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왕의 꽃 1~2권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9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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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귀왕의 꽃》1,2권 세트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토종 귀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의 귀신, 우리 설화, 우리의 이야기라는 설명만으로도 이 소설을 정말 읽고 싶었다. 우리 귀신하면 도깨비(돗가비), 장산 범, 달걀귀신, 처녀귀신, 몽달귀신 등이 떠오른다. 특히 도깨비는 메밀묵과 씨름하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상대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귀신이라 참 정겹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머리에 뿔 달린 모습은 일본의 귀신이고 우리의 도깨비는 생김은 다양하고 착하고 어진 이에게 복을 주는 존재다. 앞서 말한 달걀귀신, 처녀귀신, 몽달귀신 등이 모두 도깨비 즉 돗가비 이다.

 


이 소설은 이런 귀신들의 이야기이다. 먼 옛날, 태양이 완벽한 태양이 되기 전엔 귀신들이 세상의 주인이었다. 귀신들은 오로지 태양 빛에만 제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을 품고 스스로 태어난 존재가 있으니, 그 존재는 귀신들이 정의하는 어둠, 그것과 본질이 같으면서도 마치 자신들을 제약하는 태양빛과 같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밤의 어둠을 닮았지만 흰 별빛을 머금은 귀신, 귀신들은 그를 '하얀 밤, 백야'라 이름하며 귀왕으로 받들었다. 이후 밤이 드리운 세상의 중심 그 지하에 귀성이 세워지고 그들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나중에 완벽한 태양이 나타나자 인간들은 귀신들을 괴롭힌다. 살 곳을 빼앗고 그들의 능력을 가져와 재물을 늘린다. 이에 화가 난 귀왕은 신과 약속한 귀신의 날을 1월 16일로 정하고, 이날 그들을 괴롭힌 인간들을 살육한다. 그저 인간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를 바랐던 귀왕은 오히려 자신의 동족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고 매년 제물을 바치라 명한다.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의 성씨를 빼앗고 귀신의 이름을 내리며, 자손대대로 피로 이어져 영원히 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무성의 일족, 귀신의 이름을 받은 <금> 의 가문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러나 인간들은 더욱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른다. 자신들이 살기위해 노인과 약자들을 제물로 바치다 이가 여의치 않으니 여행자를 잡아다 바치고, 이도 여의치 않으니 다른 마을에서 신부를 사와 제물로 바친다. 그렇게 이 가문은 이어진다. 그런 비밀을 가진 집안. 이 집안의 자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가족을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 그리고 18살이 되면 제물을 바치는 대신 제를 올리는 것으로 그 일을 대신한다. 주인공 '도화'는 이 집안의 딸이다. 18살 생일에 그녀도 제를 올린다. 그런데 '야광귀'가 나타나 그녀의 신발을 가져가고 귀신들이 도화를 잡으려 한다. 도화는 오빠들의 도움으로 백부의 집으로 숨지만 그 곳에서 자신의 집안의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백부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찰나 귀왕의 도움으로 귀신들의 세계인 귀성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화는 귀왕의 신부, 인간과 귀신과의 비밀들, 자신의 가문에 대해 알게 된다. 예전 귀왕에게 제물로 바쳐진 귀왕의 반려였던 예영의 환생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점차 귀왕을 좋아하게 되는 자신을 추스르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 인간계로 돌아가려 한다. 그 과정 속에 귀왕에게 복수를 하려 선신이 된 예영의 남동생을 만나게 되고, 옥황상제의 도움 등으로 서서히 자신이 가진 비밀에 대해, 그와 귀왕이 가진 비밀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인간계, 유명계, 귀성과 선계로 나누어지며, 귀왕, 염라대왕, 옥황상제, 인간 왕이 가각의 세계를 다스린다. 주 된 배경은 귀왕이 살고 있는 귀성이다. 귀성은 이 안에서 각기 다른 세계를 이루며 살고 있고 인간들이 사는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이 있고, 악한 귀신과 선한 귀신들이 있으며, 그들만의 원칙에 의해 독특하며 환상적인 세계를 이루어 사는 것이다. 도화는 이곳에 점점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운명이다. 그녀가 귀왕에게 오게 되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면서 2권이 끝이 난다. 그녀는 과연 누구이고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과연 무엇일까? 점차 커져가는 귀왕에 대한 애정은 과연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판타지의 세계라 그 상상력 또한 대단하다. 귀왕의 우직한 수행원 이문, 반은 짐승이고 반은 인간인 이무기 초려, 그녀의 언니들이자 선계의 우사와 풍사인 승천한 용인 서목과 청아, 수호신 두억시니,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본 모습을 드러내는 악귀 그슨대, 모습을 감추는데 능하며 곱고 흰 털을 가진 악귀를 잡아먹는다는 장산범, 도화의 친구가 되어 그녀를 돕게 되는 아귀, 그녀를 이곳으로 이끈 마치 고양이처럼 귀엽고 발랄한 야광귀 등 우리의 귀신들과 신들이 총 출동하여 흥미롭고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소설은 전 5권 (완결 4권+외전1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빨리 3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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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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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빛》

 

 

 

 


호러여왕의 강림! 온갖 미사여구와 카피들을 비웃는 이 한 문장. 정말 이 한 줄 카피가 이 책을 대변해 줄 수 있을까? 큰 기대와 호기심으로 읽게 된 소설 《여름 빛》

 


이 소설은 글이지만 굉장히 시각적이며 감각적이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오감을 모두 동원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호러' 소설은 거의 읽은 기억이 없다. 호러란 말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보통 호러 영화는 좀비가 등장한다거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주로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공포라는 말이 들어가면 귀신이나 악마, 영혼, 살인 등의 무서운 이야기, 호러란 말이 들어가면 좀비나 살인, 피 튀기는 끔찍한 장면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해볼 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눈물을 쏙 빼는 최루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까지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 정말로 궁금했다.

 


소설을 읽다보니 무작정 무섭다거나 섬뜩하다기보다 뭔가 보일 듯 말 듯, 알 듯 말 듯 한 긴장감이 대단하다. 딱히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은데 서서히 구석으로 몰리는 느낌이랄까? 마치 어둠 속에 내 눈 앞에 뭔가 있긴 한데, 그게 무엇인지 알긴 알겠는데 차마 눈을 뜨고 확인 할 수는 없는 그 두려움이나 압박감 같은 것이랄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분명 뭔가를 알 것 같은데, 차마 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그 아슬아슬함으로 저자는 독자를 몰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결과를, 이유를 마지막에 보여주기까지 '역시'란 말을 하게 될 때까지 독자는 속단 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 불편하다. 소설이 끝나고도 뭔가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저자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소설들의 특징은 단편들 모두 하나의 감각기관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1부에서 여름빛은 눈, 쏙독새의 아침은 입, 백 개의 불꽃은 귀를 소재로 하고 있다. 2부 또한 마찬가지로 이, 귀, 코를 소재로 삼고 있다. 1부는 전쟁 전후 2부는 비교적 현대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이라는 끔찍한 현실 앞에서 약자를 향해 가해지는 폭력, 자신들의 두려움을 특정 존재에게 전가시키는 비합리적인 집단 이기심과 광기,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다 결국 증오가 되어버린 열등감이 가족에게 불러온 참혹한 결과, 자신과 가문을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이면 등 저자의 인간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섬뜩하다. 그리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상상력은 때로는 기괴하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들은 매우 독특하다. 일본인이 갖고 있는 민담, 그들만의 독특한 의식 세계까지 더해져서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들은 이야기 전개나 속도감 보다는 심리묘사, 분위기, 상상력에 의해 진행된다. 때로는 안타깝고, 읽는 내내 불안하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섬뜩하다. 처음엔 이런 소설을 처음 읽어봐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한편, 한편 읽어가자 저자의 스타일을 알게 되면서 속도를 내게 된 것 같다. 참으로 독특하고 신비하고 불편한 소설들이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참으로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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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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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내가 정치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누가해도 똑같다' 는 말이다. 이 말은 선거철이면 특히 많이 나도는데, 모든 세대가 이 말을 써도 젊은 층과 장년층이 표현하는 의미는 묘하게 다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누가 해도 똑 같기 때문에 투표하기 싫다' 이고, 장년층은 '누가 해도 똑 같기 때문에, 우리 지역, 동문, 하다못해 성씨라도 같은 사람을 찍는다' 는 것이다. 이 처럼 우리가 느끼는 정치를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거나 어쩌면 어린 시절 반장선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뭐라도 합시다》는 이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정치의 의미와 역할, 현재 뜨거운 이슈들과 사회적 문제, 보수와 진보, 지역주의, 종북, 통일, 민영화 등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정치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치 입문서이며,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2014년 4월 말.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어이없는 사고 앞에 온 국민이 좌절하고 슬퍼하고 있다. 이는 온 국민이 몇 백 명의 생명이 바다위에서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고, 그 중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간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며, 구조를 하는 모습에서 우리 정부의 위기 대처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반대하는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발사한 경찰이 있었고, 또 한 곳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25번째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밀양과 제주도 강정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종북 몰이와 같은 원색적인 시비는 여전하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정치'다. 정치가 투명하게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악을 쓸 필요도 없고, 할매들이 어린 손자 같은 의경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 따위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이 말하듯 '우아하고 세련되게' 슬퍼하거나 주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하는 지조차도 모른다. TV에 나오는 말은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양 쪽으로 나뉘어 싸우다가도 자신들을 위한 일은 일사천리로 성사시킨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아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 그들이 이제껏 걸어온 역사, 종북 논란이 나오게 된 배경, 지역주의,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의 이야기, 노론에서 시작되어 이어온 보수, 이와 대척점에 있는 민주화 세력과 진보의 역사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짚어보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이 1장에서 3장까지의 내용이다. 마지막 4장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인 언론, 종박과 종북, 민영화, 복지, 리더쉽까지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보수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던 점이다. 보수는 다 같은 보수인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보수의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보에 대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분열과 단일화의 문제도 인상적이었다. 현재 보수와 진보가 가진 문제점과 그 대안까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역 선거와 총선, 대선까지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참 훌륭했다. 유권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쉽과 주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참 흥미롭다.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라 궁금했던 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사회는 비정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의견이 다를 뿐 부모님 세대와도 대화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신 유신을 말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나라는 둘로 나뉘고 건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 당한듯 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명 이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치는 가난한 다수가 1인 1표에 의해 정치적 다수를 형성함으로써 1원 1표에 의한 시작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이 책이 어떤 대상을 위해 써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세대 간 나뉘어 싸우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그리고 계층 간의 대화로 이슈를 돌려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좌우 색깔에 상관없이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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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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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

 

 

 

 

-부록1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공부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의 답.

                                                 노트정리, 외국어 공부까지의 팁이 담겨있다.-

-부록2 <그럼에도 여행> 미니 포켓북-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참이 지난 후였다. 우연히 어느 클럽에서 (락 밴드 공연을 보기위해 간) 대학 동기를 만났다.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도 그리 친하지는 않은 사이였는데, 나처럼 락 음악, 특히 밴드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그런 곳에서 그 친구를 만난 것도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그 때는 싸이 클럽이 한참 유행할 때라 우리는 전화번호와 싸이 주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싸이 클럽 일촌 신청을 하고 들어가 본 홈피에는 세계 각 국을 여행한 사진이 빼곡하였다. 나는 락 클럽에서 그 친구를 만났던 것 보다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20대 후반, 거의 30대가 다 되어가는 그 시간까지 여행이란 것을 해 본적이 없었다. 거기다 해외여행이라니! 나는 한 참을, 정말로 한 참 동안 그 사진들을 보고 또 보았다. 인도, 유럽의 여러 나라, 호주, 일본, 중국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동창의 좋은 집 인테리어 사진보다도, 멋진 명품가방 사진보다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게다가 사진도 수준급으로 찍는 그 친구에게 더욱 놀라고 질투심을 느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어?' 그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너 무슨 일하니?' , '어떻게 이렇게 여행할 시간이 있었니?' 결국 '너 얼마버니?' 결국은 이 질문이었지만. 나는 한 나절은 고민하고 어렵게 건 낸 질문이었는데 그 친구의 대답은 참 명쾌했다. 무모하면! 그 친구의 한 마디는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아니, 내 인생을 흔들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나에게 여행은, 돈이 엄청 많아야 하고, 이것저것 먹고 사는 일에 거침이 없는 사람만이,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여행이란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더더욱. 길지 않은 인생에 회의가 밀려왔다. 나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합리화하기도 하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다른 여러 질문을 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영어 과외를 해 돈을 벌고 대부분의 돈을 여행하는데 다 쓴다고 했다. 일종의 안도감이 밀려왔다. 만일 그 친구가 내가 생각해도 멋진 직업을 갖고 있는데다가, 집도 부자고, 그렇게 멋지게 살기까지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그 친구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인생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정 나이에는 꼭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억압하고 있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자유분방함, 친구의 표현대로 <무모함>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 후에 내 삶은, 여행을 가고 아니고를 떠나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나는 내가 원할 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녀 올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여행》의 저자는 어쩌면 내 친구보다도 더 무모한 사람이다. 그녀의 집안 사정은 내가 상상할 정도보다 더욱 심각했다. 그녀는 생활비, 월세, 등록금 까지 그녀 스스로 벌어 충당해야 했다. 그녀는 잠도 안자고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과외를 하여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간다. 그녀는 앞 서 말한 꼭 벌어야 되는 돈 이외에 여행만을 위한 경비를 따로 모은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이 돈이면 몇 개월 후 자신이 좀 더 편한 생활을 할 수도,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 과연 이 형편에 여행을 위한 자금이 과연 온당한가?> 정말 당연한 물음이다. 그리고 여행만 아니면 아픈데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잠을 줄이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그녀는 주위사람들의 당연한 우려에도,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비를 모으고 여행을 떠난다.

 

 

그녀에게 여행은 뭐랄까, 어떤 꿈같은 것이다. 그녀에겐 지하철을 타고 안 가본 곳을 다니는 것도, 가까운 곳으로 가 풍경을 보며 걸어 다니는 것도 모두 즐거운 여행이다. 그 연장선상에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 가서 연말을 보내고, 때로는 믿었던 친구에게 쫓겨나고, 생각지도 못한 감기 몸살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여행 통장을 만들고, 자투리 시간에 과제를 하고 그럼에도 성적을 올리고 그러고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추억을 쌓고, 자신의 인생을 성숙시킨 것이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이런 여정, 고민, 흔적, 즐거움, 두근거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예쁜 사진들, 각국의 풍경들,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저자가 이렇게 어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겨우 20대에 이런 것들을 해내다니! 내가 조금 작아지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각자의 꿈이 있다. 나의 꿈은 여행이 아니었다. 나 또한 나의 꿈을 위해 잠을 줄였고,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달콤한 것들을 모두, 기꺼이, 포기 했다. 저자처럼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 할 순 없지만 그리 허망한 삶 또한 아니었다. 내가 걸어온 길도 하나의 긴 여행이며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프고 슬픈 길도 걸었고, 즐겁고 신나는 길도 걸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잘 걸어가리란 것도 알고 있다.

 

 

이 책은 특히 10대와 20대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시대, 이 세월, 이 사회는 저자처럼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늘 주어진 길만,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라고만 강요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신념, 자신의 직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겁게 그 길을 걸었고, 또 책임을 완수 했다. 어떤 일이든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중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정말 놀라우리만큼 멋지게 해냈다. 나는 저자의 이런 모습이 우리 10대 20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 국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 에피소드, 여행기, 여행안내 지침 등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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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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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러나 주위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아 그들이 자기 나름의 신앙을 가지고 각기 속한 장소에 가 기도를 하고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종교 자체에 관심이 있어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종교의 보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종교들이 각자의 교단과 교인을 거느리고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간혹 '일부' 몰지각한 신자들이나 성직자들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이 불거지곤 하는 것을 볼 때 정말 우리나라 종교계가 썩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종교는 성역이자 금기라 그 안에 위선과 거짓이 자리 잡기 딱 좋은 곳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전도를 하는 각 종교의 신도들의 온, 오프라인 활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격할 때도 많은데 그중 내가 가장 경악했던 것은 사고 나서 죽은 사람 앞에서 신을 믿지 않아서 벌 받았다고 하거나,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렇다는 둥 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럴 때면, 그들은 과연 종교와 신을 대체 어떻게 믿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일단은 썩을 대로 썩은 교회 단체와 목사들, 이에 광적이고 이성이 마비될 만큼 현혹되는 어리석은 신도들을 담은 소설이다. 저자가 밝힌 데로 소설 속 서초교회는 특정 교회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성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겨우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이 교회 청년부 평신도 였다가 간사로, 나중에 목사가 되어 청년부를 이끌어가게 된 '장세기' 부목사다. 이 교회가 이처럼 대형교회로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교회를 개척하고 키워온 '정지만' 목사의 공로가 큰데, 그는 수많은 교단으로 쪼개진 개신교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 교단을 초월해 존경받는 목사다. 그런데 사건은 연로한 정 목사가 전격 은퇴를 선언하고 그가 후임자로 '김건축' 목사를 지목하면서 시작된다.

 

 

김 목사는 홀로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서초교회로 오기 전부터 교회는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그가 정식 부임 전부터 이 교회의 목사들과 간사들 중에 남아야 할 사람, 내 보내야 할 사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을 골라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일명 '살생부'가 떠돌고, 그의 행적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그는 별 탈없이 담임목사가 된다. 그 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교회의 캐치프레이즈를 '글로벌 미션'으로 정한 뒤, 아니 기도로써 주님의 뜻을 받은 뒤, 모든 목사들은 영어를 배워야 했고, 회의도 영어로 진행시킨다. 그리고 언론 담당 부서를 만들어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고, 교회를 마치 회사를 경영하듯 직위를 만들어 (대표 목사, 부장 목사, 과장 목사 등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영어 회의를 주제하다 영어를 못하는 김 목사의 립싱크 기도 사건, 영어 회화 책 대필 사건, 마지막에는 글로벌 미션 영어타운 땅 투기 사건까지 겹치면서 일은 점점 커진다.

 

그 와중에 극중 화자인 장세기 목사는 초기의 순수한 마음이 점점 퇴색되고 쫓겨 날 뻔 했던 위기에서 담임목사의 최 측근이 되고, 나중에는 그 더러운 권력에 앞장서는 존재로 까지 변질 된다. 그러나 그는 돈이나 권력에 눈 먼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사랑하고 교회와 청년회를 사랑한, 그저 불의와 광기를 자신의 신앙과 믿음으로 덮어 보고자 했던, 어리석고 힘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그 더러운 곳을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지만 한번 발을 빠뜨린 후에는 그의 불합리한 행동도 믿음과 주님의 뜻이라고 합리화 하며,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부르듯 더 큰 논리와 이유를 만들어 가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 소설은 교회와 종교에 대한 풍자이며 블랙코미디 이지만 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나라 사회전반, 혹은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이야기를 빼다 박았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글로벌을 외치며 영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일이 터질 때마다 거짓말로 언론 플레이로 벗어난 사람은? 조직적으로 인터넷을 점령하고 댓글로 선동한 사람은? 나는 그 누구와 그 어느 당이 떠올라서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 선동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신도들은 바로 우리 국민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비단 서초교회 뿐이겠는가? 어디 종교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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