구나 자신과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누구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더 큰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 그리고 모험을 감행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없다' 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각 페이지 마다 녹아있는 인생의 교훈들, 멘토들이 들려주는 주옥같은 말들이 어떠한 명상서적보다도, 어떠한 깨달음의 말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았으며, 큰 울림을 주었다.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깊고 푸르며 굽이치는 물살을 가진 강. 밤이면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해주고, 어느 날 거대한 바위를 선물을 가져오는, 그리고 어떠한 순간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 그 강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봐, 나는 강을 수 백 번 탔어. 그래도 급류를 타기 전에는 아직까지 속이 울렁거려.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지.

나보다 큰 무엇과 대면할 때는 항상 그런 느낌이 들거야.

한편으로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게 아닐까 해.

우리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만 품고 산다면 아무것도 누릴 수 없어.

모험도 없고, 운명도 없고, 목적도 없지."

-p235-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http://africarockacademy.com/10177109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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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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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通度遺事)

 

 

 

 

 

 

책 서두에 저자가 밝혔듯이 역사를 쓰는 방법은 저마다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가치관'일 것이다. 이 책은 통도사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지만 '삼국사기'처럼 사실위주의 이야기만 기록하는 것이 아닌 종교적이고 초월적이거나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일들까지 품어 써낸 '유사'체의 책이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처럼 말이다.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의 하나로,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어 불보(佛寶)사찰이라 고 한다. 이제껏 내가 통도사에 대하여 들은 것이라곤 '통도사' 라는 이름과 얼핏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대웅전에 따로 불상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이 책은 통도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절을 창건한 '지장율사' 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연유, 절 이름의 비밀, 통도사의 건물들과 연못에 담긴 의의와 관련된 전설, 통도사를 우리나라의 삼보사찰중 하나가 되게 한 '금강계단' 이야기, 풍수지리로 본 통도사와 용 관련 신화, 부처님 진신 사리의 영험, 통도사를 대표하는 선사, 유교의 불교 배척과 많은 전란의 역사 속에서 건재했던 이유, 과거와 현대 관련된 사람들의 일화들 까지, 통도사를 거대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통도사에 이렇게 깊은 역사가 있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수많은 신화와 스님들의 일화, 전래되는 이야기들이 많은지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 '유사 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통도사를 그저 역사적 사실만으로 얘기한다면 백과사전에 나온 관련 설명 몇 줄이면 끝일 테니까. 그러나 저자는 그런 명확한 사실이외에 그 안에 담겨있는 전설, 그 전설과 연결되는 다른 나라나 민족의 전설로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영적인 체험이나 풍수지리, 주역의 이치에 까지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통도사 극락전에 그려진 <반야용선접인도>의 예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중생들이 극락정토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배가 바로 큰 용이 변한 것이다. 뱃머리에는 인로왕보살, 후미에는 지장보살이 타고 중생들을 인도하고 있는 그림인데, 이 그림에서 저자는 저승으로 가기위해 강을 건넌다는 원형을 기독교의 요단강, 일본의 삼도천, 영국의 스톤헨지와 우드헨지를 이어주는 에이번강, 이집트의 나일강까지 확장시키고 지장보살을 보고 오작교와 견우직녀 설화로 연결 시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불교민속학을 전공하고 유교, 도교, 불교의 높은 고수들과 교감하며 닦은 천문, 지리, 인사 등을 공부하고 언뜻 보기에 마치 기행에 가까운 행적을 통한 깊은 사유와 깨달음이 저자인 조용헌으로 하여금 이러한 거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하였나 보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전설, 이야기의 원형, 신비로운 이야기, 마치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처럼 한 순간도 지겨운 순간 없이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들게 해 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저자의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이 다시 생각났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http://africarockacademy.com/10151039009

그때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서는 '통도사'에 관해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통도사의 이야기지만 옛날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신화와 전설이기도 하다. 정말 저자의 글 솜씨와 다양한 방면의 깊은 지식이 놀라웠고, 이를 잇는 상상력 또한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김세헌 화백의 멋진 그림도 이야기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과 그림의 조화가 참으로 멋졌다. 거기다 실제 통도사의 사진들 또한 글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 무척 즐거웠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통도사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다양한 지식을 얻기 원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신화와 전설, 설화에 관심 있는 사람도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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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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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깨적

 

 

내가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달에 최소한 6권정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많이 묻는 질문이 '왜 책을 읽냐' '그렇게 읽어서 인생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실은 이 질문은 나도 가끔 나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다.

 


그냥 책이 좋아서 읽는 이유 빼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도 달라졌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이유는 그냥 책 읽기가 가져다 주는 부수적인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안에 내용이 직접적으로 내게 도움을 주었다기보다 책을 읽는 다는 그 행위가 어떤 밝은 에너지를 주었고, 좋아하는 분야 이외의 책도 일부러 읽으며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나 편견등을 없애기도 했다.

 


어떤 책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그것은 당연히 실용서적들이다. 솔직히 나는 실용서 혹은 자기계발서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건강에 관련된 것이나, 다이어트, 친환경, 채식 등과 관련된 책은 필요에 의해 보게 되었다. 채식과 간헐적 단식을 알고 실천하게 되면서 체중감량과 요통에서 해방되었고, 책읽는 행위로 인해 몇년간 이어지던 우울증을 극복, 심리학 서적들을 읽으며 인간관계 특히 가족들 간의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책 <본깨적>은 내가 겪었던 이런 이유들이 바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임을 가르쳐 주는 책이고, 더 나아가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 읽기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정독과 속독 다독은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방법들도 제시하는데 이를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았고 본깨적 책읽기 어느 부분에서 이런 방법들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선에서 다룬다. 또 한가지 방법은 수직적 병렬독서와 수평적 병렬독서인데 처음의 방법은 하나의 주제를 가진 여러권의 책을 함게 읽는 것, 두번째 방법은 서로 다른 종류의 책을 함께 읽는 방법인데 이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줄수 있겠다.

 


<본깨적> 독서법은 <보고, 깨닫고, 적는 독서법>을 말한다. 이 방법은 인문서적보다는 비인문 분야인 실용서적들에 조금 더 특화된 방법이다. 책읽을 때는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준비-읽기-마무리다.

 


일단 책을 읽기전에 목차를 먼저 보고 책을 훑어보며 대충의 내용을 파악한다(Before Reading). 그리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속독이나 정독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책을 읽는데 필요한 부분은 밑줄을 긋고, 책의 한 귀퉁이에 본것, 깨달은 것을 적으면서 읽어간다(Reading). 이런 책 읽기 과정이 끝나면 책 뒷부분에 적인 <북 바인더>를 이용해 자신이 읽었던 것을 정리한다(After Reading). 이렇게 읽는 방법의 목적은 지식을 얻는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지식을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 이며, 다시 읽을 때 필요한 부분을 바로 취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 언급한 것은 많은 책읽기의 방법과 효율적인 적용 방식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에는 물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삶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며,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실제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도 한다. 이 책에 비추어 보면 나의 책 읽기는 괜찮은 부분도 있지만 비 효율적이거나 두서없는 행위가 있기도 하며, 하루를 기반으로 장, 단기 계획이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친 책 중 한 권이 되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방법들과 충고들을 모두 받아들이거나 모든 것을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 삶이 너무 팍팍해 질 것 같아고 감성적인 부분이 사라지게 될 것 같아서)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이 책은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다양한 독서의 방법을 알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고, 오래 많이 읽어오더라도 뭔가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자신의 독서 습관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좀더 계획적인 글 읽기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또한 이 방법은 인문학에도 적용할 수 있긴 하지만 실용서 읽기에 특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필요해 의해 읽는 책이 많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른 독서 방법론과 함께 읽어도 아주 좋을 듯 하다. 방법에는 정답이 없고 자신에게 맞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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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은 없다 - 부속인간의 삶을 그린 노동 르포르타주 실천과 사람들 5
레그 테리오 지음, 박광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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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은 없다

 

 

 

나와 '노동'과의 첫 대면은 바로 [날아라 노동] 이라는 책에서였다.

 

[날아라 노동-은수미] http://africarockacademy.com/10154663816

 

 

이 전까지 나에게 노동은 그저 고된 일과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나고 나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내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책은 어떤 것이 노동인지 노동자의 권리, 우리나라 노동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이 책 [노동 계급은 없다]는 르포르타주 우리가 흔히 <르포> 라고 하는 기록문학 형식의 책으로써 자신이 살고 경험한 [미시적인] 관점의, 미국 육체노동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속의 배경은 1900년대 초 저자의 부모세대와 현재까지이며, 자신이 더 이상 육체노동을 할 수 없을 때 까지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보고 겪은 것들이 담겨있다. 그들이 하였던 일, 나누었던 대화 등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가 경험한 것이라 마치 추억을 회상하듯 조금은 감성적인 느낌으로 전달한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생경한 부두 노동자와 그들이 일하던 광경, 철새처럼 시기에 따라 떠돌면서 면화나 과일의 수확과 포장, 벌목 등을 책임지던 노동자들의 모습이 떠돌이처럼 살면서도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그들 자신과 동료들을 보호했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거나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조금은 채색이 되었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노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해방 후에 바로 전쟁, 전쟁 직후 우리의 사명은 오로지 '먹고 사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아, 아리따운 젊은이들은 공장에서 고된 땀을 흘리며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각성제 주사를 맞으며, 간호사들은 독일로, 청년들은 다른 나라의 전쟁터로,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우리의 경재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러는 와중에, 누구나 잘 알듯이 노동자의 권리는 물론 인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헌법조문은 쓰레기통으로 직행, 암울한 시기를 거쳐 노동자의 자각이 시작될 때 즈음 IMF를 맞고 회사에서 쫓겨나 거리로, 지금은 노동, 노동자, 권리 등은 비정규직의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미국의 육체노동자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강성노조를 만들어 그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 산업화로 인해 더 이상 육체노동자의 존재 이유가 모호해지는 현재까지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나에겐 참 생소한 모습이다. 아직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대기업이 있는 곳에서는. 그리고 그렇게 강성한 노조로 똘똘 뭉쳐 어떤 불의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러나 과거의 모습은 좀 차이가 나지만 현재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전문 숙련자의 자리를 기계들이 대신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나이 있는 비싼 숙련자보다 제3국의 저렴한 노동자들의 손을 빌리거나, 아예 그 곳에서 물건을 만들어 자국으로 역 수입하여 들여오는 방법으로 노동자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비게 된 자리는 비조합원으로 대체하여 더 이상 노조가 힘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자본을 가진 사업주들은 정치권을 압박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도록 한다. 사측과 노동자의 대립을 이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으로 몰고 가는 교묘한 방법으로 노동자의 적은 노동자로 만들어 버리거나, 하나의 회사에 여러 노동조합을 세우는 방법으로 진짜 노동자의 조합을 해체시키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상황, 노동과 노동자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 아니 '의도적인 계획으로' 파괴되어온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동은 어떠한 의미일까? 우리가 자유로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자유를 누릴 때 어는 한쪽에선 극심한 노동 불안정(적은 임금, 높은 노동시간 등)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이 해답을 마지막 3페이지에 담아 놓았다.

-노동이 하나의 권리로 간주되어야 하며, 노동권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숙련 노동이든 비숙련 노동이든 모든 노동은 보호되어야 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며, 가능한 평등하게 나뉘어야 한다. (P319) 우리가 늘 그렇듯 무엇이든 잃어버리고 나서 추억하고 그리워하기 그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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