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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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책의 서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여자와 남자의 차이 혹은 연애하는 남녀 사이에 알아야 할 남녀 심리의 차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은 바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일 것이다. 이 책은 처음 대중들에게 선 보였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억이 날 만큼,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그 충격은 매우 컸다. 그러나 그 파장이 큰 만큼 남자와 여자의 '성'의 특성이 너무 정형화 돼 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것은 둘 사이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남녀의 성별 차이 보다 그저 개인의 성격이나 가치관, 그 둘이 살아온 환경차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은 과연 앞서 언급한 책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놓았을까? 저자는 먼저 앞서 언급한 책을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들의 심리학과 사회학적 통계에 바탕을 두어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 사는 한국인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문화적인 내용의 한계를 지녔음을 언급한 뒤, 언어학적으로 남녀를 분석한 독일의 언어학자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남자>를 잇고, 동양의 고전인 <도덕경>과 <대학>을 토대로 남녀의 차이를 바라보려 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이 책을 '남성 해방'을 위해 썼다고 '도발'한다. 아직 성차별이 만연해 있는 이때 무슨 망발?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펴보면, 여성 해방을 넘어 여성 우위의 강한 바람이 부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남자-아버지의 도식에서 벗어나 여자와 가족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여자들을 위해서는 내부에 머물던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벗고 외부의 세계를 경략하는 길을 함께 생각하자고 말한다.


일단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태초에 딸이 있었다>는 장이었다. 기독교의 창세기 신화를 비틀고 각 국의 신들을 투입시킨 후 우리의 조상인 환웅까지 등장시켜 신이 빚은 딸과 딸을 위해 장난감으로 만들어 준 아들이 어떻게 신의 손에서 벗어나 독립된 존재가 되어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는지 풀어놓은 상상력은 정말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레너드 쉴레인의 <지나사피엔스>의 이야기와도 겹쳐지는(저자가 언급하기도 한다)이야기였기에 더욱 반갑기도 했고, 문체 또한 딱딱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말 해주는 듯 가볍고 거침없어 더욱 생기가 넘쳤다.


이어지는 도덕경과 대학으로 바라본 여자와 남자.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도덕경을 통해서는 여자의 내면, 욕구, 성, 육체에 대해 알아본다. 인문학이 유행처럼 '소비'되는 오늘날 가장 많이 회자되는 철학자가 바로 노자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도덕경을 통해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 안에서 도덕경을 꺼내는 것은 다소 생경하기도 했지만 흥미로웠다. 대학은 전형적인 남성 종교라고 하는 유가의 창업자들 즉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의 사상적 모색을 한꺼번에 정리하여 만든 책에 해당한다고 한다. 유학은 노자의 반대편에 자리 잡은 남성 학이며 제국의 식민지학임과 동시에 남성을 가부장을 만드는 식민지학이라고 하니 도덕경과 대학의 대비는 탁월한 선책인 것 같다. 대학 편에서는 동양이 걸어온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데 남자의 이야기를 떠나 읽을거리가 많다.


그렇다면 결론은?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성성을 알고 여성성을 간직하라' 정도가 아닐까한다. 의존하고 징징대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에도 일침을 가하며, 결국 남녀 간에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미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성별을 떠난 개개인의 노력과 도전을 주장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 도덕경와 대학을 비롯해 동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자들과 문화들을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와 느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함께 읽고 토론을 한다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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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 피부노화, 피부 트러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피부단식 뿐이다
히라노 교코 지음, 정은미 옮김, 야자와 요시후미 감수 / 전나무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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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예전《천연 화장품 클리닉》이라는 책을 읽으며 화장품의 진실에 대해 알고 나서, 되도록 이면 화장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예 쓰지 않는다고는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유는 내가 건성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피부단식>에 대해 듣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1일 1식, 소식, 간헐적 단식 등을 듣고 나 또한 소식과 1일 1식 혹은 2식을 실천하며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피부 단식>에 대해서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긍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어떤지 과연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 책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만나게 되었다.


《천연 화장품 클리닉》http://africarockacademy.com/10146400317


먼저, 화장품에 대한 비밀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피부를 촉촉하게 하여 첨가되는 실리콘은 피부에 얇은 막을 만들기 때문에 수분을 잡아주어 촉촉하게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피부의 활성능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잘 씻기지 않고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 방부제는 위험하여 극소량 쓰이지만 잘 알고 있는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위험한 방부제를 쓸 경우가 많다는 점, 점증제인 카포머는 가공할 때 벤젠이 쓰여 위험하다는 점, 쓰자마자 피부에 윤기가 돌고 주름이 옅어지는 합성폴리머는 일시적으로 수분을 잡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있지만 이 성분이 빠져나가면 더 건조해지고 주름도 깊어진다는 것, 거품 잘 나고 세정력이 좋아 쓰는 음이온계 계명활성제는 두피와 모발에 자극적이라는 점, UVB 차단지수가 올라갈수록 화학적 차단제가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 등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들어와서 천연 화장품을 구입하거나 자신이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경우를 많이 봐 왔는데 이 책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이 결국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궁금하였던 것이다.


《천연 화장품 클리닉》에서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 써라' 는 결론을 내고 있는데 반해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에서는 '아예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는 저자 '히라노 교코'가 어떤 잡지에 실린 서평에서 스킨은 아무리 발라도 보습이 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외출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 등의 내용을 보고 자신이 알던 상식과 정반대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아 즉시 그 책을 사서 읽은 후, 바로 피부 단식을 시작하고 1년간의 경험과 변화를 적은 책이다. 결론을 보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피부가 좋아졌고, 화장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이다.


책의 구성은 피부 단식을 시작하게 된 배경, 피부 단식을 해야 하는, 해도 괜찮은 이론적 배경, 그리고 화장품 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들로 구성된다. 그냥 자신이 좋아졌다라고 믿지 않고 정기적으로 클리닉에 가 검진을 받고 그 결과들도 실려 있기 때문에 참고가 될 것 같다. 사진이나 그림은 좋은 자료다. 책의 마지막에는 국내 독자의 체험기도 실려 있어 피부단식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화장품을 줄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안은 물로만, 출근할 때는 크림과 선크림만 살짝 바르고 나가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역시 세안은 물로만,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처음 며칠은 그냥 피부에 좋으라고 올리브 오일을 바르기도 했으나 산패의 위험이 있다고 하여 아예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지금은 여름이라 피부가 거의 당기지 않지만 문제는 가을 겨울이 아닐까 한다. 그때는 책에 나온 대로 바세린을 조금 발라야 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문제는 화장을 해야 할 때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화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늘 맨 얼굴로 다녀서 어쩌다 한번 씩 화장하는 것은 별로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때도 크림, 비비크림, 색조화장만으로 화장의 단계를 줄였으니 세안만 잘 한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피부단식을 하면 생활이 단순해져서 좋다. 화장품을 많이 바를 때는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늘 고민해야 했고, 기초화장, 색조화장, 클렌징 까지 늘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 고민이 없다. 바르는 것이 없으니 피부 트러블도 거의 없고. 트러블은 비단 피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건강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니 운동과 식사도 늘 신경을 쓰고 있다. 저자도 그렇지만 게으른 나 같은 사람에게 피부단식은 정말 딱 좋은 방법이다. 꼭 피부단식을 하지 않더라도 화장품에 대한 좋은 정보가 있어 이 책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번 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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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구광렬 지음 / 작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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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울산 반구대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내심 반구대에 그려진 그림이나 이 그림에 대한 자세한 해석이나 설명들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반구대에 관한 이야기는 아쉽게도 '침식' '훼손'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먼 옛날 어느 예술가의 혼을 담은 캔버스였을 바위가 있는 곳에 들어선 댐, 그 곳에 댐이 꼭 필요한지보다 왜 하필 거기여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과 속상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본 것 같다. 아파트를 지으려고 기초 작업을 하다가 유물이 발견되자 대충 발굴하고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는. 우리는 늘 이런 의문 앞에 서야 할지도 모른다. 개발과 돈이 최우선인 세상에서 과거, 역사, 유물 '따위'가 과연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욱 속상하였다. 역사는 여전히 살아있고, 우리가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유물과 역사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줄지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에겐 귀찮은 것뿐일 테지만 소설 《반구대》의 저자 구광렬 같은 사람이 있는 한,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한 여전히 그 역사는 살아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쯤 움집을 지어 마을을 이루어 모여 살던 사람들이 있다. 우두머리 으뜸이 있고, 버금이 있으며, 으뜸의 말을 마을 사람에게 전하던 알리미와 하늘과 조상의 말을 전하던 당골레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잡은 동물들과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위에 새기는 바위 새김이 들도 있었고, 여인들 중에 온 마을의 어른이 되는 큰어미가 있었다. 남자들은 뭍에서 맷돼지나 사슴을 잡거나 바다로까지 나가 물고기를 잡는 사냥을 했고, 여인들은 흙으로 그릇을 굽거나 조나 곡물을 키웠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으뜸의 자리를 넘보는 버금이 있었고, 으뜸이 되려는 자는 부족회의를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씨로 뒤를 이으려는 또한 자신의 부족만이 아닌 여러 부족들의 으뜸이 되려는 욕망이 싹텄다. 부족민들 사이에서 하는 일에 따라 계급이 생겨났다. 옆 부족에서는 돌 보다 더욱 무겁고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참 돌'로 사냥을 하고 무기를 만들었다. 그 부족에게 다른 부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기도 했고, 그 부족 사람들은 연못을 파 물고기를 가두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른 작물들을 심고 있었다. 여러모로 으뜸과 부족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신의 영물이라 여기던 고래를 잡아 나섰다. 나무를 태워 기름을 만들고, 그 기름으로 불을 피워 전에 만들던 것보다 더 좋은 배를 만들었고, 옆 부족에서 넘어 온 사람과 참 돌 덕분에 더 좋은 창과 활을 만들어 고래를 잡아 부족민들은 추운 겨울을 났다.


그 안에 사랑이 있었고, 헤어짐과 그리움이 있었다. 아비를 모르는 시기는 가고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한 움집에서 함께 자고 일어나길 바랐다. 그렇게 그들은 격변의 세월을 지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슴 같고 여자 같다며 무시당하는 한 남자와 오로지 싸워 이기고 뺏는 것 밖에 몰랐던 한 남자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부족들을 이끌어 갔다. 그 모든 일들이 너럭바위에, 처음에는 돌칼로 나중에는 참 돌로 깊이 새겨지게 된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긴장감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로맨스는 끝까지 애절함을 가지고 있고, 권력투쟁의 과정 또한 절제 되었으나 그 강렬함은 어느 이야기 못지않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일생을 관통하는 깨달음의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 바위 새김이는 깊은 산 속에서 끊임없이 정진하는 구도자처럼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온 마음으로 바위에 새기고 또 새긴다. 또한 스페인학을 전공한 저자의 손끝에서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의 원형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들은 모두 불가의 고승들이 나눌 법한 선문답 같기도 했으며 그 뜨거운 삶을 살다간 인물들은 모두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감동을 받았다.


그 오랜 세월 바람과 비에도 씻기지 않을 만큼 바위에다 깊이, 깊이 새겨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 마치 지금도 살아 있을 것만 같이 생생하게 되살려낸 대단한 소설이다. 별 기대 없이 읽은 소설 한편에 이렇게 감동을 받다니,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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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안데르스 데 라 모테 3부작
안데르스 데 라 모테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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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BUZZ : 자극하다, 흥분시키다, 선동하다, 어떤 일에 대한 일반적인 동요, 인위적으로 과장하다, 프로파간다, 자격도 없는 어떤 특정 인물에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도록 만들기, 사기, 실망, 속임수, 미디어나 광고에서 사용하는 기발하거나 미심쩍은 방식 등


소설《버즈》는 1부《게임》의 후속으로 1부《게임》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인터넷의 잘못된 마케팅 즉 기업이나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야기는 연결이 되지만 1부의 내용을 몰라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소설을 따라 가다보면 1부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기도 한다.


국가적인 위기나 집권 세력에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우연인 듯 연예인들의 비리나 연애, 결혼, 이혼, 사기 등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중요한 사안은 뒷전이 되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는 일명 '물타기'라 일컬어지는데 SNS가 발달된 지금은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과거 대선에 일명 '십알단'이라 불리는 인터넷 댓글 부대의 활동이 수면위로 등장하면서 개인적인 영역인 SNS 조차도 어떤 세력에 점령당해 있는 듯하다. 소설《버즈》는 바로 이런 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남자 <페테르손>은 과거 몸담았던 <게임>에 쫒기는 몸인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위조 여권으로 전 세계로 도망 다니다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와 우연히 함께 가게 된 사막 여행에서 여자는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함께 동행 한 이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데 경찰도 아닌 듯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 고문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극적으로 혐의에서 풀려나게 되고, 과연 자신을 살인으로 옭아 매려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또 그 여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고국인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여자와 관련 된 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 회사가 바로 앞서 말한 '십알단' 댓글 부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만 그 대상이 주로 기업들이라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기업들이 안 좋은 여론으로 수세에 몰릴 때 블로그나 카페 포럼 등의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옹호하는 댓글을 쓰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일에서부터, 아예 관심을 돌릴 다른 이슈거리를 만들어 내어 인터넷 페이지에서 의뢰 기업의 안 좋은 기사들을 뒷 페이지로 넘겨버리는 방법들을 쓰는 것이다. 여전히 게임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 위험한 상태로, 그 곳에서 주인공은 실력을 인정받으며 실로 아슬아슬하게 진실에 접근한다.


소설은 이 남자의 누나이면서 경찰인 <레베카>의 이야기도 아주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는데 둘의 이야기가 한번 씩 돌아가며 전개된다. 국가의 장관을 경호하던 중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탄핵을 받고 결국 정직까지 되어버리는데, 이 일은 단순한 탄핵이 아니라 어떤 음모에 의한 것으로 본 레베카 또한 자신의 일을 해결하려는 도중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며 교묘한 방식으로 <페테르손>의 사건과 겹쳐지게 되며 결국 함께 일을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놀랄만한 반전!





소설은 이 두 사람의 일을 번갈아 가며 전개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극적인 장면 전환으로 소설의 이해를 다소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몰입도와 속도감에 빠져들게 되며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떻게 보면 소소하게 다소 황당한 부분들이 있지만, 이런 장면 전환을 교묘히 이용하여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방식은 굉장히 지능적으로 보였다. 마치 한편의 잘 만든 큰 스케일 큰 첩보영화를 보는 듯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올해 2014년 4월에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과 6월에 있는 지방선거 때문에 인터넷과 SNS는 여전히 뜨겁다. 그 많은 정보와 토론과 선전에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조작일까. 혹은 중요한 사안을 가리기 위해 연막탄으로 뿌려놓은 정보는 어떤 것일까. 많은 의문들과 문제제기 들이 인터넷과 언론을 달구고 있을 때 만난 소설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으며 한편으론 두렵기까지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세상을 지배 하려는 자, 눈에 보이는 정치세력보다 더욱 무서운 자들은 여전히 '정보'를 <컨트롤>하는 세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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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10년 후에 살아 있을 확률은 - 재미있고 신기한 확률의 세계
폴 J. 나힌 지음, 안재현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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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10년 후에 살아있을 확률은?》







음, 시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내가 10년 후에 살아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막연하게 생각하면 죽거나 혹은 살거나 이 두 가지 경우밖에 없으니 확률은 50%가 아닐까?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설문표를 만나는데 그중 자신의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것들도 본 적이 있다. 운동을 하는가, 흡연을 하는가, 식사는 제때 하는가 등등의 질문들이 적힌 것들 말이다. 그럼 그런 설문이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하였으나 아쉽게도 이 책의 내용은 이런 설문지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확률문제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학과는 담 쌓은 나 같은 사람은 싫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문제들, 바로 이 책은 그런 질문들과 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오, 이런! 책의 시작은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100개의 빨간색 공과 100개의 검은 색 공이 단지 안에 있다. 공을 하나 고른 뒤 확인하고 다시 단지 안에 넣는다고 하면, 1) 첫 번째 공이 빨간색일 확률은?, 2) 두 번째 공이 빨간색일 활률은? 이런 쉬워 보이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뒤로 가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문제는 풀이 방법이다. 질문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답은 복잡한 방정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이 책이 이렇다 저렇다 말조차 할 수 없다. 그 풀이들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역시 확률문제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복잡한 수식이 필요한 것이었다. 확률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그 틀은 일정한 수식이 필요한데, 그 수식은 방정식, 그래프, 미적분, 마방진 등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어떤 수식들을 적용할 것인가, 어떻게 포인트를 잡아가는 가하는 것이다. 그럼 맨 앞에 내가 질문했던 10년 후 내가 살아있을 확률의 답은 무엇일까? 슬프게도 나는 이 풀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50% 따위의 직관적 답과는 전혀 상관없다.



이 책은 나처럼 수학과 담 쌓고 방정식이나 여러 가지 수식에 익숙하지 못하면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책이다. 수학 책의 '확률' 부문만 뚝 떼어 여러 흥미로운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책이고 그 해결 방식은 완전히 '수학적'이니까. 아마 수식들이나 수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말로 좋아하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학생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좋은 교재도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된다. 주제가 재미있으니 그 풀이를 따라가는 것 또한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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