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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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현재 2014년 6월,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고, 이 사건 때문에 정부의 무능과 총체적 부실이 수면위로 떠올라 집권세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친일 발언으로 국가개조를 천명한 박대통령의 인사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 때문에 문 후보자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들과 학자들의 '자기고백'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전쟁까지 치룬 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화려하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번의 청산되지 않는 과거사는 진정한 국민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원흉이라는 것을.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해 먼저 접한 사실은, 앞서 말한 문 후보자의 친일 발언에 관련되어 수면위로 떠오른 역사관의 문제를 다룬 기사였다. 문제가 된 역사관은 일제 강점기 시대는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등의 형태는 다르지만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 하거나 두둔하는 주장인데, 군대에서 장병들에게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한 이념 편향 역사서적들 중에 저자의 저서 <조선은 왜 망하였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조사해 보니 한국의 대표 보수 논객으로 활동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역사적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역사를 어떠한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같은 사건을 두고도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특히 집권 세력의 시각에 따라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너무도 상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의 걱정을 안고 이 책《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를 읽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일제 식민 지배를 두둔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봐 조금 걱정을 했고, 그래서 같은 부분을 다룬 다른 저자들의 책들과 비교를 하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 지배자인 조정 관리들의 실체, 국왕으로서의 선조, 임진왜란의 성격과 이 전쟁의 주체가 된 왜와 명은 어떤 나라였는지에 대한 다양한 면을 살펴보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사실을 기록한 <징비록>과 그가 올린 상소문, 임금에게 올린 각종 보고서와 하부기관에 내린 공문서들을 바탕으로 '류성룡'의 활약상과 리더쉽을 알아본다. 저자는 현재 한국을 바람 앞에 등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본에는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중국은 여전히 가치 국가를 외면하고 패권 국가를 표방하고 있고 그 사이에 우리는 허리가 잘린 채 대립하고 있다. 저자는 임진왜란의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징비' 하지 않은 우리에게 자비롭지 않았고 통일된 미래를 준비하는데 류성룡처럼 자신을 바치는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임진왜란사이기도 하면서 전쟁의 중심에서 전쟁을 치르고, 조선을 분할 하고자 하는 명과 왜를 저지한 류성룡이란 인물의 리더쉽에 대한 연구다.

 

임진왜란, 선조가 왕이던 시대는 당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전쟁이 일어날지 아닐지 알아보러 간 사람들도 당색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던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이이의 '십만 양병론'이 등장한다. 저자는 당시 인구와 세입을 근거로 들며 특정 당파의 권력, 지배적 우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럼 왜란 당시 조선은 어땠을까? 조선 군대는 그 수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체계가 엉망이었고, 왕인 선조에게 중요한 것은 백성이 아니라 오로지 왕조를 지키는 것이었으며, 공직자들은 오로지 권력을 갖기 위해 혈안 되어 있었다. 저자는 조선조에서 권력은 이데올로기였다고 말한다. 이데올로기의 속성은 스스로를 목적화 하는 것이었고, 권력은 정책개념이 아니라 가치개념이었기에 권좌를 점유하는 것 자체가 되고의 가치였다고 말한다. 그런 지식인들에게 명나라는 하늘이나 마찬가지였다.

 

임진왜란의 성격 또한 중요하다. 저자는 임진왜란은 오로지 명과 왜의 조선 분할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명이 조선에 구원병을 파병한 것은 조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명의 최후의 방어선이었기 때문이다. 왜가 명을 치기위해 조선에 길을 내라고 한 것은 명을 상대로 명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인 조선의 반쪽을 분할 통치 하고자 함이었다. 저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공명심과 정복욕, 그의 부하들에게 나눠줄 영토의 필요성에 의해 조선을 침공했고, 처음 대승을 거둔 후 이를 통해 강화하기 위해 북진을 미룬다. 명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왜와 싸우기 보다 강화를 원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를 간파한 이는 오로지 '류성룡' 밖에 없었다 한다. 조정과 선조는 명군에게 싸우라고 부탁만 할 뿐 이었고 오로지 류성룡만이 이 사실을 알고, 명과 왜의 강화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다. 또 하나 전쟁에 있어 류성룡의 가장 큰 업적은 이순신의 발탁이 아닐까 한다. 육군 장수를 수군에 임명한 것도 대단한 일이며, 명군과 조선군을 먹일 군량미 전쟁에서도 류성룡은 큰 업적을 남기는데 수탈이 아닌 공명첩 등을 이용하여 자발적으로 군량미를 충당하게 한 것이기에 대단한 일이다. 오로지 조선의 문제점만을 따진 율곡 이이와는 달리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대설계>부분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고향으로 내려온다. 권력이 이데올로기화 된 조선에서 그는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불멸의 영웅 이순신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통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도, 역사를 알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이 책에 묘사된 선조 시대의 현실이 현재와 너무도 닮아 있어 나는 때로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나라와 백성이 아닌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하는 현재 정치인들과 당쟁을 일삼는 조선의 지배세력이 과연 다른지, 그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당파싸움이 결국 나라를 잃어버리게 하지는 않았는지, 선조가 두려워했던 것이 명이나 왜가 아닌 조선의 백성이라 명군이 돌아가기를 원치 않았던 모습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형태를 보이는 과거와 현재 집권세력의 모습과 정말 닮지 않았는지, 명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모습이 미국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모습과 과연 다른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류성룡이 돌아와 이 모습을 본다면 땅을 치고 통곡 하지나 않을런지지,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류성룡의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모든 정황과 관계는 생략한 서술에는 좀 아쉬운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에 마치 류성룡 한 명 뿐이었던 것처럼 보일 만큼 오로지 류성룡만, 또한 그의 긍정적 업적만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조명 받지 못한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기도 했다. 현재 방영중인 주말 드라마 '정도전' 후속으로 류성룡에 대한 드라마가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이도 참 반갑다. 보수와 진보, 역사관의 논란을 떠나 이 책은 읽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그리고 조선이 이 모양이었으니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지의 결정론이 아닌, 미래를 대비하는 '거울'로써 기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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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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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




철학은 가장 간결하게 말하면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고 진정한 존재를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눈부시게 발달한 디지털 기술은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를 더 이상 구분 없이 이어준다. 저자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고 구분이 모호해진 생활세계의 존재론적 특성이자 이런 세계 살아가는 디지털 대중의 인지적 특성, 혼합현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파타피직스pataphysics>라 정의 한다. 철학자들이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고 가상의 허구성을 폭로하려 했다면 디지털 대중은 대상에 대해 이런 존재론적 판단을 중지한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은 역사 이전의 현상이인데 역사 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졌던 이 선사의 상징 형식이 디지털 기술형상의 형태로 돌아온다. 그러나 선사인의 상상이 주술적 현상이라면 우리의 상상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현상이고, 선사인의 상상이 공상에 그쳤다면 우리의 상상은 기술에 힘입어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역사는 문자문화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그 정점에서 역사주의 의식을 낳았다. 하지만 소통의 매체가 문자에서 영상으로 바뀐 시대에는 과거의 계몽적, 역사적 의식이 유지될 수 없다. 의식을 파악하려면 언어의 본성을 알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파타파직스의 세계에서의 세계는 '미디어'로 구축되므로 세계를 인식하기 전에 먼저 미디어의 본성을 이해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결국 텍스트에 기초한 고전적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므로, 이제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이 필요하다. 《이미지 인문학》제1권은 이런 전제에서 사진, 회화, 영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등을 통해 과거 철학이 어떻게 단절되고 파타피직스의 세계로 넘어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실은 처음 두근대는 마음으로 이 책장을 넘길 때부터 커다란 벽에 부딪혀야 했다. 노란 책장위에 강렬하게 대비되는 검은 글씨, 처음 보는 생소한 용어들과 정의는 눈이 어지러운 만큼 머릿속도 복잡하게 했다. 본문도 아닌 단지 '저자의 말'에서부터 막혀 거의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고 '활자'만 읽다가 포기하고 다시 덮기를 여러 번, 억지로라도 읽어보자고 노력한 후 한 3분의 1정도 읽었을 때부터 내용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앞서 적은 내용은 저자의 말을 요약한 것이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최대한 내가 이해한 정도에서 이 책의 큰 주제를 요약한 것이다. 인터넷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검색해보니 이미 저자가 말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상현실에 대한 비슷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챕터는 '나꼼수', 촛불 시위에서 활약한 '컬러TV' 와 '일베' 현상을 분석한 부분이었다. 이 현상에서 보인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디자인의 요소를 게임이 아닌 맥락에서 사용하는 부분으로, 미디어를 생산하는 주체가 공급받는 자들의 아바타가 된다든가, 일베에서 보여준 병신게임, 나아가 국정원이 일베 사이트 회원들에게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간첩을 신고하라는 구체적 '미션'을 주고 이를 성실히 수행한 회원들을 국정원으로 초대해 일명 '절대 시계'로 통하는 '게임 아이템'을 나눠준 전략은 일베 문제와 미디어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 주었으며,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은 이렇게 고도화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읽기에도 이해도 모두 어려웠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이 책은 인문학 소양이 적거나,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가상현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적은 나 같은 사람에겐 참으로 어려운 책일 것이나 앞서 예로 든 나꼼수나 일베 이야기에서 보듯 이미 이 세상은 <파타파직스>의 세상이 되었고 이를 모르고서는 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행한 전략처럼 마치 게임 속의 아바타가 되어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당장은 2권을 읽을 엄두가 나진 않지만, 이 책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시대, 이 책이 분명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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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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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얼굴을 바꾸고, 몸을 바꾸고, 남의 꿈에 침투하거나 가상의 현실을 경험하는 것 등등 영화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이 소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미래, 즉 혈액을 이용해 단 몇 시간 만에 원하는 나이로 사람을 복제해 내고-그 것도 조금의 조작만 가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까지 덧 붙여서- 복제 초기 단계에서 기억을 가진 단백질을 이식하면 생전의 기억을 완벽히 가진 인간이 복제된다는 소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이런 <기억 단백질>은 뇌 속에 방어막 때문에 일반 신체에는 이식이 되지 않고, 이런 방어막이 생기기 전 배아 단계에서만 이식이 되기 때문에 꼭 <복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소설은 이런 기억 단백질을 밝혀낸 박사의 쥐 실험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탐욕의 존재인가. 박사는 결국 실험을 거듭해 인간의 복제와 배아 단계에서의 기억 이식까지 성공하고야 말지만 부작용 때문에 최초의 복제인간이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말자 회의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연구 성과를 정치계와 의료계에서 비밀 프로젝트로 진행하여 국가위기관리위원회의 매뉴얼 <12조 8항>의 비밀 조항이 만들어 진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및 그에 준하는 중요인물이 테러 등의 불의의 사고로 사망 시, 대중에게 사망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에 한해, 또한 사망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 대 복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무리하게 국책 사업을 밀어붙이던 불도저란 별명의 대통령이 열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생긴다. 그 열차는 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하던 거대 사업으로 대통령 임기 내에 완성하기 위해 여러 사상자 까지 낳은 문제 많은 사업이었고, 이날이 바로 첫 운행하던 날로 거의 1,0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주인공은 출장차 이 열차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탄 열차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테러리스트가 온 몸에 폭탄을 감고 있었고, 주인공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가 기폭장치를 누르기를 두려워하던 테러리스트를 대신에 기폭 장치를 눌러 결국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기절에서 깨어나니 병원에 있었다. 폭파 상황에서 살아난 것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깨끗한 몸으로. 그리고 그는 곧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고, 대통령의 기억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곧 테러범으로 지목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반대로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 또한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이 소설 속에는 아주 흥미로운 문제들이 가득하다. 복제인의 이야기가 나오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과연 사망한 사람과 같은 인물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사회 유력인사나 국가기밀을 알고 있는 사람의 기억을 복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 위험에서 어떻게 자신과 국가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과연 복제가 합법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미 사망한 중요한 사건의 증인을 복제할 경우 그 사후처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지, 복제가 가능해 지면 과연 우리는 여전히 생명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인지 다양한 질문들이 독자에서 던져진다. 또한 기억 중 감정 기억은 살아있는 신체에도 이식이 된다면 이런 부분이 마약으로 대체되어 공공연히 돌아다닌 다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가능할 것인지 까지 저자는 정말로 다양한 질문들과 더불어 국가 위기 시에 국가 기관이 우왕좌왕하는 현실적인 모습, 국가 최고 권력자와 기득권의 탐욕 때문에 무시되고 짓밟히는 힘없는 민중의 모습과 오로지 특종에만 열 올리는 방송의 이중적인 모습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어 긴장감 있게 이어 간다.

 

과연 주인공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이며, 그가 가진 비밀을 무엇일까.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도 생생한 세월호 사건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기도 했고, 죽은 대통령의 모습에선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치적과 비자금 조성에만 열중하던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의사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의학적인 부분은 정말 정교하고 현실적이었고, 의학 산업과 정치와 엮어내는 솜씨는 정말로 탁월했으며, 그 큰 소용돌이 안에서 아무 힘없는 소시민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의 무게 또한 잘 그려낸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돌아가도 인간은 결국 개인적으로 그 일들을 겪어 내야만 한다. 인권을 생각해 복제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졌더라도 내 가족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일을 막을 수 있을까? 돈 많은 사람들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복제를 통해 새 생명을 얻고 싶어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이런 기억과 복제, 이식의 문제는 또한 다양한 법적인 문제들 까지 안고 있으니 과연 우리는 미래를 어찌 만들어 가야 할까? 무엇이 옳고 그름일까? 인간의 생명과 죽음은 어찌 정의 되어야 할까? 정말 어떤 눈으로 보는 가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우리가 꼭 생각해야만 하고 고민해야만 하는 곧 닥칠지도 모르는 문제제기를 한 소설. 정말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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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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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폭스 밸리》

 

 

 

 

 

 


한 남자가 있다. 어쩌다 작은 실수를 하나 저질렀는데, 그 잘못이 다른 크고 불행한 일을 연달아 가져오게 만들어 버린, 어쩌면 굉장히 불행하고 불운한지도 모르는 남자. 이 남자의 유년시절은 그리 불행하지 않았다. 비록 잘 싸우고 결국 이혼하긴 했지만 따뜻한 엄마가 있었고 그저 이런저런 말썽을 부리며 반항하는 청소년기를 보낸게 다였다. 그러나 어쩌다 일하던 회사의 돈을 슬쩍한게 불운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슬쩍한 돈은 그리 크지 않았고, 이를 눈치챈 상사는 돈을 돌려놓고 회사를 그만두면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으니 만회할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류의 돈은 쉽게 써버리게 마련이니, 슬쩍한 돈은 없어진 후였고 기댈곳도 없는 남자는 자연스럽게 사채를 빌리게 된다. 그러나 사채는 이자에 이자를 붙여 조금씩 불어났고 결국 자신이 갚기 힘들 만큼 커져버렸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사채업자는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온 갖 불법에 더러운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런일은 언제나 그가 부리는 아랫사람이 하는 일이었고, 뒷배가 든든한 탓인지 절대 구속되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사람에게 저지르는 응징은 오금이 저릴 만큼 무시무시했고, 돈을 갚을 때 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남자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납치! 그저 여자 하나를 납치게 빌린 돈을 갚을 만큼만 받아내려고 했다. 절대 여자를 해칠 생각은 아니었다. 남자의 타겟이 된 여자는 자신은 대학강의를 나가고, 남편은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그런 중산층의 평범한 가정의 여자였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들키지 않게 여자를 납치하고 자신만이 아는 동굴에 가둔다. 그러나 일은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납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에 있었던 폭행사건에 휘말려 구속되고 만 것이다. 이미 크고 작은 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남자였던 터라 결국 그는 교도소에 갖힌 신세가 되고만다. 그는 동굴에 갖혀있는 여자가 자신이 말해주지 않으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결국 말하지 못하고 만다.

 

그리고 몇년후 그 남자는 가석방으로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납치, 폭행등 자신의 범죄와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그는 자신이 납치한 여자가 살아있는건지, 사채업자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건지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이상한 기운에 드려움을 느낀다. 이 일은 납치된 여자의 남편과 그녀의 친구들과도 연관되는 일이라 과거의 일까지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남자에 의해 실종된 여자의 친구, 남편등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나오게 되며 이야기는 점점 긴박하게 흘러간다. 과연 연달아 일어나는 일들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납치된 여자는 살아있는 것일까? 등장인물중에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저자는 끝까지 범인을 쉽게 알려주지 않으며 독자를 아슬아슬하게 애태운다. 결국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은 놀랍기만 하다.

 

거의 600쪽에 가까운 분량에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달아 이어지고, 심리묘사도 많지만 문장이 거침없어 쉽게 읽힌다. 결코 지루할 틈없이 아주 흥미롭게 이어진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소설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며, 진심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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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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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쟁 생중계》




우리 민족은 힘이 없어 늘 당하기만 하고 무기력한 민족이었다는 식민지 교육의 반대급부로, 우리 민족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어서 라는 말을 하고는 했지만 우리민족이 전쟁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이렇게 '자유분방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바로 역사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자로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을 빙자하여 친일의 망언을 일삼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역사교육과 역사 인식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건지 절망감을 느낀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역사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고, 식민지 교육에 너무도 물들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게다가 학교의 정규 역사교육은 정말 역사를 싫어하게 만드는 딱 그 수준이다. 외우기만을 강요하니까.


이 세상에서 없애 버려야 할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주저 없이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로부터 전쟁을 원하는 민중은 없었다. 늘 민중을 핑계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기득권이 있었을 뿐. 그러나 내가 이 책《고려전쟁 생중계》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역사서에 나오는 '전쟁'의 '실상'을 자세히 다룬 책이기에 그렇다. 이 책은 <조선전쟁 생중계>에 이은 후속 편으로 고려사에서 중요한 한 장면을 차지하는 전쟁들을 마치 스포츠 생중계를 하듯이 들려주는 아주 독특한 역사서이며, 앞서 말한 정규교육 속의 역사교육의 부족한 점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조선은 현대와 시기도 가깝고 사료들이 많아 연구를 많이 하지만 고려까지만 올라가도 그리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다. 여러 번의 전쟁을 거치며 사료가 많이 사라지고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그마저 남아있던 사료들은 소실, 왜곡되었고 그 일은 슬프게도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말이다. 그래서 난 고려를 비롯해 그 보다 오래된 역사는 얘기만으로도 참 반갑다. 이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특히 그림이 중요하다. 일단 상상이 바탕이 되긴 하지만 사료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역사서를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상상력의 한계이다. '어느 산에서 어떻게 싸웠다', 등의 구절들을 읽을 땐 그 전투 모습이 어떤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당연히 이해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정성들인 삽화는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 책에는 총 10번의 전투들이 소개된다. 철저하게 고증된 그림과 지도들이 이해를 도우며 마치 스포츠 생중계를 보듯 전해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긴박감이 있다. 실은 난 개인적으로 전쟁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고 이렇게 자세히 얘기해 주어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문일 뿐 '디테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훌륭한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전쟁 속, 숨은 이야기>에선 다소 가볍지만 흥미를 끌만한 전쟁 뒷얘기들이 소개되고, 전쟁에서 쓰인 다양한 장비들과 전투 방법들의 소개는 전쟁과 전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 준다.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로 보는 역사적 사실들 또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현재 TV에선 남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정통 역사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리에 반영중이다. 이 드라마를 일컬어 달달한 애정사의 퓨전 역사 드라마와 비교해 '남자들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 책 《고려전쟁 생중계》또한 그런 책이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때로는 자신의 의지로, 때로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위해 이 산천에서 피와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민중은 그렇게 살아왔고 역사는 그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또한 역사는 형태는 다르지만 늘 반복된다. 정권이 바뀌고 위기가 오고, 누군가는 그 위기를 기회로 삼고 또 누구는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는 거대한 굴레. 이 절절함과 안타까움이 역사의 매력이며, 역사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다양한 관점의 역사서들이 나오고 있어 참으로 반갑고, 전쟁을 틀로 역사를 바라보는 이 책 또한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사랑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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