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색채처방소 1
오일구 지음 / 코치커뮤니케이션 / 2014년 3월
평점 :
《색채처방소》

3,900년간 잠들어 있던 전통색의 뿌리를 파헤친 역사추리소설
상징과 색채암호로 둘러싸인 완벽한 시나리오. 색채에 대한 정밀한 지식
색의 흔적으로 살인자를 쫓는 놀라운 수사기법, 상상할 수 없는 암호체계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방대한 스케일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색(色)" 이라는 새로운 소재, 새로운 장르문학 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세상은 거대한 색(色) 이며, 우리 민족은 색(色)을 볼 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위대한 민족이었으나 어느 날 그 색을 잃어버린 채 가짜 색(色)을 진짜라고 여기는 거짓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색채 마술사'라는 미지의 인물 G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던 중 돌아가신 아버지의 의문사 사건을 해결하려 '색채처방소'라는 클리닉을 운영하며 그 비밀을 좇는 '비엘', 그를 도와주는 '도원'을 중심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 산하 조직 C2P와 경찰과 비슷한 일을 하며 국가 권력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한 CCI 와의 권력 투쟁을 씨실로, 과거 '사폐' 라는 색으로 한 순간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왕국 '황공', 색(色)과 황공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채 명맥을 유지해 온 9대 가문, 그리고 이들 가문과 색(色)의 비밀을 호위하던 호위장 가문의 이야기를 날 실로 하여 과거와 현재, 색(色)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역사, 권력을 탐하는 인간 군상들의 욕망들을 엮어낸, 거기다 가공할 만 한 무기와 첩보, 폭파 씬 까지 등장하는 거대하고 방대한 스케일의 소설이다.
색(色)에 대한 비밀이 있다. 비밀 즉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권력'이 된다. 과거 몇 천 년 전 우리 민족은 색(色)의 의미를 알고, 이를 만들고, 이로써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민족이었다. 이는 고조선보다도 더 이 전까지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색(色)은 기이며 에너지이기도 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이기도 하며,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움직이기도 한다. 색을 만들려 재료가 있어야 하고, 이를 관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를 따라 교역이 생기고 이문이 남기고, 자연스럽게 이를 탐하는 무리들도 생긴다.
색은 순색과 잡색으로 나뉘며 이들 9가지의 순 색을 만드는 방법은 9가문의 비법으로 자손들에게 이어진다. 그 가문의 종손들은 선조들의 정신과 비법을 이어 받아 그 색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폐" 라는 색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색(色)의 왕국이던 황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이를 막지 못한 호위장 가문을 불신한 가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현재. 색(色)을 이용한 한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 때문에 색(色)과 관련된 가문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색(色)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C2P 와 CCI는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의 목적에 따라 조직을 움직이다. 선대 호위 장은 각 가문마다 색(色)의 의식을 위해 모이라는 초대장을 보내면서, 이들 가문과 멸망,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스터리가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이면에는 국제 자본과 공권력의 유착부터 권력을 향한 인간의 눈 먼 욕망, 몇 천 년을 이어온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소설이 끝날 때 까지 누구도 믿지 못하게 하는 심리전, 색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아슬아슬함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거대한 상상력 까지 멋들어진 소재들이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던가. 아쉽게도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엮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색(色)을 통한 스릴러,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도, 소설 속 녹아있는 갖가지 소재들도 모두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평서문 끝에 붙어 있는 "?" 는 특히 읽는데 막대한 지장을 줄 정도였다. 대화중 질문 끝의 "!" 도 마찬가지다. 앞 뒤 문장이 잘 맞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했던 적도 많았고, 잦은 오타는 역시 읽는데 큰 방해물이었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신이 없게 만들 뿐 큰 역할은 해내지 못한 듯하다. 주인공인 비엘이 경영하는 클리닉이자 소설의 제목인 <색채처방소>는 소설 안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주인공이 나서서 활약하여 미스터리를 푸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은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 많이 아쉽기도 했다. 차라리 이 소설을 해체해 과거 각 순색을 주도하던 9가문과 호위장 가문, 그리고 그 사이 피어난 사랑이야기만을 하나의 이야기로 쓰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색(色)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 미스터리, 판타지 등 정말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때문에 아쉬움 작품이 되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던 것은 분명 이 소설에 어떤 매력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아쉽지만 다시 정돈해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