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턴드
제이슨 모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맥스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더 리턴드》

 

 

미국ABC드라마 <Resurrection>의 원작. 이 드라마는 먼저 프랑스에서 만들어졌고 그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하는데, 그 원작이 바로 제이슨 모트의 소설 <더 리턴드> The Returned 이다. <진실 혹은 영혼의 귀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죽은 사람들이 예전 그 상태 그대로 돌아온다.' 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아마 대부분 '좀비'를 먼저 떠올릴 것이나 이 소설에서 '귀환자'라 불리는 돌아온 존재들은 죽기 전 그 상태 그대로, 나이도 모습도 그대로인, 잠자고 먹고 생각하는 '인간' 그 자체이다. 소설은 70대의 부부 해럴드와 루실에게 30여 년 전에 익사한 8살 아들 제이콥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제이콥은 중국의 어느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제이콥은 그 후에 친절한 중국 측의 배려와 당국의 도움으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이들 가족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각처에서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고 있었다. 소설에는 해럴드 부부처럼 아들이 돌아오거나,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살해된 온 가족이 돌아오기도 하고, 치매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 어렸을 때 죽은 연인이 돌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냉전시대 일본군이나 나치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산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귀환자들은 생전 모습 그대로이고.

 

자, 그럼 상상을 해보자. 몇 십 년 전에 죽은 가족, 연인 혹은 악연들이 돌아온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 과연 귀환자들은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맞는 걸까? 그들은 그저 죽음에서 생으로 부활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병원체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비밀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주인공 부부는 이 일로 갈등한다. 아니 전 지구적으로 겪는 갈등을 이들 가족과 이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남편인 해럴드는 제이콥을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다른 존재로 생각하지만 아내인 루실은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이상한 받아들이기 힘든 혼란에 빠진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아카디아>에 죽었던 가족들도 한꺼번에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일로 모여 회의를 하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야 한다는 쪽과 그들은 인간이 아니니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반목한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를 하지만 상황은 다들 비슷하다. 어느 나라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보고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기도 하고 또 어느 나라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세계추이를 지켜보고 있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집회를 하고 때로는 과격한 상황에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점점 귀환자들이 많아지자 문제들이 생겨나고, 더욱 커진다. 누구에겐 축복이지만 누구에겐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니 때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다시 나타난 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산자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정부도 어떤 쪽이든 결론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이 때 쯤 주인공의 마을인 아카디아에 군인들이 들어오고, 귀환자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귀환자들을 잡아들여 한 곳에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카디아의 학교는 수용 시설로, 마을은 귀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바뀐다. 주인공의 아들 제이콥도 잡혀가게 되는데, 아버지 해럴드는 제이콥과 함께 수용소에 들어간다. 수용되는 인원이 점점 많아지자 건물 밖 운동장엔 천막이 쳐지고, 먹을 것, 입을 것이 점점 줄어들고 화장실은 고장 난다. 그들은 이제 침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면회는 금지 되고 그들의 운명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귀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을 쫒아내기 위한 시위를 계속하며, 귀환자들을 찾고 신고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땅덩이가 작은 나라는 컨테이너에 이들을 수용하는 등 상황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국 홀로 집에 남아 남편과 아들, 귀환자들을 위해 애쓰던 루실은 결국 권총을 꺼내며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결행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고민,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담담하게,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전개한다. 그들은 왜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끊임없이 고민한다. 작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 혹은 이에 대응하는 사회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 이런 일을 맞닥뜨린 '가족'과 '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그들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소설의 결론은 그들이 왜 왔는지, 어떤 존재인지 밝히는 반전을 주기보다, 이런 일생을 흔드는 일들 앞에 가족이 그리고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며,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지 그 과정과 용기, 깨달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세상에 다시 온 이유가 있었다. 귀환자나 살아가던 사람들이나 그 이유를 깨닫는 것은 결국 자신들만의 몫인 것이다. 귀환자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다.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마친 듯이.

 

충격적인 소재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세월호'가 침몰되고 실종자들을 구조하는 시점이라 특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단 한번만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생명에게 늘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이다.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그 영혼은 지금 평안하게 쉬고 있다는 얘기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삶과 죽음 특히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는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생각 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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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더 리턴드 The Returned
제이슨 모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더 리턴드》

 

 

미국ABC드라마 <Resurrection>의 원작. 이 드라마는 먼저 프랑스에서 만들어졌고 그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하는데, 그 원작이 바로 제이슨 모트의 소설 <더 리턴드> The Returned 이다. <진실 혹은 영혼의 귀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죽은 사람들이 예전 그 상태 그대로 돌아온다.' 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아마 대부분 '좀비'를 먼저 떠올릴 것이나 이 소설에서 '귀환자'라 불리는 돌아온 존재들은 죽기 전 그 상태 그대로, 나이도 모습도 그대로인, 잠자고 먹고 생각하는 '인간' 그 자체이다. 소설은 70대의 부부 해럴드와 루실에게 30여 년 전에 익사한 8살 아들 제이콥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제이콥은 중국의 어느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제이콥은 그 후에 친절한 중국 측의 배려와 당국의 도움으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이들 가족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각처에서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고 있었다. 소설에는 해럴드 부부처럼 아들이 돌아오거나,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살해된 온 가족이 돌아오기도 하고, 치매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 어렸을 때 죽은 연인이 돌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냉전시대 일본군이나 나치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산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귀환자들은 생전 모습 그대로이고.

 

자, 그럼 상상을 해보자. 몇 십 년 전에 죽은 가족, 연인 혹은 악연들이 돌아온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 과연 귀환자들은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맞는 걸까? 그들은 그저 죽음에서 생으로 부활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병원체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비밀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주인공 부부는 이 일로 갈등한다. 아니 전 지구적으로 겪는 갈등을 이들 가족과 이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남편인 해럴드는 제이콥을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다른 존재로 생각하지만 아내인 루실은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이상한 받아들이기 힘든 혼란에 빠진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아카디아>에 죽었던 가족들도 한꺼번에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일로 모여 회의를 하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야 한다는 쪽과 그들은 인간이 아니니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반목한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를 하지만 상황은 다들 비슷하다. 어느 나라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보고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기도 하고 또 어느 나라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세계추이를 지켜보고 있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집회를 하고 때로는 과격한 상황에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점점 귀환자들이 많아지자 문제들이 생겨나고, 더욱 커진다. 누구에겐 축복이지만 누구에겐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니 때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다시 나타난 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산자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정부도 어떤 쪽이든 결론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이 때 쯤 주인공의 마을인 아카디아에 군인들이 들어오고, 귀환자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귀환자들을 잡아들여 한 곳에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카디아의 학교는 수용 시설로, 마을은 귀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바뀐다. 주인공의 아들 제이콥도 잡혀가게 되는데, 아버지 해럴드는 제이콥과 함께 수용소에 들어간다. 수용되는 인원이 점점 많아지자 건물 밖 운동장엔 천막이 쳐지고, 먹을 것, 입을 것이 점점 줄어들고 화장실은 고장 난다. 그들은 이제 침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면회는 금지 되고 그들의 운명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귀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을 쫒아내기 위한 시위를 계속하며, 귀환자들을 찾고 신고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땅덩이가 작은 나라는 컨테이너에 이들을 수용하는 등 상황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국 홀로 집에 남아 남편과 아들, 귀환자들을 위해 애쓰던 루실은 결국 권총을 꺼내며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결행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고민,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담담하게,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전개한다. 그들은 왜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끊임없이 고민한다. 작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 혹은 이에 대응하는 사회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 이런 일을 맞닥뜨린 '가족'과 '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그들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소설의 결론은 그들이 왜 왔는지, 어떤 존재인지 밝히는 반전을 주기보다, 이런 일생을 흔드는 일들 앞에 가족이 그리고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며,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지 그 과정과 용기, 깨달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세상에 다시 온 이유가 있었다. 귀환자나 살아가던 사람들이나 그 이유를 깨닫는 것은 결국 자신들만의 몫인 것이다. 귀환자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다.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마친 듯이.

 

충격적인 소재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세월호'가 침몰되고 실종자들을 구조하는 시점이라 특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단 한번만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생명에게 늘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이다.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그 영혼은 지금 평안하게 쉬고 있다는 얘기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삶과 죽음 특히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는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생각 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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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구한 개 - 버림받은 그레이하운드가 나를 구하다
스티븐 D. 울프.리넷 파드와 지음, 이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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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구한 개》

 

 

이 책의 주인공은 퇴행성 척주장애 때문에 걷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의 통증으로 인해 가족과도 떨어져 살아야 하고, 로펌에서도 해고당한 '스티븐 울프' 이다. 이 책의 제목이 <늑대를 구한 개>인 것도 저자의 이름이 울프이기 때문이다. 척추장애로 인한 통증은 신경계에도 변성을 가져왔고 이로 인한 우울증, 무기력증 까지 겹쳐 진통제와 신경증 약까지 먹으면 멍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육체, 심리적 문제에 약기운 까지 겹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 지는 병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고통이 심해져서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에서 살수는 없어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야 했는데, 아내는 일과 세 명의 딸들 때문에 그 곳에 남아야 했고 결국 주인공 혼자만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카밋'이라는 경주 견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게 된다. 반려동물을 만나는 일은 어떨 때 보면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네 마리의 고양이를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카밋은 애완동물이 아닌 '경주'를 위해 상업적으로 '가축'으로 분류되어 사육되는 종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얘기를 듣는 입과 다리가 길고 빠르게 질주하는 그 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견을 보기가 힘든데, 경견 사업이 그리 활발하지 않아서 인 듯하다. 에세이의 초반부는 이 경주 견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실상은 실로 참혹하다. 경주 견은 한번에 7~8마리가 태어나면 경주 견으로써 소질이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고 버려지거나 도살된다. 또한 오로지 '경주'만을 위해 사육되므로 경주 견으로 살 수 있는 2~3년 동안 자신의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케이지에 갇혀 살게 되며, 일반적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애완견들과는 다르게 사회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다. 게다가 경주 견으로써의 소임이 다 하면 이들도 대부분 도살된다고 한다. 몇몇의 사업체나 사람들이 이런 경주 견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거나 보살피게 되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주인공에게 입양 되는 그레이하운드 '카밋'인 것이다.

 

카밋은 경주견이라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편견, 즉 성격도 급하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주의력이 부족하다던 가, 집을 탈출해 멀리 도망을 갈 거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사려 깊고, 품위 있으며, 순하고 매우 명석하다. 실은 대부분의 그레이하운드가 그렇다고 하고. 이 둘은 화려한 날들에서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듯 안타까운 사연이 있지만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친구와 가족이 된다. 나중에 카밋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리트리버처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돕는 <보조견>까지 되어 아주 큰 역할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은 카밋과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완벽주의와 이기심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아내와 딸들의 이야기, 나중에 한 의사의 도움으로 극적인 회복을 보이는 상황까지의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간다. 이 책이 출판 된 후 카밋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은 완치가 되지는 않지만 통증은 상당이 줄어들었고, 반려 견 카밋과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이렇게 작가까지 되었다. 아주 길고 긴 시간동안 그들은 함께 했고 고통을 나누었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이 되었다. 아내의 역할 또한 굉장히 눈물겨웠다. 그들 가족은 아픈 사람이 있는 가족이 그러하듯 위기를 겪고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삐걱 거리면서도 잘 버텼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이 소상하게 서술되고 있다. 나 또한 한참 힘들 때 나를 지켜준 것이 바로 고양이들 이었기에 아주 흥미롭고 진지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미화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게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러나 씩씩하게 적힌 글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레이하운드 경주 견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아주 큰 소득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반려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병을 고치고 자신의 자리에 당당하게 복귀하는 그런 영웅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과 우정, 그 보다 더 깊은 유대관계를 가졌고 서로 일생의 한 부분을 함께 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기적은 생각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영웅담을 꿈꾸지만 그 영웅, 기적은 때로는 매일 먹는 밥이나 물,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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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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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나는 이외수 작가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에세이나 우화집 중에서는 최근에도 나온 책도 많지만 처음으로 이외수라는 작가를 접했던 <외뿔>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2005년 장외인간이후 소설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2014년 드디어《완전변태》가 세상에 나왔다. 장편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노란 표지에 유리컵을 깨고 나온 나비 그림, 그리고 작가가 직접 쓴 분홍색의 책 제목이 그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짧은 단편 10편이 실려 있다. 6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부터 대부분의 소설들이 10쪽을 조금 넘기는 분량이며, 타이틀인 완전변태만이 30쪽이 조금 넘는 정도고 중간 중간 연필로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어 출 퇴근 길에 읽어도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소재는 모두 역시 이외수 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며 문장역시 딱 읽으면 이외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비유와 화법, 짧게 끊어가는 호흡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외수의 양식이다.

 

주제는 모두 도(道)와 법(法), 깨달음, 사물이나 사람 현상을 꿰 뚫어보는 눈, 심안과 영안에 관한 것이다. 또한 물질만능과 욕망, 탐욕, 육안에만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들과 사회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가난한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 아들만은 법관이 되기를 소망한 부모, 주위에 가장 소중한 것을 두고 온 산천을 헤매며 해우석이라는 돌만 찾던 남자, 예술과 명예도 돈으로 사고 파는 현실, 어느새 돈벌이가 되어 그 근본을 잊은 종교, 평생 그릇을 만들어 왔지만 명작을 보는 눈이 없는 도공과 역시 명성만 좇아 작품을 평가하는 어리석은 군중, 사랑이 아닌 돈이 조건이 되어버린 결혼제도, 아무리 봐도 초라한 늙은 노인이지만 깊은 심안과 영안을 가지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해 주는 도인 등 갖가지 사연과 뜨끔한 이야기들이 10편의 소설 속에 펄떡이고 있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청맹과니의 섬>, <해우석>, <완전변태>, <새순>, <명장>, <파로호>, <유배자>, <흉터>, <대지주> 이 소설들은 이 시대의 자화상이며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궁창 같은 곳 어디라도 우리를 이끌어주는 진리는 도사리고 있으며, 우리가 눈을 뜨기만 하면 그 진리를 얻을 수 있음을 앞서 말한 '도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소설들은 한 편 한 편 모두 환상적이고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며, 유쾌하고 통렬하다. 잡스러운 기교는 모두 빼고 담백한 문장에, 독특한 비유법은 이외수 만의 방식이다. 아마 이외수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뜻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만일 이 소설이 이외수 작가를 만나는 첫 작품이라면 적극적으로 권하는 바이다. 단편이라 읽기 쉽고 그 독특한 문장과 분위기는 아주 환상적으로 다가올 테니까. 어찌 보면 엉뚱하고, 어찌 보면 기괴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외수 작가를 접하고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바로 그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외수의 팬이라면 당연히 이 소설 또한 좋아할 것이다. 너무나도 이외수 다운 소설이니까 말이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한다면 너무 급한 것일까? 다음 작품은 장편 소설이기를 정말 고대하고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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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275 - 계윤식 시나리오집
계윤식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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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275》

 

 

 

처음으로 시나리오라는 것을 읽어 보았다. 늘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그 시나리오라는 것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던 차에 《이철호 275》를 읽게 된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모 영화사에서 영화 준비 중이었고, 남북 첩보전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움을 받아 평양에서의 촬영 협조까지 끝낸 상태였지만 아마도 남북 간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영화화가 불발 되었다고 한다. 남북 간의 관계는 이명박 정권부터 급속도로 냉각 되었고, 정권이 바뀐 지금은 더욱 고착화 되고 있으니 이런 시나리오가 영화화되기는 거의 불가능 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줄기는 정치와 국가를 초월한 인물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또 하나는 '식량문제' 이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재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아이러니한 정치적 상황에 만일 하나의 목적으로 정치와 국가를 초월한 합작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거기다 현재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남북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여러 소재를 통해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공동경비구역JSA, 웰컴투 동막골, 고지전, 쉬리 등이 있고 북한의 식량문제를 다룬 간첩 리철진 도 있었지만, 이 시나리오가 다른 영화들과 다른 점은 식량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할 수 있어서 국민의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효율과 자본의 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이 바로 '식량'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자' 회사는 다국적 기업에 모두 합병되었고, 우리가 국산이라며 재배하여 먹는 '종자'들은 다시 싹을 틔울 수 없도록 개량된 다국적기업에서 제공하는 종자들이다. 지금은 저렴하지만 우리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사라지는 시점에 그들이 가격을 올려 버린다면 식량은 핵무기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 행복을 일구는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http://africarockacademy.com/10136281815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239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과 이런 미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남한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슈퍼 옥수수 종자>를 키운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큰 줄기다. 또한 이를 저지하려하는 것은 북한 내 쿠데타 세력과 손잡은 다국적 기업이다. 주요 등장 인물은 남한 정보원 이민규, 북한 정보원 송희립, 북한 유전공학 박사 정다혜, 일본 정보원 다께시, 그리고 남한 정보원 초희와 북한 정보원 석두 등이다. 이들은 적으로 만나 여러 번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지만 결국 남북 합작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동지가 되고 남녀 간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싹트게 된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남한과 북한, 일본을 오가는 첩보전을 통해 긴장감 있고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그런 아슬아슬함 속에 국가에 대한 충성과 배신 등의 고민이 섞여 있고, 신출귀몰한 정보원들의 활약이 대담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시나리오 이므로 모든 내용은 지문과 간단한 그림, 대사들로만 구성 된다. 참 신기한 것이 대사만으로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각 배역에 맞는 인물들을 캐스팅하고 지문과 간단한 그림을 참고하여 한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배우들은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신이 하나의 인생,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고 모든 스태프들 또한 자기만의 상상력과 분석력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좋다 안 좋다, 재미있다 아니다, 영화화 되었을 때 상품성이 있겠다 혹은 관객이 많이 들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나에게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처음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재미도 있다. 첩보물이라 화끈하고 긴장감도 있으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쾌하고 코믹한 부분이나 달달한 애정 씬도 있다. 남북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대게 그렇듯이 민족주의에 기댄다는 비판에서 비껴갈 수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이산가족의 슬픔, 한 민족이라는 동질성 혹은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졌기에 이 시나리오는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또한 식량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는 부분이 참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남북이 합작해 만들고 비무장 지대에서 키우게 된 옥수수 종자 <275> 그리고 남북한의 남녀의 사랑으로 극적으로 태어난 <이철호>, 그리고 그들의 체제를 뛰어넘은 진한 우정. 우리에게 이런 따뜻하고 행복한 날들이 다가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찹찹함도 숨길 수 없었던 한편의 시나리오. 영화화도 되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을 가져본다. 더 나아가 서로 대척하는 이런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통일의 이유가 '개발'과 '대박' 등의 자본의 논리가 아닌 당위성, 해원, 용서와 미래를 향한 것이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 책은 과연 어떤 평을 얻을까? 북풍이 거세지는 2014년 4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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