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 - 환생과 업의 교리를 거부하며 인간 붓다의 삶을 다시 그려낸 어느 불교도의 이야기
스티븐 배철러 지음, 김옥진 옮김 / 궁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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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교 무신론자의 고백》

 

 

 

 

제목의 조합이 참으로 독특했다. 불교와 무신론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또 이상한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불교는 신이 없는 종교이며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깨달아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교니까. 그러나 어떤 것이든 종교라는 이름을 달면, 아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단체가 생기고, 이들을 인도할 어떤 원칙이나 대표할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왜곡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원칙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떨어져 나가 분파가 생기고 때로 나쁜 마음으로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는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우리는 이단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불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종교들이 그러하고 특히 영향력이 큰 4대 종교가 가장 그렇다. 그리고 사랑과 자비를 내세우는 이들 종교들 때문에 아직도 지구는 전쟁 중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내가 말하는 것의 일정 부분에 의문과 회의를 느낀 것 같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인도에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만나 10년 동안 승려로 살다가 결국 환속하여 재가신자로 살게 된다. 어떤 불교 조직이나 전통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살며 프리랜서 순회강사로 살고 있다.

 

저자는 다른 이들이 옳다고 믿고 불교로 제시했던 것의 상당 부분이 붓다 사후 수 세기가 흐른 뒤 그가 살았던 때와는 다른 상화에서 발전된 교리와 관례라는 것을 깨달으며 회의를 가지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추종자들의 필요에 의해 진정한 진리는 왜곡되고 사라진다. 결국 이는 불교의 전통과 그 창시자를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 싯닷다 고타마 (시타르타)의 설법을 공부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가 신의 위치로 격상되기도 한다. 이에 의문과 회의를 갖던 저자는 '팔리 경전'을 접하게 되고 이곳에 나온 장소들을 직접 보고 탐구하기 위해 다시 인도로 향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고민과 행보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그의 일상과 고민했던 흔적들이 이 책 전체에 실려 있는데, 책의 중간 부분부터는 불교 교리와 고민에 대한 흔적, 경전 자체에 대한 해석들까지 빼곡히 적혀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신상과 고민을 담은 에세이를 넘어선 어떤 무거운 불교서적 같은 느낌도 준다. 또한 그가 경전에 기록된 장소를 답사한 기록들은 여행기를 보는 듯 하고 그 과정은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다. 나 또한 아무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불교를 철학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의미 있게 보는 편이어서 저자의 노력과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괜찮을 책이다. 불교와 싯닷타 고타마의 진짜 모습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혹은 종교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좋을 책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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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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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허허당 스님의 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고,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에 이어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다. 책을 받아드니 예전 책들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책의 사이즈가 조금 작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화려한 색감의 춤추는 듯, 꿈꾸는 듯, 사람들의 그림이 실린 표지.

책을 받으면 읽기 전에 먼저 책장을 스르륵 넘겨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확실히 이 책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그림, 선화의 느낌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선화들은 모두 큼직하고 여백이 많았는데 이 책 속의 선화들은 작은 보살들과 새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이 작은 존재들이 한데모여 큰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새들이 모여 큰 새가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새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작은 보살들이 모여 사람이 부처가 되기도 하고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 낸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계절이 바뀐다. 계절은 글귀에서, 그림에서 그들만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봄에서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지난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단풍이 든다. 세월은 오고감도 없이 늘 돌고, 돌고 순환한다.

이 그림을, 똑 같이 생긴 보살들과 새들을 그리는 승려의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아마 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깊은 무념의 상태에 빠져들었으리라. 선화들은 더욱 화려하고 빼곡해 졌지만 글귀들은 더욱 간결하다. 나는 스님의 책을 한 자리에 앉아서 정독하지 않는다. 늘 주위에 두고 한 번씩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툭 펼쳐서 읽는다. 그러다 보면 같은 페이지를 읽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만 쳐다보기도 한다. 가끔은 그림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고 새들의 힘찬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읽을 때 마다 볼 때마다 새롭다. 예전엔 그림을 잘 보지 않았는데 이번엔 글귀보다 그림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책을 읽기 나름이다. 특히 이 책은 더욱 그런 듯하다. 아마도 읽는 사람에 따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이 다르리라.

 

초승달

비가 오면 비가 되고

바람 불면 바람 된다

내 일찍이

비도 바람도 아니었거늘

새삼

무엇이 되고자 하리고

초승달이 산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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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 수수께끼의 궁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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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조선 역사에서 정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바로 '인조반정'이었다는 평을 하는 학자들을 여러 명 본 것 같다. 국제 정세를 살피지도 못한 채 그저 명분이나 찾고 있었던, 아니 자신과 자신의 당파의 이익만 생각한 관료들의 이기심과 무능함에 참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비교적 국제 정세에도 민감하고 개혁 군주였던 광해군이 늘 재조명 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안타까움의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임금이 된 인조가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신하들 때문에 임금의 노릇도 제대로 못했고, 청으로 볼모로 잡혀가긴 했으나 앞선 문물을 보고 개혁과 북벌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소현세자도 여인의 치마폭에 쌓여 멀리하고 말았으니 이가 모두 인조의 부족함이 아니겠는가.

 

 

이 소설은 인조가 쿠데타로 왕위에 오르고 난지 19년이 지나 광해군이 제주도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후 5일간 궁에서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반정의 명분이 폐륜이었던 이유 때문인지 인조는 광해군을 죽이지 않고 강화도로 유배 보냈다가 다시 제주도로 보내버렸는데, 광해군은 폐위되고서도 19년이나 덤덤하게 생을 이어갔다고 하니 그 속이 오죽했을까. 저자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 오랜 시간, 광해군은 어떤 생각으로 그 긴 시간 살았을까? 혹 궁 안에 그를 위하는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혹은 숨겨진 어떤 비밀이 있지는 않았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가져와 소설 속에서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소설은 상선과 제조상궁이 누군가에게 잡혀가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즈음해서 궁으로 제주에서 광해군이 명을 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궁은 그의 장례문제로 들썩인다. 그런데 그 후 궁에서 이들 사체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임금의 음식을 만들던 숙수가 독에 의해 죽자, 임금, 청에 볼모로 잡혀갔다 돌아온 인평대군, 조소용의 아들 숭선군에게 까지 살해위협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궁은 큰 혼란에 빠진다. 한편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궁의 실세인 '조소용' 전각의 궁녀와 통정을 하다 조소용에게 발각된 별감 진현은 목숨을 보전하는 대신 자신의 아들 숭선군에게 위해를 가하려한 사람을 15일 만에 잡아들이라는 명을 받고 몰래 이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다 이 사건이 궁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과 연결되어있음을 직감하고 서서히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

 

 

구중궁궐 궁녀들의 놀라운 비밀, 광해군과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정말 소문대로 광해군의 망령이 이들을 죽이려 했던 것일까? 광해군의 슬픈 가족사와 잔인한 권력투쟁 그리고 궁녀들의 비밀까지. 소설은 이 모든 것이 잘 짜여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저자는 사건해결의 주인공인 진현에게 목숨을 건 15일만을 주어 긴장감을 이어가도록 했고, 실제 광해군과 인조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궁중의 법도나 품계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지루함을 없앴으며, 개인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궁이라는 공간은 인평대군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해결, 특히 궁녀들의 일상과 그녀들만이 공유하는 독특한 문화는 소설의 미스터리를 더욱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촘촘한 구성으로 끝까지 적절한 긴장감, 속도감을 적절히 유지하는 탁월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했다.

 

 

이 소설 <미궁> 또한 저자의 전작 <장옥정 사랑에 살다>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만한 작품이고 저자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믿고 읽어도 좋으리라. 궁은 정말 마르지 않은 샘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역사처럼 즐거운 이야기는 아마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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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 - 깃털의 쓰임새 16가지
멜리사 스튜어트 글, 세라 S. 브래넌 그림, 이우신 옮김 / 다섯수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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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

 

 

 

그래요. 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요? 새와 다른 동물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하늘을 나는 것에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 넓은 날개를 펼치고 바람을 타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얼마나 멋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새들의 몸은 하늘을 날기 위해 아주 이상적인 모습으로 되어있습니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뼈조차도 중간이 비어있다고 하니까요. 생김새는 바람의 저항을 줄이도록 쭉 빠진 유선형입니다. 그런 새가 다른 동물과 또 다른 점은 부리와 깃털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새들은 뾰족하거나 넓적하거나 그 생긴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부리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깃털! 새들은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새들을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깃털로는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깃털은 아마도 새들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도 하나 봅니다.

 

이 책《새들은 왜 깃털이 있을까》는 새들의 큰 특징 중 하나인 깃털에 대해 알아봅니다. 깃털의 생김새, 종류, 총 16가지의 쓰임새 즉, 보온, 보호색, 자외선 차단, 아름다움, 물에 뜨게 하는 구명 복 등을 알아보면서, 그 깃털을 갖고 있는 새들의 이름, 특징, 생활습성 등을 예쁜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마치 크레파스로 밑그림을 그리고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을 한 느낌으로 그려졌고, 소개 글은 네모 박스 안에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간결하게 담겨 있습니다. 깃털의 표현은 아주 사실적이며 색감이 살아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얘기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도심에서도 무리지어 사는 비둘기와 까치가 아닐까요? 이 책을 읽고 그 새들을 본다면 분명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새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조금은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새들의 깃털로 된 따뜻한 쟈켓을 입을 때나, 치킨을 먹을 때 새들의 고마움을 조금은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요? 저에게 기회가 있다면 이런 책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게 하고 싶습니다. 이런 책은 자연과 동물을 인간이 이용해야할 것들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지구의 구성원, 생명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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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물에서 살까? - 물속 생물 이야기 세용출판 자연일기 2
한영식 글, 유근택 그림 / 세용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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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물에서 살까?》

 

 

 

시골에서 자라서 나름 자연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자세히 들어가면 내가 아는 곤충이나 동물, 식물 등이 딱히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어렸을 때 시냇가에서 물고기도 손으로 잡고, 가재며 물풀들을 가지고 놀았지만 제대로 이름 아는 것은 없다. 또 물에 사는 곤충들은 종류도 많고 더욱 어렵다. 내가 이러니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아마도 더 할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물속 환경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 식물들을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그림도 큼직큼직하고 수채화로 그린 삽화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정겹다. 우리네 자연이 그렇다. 어디를 가든 웅장하고 대단하다는 느낌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수채화 같고, 정겹다. 이 책이 참 좋았던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은은하고 정겹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묘사는 참으로 탁월하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녀석들 그대로다.

 

물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한참 봄비를 맞으며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부터, 지렁이, 올챙이, 도롱뇽,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백로, 왜가리, 물총새, 청둥오리 등의 새들, 물방개, 잠자리, 물자라, 물장군, 소금쟁이 등의 수서곤충, 가재, 옆새우 등의 수서갑각류까지 다양한 생물들의 세밀한 묘사와 간결하고 친절한 설명은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고 어른이 함께 읽으며 이야기도 하고 설명을 해 주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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