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조정우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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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3D영화를 평면으로 보는듯한, 입체적인 인물을 평면적으로 그린 아쉬움

 

 

 

2014년 1월 현재. TV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기황후' 처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고 했을 때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힘없는 나라 고려에서 어린나이에 상국인 원의 공녀로 끌려가 황후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여인. 아들을 황제로 만들고 원에 고려문화를 유행시켰던 여인. 이것만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가 원의 황후로 있을 때 그녀의 오라버니들이 누이만 믿고 고려에 한 짓을 생각하면 또 미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고려의 왕은 충혜왕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 그저 재미있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TV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유행, 분위기를 선도, 반영할 수도 있고, 특히 역사드라마는 극적인 재미를 위한 설정이 왜곡될 수도, 때로 진짜 역사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는 만큼 좀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볼 수는 없었다.

 

이런 때에 이 소설은 또 다른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했다. 소설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사실이 소재라 해도 그 진실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으니, 이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의 사실에 어떤 부분을 상상에 맡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비교해 보고도 싶었고. 저자는 기황후의 무덤이 고려 땅 연천에 있었던 사실을 가져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장군 '최영' 과의 사랑으로 연결시켰다. 죽을 때까지 고려로 오고 싶었던 여인, 끝까지 장군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한 많은 여인으로 만들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기완자', 남장을 하고 나갔던 격구장에서 상대편으로 출전해 싸우던 '최영'을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기완자는 최영과 혼인을 하려 하지만 최영과 그의 아버지는 기씨 집안에 비해 한미한 집안이라는 이유로 혼담을 거절한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 공녀차출의 명이 떨어져 기완자는 불시에 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최영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그녀는 원으로 가 차를 끓이는 궁녀가 되었다가 황제 토곤의 눈에 들어 귀비가 된다. 이후 그녀를 사모한 원의 장수 탈탈, 고려인 환관 고용보와 그녀를 사모해 기꺼이 환관이 된 박불화의 힘으로 결국 귀비에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래도 고향과 최영을 잊지 못했던 그녀는 아들을 낳은 후에는 아들만을 위해 사는 어미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결국 아들을 황제의 자리에 올려 그 뜻을 이루지만, 원은 잇단 난과 전쟁으로 패하고 다시 몽골 초원으로 쫓겨 가게 된다. 훗날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뜻에 따라 고려 땅 연천에 묻히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공녀 선발을 중지시키고 고려의 복색과 풍습을 유행시켰으며, 고려를 원나라의 행성에 편입시키려는 것을 막은 그녀이기는 하지만 그 오라비들의 전횡과 공민왕이 자기 가문을 멸문시킨 것에 대한 복수로 고려에 군사를 파병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는 많이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런지 그녀가 원으로 끌려가서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리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고, 앞서 말했던 부담감 때문인지 기황후와 고려의 관계, 오라비들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 소설은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분량이 좀 더 길고 기황후가 가진 이런 약점을 좀 더 부각했으면 아름답지만 정치적인 욕망이나 억척스러움을 가진 강인한 사람, 그 반면에 불같은 사랑을 품은 뜨거운 여인, 남편과 아들의 나라 원과 자신의 고향인 원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어머니의 모습, 혹은 자신을 원에 보낸 고려에 대한 원망, 그 반면에 그녀를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는 오라비들과의 갈등, 고려 왕 과의 갈등 등도 아주 긴박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책을 펼치면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금방 읽히고 가독성은 좋다. 그리 잔인하거나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어 잔잔하게 읽기에는 좋을 듯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소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기황후에 대해 궁금하거나 그 당시 원과 고려의 관계나 상황, 인물들을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소설을 읽으며 머리 아픈 것을 불편해 하는 분들께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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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MINI+ 전집 세트 - 전6권 셜록 홈즈 MINI +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시드니 패짓 외 그림 / 미다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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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MINI+전집세트

 

 

 

셜록 홈즈. 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지금까지도 리메이크되며 사랑받는 캐릭터. 어렸을 때 책에 대한 재미를 심어준 것이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이었다. 추리, 탐정 소설의 원형을 만든 이들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은 내 유년기의 아주 좋은 추억중 하나인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셜록 홈즈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남다른 의미이다.

 

미국판 셜록홈즈인 드라마 '엘리멘트리' 에서는 왓슨을 여성으로 만들기도 하고, 영국의 드라마 '셜록 홈즈' 는 벌써 시즌3이 방송되어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1887년에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창조되어 2014년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캐릭터. 때로는 셜록 홈즈가 실제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보다 더 실제 인물 같으니 얼마나 이 대단한 일인가.

 

이번에 만난《셜록 홈즈 MINI+전집세트》는 장편 4편 전집과 단편 56편중 12편의 베스트 컬렉션 한국어와 영어판 각 한권씩 총 6권 세트이다. 이 세트의 특징은 1. 셜록 홈즈 장편을 모두 읽을 수 있고, 많은 사랑을 받은 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점, 2.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 사이즈라는 점, 3. 학생들은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며 수능공부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인데,《셜록 홈즈 MINI+전집세트》에서 고딕체로 굵게 표기된 수능 국어 빈출 단어를 눈에 익히고《Y시리즈, E시리즈》에서 한자, 영어까지 확대 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영어판 책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말과 비교해서 읽을 수 있는 점이 큰 특징이 아닌가 한다.

 

한손에 들어오는 포켓 사이즈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가 쉬워서 어디서든 꺼내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책들은 양장이나 두께, 무게가 많이 나가서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부담스러운데 이 책은 넣어 다녀도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또한 처음 출판될 때 실렸던 삽화는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배경이 모두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이므로 그 시대 미국과 영국의 분위기, 복식 등을 알면 아무래도 더 이해력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요인물, 역사적 사건, 장소 등이 따로 첨부되어 있어 따로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소설의 극중 화자는 존 왓슨이라는 의사다. 왓슨은 때로는 그의 활약을 돕기도 하고, 동행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인데 그가 실제 겪었거나 홈즈가 사건을 해결한 과정을 듣고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따로 서술된다는 것도 큰 특징이 아닌가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은 그러니까 하나의 소설에 두 가지의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어떤 설명이나 수식보다도 한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번이라도 읽는 다면 아마 나처럼 <셜록 홈즈> 라는 인물의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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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이언스 1 호모사이언스 1
EBS 과학혁명의 이정표 제작팀 지음, 이덕환 감수 / 지식채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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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이언스1

 

-과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한 번에 깨주는 융합형 과학책-

 

 

과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어려운 과학을 공부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답을 해 주고 있으니, 그 이유는 바로 과학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란 인류의 오랜 궁금증을 풀기위해 시작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시험을 치기위해 배우고 외워야 했던 기계적인 과학은 참 어렵고 싫었다. 어려운 물리학 이론과 공식, 화학, 지구과학 등을 왜 공부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외우기만 하다 결국 포기하고 문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교육의 문제는 뭐 하루 이틀 말해오는 것이 아니니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책을 '의도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어렵다고 느꼈던 철학과 과학책들을 일부러 읽어보려고 노력한 후, 물론 한 이론이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책들은 아니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입시, 주입식 교육이 주는 폐해의 깨달음과 과학이 가지는 즐거움을 찾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호모사피엔스1> 같은 '융합형 과학'책들이 과학은 어렵고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는 트라우마를 깨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을 발표한 후, 이를 토대로 개별분과와 문, 이과의 벽을 허문 고교생 대상의 새로운 '융합형 과학 교과서가 개발되었는데, 이 책 <호모사피엔스1>는 EBS에서 새로운 교과서에 기반 하여 제작한 EBS다큐프라임 <과학혁명의 이정표>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허문 '융합형 과학책'을 조금씩 읽어온 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친절한 과학책>과 <빅 히스토리>와 겹치는 부분이나 비슷한 부분이 많다. 특히 우주의 탄생, 빅뱅에서 시작하여 생명의 탄생, 진화까지는 <빅 히스토리>, 개별 주제들과 과학자들의 연구를 보여주는 부분은 <친절한 과학책>과 많이 닮았다. 또한 큼직큼직하고 선명한 칼라의 사진들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이론을 주장한 과학자의 사진이나 설명도 교양과 상식을 쌓거나 공부하는 학생의 자료로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한다.

 

 

<호모사이언스1>만의 특징은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1.어떤 의문을 가졌고 2.그 의문을 어떤 방법으로 연구를 했고 3.어떤 식으로 발표를 하고, 4.그 결과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주는 빅뱅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별과 우주가 만들어 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너머에 뭐가 있는지, 이 우주는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 망원경의 발명의 도움을 받아→어떤 식의 연구를 해서→ 우리는 어떤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방식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자연히 우리는 과학 지식자체, 그 이론이 나오게 된 과정과 배경, 그 너머 인류가 가졌던 철학적 질문과 그런 연구를 하던 학자와 시대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융합적> 질문과 대답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문>이며, 우리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그 답이 받아들여지기도 거부되기도 하고, 때로는 의문조차 가질 수 없었던 적도 있었으며, 과거의 지식과 철학이 순간 뒤집어지는 혁명과도 같은 큰 변화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사실과 만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으며 모든 무, 유생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모두 <과학 하는 인간>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며,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며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때로는 후퇴하기도, 때로는 진보를 하며,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서 온'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교양서로도 학생의 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많은 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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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짓는 여인
엄정진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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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치 짓는 여인]

 

 

은둔의 작가 엄정진의 SF 판타지, 환상문학 단편집

 

 

 

강렬한 책 표지와 환상문학이라는 말이 눈을 확 끄는 첫인상. 단편, SF 판타지 소설, 그리고 '은둔의 작가' 라는 수식어. 이 셋의 조합은 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영화로 많이 만났는데 소설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도 굉장히 궁금했다. 자, 그러면 한편, 한편 읽었던 작품들을 살펴볼까한다.

 

 

1. 인생의 꿀맛: 가난한 도망자, 사채업자, 타임 슬립, 그리고 좀비. 한꺼번에 묶기가 참 애매한 조합이다. 아무리 힘든 삶이라지만 꿀맛 같은 시간이 한두 번은 있기 마련. 주인공은 시간을 돌이키는 3번의 기회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그런 꿀맛 같은 기회가 올까 하는 씁쓸한 생각.

 

2. 악마와의 거래: 저자의 고심이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혼을 건 악마와의 거래에서 주인공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악마와의 치열한 두뇌싸움.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지적인 재미를 준다.

 

 

3.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악마와의 거래>와도 조금 비슷했다. 이야기 구성이나 소재는 완전히 달랐지만 논리적인 재미가 돋보인 작품.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 안에서 주인공은 또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렇게 돌고 돌면 맨 처음 작가에게 돌아오게 되지만 이야기는 영원히 반복되며 확장된다.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

 

 

4. 네거티브 퀄리아: 주인공은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그 안에는 정부와 과학계의 부정한 거래와 놀랄만한 비밀이 숨어 있다. 뇌 과학과 심리학을 소재로 인간의 탐욕과 광기, 집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긍정적인 사람만 모여 사는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일 것인가, 긍정과 부정, 선과 악, 빛과 그림자, 양과 음,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조화' 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

 

 

5. 거울 속에서 사는 법: 글쎄, 이 작품은 설명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이 봐 왔는데, 내용이 그리 탄탄하지는 못한 것 같다.

 

 

6. 고치 짓는 여인: 이 소설집의 타이틀. '남성의 성적 판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오직 한 남자를 위해 '순결'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고치를 짓는 여인. 순결에 집착하는 남자가 만들어낸 어이없는 판타지.

 

 

7. 고르바초프: 작가의 사회적 시각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 만일 내가 국가의 존망을 안고 있다면? 과연 그 멍에 혹은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소재는 참으로 탁월했던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엉뚱함, 고민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내용이나 구성, 전개 등은 소재의 기발함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주제의식이나 사회적 시각은 킬링타임용의 가벼움을 지워주기 충분하다. 영화화되면 어떨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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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 1 : 선조 이중톈 중국사 1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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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1: 선조

 

 

 

이중톈 중국사, 역사서의 새지평을 열다

 

 

역사서 이긴 한데, 어떤 고증이나 지도, 여러 학자의 머리 아픈 이론 등이 나오지 않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을 주는 역사서. 직관과 냉철한 논리, 재미있는 이야기가 서사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연결이 되는 독특한 느낌의 전개. 그 어떤 단정도 하지 않는 조심스럽지만 자신감 넘치는 주장. 이것이 바로 정상에 우뚝 선 석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처음에 여와를 뱀이 아니라 개구리라고 보는 관점이 마냥 신기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미 정설로 굳어진 것을 어떻게 뒤집어 보게 된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은 이중톈이 한 지방 소도시로 요양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집필실에 틀어박혀 저술한 역사서 1부의 제1권이다. 1부의 주제는 '중국의 뿌리' 이고, 그 중 1권이 바로 이 『선조』편이다. 1부는 목표는 문화의 계통을 밝히는 데 있는데, 1권『선조』편에서는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을 수립하고, 2권 『국가』 에서는 세계문명의 계통을, 3권 『개척자』에서는 중국문명의 계통을 수립한다고 한다.

 

『선조』에서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문명시대까지 인류의 사회조직은 원시공동체, 씨족, 부락, 부락연맹, 국가의 순서로 발전했으며, 문화의 정도로 보았을 때 그것들은 각기 점, 면, 편, 권, 국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그중 원시공동체는 이브, 씨족은 여와와 복희, 부락은 염제와 황제, 부락연맹은 요, 순, 우, 국가는 하, 상, 주가 대표하는데 하는 부락국가, 상은 부락국가연맹, 주는 국가연맹을 대표한다고 한다.

 

씨족에서 부락, 국가에 이르기까지 각기 저마다의 문화적 표지로써, 생식숭배, 토템숭배, 조상숭배를 꼽고 있으며, 생식숭배와 토템숭배는 세계 어느 민족이나 가졌던 것이지만 조상숭배는 오로지 중국만의 것이라고 말하며, 바로 이것이 훗날 중국 민족의 길을 결정짓게 되었다고 한다.

 

자자의 역사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기호해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에 등장하는 여와, 복희, 황제, 치우, 요, 순 등은 실존인물이나 상상의 산물이 아닌,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로 간주하고, 그들의 이름, 이미지,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직관적으로 추리한다. 또한 그 시대의 제도, 문물, 영토, 인물 등 일반적으로 역사를 기술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배제하고 기호에 담긴 상징이나 의미들을 따라가며 마치 에세이를 기술하듯 하는 것이다.

 

이런 기호해독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고 그것들이 품고 있는 문화적인 코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여와가 뱀이 아닌 개구리 일 수 있는지, 여성생식숭배가 남성생식숭배로 넘어가게 되는지, 생식 숭배가 토템 숭배를 거쳐 조상숭배까지 오게 되는지, 훗날 위정자들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 조작하여 과거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남성의 이미지를 덧바르기 시작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은 잘 잘못을 떠나 인류 공통의 흐름이며 역사의 명과 암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밀스러운 진실은 선조들이 남겨놓은 상징 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고.

 

 

 

역사는 이미 지나간 과거인데 왜 우리는 역사에 광분할까? 그저 역사를 이용해 현재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너머선 그 무엇이 있지 않고서야 이 현상을 이해 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늘 새롭게 해석되고, 새로운 것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늘 어느 하나의 시각만을 강요받는 것, 역사.

 

역사를 보면 우리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가 보이고 인종, 민족, 국가를 초월한 공통분모가 보이고, 늘 형태는 다르지만 되풀이 되는 사건들 속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인다. 또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는 정체성의 확립. 그 정체성의 확립의 확대된 형태가 바로 역사의 정립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호기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냥 궁금한 것. 바로 그 이유가 우리를 역사에 빠져들게 하는 지도.

 

이중톈 중국사.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5월부터, 5년간 분기별로 2권, 매년 8권의 속도로 혼자 36권의 역사 시리즈를 집필할 예정이라는 이 학자. 총 6부 36권이란 방대한 분량, 이제 제 6권이 나올 예정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글이 쏟아진다고 하니 그 열정은 그 어떤 젊은 학자들 못지않은 것 같다. 이미 나온 나머지 책들도, 앞으로 나오게 될 책들도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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