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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해킹 - 탐하라, 허락되지 않은 모든 곳을
브래들리 L. 개럿 지음, 오수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해킹》

컴퓨터 해킹은 들어봤지만 도시해킹은 처음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책은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 만큼 뭔가 참신하고, 해방감이 느껴졌었다. 내가 사는 도시, 수많은 사람과 건물, 자동차, 구조물, 규범과 규칙 등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가득 매우고 있는 곳. 때로는 고향 같지만 때로는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곳.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대구는 여름이면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의 찌는 듯이 달아오르는 더위로 유명한 곳이다. 이런 여름이면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아니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기나긴 자동차 행렬을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금기를 깨는 짜릿함, 두근거리는 모험심, 떠나는 것과 찾아가는 것, 그리고 너무나 뻔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는 이 도시 그래서 늘 벗어날 궁리만 하는 이 도시가 뭔가 두근거리는 존재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글쎄, 내가 사는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대구 타워인데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 잠입해 꼭대기에 올라가 도시의 야경을 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어떤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들어가도 될 곳이 있고 더 이상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기 마련이다. 건물의 옥탑부분이나 지하의 설비 공간 등이 그럴 텐데, 소극적으로 내가 내 생활반경에서 무언가 일탈을 시도한다면 바로 이런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이 사람들은 차라리 산에 오르거나 오지 탐험을 하지 왜 도시탐험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도시만이 아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들은 놀랍게도 느슨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물론 금기에 벗어나는 규범,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겉으로 드러난 활동을 하지도 않고, 그 일의 특성상 연대가 그렇게 강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이건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건 간에 이런 일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소설 <파이브>에서 지오캐싱을, <우리가 밤에 본 것들>에서 파쿠르 라는 거친 운동을 접한 적이 있는데 형태는 다를 뿐 다들 비슷한 욕망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쿠르는 이 책에도 잠시 언급 되어 있고. 모두 현대화 도시화가 진행된 지구에서 정부와 국가, 여러 기관들이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있기에 이에 반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동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도시의 랜드 마크라 불리는 높은 건물이나 돌로 된 거대한 조각상, 버려진 지하도, 하수도, 지하철, 방공호과 폐가, 크레인, 다리와 벙커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도시탐험은 이런 공간에 허락받지 않고 [침입]하는 것이다. 목적은 단 하나 [재미를 만끽하는 것!] 그들은 몸을 날려 담벼락과 철조망을 뛰어넘고 건물을 오른다. 때로는 그러다 떨어지기도 하고 오래된 지하철 노선에 들어갔다가 사고로 명을 달리 하기도 한다. 오로지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기엔 위험부담도 큰 것이다. 역으로 위험 부담이 큰 것이 더욱 스릴이 넘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행위에는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숭고하거나 깊은 철학적 질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우리스스로가 만든 울타리, 규범, 금기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아가 아무도 규제하지 않는 데도 먼저 스스로를 속박하고 막아버리는 사람들에게 [Why Not?] 이라며 가볍게 웃어 보인다. 그리고 늘 답답하던 이 도시가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가 보물을 찾아 헤매는 신비한 유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버린다. 아! 이런 해방감이란! 아마도 그들도 저자도 아마 이런 기분에서 이 위험천만한 모험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되는 것임을, 자신의 본능을 표출하고 즐겁고 짜릿하게 살아도 되는 것임을, 그래도 이 세상이 어떻게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