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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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현대인에게 '무엇을 바라는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지도록, 이루도록, 그것도 남들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이루라고 그것이 진리라고 배우고 당연하게 여기며 이를 해내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여겨진다. 내가 가진 돈, 부동산, 자가용, 유행하는 비싼 옷과 가방과 신발, 그리고 보석들, 거기다 공부 잘 하는 자녀, 돈 잘 버는 배우자까지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이루라고 말한다. 아, 한 가지 더,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까지.

때로는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원하는 직업, 사람, 집 등등 모든 것을 간절히 원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이는 겉으로는 꿈과 희망에 관한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가지고, 이루라' 와 다르지 않다. 나도 한 때는 이런 책들에 열광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기도도 하고 간절기 원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다 이룰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과연 나는 행복한가?

돈이 좋으면 돈을 벌기위해,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하며, 큰 냉장고를 갖고 싶으면 큰 집이 필요하고, 좋은 차를 갖고 싶으면 그 차를 살 돈이 필요하고 그 차를 유지할 돈을 벌기위해 또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것뿐이랴? 그 물건들은 또 언젠가는 구형이 되고, 새로운 제품은 또 다시 나를 유혹할 것이다. 이 모든 욕심, 이 모든 허상 이 모든 번외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결국 '코끼리를 바라는 마음'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갖가지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98개의 완벽한 벽돌을 쌓고도 단 2개의 삐뚤어진 벽돌 때문에 애써 쌓은 담을 무너뜨리지는 않는지, 이 같은 이유로 사람들과 너무 쉽게 등을 돌리지는 않는지, 완벽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밤 낮 애쓰면서도 정작 그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에 얽매어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단정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지. 어찌 보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비슷한 종류의 명상서적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의 순간순간을 진정으로 살아내는 법, 내가 고통스러운 이유를 발견하는 법, 결국 진정으로 행복해 지는 법. 그러나 내가 늘 이런 책을 스쳐 지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아직도 내 삶이 고통과 번뇌 속에 싸여 있음의 반증이 아닌지.

저자 아잔 브라흐마는 참으로 유쾌한 수행자이다. 그의 설법들은 고매한 수행자의 무거운 말과 행동이 아니다. 그의 설법은 유쾌하고 가볍고, 대중 친화적이다. 이 책 속에 담긴 108가지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살아왔던, 고뇌했던, 수행하면서 느꼈던 일화들과 그의 스승인 아잔 차의 일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감한 사회문제, 정치, 수행자들의 비화들, 부처의 이야기들로 꽉 차있다. 번역한 류시화의 문장 또한 편하게 다가온다. 이런 책은 특히 번역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결국 수행자들이 말하려하는 주제는 한결같다. 내려놓고, 바라보고, 행복해 지는 것. 그러나 그 곳으로 이르는 길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어쩌면 각기 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은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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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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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런데 들어줄 사람이 없거나 차마 말하지 못할 사연일 때 '도토리' 자매에게 메일을 보내면 정성스런 답변이 돌아온다. 오로지 홈페이지 안에서만 존재하는 그들, 그리고 그들만의 이야기들. 이 소설을 읽기 전 소개만 읽었을 때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나 <라디오 스타>의 DJ와 청취자들의 관계처럼 다소 엉뚱하거나 황당하거나 혹은 눈물 쏙 빼는 감동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들만의 사연이 소개되고 이에 대한 답장이 나오고 그 일들을 해결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어떤 감동을 전달하지 않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오히려 내 예상대로의 소설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가난한 집안 형편에 딸을 두 명이나 낳아버린 낙천적이고 대책 없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가야 했던 두 자매의 이야기다. 두 번째 보호자로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던 이모 집에 맡겨졌을 때 결국 언니는 동생을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만을 남긴 후 집을 나가버린다. 딱히 구박하는 것도 아니었고 의사 부부라 생활도 부유했던, 심지어 자식도 없던 이모 집이었지만 동생은 외로움을 견디다 신장에 문제가 생기기까지 하는 등 스스로의 속박에 살아간다.


결국 언니가 돌아와 이 둘은 자신들의 친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할아버지는 몸이 편찮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처지였기에 이 둘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따뜻한 저을 느낀다. 결국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이 둘은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이 둘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자 한다. 결국 '도토리 자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된다.


이 소설에서 이런 서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들이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역시 중요하지 않다. 이 자매는 어렸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성인이 된 후 생의 중심을 차지하던 할아버지까지 잃게 된다. 문체는 시종일관 차분하며 안정적이다. 이들의 생활 또한 격정적이지 않게 유유히 흘러간다. 소설은 동생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그녀가 살아왔던 삶, 일상들, 그녀가 바라보는 언니, 그리고 언니의 사랑과 삶 그리고 그 과정이서 서서히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그런 과정, 깨달음의 과정들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이란 소설이 떠올랐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http://africarockacademy.com/10188157861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626


이제 마흔을 눈앞에 두니 세상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앞으로 겪어야만 할 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행이 이제껏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언젠가는 내게도 곧 이별이 닥칠 것이다. 아니, 이런 이별 외에도 우리는 늘 '이별하면서 살아' 간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기에 언젠가는, 곧, 끝을 알고 있기에 더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도토리 자매의 언니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을 좀 더 뜨겁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지 않다는 것, 내가 하고 있는 이 연애, 사랑이 곧, 끝을 향해 나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의 삶을 더 뜨겁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 가. 그리고 끝이 날 때까지 우리의 삶은 계속 된다는 것도.


이 소설은 정말 누구에게라도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예쁜 표지 디자인만큼이나 귀엽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얇은 책 속에 이런 뜨거운 삶의 에너지가 꿈틀대고 있다니. 한동안은 이 소설 속에 빠져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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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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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박힌 못 하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너그러워지고 현명해 지는 건 아닌 것 같다. 혹은 결혼을 하거나 부모가 되면 철이 든다고 하는데 꼭 그런것 같지도 않다. 그리 길지 않은 경험이지만 돌이켜 보건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도 않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떤 특정 성격이나 특성은 오히려 더 고착화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의 사람은 결혼은 해서도 자녀가 생겨도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나 책임을 다하는 것과는 다른 면에서 그 이기적인 모습은 그대로 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 주위의 여러 커플들이 결혼 후에 행복하기는 커녕 그 전에 알지 못했던 생활 패턴이나 책임감 결여, 비합리적인 사고, 부모에의 의존성 혹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결국 파경을 맞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고, 의외로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진 문제들은 개인적인 문제,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문제, 직장생활 등의 나와 사회 속에서의 나의 문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 것 처럼 내가 힘이들고 화가나고 절망하는 이유가 그 대상에게 있는지,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 있는지 가끔씩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상당히 양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문제가 심각한 사람은 그런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 답답함 등 '비정상의 근원',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고 있던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자신의 못난 모습이 바로 '콤플렉스' 다.

 

콤플렉스는 대부분 과거의 '트라우마' 에 대한 기억들로 형성된다. 트라우마는 지난 날에 겪었던 충격적 사건이 현재의 의식적, 무의식적 생각, 감정,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의식에 머물러 있다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또한 콤플렉스는 특정 상황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콤플렉스 자체는 병적인 것이 아니지만 스스로 병적인 것이라 낙인 찍고 외면하려는 순간 바로 '마음에 박힌 못'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마음에 박힌 못,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보편적인 '콤플렉스'들을 살펴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신화, 예술, 역사, 문학등의 인문학과 심리학을 씨줄과 날실로 엮어 흥미롭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디이푸스 콤플렉스', '피터팬 콤플렉스', '로리타 콤플랙스' 등의 이름들을 많이 들어오며 이미 생활 가까이에 콤플렉스와 관련된 심리학을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콤플렉스들 외에 다양한 콤플렉스들을 '인문학'을 통해 보여주어 교양과 힐링 혹은 자신의 모습 돌아보기의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콤플렉스들을 살펴보며 내가 왜 미친듯이 일에만 빠져사는지, 직장 상사가 왜 화만내고 다그치는 통에 오히려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지, 사는 것이 왜 이리 무기력하고 재미가 없는지, 연애를 할 때는 왜 상대방이 나를 버릴까 겁이 나 안절 부절 하는지, 왜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다니는지, 배우자에 대한 분풀이를 왜 아이들에게 하는 지, 왜 우리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억압하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것을 용납하지 않는지, 우리는 왜 현재를 살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지, 짧고 굵게 살까 가늘고 길게 살까 고민하는지, 왜 어느 곳이든 불만 투성이 투덜이들이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나폴레옹의 작은 키, 피카소의 여성편력, 그리스 신화, 성경 속 인물들, 바이런의 시, 소설, 희곡, 회화, 영화, 과학자들의 일화와 이들의 작품들의 예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출판되는 책에도 유행이나 흐름이 있는데 이 책은 자기계발 서적들의 큰 유행 다음에 나온 새로운 흐름인 인문학 서적들의 범주에도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명상서적이나 심리학의 범주에도 해당될 수 있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도 좋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도 힘들 때가 있지만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질 때도 많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단순한 심리학이나 인문학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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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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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히가시노 게이고. 어느새 그의 소설이라면 별 고민 없이 읽게 되었다. 한 해에도 몇 편씩 다작을 한다는 작가. 이 소설을 다 읽은 현재, 벌써 후속 작이 온라인 서점들 통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도 겹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추리소설의 원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늘 사회적 이슈들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작가의 독특한 작풍인데, 이 소설 《한여름의 방정식》에서는 자연보호와 개발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소설의 배경은 수정처럼 아름다운 바닷가의 쇄락한 마을 '하리가우라'이다. 올해 초 겨울에 읽었던 <질풍론도>에서는 오래된 스키장이 유일한 수입원인 작은 마을을 다룬 내용이었다면, 올 여름을 겨냥한 듯 보이는 이 소설 《한여름의 방정식》은 예전에는 사람이 붐볐지만 더 이상 관광객이 찾지 않아 쇄락한 마을의 <로쿠간소>라는 낡은 여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질풍론도> http://africarockacademy.com/10183956128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562


 

이 소설의 주인공도 <질풍론도>에서처럼 어린 학생이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교헤이'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사업 때문에 바쁜 부모님의 권유로 '하리가우라' 에 있는 고모네 집인 <로쿠간소>라는 여관에 오게 된다. 하리가우라는 수정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갖고 있다는 뜻의 지명인데, 때마침 교헤이가 오게 된 시점에 '데스멕'이라는 해저 금속 광물 자원기구에서 주최한 설명회가 있었다. 하리가우라에서 가까운 해역이 '해저 열수광상 개발'의 상업화를 위한 시험 후보지로 극히 유망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바다 밑에서 분출된 뜨거운 물에 함유되어있는 금속 성분이 침전되어 생긴 암석 덩어리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부족한 희소 금속을 채산성 있는 상채로 발굴할 수 있다면 일본은 일약 자원 대국이 될 것이므로, 정부가 이 분야의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데스멕은 그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다.

 


이 일 때문에 데스멕에서 초청한 물리학자 '유가와' 와 설명회에 참가하가위해 이곳에 온 중년 남성 '쓰카하라' 도 이 여관에 함께 묵게 된다. 고모의 딸인 '나루미' 는 바다를 지키고 자연보호에 앞장서 데스멕과 정부의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물리학자라는 유가와를 경계하지만 사촌동생인 교헤이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설명회 첫날 로쿠간소에 묵고 있던 '쓰카하라'가 방파제 옆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 일을 조사하던 중 쓰카하라가 퇴임한 형사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그가 과거 근무하던 도쿄 경시청이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처음에 단순한 실족사로 보이던 사건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라 밝혀지자 수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지 경찰과 도쿄의 경찰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해 가는데, 점차 숨겨졌던 사실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사건에 피해자인 '쓰카하라' 가 예전에 담당했던 한 살인 사건이 중요한 단서로 떠오르고, 그 사건의 범인인 '센바 히데토시' 또한 사건의 열쇄를 쥐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과연 퇴임한 형사는 왜 상관도 없는 '데스멕' 설명회에 오게 되었고, 그가 오래전 담당했던 살인사건은 현재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또한 이 퇴임한 경찰의 살인 사건에 로쿠간소 여관 식구들과 주인공인 '교헤이'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이 하나둘 밝혀지는데, 과연 이들 가족들과 피해자, 퇴임 형사의 살인사건이 과거의 사건과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나루미가 지키고자 했던 바다는 그녀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들 가족과 바다, 자연보호와 개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실로 교묘하게도 엮어 놓았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의외로 물리학자의 논리와 추리력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 속에 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쿄 쪽의 형사인 구사나기와 물리학자 유가와의 호흡이 참 좋았고, 형사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조사하는 모습은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로쿠간소 가족들과 과거의 살인 사건이 묘하게 얽히면서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만 그 어느 누구도 미워하거나 잘못을 추궁할 수가 없다. 그들은 각자가 지키려던 것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지키려 했던 것뿐이었고, 그것은 바로 그들의 사랑이었다. 그저 이기심만으로는 볼 수 없는 그런 애잔함 같은 것이었다. 늘 대상을 따뜻하게 보는 작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또 한 가지, 그 안에 개발과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또 다른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던져준다. 자연을 개발의 도구로만 보는가, 혹은 자연보호라는 구호가 너무나 맹목적이지는 않은가, 개발과 보호가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과학은 과연 발전과 보호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토론은 과연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가 등의 주제는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큰 축이다. 결국 범인과 모든 진실은 밝혀진다. 이제 주인공들의 선택과 행동만이 남았다. 작가는 또 독자들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고.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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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과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김정환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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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과학 이야기》

 

 

 

 


나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영화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장르의 영화나 소설의 소재는 대부분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외계인, 시간개념, 기억, 우주, 의학, 초자연 미스터리, 심리학 등 이런 소재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엄청난 반전을 주기도 한다. 우주와 관련된 영화는 '그래비티',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의 모험을 다룬 드라마 '닥터 후',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자 드라마로 만들어진 '셜록 홈즈', 범죄와 과학수사를 다룬 미국 드라마 'CSI', 뼈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Bonds' 등 대부분 추리와 범죄해결이라는 형태의 드라마들이지만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모두 '과학적'이다. 그 드라마 속에는 과학적 사실이 들어있기도 하고 증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범행 동기와 방식, 때로는 심리까지 파고드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까지가 현재 과학의 수준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 새 읽는 과학 이야기》는 학생부터 성인까지 그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고 흥미로운 과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학은 어려운 공식을 생각해 내고 그 누구도 알 지 못하는 실험들을 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이런 과학도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급속도로 발달 한 것 같다. 그 짧은 사이에 우리는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최근까지도 어쩌면 우리는 어쩌면 금방 뒤집혀질 사실을 진리로 맹신하면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생학이다. 우생학은 나치스들이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 도구로 쓰였다. 그러면 지금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을까? 아니다. 우생학은 형태를 바꿔가면서 부활한다. 이를 테면 현재는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DNA를 통해 유전적인 문제나 질병이 있는지 검사한다. 이는 낙태문제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생명의료보험, 개인 정보가 기업 등의 손에 넘어갔을 경우 차별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인간, 질병, 우주, 지구, 과학자 이렇게 다섯 분야의 무서운 과학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에 관한 것은 공포와 자유의지에 관련된 심리학의 분야를, 질병에 관련된 것은 난폭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뇌를 절제한 로보토미 수술부터, 먼저 언급한 히틀러의 우생학, 얼마 전에도 온 나라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 플루,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제약회사에 관련된 의혹 등을 다룬다. 우주와 관련된 것은 블랙홀, 외계인, 우주의 탄생, 다중우주론 등에 대해서, 지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인류 멸망을 야기 할 수 있는 가능성, 지진과 쓰나미, 활화산, 물이 부족한 나라의 미래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중성자탄이나 핵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들처럼 정치 군사적으로 이용당한 과학자들의 계보와 갈릴레오의 일화를 통해 과학과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이 책은 단지 과학의 분야나 이야기 중에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과학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연결시켜 보여준다. 우생학에서는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차별을, 쓰나미와 활화산의 이야기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와 연결시켜 방사력과 방사선의 위험과, 위험을 대하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두려움을 보여준다. 물 부족을 언급하면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자원외교의 위험성을 알려주기도 하고, 신종 플루와 예방접종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제약회사의 예를 들어 자본이 우리의 건강과 목숨을 이윤추구에 이용할 수 있는 위험성도 보여준다. 또한 우리보다 더 발달된 외계 종족이 있다면 과거 우리의 역사에서 보듯이 지구도 점령과 수탈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 책은 흥미로운 과학의 이약기가 어떻게 오싹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과학 자체가 오싹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과학을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가 우리 스스로를 오싹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손에 들면 재미있어서 그만둘 수가 없다. 분량도 많지 않아 출 퇴근 버스 안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어쩌면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도 있을 테지만 사실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생각할 수 있는 거리들을 던져주고 이 사실이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짚어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학생들이 읽는다면 정보와 함께 논술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과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 줄 수 있을 것이다. 성인들은 과학 자체보다 이 과학적 사실이 불러올 수 있는 어려 사회, 정치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우리 눈앞에 직면한 다양한 사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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