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몽골 -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 당신에게 시리즈
이시백 지음, 이한구 사진 / 꿈의지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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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몽골》




머나먼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우리 민족의 고대 역사를 접할 때나, 현실에 지친 날이 이어질 때는 막연히 <몽골>이 떠오르곤 한다. 하루 종일 달려도 끝이 없다는 초원, 고비사막의 황량함, 겨울이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는 찬바람에, 무섭게 쏟아 질 것 같아 헬멧을 써야 할 것 같이 밤하늘을 가득채운 별까지 몽골은 언제나 꿈속의 장소이다. 여전히. 내게는.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작가들도 시작은 나와 마찬가지였다. 어느 허름한 막걸리 집에 걸어놓은 달력을 보고 무작정 몽골로 달려갔다는 저자는 이런 막연한 나의 환상을 '지켜주면서도' 혹시 모를 여행에 필요한 몽골의 진짜 모습들도 담아 놓았다. 이 책은 그렇다. 이 2가지가 딱 알맞은 분량으로 섞여있다. '너 몽골 잘 모르지? 이게 바로 몽골의 본 모습이야. 네 환상속의 몽골은 진짜 몽골이 아니야.' 하며 잘난 채 하는 내용도 아니고, '아니야, 몽골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황홀하단다.' 하는 환상을 더욱 부채질 하는 내용도 아니다. 어떤 곳에서 우리가 환상을 가져도 될지, 어떤 부분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한 여행객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지를 정확하게 구분지어 알려 준다.


보통 여행서적은 자신이 여행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을 기본으로 하여 여행정보는 덤으로 알려주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몽골에 대한 것들을 조목조목 나누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여행안내서라기보다 <몽골 안내서>에 더 가까울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딱딱한 소개책자도 아닌, 몽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몽골을 알려주는 거기에 혹시 모를 몽골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서도 겸한 아니, 몽골로 갈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아주 독특한 느낌의 책이다.


몽골의 사막, 몽골의 마을 솜, 몽골의 집 게르, 몽골의 술 아이락, 몽골의 풍습, 몽골의 금기, 몽골의 말, 몽골의 호수, 몽골의 하늘, 몽골 여행의 이동수단, 몽골의 산, 몽골의 칭기즈 칸, 몽골의 음식, 몽골의 양과 염소들, 몽골의 의복 등 한 주제로 10~20 페이지 내외, 두 페이지를 가득채운 선명하고 감각적인 사진들이 적당히 자리한, 정보와 내용, 감상이 적절히 섞인 멋진 책이다. 읽다보면 바로 몽골이 눈앞에 와 있는 것 같고, 바로 비행기를 타야할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조용히 위로가 되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또한 관련된 싯 구절이나, 소설책의 소개들은 또 다른 몽골로의 여행을 이끈다. 얼마 전 칭기즈칸의 일대기에 대한 소설을 읽으며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 내게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몽골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을 앞둔 사람에겐 정말 좋은 참고 책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저 여행이 좋거나 편안한 수필을 찾는 사람에게도, 현실을 벗어나 좀 다른 경험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참으로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몽골에 갈 것이다. 갈 땐 이 책을 꼭 갖고 가야지.


칭기즈칸 전 3권 (콘 이굴던/소담출판사)

칭기즈칸1 http://africarockacademy.com/10175379686

칭기즈칸2 http://africarockacademy.com/10175938968

칭기즈칸3 http://africarockacademy.com/1017630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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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의 비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혜문 지음 / 작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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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의 비밀》




조선을 이어 대한제국 일제 침탈을 거치고 실제 궁과 그 곳에 살던 왕족들이 우리 삶에서 사라진 건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았다. 마지막 황손인 이은 황태자와 그의 비 이방자 여사가 사망하면서 조선 왕조가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1989년이었으니까 말이다.《퍼펙트 조선왕조2》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652


어쩌면 그 전부터 궁궐은 우리 민중의 인식에서는 이미 지워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우리 궁궐의 비밀》앞 부분에 잠시 언급하듯, 지금은 궁궐이며 과거의 왕조의 이야기가 보존, 보호되어야 할 '유물', '유적', '역사' 이지만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던 사람들, 혁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만큼 절박했던 민중들에게 과연 그 궁궐과 왕조는, 그리고 이들을 받치던 신분제와 차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나 또한 막연히 우리의 궁궐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과거를 지나 현대로 지나오며 어떤 모습과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궁금하여 호기심에 이 책을 읽기는 했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저자 혜문 승려의 질문들은 순간순간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궁궐 앞을 지키던 해태(해치)상이 치워지자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불타버렸던 숭례문, 다시 복원하고 나서도 날림 공사가 아닌가하는 논란에 휩쓸려야 했던 이야기는 앞 서 말한 고민들 중 하나이다. 복원인가 복구인가 하는 단어선택에서부터도 많은 철학적 고민이 앞 서야 한다는 것은 조금 충격이었고, 복원(복구)의 방식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이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귀엽게 복원되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용 그림에다가 불을 낸 사람의 대통령 언급 사건 그리고 이런 과정에도 정치권과 권력의 암투와 힘겨루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씁쓸한 부분이다.


궁궐 안에 낚시를 즐기던 대통령을 위해 정각을 세우고, 이를 철거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가도 역사인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고, 명성황후가 살해당했던 건청궁의 허술한 복원도 슬픈 역사만큼이나 슬픈 일이며, '시해'란 용어에 대한 의의제기도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은 명성황후를 살해한 검을 아직도 깍듯이 보관하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궁궐이 동물원으로 바뀐 일이나, 전각으로 이어지는 다리들이 별 생각 없이 복원된 것도 모두 역사 인식의 부재, 탁상 행정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런지. 거기다 현판 하나 복원하는 것도 나라의 원수의 입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니 이 모든 것이 '철학'의 부재, 무관심의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은 우리 궁궐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역사 인식, 철학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보아야 할까? 왜 역사를 배우고, 문화제를 보존하고, 복원하고 복구하고, 발굴하여야 하는지 지금의 교육은 그 무엇에 대한 답도 주지 못한다. 실적 위주의 행정, 눈치 보기, 권력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에다 심지어 종교관에 따라서도 수난은 이어질 수 있다. 역사를 보면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다. 우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경제, 정치, 역사, 문화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 책 한권이 가진 무게는 어떤 시각으로 보는 가에 따라 이렇듯 많은 것들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명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서울 나들이를 한다면 더 즐거운 관광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는 가에 따라 더 깊은 울림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에겐 참고 자료로, 일반인들에겐 교양서로, 심지어 연애를 하는 젊은이들이 데이트할 때 이 책을 참고 한다면 많은 이야기 거리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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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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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기억상실'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단골로 쓰이는 소재다. 갈등이 고조되어 갈 때 주인공의 기억상실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것을 언제, 어떻게 '터트리냐'에 따라 반전의 효과는 극대화 된다. 이 소설은 세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도 남편의 내조도 완벽하게 수행하는 중상류층 주부의 이야기다. 기억을 잃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 앨리스는 한동안 큰 이슈가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았던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의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 '브리'를 닮은 캐릭터다.


앨리스는 친구와 함께 다니던 운동 센터에서 뒤로 넘어지며 뇌진탕 때문에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소설 속 현재의 시점은 2008년이지만 앨리스의 기억은 1998년 첫 아이를 임신한 29살로 돌아가 있다. 이때는 주인공이 남편과 사이에서 첫 아이를 임신한 가장 행복했던 시점이다. 친 언니인 엘리자베스와도 사이가 좋았고, 부부사이도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던 시점. 그러나 2008년의 앨리스는 그렇지 않다. 앨리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자신의 과거를 찾고자 노력 할수록 자신이 되고자 했던 사람과 살아가고자 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던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게다가 그렇게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과는 이혼 소송중이며, 세 아이의 양육권으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가까웠던 언니와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소설은 얼마 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봄에 나는 없었다》를 떠올리게 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던 주인공처럼《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의 앨리스도 우연히 찾아온 기억상실이라는 위기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는 설정은 묘하게 닮아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좀 무겁고 잔뜩 긴장을 해야 하는 심리 스릴러였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는 좀 더 가볍고 로맨스의 달달함을 갖춘 소설이기에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자는 '잃어버린 것'을 후자는 '다시 찾은 것' 이 가장 큰 차이점이랄까? 


이혼 소송과정에서 앨리스는 새로 데이트하는 남자도 생겼지만, 기억을 잃은 2008년의 앨리스는 남편인 닉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앨리스는 사랑스럽고, 편안하고, 인생을 즐기며, 따뜻했던 10년 전의 자신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남편과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 어떤 이야기들과 위기와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해도 좋다. 특히 여자들이라면 이 소설을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추천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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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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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개인적으로 성석제의 소설은 《호랑이를 보았다》《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이후 3번째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로 내 소설 책읽기는 대부분 추리소설에 국한되다 보니 성석제란 작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소설가를 만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는데 한 텔레비전 독서 프로그램에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속의 어리숙한 주인공에 대한 소개 때문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편이나 이 책만은 서점에 직접 가서 새 책을 구입한 기억이 난다.


성석제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어리숙하다. 하나 같이 우직하고, 하나 같이 <바보>다. 나는 이 날래고 약삭빠른 시대에 바보란 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우리는 남을 속일 줄 모르고, 성실하고,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정의롭고, 정직한 그러니까 아주 인간답고 정상적인 사람을 이제 <바보>라 부른다. 성석제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이 바보들이다. 늘 고생하고 늘 남을 배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과 비아냥거림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런 주인공들을 그런 모자란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 우습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주인공 앞에 부끄럽고,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우러날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이 그저 서글플 뿐이다.


이 소설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보통 소설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 주변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은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태어날 때 머리만 크고 팔다리는 가늘고 길게 뭔가 모자란 듯 태어난 만수가 중심에 서 있지만, 그를 낳은 부모, 조부모, 6남매, 살아가면서 만난 인물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 말기 부잣집에서 태어나 신식 공부를 한 할아버지부터 그의 아들 내외 만수를 비롯한 6남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현대사의 질곡들을 만난다.


일제 강점, 전쟁, 가난, 독재와 유신, 산업화, 민주화, 경제성장을 거쳐 온 우리의 삶이 이 소설 한편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어떤 정치가나 학자 등 똑똑한 사람들의 시각이 아닌 그 일, 삶을 오롯이 살아낸 사람들의 눈으로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현재, 그 거친 굴곡의 삶을 살아낸 그 위대한 사람은 결국 투명인간이 되어 서울 어느 다리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는 우리의 삶이다. 어떤 것은 추억으로 미화되고 어떤 일은 수치스러워 지워버리고도 싶은, 내가 낸 불을 동생에게 뒤집어 씌운 다거나, 무엇을 훔치거나, 맞을 매가 두려워 거짓말을 해야 했던 그런 기억 같은 때론 사소한 것들.


성석제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문장에는 단어 하나 토씨하나 불필요 한 것이 없다. 이 특징은 소리 내어 입으로 읽어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자연스러운 운율이 생기고 이에 따라 읽는 이의 감정도 파도처럼 왔다가 밀려가고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다 맺고 풀며 흘러간다. 슬픔도 아픔도 절망도 어느 하나 나를 사로잡지 않고 적당한 간격을 지키며 함께 흐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꾼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복이라는 것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이 떠오르고 땟국물이 흐르던 동무들이 생각난다. 누구보다 더욱 열심히 살아오셨던 부모님이 떠오르고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을 가진 어르신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모두 이 소설 덕이다. 내가 왜 성석제를 잊고 있었을까? 그의 소설들을 찾아보며 올해 안에 그의 소설들을 모두 읽어보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냥 멋지다는 말, 추천한다는 말로는 이 소설에 대한 찬사로 부족한 것 같다. 꼭, 꼭 많은 분들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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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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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마녀 사냥의 광기를 다룬 1편에 이어 사형 집행인의 딸 2편인《검은 수도사》가 세상에 나왔다. 1편을 읽을 때만해도 2편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종교전쟁과 마녀사냥의 끔찍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곳 숀가우. 1편에서 매력적인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많이 치중을 했다면, 2편인 《검은 수도사》에서는 1편에서 퀴슬의 딸이자 매력적이며 강인한 여성 막달레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의 활약상이 부각된다. 1편에서 야콥과 지몬은 사형집행인과 의사로써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때로는 스승과 제자이기도 하고, 함께 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은 그 누구보다 약학과 의학에 박식하고,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진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1편에서 그런 관계 설정을 이미 끝내서 그런지 2편에서는 인물이나 이들의 관계보다 사건의 전개에 더 무게가 실린다.


1660년,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바바리아의 숀가우.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마을의 한 신부가 도넛에 바른 독으로 인해 살해 된 채 발견된다. 자신이 죽을 때임을 안 신부는 마지막 힘을 모아 자신의 죽음에 관련된 단서를 남긴다. 신부를 발견한 사람은 마을의 의사인 지몬을 부르지만 이내 독살임을 알아차린 의사는 독살의 수수께끼를 풀 가장 적당한 인물인 야콥 퀴슬을 찾는다. 신부의 살인범을 찾으려면 신부가 남긴 단서를 좇아야 한다. 야콥 퀴슬과 막달레나, 지몬 그리고 신부의 유일한 혈육이며 유능한 사업가인 매력적인 여성 베네딕타는 함께 그 단서를 찾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죽은 신부가 남긴 단서는 또 다른 단서로 이들을 인도한다. 처음 성로렌츠 성당에서 알텐슈타트의 바실리카로, 이어 옛 유력한 가문의 폐허가 된 성, 또 다시 또 다른 성당으로 이들의 단서는 그들을 십자군 전쟁과 템플 기사단의 비밀로 이끈다. 이들은 어느새 신부를 독살한 범인 보다는 신부가 남긴 비밀, 즉 '템플기사단이 숨긴 보물'을 찾게 된다.


이들 일행과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 알 수 없는 독과 향수를 쓰는 수수께끼의 무리들. 가로대가 두 개인 십자가를 목에 걸고, 알 수 없는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읊으며 템플기사단의 보물을 찾는 이들을 몰래 뒤 쫓는 알 수 없는 무리들은 템플 기사단이 남긴 보물이라는 소재와 함께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다. 결국 막달레나는 또 다시 이들에게 납치되어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또한 지몬과 막달레나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한 축인데 신부의 동생인 베네딕타로 인해 소설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편인 사형집행인의 딸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2편인《검은 수도사》도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1편에 비해서는 그리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1편에서 사형 집행인이 중심이 되었다면 《검은 수도사》에서는 지몬 프로비저가 중심이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그 시대의 의사는 현대보다 전문성이 많이 떨어지니 비밀을 간직한 사형집행인보다는 흥미가 덜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1편에서는 사건과 인물이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다뤄진데 비해 《검은 수도사》에서는 사건위주로 전개되었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이 소설은 추리, 역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하다. 1편에 비해 긴장감이 덜했다는 것이지 독자들에게 단서 하나씩을 살짝 던져주며 너도 한번 진실을 찾아봐 라고 하는 작가의 실력은 여전하고, 템플기사단과 그들이 숨긴 보물, 수도사들의 은밀한 비밀, 십자군 전쟁의 진실 등은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니까. 나 또한 같은 제목으로 더 연작된 <거지들의 왕>, <오염된 순례> 가 출간되는 대로 계속 읽어 볼 참이니까. 작품의 특성상 내용은 더 이상 언급할 수가 없고, 특히 여름에 읽기에 정말 추천할 만한 소설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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