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만우절 나남창작선 113
양선희 지음 / 나남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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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만우절

 

 

 

 

 

 

 

 

'언니 나는 오늘이 만우절이었으면 좋겠어. 아니 매일 매일이 만우절이었으면 좋겠어.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만우절의 거짓말이 되게 말이야.'

 

 

 

살아오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말'로 인한 고통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의도를 가진 악의적인 거짓말로, 누군가의 아무 의미 없이 내뱉었던 말들이 큰 눈덩이로 불어나서 혹은 사소한 오해들로 우리는, 인간만이 가졌다는 재능인 '말' 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서두에 쓴 주인공 '민은아'의 말이 이 소설 <카페 만우절>의 주제를 한 줄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은 일 년의 단 하루, 거짓을 진실처럼 말할 수 있는 만우절을 매일 매일 살아가고 싶을 만큼 말로인한 상처가 크다.

 

 

그녀의 엄마 '윤세린'은 천재시인이었으나 남편과 딸을 버리고 불현듯 프랑스로 떠나 센 강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 '민은아'는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아 연극배우이자 천재 희극작가로 살아가는데 그녀에겐 늘 '버지니아 울프 윤세린의 딸' 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로펌의 대표인 변호사로 그녀를 딸로서 따뜻하게 품어준 적이 없는 매정한 아버지이며, 그런 그녀에게는 늘 남성에 대한 추문이 떠돌고, 그녀가 사랑한 남자들은 늘 그녀에게 집착하고, 심지어 남자들의 어머니는 늘 그녀에게 비이성적일 정도로 가혹했다.

 

 

그러던 그녀가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자 언론사와 기자들은 그녀의 삶을 다시금 조명하게 되고 그녀의 과거와 불행한 가족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앞 다투어 취재를 하려한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흥미 거리가 아닌 '진실'을 파헤치는 '한승애' 기자. 그녀는 주인공을 취재원으로써 10년간 봐왔고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로 주인공을 도와주게 되며 그녀의 남편, 아버지, 친구, 극단 관계자들을 오가며 떠도는 말과 소문사이에서 숨겨져 있는 '진실'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알려진 사실들 사이에 절묘하게 포장된 진실, 게다가 실제 주인공들도 서로 모르고 있는 진실들이 서서히 베일을 벗게 된다.

 

 

 

 

이 소설은 크게 세 줄기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전개 되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둔 가족들의 관계와 죽음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주인공의 삶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거짓이 진실처럼 부풀려지고 한 낱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과정 그리고 이런 소문들을 근거로, 거룩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상대편의 사람에게는 이기적이고도 파괴적인 모습으로 돌변할 수 있는 '모성애'에 관한 하나가 그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으며, 많은 사실들 중 어느 하나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거쳐 사람들 사이로 더 크게 공명시켜 '진실'로 포장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을 두고도 각자의 상황과 기분, 잣대로 이를 서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켜 어느 순간 '진실'로 바꾸는 그 과정을 즐기며, 변하지 않는 진실인 냥 소비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슬픈 현실은 그 일의 당사자들끼리도 아무상관 없는 사람들의 '소문'만을 진실로 받아들일 뿐 서로 소통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조차도 자신의 엄마가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프랑스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만 진실로 받아들일 뿐 사람들이 임의로 씌워놓은 원죄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려 하지 못하고, '말'들로 인해 학대당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기자 한승애의 시각으로 이런 주인공과 그녀의 가족, 지인들, 자칭 친구들을 오가며 '말' 이 어떻게 사람들을 구속시키고, 상처를 주며, 부풀려지고 진실로 변형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며 그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한다는 것도,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 따위는 안중에는 없다는 것도.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통찰력에 한번 놀랐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마치 추리 소설의 그것과도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주인공 가족의 비극은 가만 들여다보면 섬짓할 정도로 두려운 것이다. 군중의 시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던지는 돌팔매는 한 사람을 넘어서 대를 이어 한 가족을 비극의 수렁에 빠지게도 할 수 있다. 그 폭력과 잔인성에 자유로울 수 있는 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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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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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는 일생을 통해 그 시기 마다 꼭 달성해야만 하는 어떤 목표들이 있다. 10대는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것, 20대는 졸업과 취업, 30대는 결혼과 출산 40대는 내 집 마련과 자녀들을 때에 맞춰 남들 다하는 사교육을 시키고 대학에 보내기, 50대 이후는 자녀들 출가시키고 자녀들이 낳은 손자손녀를 보살피는 것 까지 그리고 자신의 노후대책까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고개고개를 만난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거나, 가더라도 남들이 다 하는 스펙 쌓기를 하지 못할 수도, 높은 등록금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졸업 후에 취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취업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 온갖 재테크 까지 신경 써야 한다. 각 나이별로 이뤄야 할 목표들을 달성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비싼 결혼식, 출산 후 비싼 아이용품들과 명품 교육에 내가 가진 돈 보다 더 많은 대출로 산 아파트와 자가용 덕에 빚 갚기에 급급하다.

 

 

이 책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히 밝혀 놓은 책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는데 살기는 나날이 더 힘들어 지는지를.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1장에 거의 모두 다 들어있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빚'으로 돌아가는 사회다. 애초에 사회에 돈이 도는 것은 은행에서 돈을 찍어내고 그 돈을 누군가가 대출받으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떻게 가상의 돈이 만들어 지고, 어떻게 경제가 커지고, 어떻게 빚이 늘어 가는지, 내가 대출금을 갚으면 어느 누군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명한다. 정말 돈과 자본주의에 대해 아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 놓았다. 예전에 금융의 비밀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 어려워 이해가 어려웠는데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또 늘 궁금했던 '왜 로스차일드 가문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좋은 기회였다.

 

 

2장은 금융상품에 관한 내용이다. 이 내용은 경제 관련 책들을 읽으며 많이 접했던 내용이라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우리가 은행이나 금융회사에서 추천받는 상품들은 전문가들이 추천해 주어 많은 수익을 줄 것 같지만, 그들 회사는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도 잘 모르는 상품들을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데로 자신의 실적과 인사고과를 위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니 만큼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들도 마찬가지다.

 

 

3장은 소비와 마케팅에 관한 내용이다. 소비나 마케팅 분야도 관심이 있어서 기회가 되면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적인 부분의 실험과 기업들의 마케팅 타겟 지정이나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한 권에 많은 내용을 싣지는 못하겠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아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러니 했던 부분은 '마케팅'에 대한 시각차이다. 나는 내가 만든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남이 만든 상품을 '사야하는' 구매자 입장이기도 한데, 같은 상황도 이쪽에서는 '이용해라' 저쪽에서는 '속지마라'를 말하고 있으니 우리의 입장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4장은 경제와 금융에 관련된 이론을 펼친 철학자들을 알아본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편을 주의 깊게 읽었는데 아담 스미스가 부자들 편에 선 철학자란 편견을 깰 수 있어 좋았고, 그들의 이론만이 아닌 그 이론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사회 환경과 개인적인 일들까지 좀 더 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5장은 복지에 관련된 부분을 다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다. 한 쪽에선 복지를 '비용' 이라 생각하고 복지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거침없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복지는 '재생산, 사회 안전망'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복지를 사회안전망과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본다. 아주 짧은 분량이라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꼭 필요한 부분을 다룬 것 같다.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복지'를 제대로 하는 것이고, 그것이 국민 모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쉽고, 재미있고, 아주 유용한 경제학 책' 이란 것이다. EBS에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기에 사진과 도식, 그리고 방송에서 다루었던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어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앞서 정리한 내용보다도 더 많고 더 직접적이며 꼭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다. 또한 이 책은 자본주의를 '비판' 하는 책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바로 보여주는 책' 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경제와 금융의 원리를 알려주는 책' 이다. '이러이러한 것이 자본주의이며 이 체제 속에서 어떻게 해야만 좀 더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특히 학생들이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얘기 하면 더 좋을 책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실질적인 분야는 공부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는 다면 우리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아주 매력적이고 유용하다. 경제 입문서로도 좋을 것 같고, 내 주위사람들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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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 - 한중일 동아시아史를 한 바늘로 꿰어낸 신개념 역사서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1
이희진 지음 / 동아시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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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

 

 

 

 

 

 

참으로 오래 기다렸다 받은 책이다. 보통 한 나라나, 특정 분야 혹은 특정시기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역사서만 보다가 동아시아 삼국 한, 중, 일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한나라의 역사라 하더라도 주변국과 관계를 주고받는 것이기에 잘못 기술하면 이리저리 가지를 많이 쳐서 주제가 흐려지고, 또 너무 타이트하게 서술하면 왜 이런 일이나 결과가 일어났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통사라 하더라도 국사책처럼 정치, 사회, 문화를 따로 나누어 기술하면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큰 흐름이나 줄기를 잡기가 어려워지는 맹점이 생긴다.

 

 

이 책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한 역사책이다. 가까이 붙어 지내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좋던 나쁘던 영향을 주고받았던 3국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이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나 정책이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알 수가 있다. 또한 정치, 사회, 문화의 일들은 따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변화에 다른 변화까지 포함하여 서술하고 있다.

 

 

 

 

 

 

시기는 1장 문명과 역사의 시작, 2장 분열과 분쟁의 시대, 3장 통일의 시대, 4장 고대사회의 혼란과 붕괴로 한국과 중국의 문명의 시작부터 중국의 당, 한국의 발해와 신라의 멸망과 일본의 셋쇼 정치 때인 고대사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나는 고대사에 관심이 많고 한참 동북공정을 비롯한 일본의 역사왜곡에 관심이 많아 고대사 중에서 구석기 문명과 랴오허 문명,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의 태동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얼마 전 <진시황강의>를 읽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는데 진시황강의에서 풀지 못했던 의문인 '왜 그들은 통일을 과업으로 삼았는가' 혹은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드디어 얻을 수 있었다.

 

 

[진시황 강의] http://africarockacademy.com/10179155787

  

 

한 왕조나 국가가 생기면 오래 지속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많은 왕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들끼리 통일과 분열을 많이 하였고, 다른 나라들 보다 비교적 늦게 문명이 시작된 일본 때문인지 3국의 역사를 횡으로 살펴본다 해도 상대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비중이 중국보다 적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어떻게 보면 중국의 역사에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을 서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같은 역사를 두고도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인 해석이 나온다. 한 왕조가 오래 간 것을 두고 안정적이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전쟁이 적어서 사회가 정체되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역사만큼 흥미진진한 분야가 없는 것 같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동아시아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표나 소제목들과 적절한 문단 구분의 편집은 읽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비교적 건조하고 균형감 있게 서술되었으니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아주 좋은 교과서가 되 줄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진시황 강의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478

아주 짧은 세계사 http://africarockacademy.com/10144545465

환단고기를 찾아서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252

하늘이여 땅이여 http://africarockacademy.com/10172549867

천년의 금서 http://africarockacademy.com/1017254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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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4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구자언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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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렸을 때 의무적으로 읽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무기여 잘 있거라>, 그리고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후에 단편집을 읽었던 것 같다. 솔직히 어렸을 때 이 책들을 읽었던 이유는 어떤 끌림보다는 의무감과 허세였던 것 같다. 그러나 <누구를 위해 조종을 울리느냐고 묻지 마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 는 내용의 구절은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 소설을 읽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 구절 때문인지 모른다.

 

 

다시 읽은 헤밍웨이는 어땠을까? 표지의 멋진 표범 그리고 눈 덮인 산. 이 표지 디자인이 가슴을 끌어 당겼고, 영문판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꼭 소장하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키게 했다.

 

 

소설을 읽을 때 어떤 점을 중요시 하는 가에 따라 읽는 느낌은 많이 달라진다. 나는 속도감과 스토리 자체의 재미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호흡이 길거나 일본 소설에서 자주 보았던 극도의 심리묘사, 한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가지를 치는 등 자세한 설명이 많은 작품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단편집 <킬리만자로의 눈>은 모든 작품이 간결한 문체, 잡다한 기교가 없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나 단편이라 스토리보다는 심리묘사나<킬리만자로의 눈> 상황 묘사 등 을 주로 하고 있는데 <두 심장을 지닌 큰 강1,2>,<살인 청부업자들>등, 헤밍웨이의 특징이라는 허무주의적 감성을 접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주제의식이나 큰 재미는 얻을 수 없었다. 아마 내게 지식이 좀 있어서 이 소설이 나온 시대적 배경이나 문학사적 흐름을 알고 있었다면, 그 큰 흐름 속에 이 작품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소설은 읽는 사람 나름이니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번역본과 영문판을 비교 하며 원어가 주는 느낌을 접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짧은 작품들이 엮여있어서 읽기도 쉬울 것이고 헤밍웨이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장편을 읽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이고. 그리고 영문판과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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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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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고도비만, 술과 약물 중독, 야구 모두 외로움의 다른 말. 아니, 외롭다는 말 보다 더욱 처절한 외로움의 말. 그런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한 때 대학교수였던 한 남자 아서 오프, 한 때 그 남자의 야간 수업을 듣던 여자 샬린. 그 남자는 <그녀를 만난 순간 나는 생각했다. 당신도? 샬린의 눈빛에서 그녀 역시 외로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샬린은 나보다 더 외로워했다. 난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p358>라고 했다. 그 둘이 헤어지게 된 후 그 남자는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10년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녀는 병과 외로움 때문에 술과 약물에 찌들어 살다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그 남자는 어느 날, 사랑했지만 함께 하지 못했던, 10년간 편지만 주고받던 샬린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고 어떤 변화를 느낀다. 10년간 은둔 생활을 하던 어두운 삶에 어떤 햇빛이 깃든 느낌이었을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안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청소회사에 연락해 사람을 불렀고 일을 위해 그를 찾아온 사람은 욜란다. 그녀는 작고 연약한 듯 보였지만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다. 너무나 비대해져서 움직이기도 힘든 그 남자를 서서히 집이라는 고치에서 걸어 나오게끔 돕는다.

 

한편 샬린은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스스로 계획한- 자신의 아들 켈 켈러를 자신이 사랑하고 늘 존경했던 아서에게 부탁하려고 그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이 전화 한통으로 아서의 삶에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를 시작으로 욜란다를 만나게 하였으며,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함과 동시에 어떤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후 샬린은 결국 자살을 하게 되고, 그의 아들은 혼자 남게 된다. 아들 켈 켈러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옛 친구 가족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4살 때 그를 떠났고 자신의 엄마 샬린이 망가진 것도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그는 늘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서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기억은 야구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가 제일 잘 하는 것이고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일이 바로 야구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인공인 이 네 사람을 전화와 편지한통으로 연결시킨다. 이 네 사람은 하나같이 버림받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10년이나 집 밖에 나오지 못하거나 약과 술에 절어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저자는 그들의 이런 생활을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그들의 '외로움'을 극대화시켜 표현한다. 어느 구절에도 외로움을 직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의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고는 있지만, 어느 구절도 그들의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그 외로움을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도록 만든다.

 

250kg의 거구의 남자가 만삭의 욜란다와 함께 산책하는 장면, 켈 켈러가 여자 친구와 그의 가족, 그의 옛 친구인 디와 그의 엄마의 도움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면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코끝이 찡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서로의 외로움과 아픔을 어루만진다.

 

아서의 엄마도 고도비만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아서가 어렸을 때 두 모자를 떠나 다른 가정을 꾸린다. 아서를 도와주는 욜란다도 어린나이에 임신했지만 아이 아빠와는 헤어졌고, 그녀의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켈의 여자 친구인 린지도 모든 걸 가진듯한 부유한 집의 딸이지만 그 가족도 린지의 오빠인 아들을 잃은 상처가 있다. 샬린 또한 켈의 친부가 아닌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 또한 켈이 4살 때 그들을 떠나버린다.

 

그들 모두는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헤어지고, 거부당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결국 그 외로움과 소외감은 자신들을 단단한 고치 속에 가두어 버린다.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도 상처 주지 못하도록 할 것처럼. 그러나 그런 세상, 그런 사람들이 결국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 자신이 도움을 받고, 또 그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희망을 품게 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이 책의 원어 제목인 <Heft>는 Weight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짐이 되는 것, 고통스럽게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 속 인물 모두가 나름의 짐을 지고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으며, 자신이 과거에 했던 모든 결정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떠안은 문제 때문에 마음으로 그 무게를 감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그 <무게>를 부담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한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그 <무게>를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고. 자자는 그런 모습들을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역할들 속에 섬세하게 심어 놓았다. 켈이 마지막에 깨달은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서로에게 선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소설을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추운 겨울날 냉골이던 자취방에서 웅크리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사랑에도 일에도 사람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었고, 스스로 고치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그러나 그런 나를 세상으로 꺼내 준 것도 사람이었다. 나처럼 외롭던 우리들은 서로를 토닥이고,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 주었다. 지금은 또 생각한다.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서로의 <무게>를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사람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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