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
한동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미신이라 욕하면서도 새해가 되거나 자신이나 가족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때, 인생의 큰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결혼 전 궁합, 택일, 작명까지, 때로는 기독교나 다른 종교의 신자들까지 일생의 한번 쯤 점집에 가보거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점집이 꺼려진다면 타로나 손금, 혹은 관상, 이름 점은? 아니면 나처럼 인터넷으로 공짜로 보는 토종비결정도는 한번 씩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요즘은 성형처럼 이름 바꾸는 것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인식들도 있기에 아마도 '점집', '사주' 등을 보는 인구는 예전보다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케이블이나 종편, 인터넷 팟 캐스트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수요들 때문에 '점' 보는 행위, '점' 보는 사람, '점' 보는 스타일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뷰티 전문 프로그램이나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를 다루는 다소 고전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까지 널리 퍼져 있다. 한편으로는 미신이라고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믿고 싶은 이런 심리를 우리는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이 책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는 이런 호기심에 출발한 책이다. 저자가 2012년부터 1년여 동안 <한겨레> '매거진 esc'에 연재한 칼럼들로, 첫 회부터 끝까지 독자들의 관심과 큰 사랑을 받았음은 당연하고. 신점, 사주 명리 학, 관상, 손금, 성명, 물 건너 온 타로까지 우리가 '점'이라고 하는 종류의 대부분을 찾아다닌 (취재한) 일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유명한 곳을 알아내고, 어떤 질문을 준비했으며, 점보는 사람은 어떠했는지, 장소의 느낌과 적중률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문장은 그저 말하는 투로 우스겟 소리까지 적혀있어, 읽다보면 그냥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상황을 상상하며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동행한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유쾌하기도 하고. (책 장 끝에 실려 있는 점집 안내서는 센스있는 선물)





나 또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페이스 북 친구 중 한 분에게 사주를 보고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미친 듯이 알고 싶었던 것은 돈도 무엇도 아닌 바로 명예였다. 내가 과연 오랜 무명생활을 끝낼 시기가 오는가 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질문에 그분은 대략 두리 뭉실한 대답을 주셨지만, 내가 놓치고 있던 것, 그 무엇보다 건강한 것이 제일 중요하고 큰 복이란 점을 일깨워 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급하던 마음이 놓이며 '앞일을 누가 알겠노, 그냥 생긴 대로 열심히 살아야제'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큰 수확중의 하나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는 가하면, 결국 앞서 내가한 경험과 같더라는 것이다. 나는 점보는 것을 그리 신봉하지도, 그렇다고 가능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있다면 그대로 갈 것이요, 아니라면 또 열심히 살면 그 뿐일 테니까. 가만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마음에 있더란 말이다. 우리는 그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말을 확인하고자 혹은 선택에 관한 '조언'을 듣기위해 점을 보러 갈 뿐이 아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치 유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22
루이즈 보스.마크 에드워즈 지음, 김창규 옮김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캐치 유어 데스》







현실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무기들은 어떤 게 있을까?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헤칠 수 있는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 아마도 원자탄, 원전등 원자력과 관련된 것들과 바로 '생화학'무기가 아니겠는가? 요즘처럼 전 세계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이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라면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가장 큰 위험을 가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화학 무기가 원자탄 등과 다른 점이라면 전 세계 인류를 죽이려고 들어도 자신은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에서 다른 무기와 다른 점이 있지 않나 한다.


이 소설은 그런 바이러스, 병원균을 이용해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는 미치광이 과학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관계당국, 이 프로젝트에 이용당한 사람들의 진실 찾기에 관한 이야기다. 메디컬 스릴러의 시초 <로빈 쿡>의 소설에서 자주 보았던 바이러스나 음모론, 쫒고 쫒기는 아슬아슬한 추격장면과 엄마의 아들에 대한 모성애, 그리고 위험 안에서 싹트는 금기의 짜릿함과 뜨거운 로맨스까지 마치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옮겨 놓은 듯 풍성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 케이트는 아들 하나를 가진, 폭력적인 남편과 별거중인 바이러스 연구 분야 과학자 이다. 그녀는 미국에서의 끔찍한 결혼 생활을 피해 고향인 영국에 돌아왔다. 케이트는 과거 16년 전 <감기 연구소>에서의 끔찍한 화재 사고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일부 기억까지 잃어버린 상태. 영국에 도착하여 아들과 호텔에 묵고 있다가 과거 화재 사고 때 죽은 연인 '스티븐'을 발견하고 놀라 그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놀랍게도 스티븐의 쌍둥이 형 '폴'이었다. 케이트와 폴은 알 수 없는 이끌림, 아물지 않은 상처를 공유하며 스티븐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런 폴은 16년 동안이나 간직해 오던 스티븐의 편지를 케이트에게 보여주는데, 이 둘은 과거의 사건과 케이트의 기억상실이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 둘은 그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위험한 탐험을 시작한다. 한편, 과거 감기연구소에서 일하던 과학자와 보안 요원은 감시대상자이던 케이트가 영국에 나타나 스티븐의 형을 만났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 둘을 제거하기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거기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케이트의 남편이 영국으로 찾아온다.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가 팽팽한 균형감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 속에서 일어나고 해결되는 헐리우드 스릴러의 스타일을 따라간다. 이야기 흐름은 어렵지 않고 순탄하게 이어지며, 한 번에 하나씩 단서가 나타나고, 때로는 우연으로 때로는 작은 반전으로 긴장감을 이어간다. 악당은 악당이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낸 사람은 거대한 음모를 품고 있기 보다는 편집증에 사로잡힌 실패자의 전형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큰 비밀이나 음모를 안고 있다거나 대단한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 보다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 무기로 한 한편의 스릴러 영화 같다. 볼 때는 손에 땀을 쥐게 되지만 끝나고 나면 상쾌하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 말이다. 바이러스에 관한 소재는 어떤 큰 주제의식을 담았다기보다 긴장감을 주기위한 장치에 가깝고, 첫 사랑의 쌍둥이 형과의 로맨스 또한 금기를 건드린 아찔하고 아슬아슬한 장치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책을 손에 들면 한 번에 쭉 읽게 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예 틈입자 파괴자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예 틈입자 파괴자》





처음 이었다. 나를 이렇게 당황스럽게 만든 소설은. 이 소설의 작가인 이치영이 말하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아니 처음에는 이 소설의 독특하고 생경한 느낌, 말이 안 되는 활자를 부어놓은 것 같은 느낌, 화자가 바뀌어 어지러운 느낌들에 많이 놀랐다. 책장을 넘기기도 힘들 만큼. 몇 쪽 읽다 덮고 다른 책을 읽다가, 또 궁금해서 몇 쪽 읽고 덮어두기를 여러 번, 겨우 400쪽이 넘는 소설의 중간 부분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속도가 붙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이상 작가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처음의 책장으로 돌아와 몇 쪽을 읽어보니 그때서야 활자들이 눈에 들어왔다는 고백을 한 번 더 한다.


소설 속의 화자는 지금보다도 먼 미래의 한 남자다. 그리고 이 남자가 얘기하는 일기장 속의 주인공은 이 남자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아버지"인 차인형. 현재 이 남자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언어가 없다. 그가 인용한 일기장 속 차인형이 살던 2000년대 '그 파괴' 이후에 인간은 말과 글, 언어 모두를 잃어버렸다. 이 남자는 유일하게 언어를 아는 사람이다. 아무도 궁금해 하고 묻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이 '글을 쓴다는 행위'를 즐기고 있을 뿐. 그리고 이 남자는 '그 파괴' 가 있었던, 인간의 모습을 뒤바꿔버린 그 일에 대한 일들을 쓴다.


과거 한동안 꿈엔 노예와 주인들이 두 가지의 유형 밖에 없었다. 그 노예들은 그들의 주인, 잠자는 사람이 꿈속에서 만들어 낸 존재이다. 이 꿈은 주인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의 꿈에 몰래 들어갈 수 있는 존재 '틈입자' 가 생겨난다. 이들은 스스로의 꿈이 없으며 남의 꿈에 들어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과 내겐 스스로의 꿈이 없잖아요. 우린 틈입자라구요.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요?" -p191-

"쥐새끼처럼 남의 꿈에 슬금슬금 숨어드는 변태적인 존재, 불완전한 기억을 가진 반편 같은 존재" -p325-


그런데 이들 중 원하는 꿈을 선택해 들어갈 수가 있었고, 꿈속과 바깥 두 쪽 다에 대한 온전한 기억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들은 '파괴자'로 불렸다. 틈입자들 사이에 금기시 하는 일이 있었는데 바로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면 꿈의 주인이 언어를 잃어버리고 식물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자들 중 이 금기를 깨뜨리는 존재가 나타난다.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주인의 노예에게 말을 걸면 다만 말만 잃어버린 현실에선 '실어증' 환자가 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인간을 말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언어가 없을 때처럼 사람들이 꿈속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고, 꿈속에서 창조한 세상을 남들과 공유함으로써 소통했을 때로 돌리기 위한 '파괴'를 실행하고 만다. 그들은 노예들을 해방하고, 해방된 노예들은 주인의 언어기능을 빼앗고, 꿈의 안전지대인 모래사장을 뛰어넘어 서로의 꿈에 직접 뛰어들고 호출하며 서로를 망가뜨린다.


"넌 틈입자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왜 생겼다고 생각해? 우연이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아. 언어는 더 이상 소통의 도구가 아니야. 처음부터 언어가 그렇게 불완전하고 결함투성이인 도구는 아니었을지 몰라. 하지만 지금은 달라. 사람들은 언어 대신 언어를 나르는 도운인 핸드폰이나 인터넷에 열광하고 있을 뿐이야.

(중략) 그래서 틈입자나 우리같이 꿈의 영역을 부분적으로 넘나들 수 있는 존재들이 생긴 거라구." -p328-


차인영은 '틈입자'가 아닌 '파괴자'였다. 그는 꿈을 넘나들고 양 쪽 다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알지 못했고, 꿈속에서 '예이형' 이란 여학생을 만나면서 꿈의 비밀을 서서히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안치형'의 형에게 치형이가 실어증 환자가 된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게 되는데 그와 비슷한 환자가 5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꿈을 비밀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고, 일기장과 현실 속의 먼 미래의 남자를 번갈아 보여주며, 서서히 거대한 결과를 향해 달려간다. '그 파괴'가 시작되자 실재 세상은 파괴되고, 흐리고 잿빛 하늘같은 우울한 현실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소통의 형식만이 남고 그 내용은 사라져서 결국 껍데기뿐인 소통의 공해 속에 인간들이 둘러싸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언어를 파괴하고 꿈을 통해 소통하려는 파괴자라는 인물이 태어났다." 라고,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이 태어난 동기를 밝혔다. 소설은 마치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그림을 언어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명한 칼라, 비현실적인 공간과 시간, 기이한 등장인물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두 시점 모두 현재 같은 모호한 시간개념. 그러나 이 같은 언어의 파괴가 가져 오는 미래는 과연 아름다울까? 소설 속의 모습은 글쎄, '글쎄'라고 말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작가는 미래의 모습을 묘사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어가 파괴되는 '그 파괴'의 모습도 재해 영화에서 보는 참담함뿐이었고,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나 생각해 보면 그조차도 확신 할 수가 없다. 소설은 강렬한 표지 디자인만큼 강렬하고 진짜 꿈처럼 어지럽다. 내가 만일 꿈속에 숨어있는 상징이나 의미들을 읽어 낼 수 있다면 더 흥미로운 소설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게 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파이브》

 

 

잘츠부르크 근처 방목장에서 죽은 여자가 발견된다. 케이블 타이에 뒤로 손이 묶인 채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살해당한 여자의 맨 발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숫자의 조합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수사를 맡은 베아트리체(베아)와 플로린 형사는 이 글씨가 GPS 좌표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사를 통해 이는 곧 지오 캐싱(Geocaching) 이라는 GPS 좌표를 이용한,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베아와 플로린은 즉각 이 여자의 신원 파악에 들어감과 동시에 범인이 남긴 좌표를 찾아간다.

 

 

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린 것은 남자의 잘린 손이 담긴 캐쉬 박스 (Cache Box)와 그 안에 들어있는 범인의 메시지. 이상하게도 이 필체는 처음에 발견된 살해된 여자의 필체임이 밝혀지고, 범인은 또 다른 단서인 좌표를 제시하는 수수께끼를 남긴다. 베아와 플로린은 이 범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치 경찰과의 게임을 즐기는 범인의 목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고심한다. 그들은 이 좌표를 따라 갈 것인지,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찾아야 할지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범인이 낸 수수께끼를 풀고, 수수께끼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좌표를 따라가게 되지만 거기엔 남자의 절단된 다른 신체 조직이 들어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남겨진 범인의 수수께끼. 결국 경찰은 이 사건을 위한 전담반을 꾸리고 프로파일러인 심리학자까지 합류시킨다. 그러나 사건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범인은 보란 듯이 자신이 살해한 시체들을 하나씩 내 보인다. 범인이 살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수수께끼 속 관련자들은 과연 피해자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인가?

 

베아는 이혼 후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전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전 남편은 베아의 일을 이해하지 않고 아이들을 내팽겨 치고 있다며 베아를 책임감 없는 엄마로 몰아간다. 베아의 상사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은근히 베아를 못미더워 하는 눈치이지만 든든한 동료 플로린만은 늘 그녀의 편이다. 소설은 지오캐싱이라는 보물찾기 게임, 이를 통한 경찰과의 두뇌 싸움, 베아의 심리묘사 이 세 가지로 소설을 끌고 간다. 거의 530 쪽에 이르는 꽤 많은 분량의 일정 부분은 베아의 심리묘사로 이뤄지고 있고, 범인의 살인 행각에 관련된 경찰과의 신경전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베아의 심리묘사는 사건이 미궁에 빠질수록 과거 그녀가 겪어야 했던 트라우마와 연결이 되는데, 그다지 불필요해 보이고 읽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이런 심리묘사들은 결국, 결론에 가서야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 그리고 그 이유는 범인의 살인 행각과도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다. 소설은 정말 치밀하다.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련의 일들은 결론에 가서 하나의 연결 고리로 드러나고, 범인의 무시무시한 행각은 그를 무작정 욕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이 소설은 베아의 트라우마와 범인의 살해 동기를 통해 '무엇이 죄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 한 술집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중에 한 남자가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 한 것인데, 실제 법원에서는 강간한 남자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도 죄가 있다고 판결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의 살해 동기, 그 반전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인은 나쁜 것이다 이런 것을 넘어선 처절한 아픔이 느껴졌다.

 

 

다섯 명의 살인, 다섯 명의 피해자.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주제의식, 지오캐싱 이라는 새롭고 흥미로운 소재까지 모든 것이 잘 짜여 진 정교하고 멋진 소설이다. 읽는 내내 베아의 두통이 마치 나에게로 옮겨옴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결과에 정말 놀라기도 했고. 장르를 넘어서 참으로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채처방소 1
오일구 지음 / 코치커뮤니케이션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색채처방소》

 

 

3,900년간 잠들어 있던 전통색의 뿌리를 파헤친 역사추리소설

상징과 색채암호로 둘러싸인 완벽한 시나리오. 색채에 대한 정밀한 지식

색의 흔적으로 살인자를 쫓는 놀라운 수사기법, 상상할 수 없는 암호체계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방대한 스케일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색(色)" 이라는 새로운 소재, 새로운 장르문학 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세상은 거대한 색(色) 이며, 우리 민족은 색(色)을 볼 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위대한 민족이었으나 어느 날 그 색을 잃어버린 채 가짜 색(色)을 진짜라고 여기는 거짓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색채 마술사'라는 미지의 인물 G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던 중 돌아가신 아버지의 의문사 사건을 해결하려 '색채처방소'라는 클리닉을 운영하며 그 비밀을 좇는 '비엘', 그를 도와주는 '도원'을 중심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 산하 조직 C2P와 경찰과 비슷한 일을 하며 국가 권력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한 CCI 와의 권력 투쟁을 씨실로, 과거 '사폐' 라는 색으로 한 순간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왕국 '황공', 색(色)과 황공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채 명맥을 유지해 온 9대 가문, 그리고 이들 가문과 색(色)의 비밀을 호위하던 호위장 가문의 이야기를 날 실로 하여 과거와 현재, 색(色)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역사, 권력을 탐하는 인간 군상들의 욕망들을 엮어낸, 거기다 가공할 만 한 무기와 첩보, 폭파 씬 까지 등장하는 거대하고 방대한 스케일의 소설이다. 

 

색(色)에 대한 비밀이 있다. 비밀 즉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권력'이 된다. 과거 몇 천 년 전 우리 민족은 색(色)의 의미를 알고, 이를 만들고, 이로써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민족이었다. 이는 고조선보다도 더 이 전까지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색(色)은 기이며 에너지이기도 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이기도 하며,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움직이기도 한다. 색을 만들려 재료가 있어야 하고, 이를 관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를 따라 교역이 생기고 이문이 남기고, 자연스럽게 이를 탐하는 무리들도 생긴다.

 

색은 순색과 잡색으로 나뉘며 이들 9가지의 순 색을 만드는 방법은 9가문의 비법으로 자손들에게 이어진다. 그 가문의 종손들은 선조들의 정신과 비법을 이어 받아 그 색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폐" 라는 색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색(色)의 왕국이던 황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이를 막지 못한 호위장 가문을 불신한 가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현재. 색(色)을 이용한 한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 때문에 색(色)과 관련된 가문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색(色)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C2P 와 CCI는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의 목적에 따라 조직을 움직이다. 선대 호위 장은 각 가문마다 색(色)의 의식을 위해 모이라는 초대장을 보내면서, 이들 가문과 멸망,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스터리가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이면에는 국제 자본과 공권력의 유착부터 권력을 향한 인간의 눈 먼 욕망, 몇 천 년을 이어온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소설이 끝날 때 까지 누구도 믿지 못하게 하는 심리전, 색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아슬아슬함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거대한 상상력 까지 멋들어진 소재들이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던가. 아쉽게도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엮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색(色)을 통한 스릴러,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도, 소설 속 녹아있는 갖가지 소재들도 모두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평서문 끝에 붙어 있는 "?" 는 특히 읽는데 막대한 지장을 줄 정도였다. 대화중 질문 끝의 "!" 도 마찬가지다. 앞 뒤 문장이 잘 맞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했던 적도 많았고, 잦은 오타는 역시 읽는데 큰 방해물이었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신이 없게 만들 뿐 큰 역할은 해내지 못한 듯하다. 주인공인 비엘이 경영하는 클리닉이자 소설의 제목인 <색채처방소>는 소설 안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주인공이 나서서 활약하여 미스터리를 푸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은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 많이 아쉽기도 했다. 차라리 이 소설을 해체해 과거 각 순색을 주도하던 9가문과 호위장 가문, 그리고 그 사이 피어난 사랑이야기만을 하나의 이야기로 쓰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색(色)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 미스터리, 판타지 등 정말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때문에 아쉬움 작품이 되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던 것은 분명 이 소설에 어떤 매력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아쉽지만 다시 정돈해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