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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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 참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다. 예전 대학교 땐가?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나 또한 뭔가 지적이고 생각 있는 척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솔직히 그 소설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너도 나도 읽는 소설이니 나도 그냥 읽어야 하나보다 했던 것이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통계자료에 보면 우리나라처럼 책을 읽지 않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일 년에 평균 몇 권을 읽더라? 책 좋아하는 사람 한 달에 읽는 책보다도 더 적은 권수를 그것도 1년 동안 겨우 읽는, 거기다 그 책이라는 것도 대부분 자기계발 서에 치우쳐 있다고 하니 그 분위기를 알만도 한데, 그 와중에도 그나마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책이 있으니, 그 영광의 주인공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골인 것 같아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그가 우리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 뿐.


나는 그 열풍에 가담한 사람은 아닌데 왠지 남들이 좋다고 하면 괜히 심술이 나서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기담>이라는 말이 나의 관심을 쏙 가져가더라. 아무리 청개구리라 하더라도 이런 말에는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는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오컬트에 무지 약한 사람이라서. 그래서 결론은? 참, 글 ‘맛’이 있더라는 거다. 글 잘 쓰는 사람의 문장에는 리듬이 느껴진다. 막히지 않고 술술 넘어가고 쉽고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어휘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그런 문장은 일부러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곤 하는데 이 소설은 자주 그랬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가는 재즈 음악 애호가 인데 그가 먼 나라 작은 클럽에서 재즈 뮤지션의 연주와 관련되어 겪은 신기한 일을 이야기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이야기들은 우연히 만난 여인을 보고 연락이 끊긴 누나에게 전화했더니 그 여자와 같은 처지더라 부터 아들이 죽은 해변에 가 있었는데 그 해변에 그 아들의 영혼이 나타났다더라 하는 이야기 까지 어쩌면 누구나 한두 번 겪어난 들어보았을 오묘하거나 신기한 이야기 혹은 별 의미를 두지 않으면 시시해질 지도 모르는 소박한 이야기들 5편이 실려 있다. 자세한 줄거리는 더 이야기 하지 않으련다. 여기서 말하면 전혀 특별하지도 신기하지도 않는 시시한 이야기가 돼버릴 테니까.


요즘 들어 이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간다. 얼마 전에 읽었던 <밤의 이야기꾼>,<한국 공포문학 단편선>도 그렇고 긴 호흡을 가진 소설도 좋지만 이런 짧은 이야기들을 여러 장소에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로 버스를 탔을 때 읽으면 딱 좋을 분량이라 그런지 주로 버스 안에서 많이 읽게 되고, 누구를 기다리는 벤치에서,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슬슬 힘이 빠지는 햇살이 좋은 나무 아래에서 이런 이야기책을 펼치게 된다. 혹시 오해는 말기 바란다. 이 책은 무서운 책은 아니니까.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겪을 지도 모르는, 조금은 신경을 쓰면 발견할 수 있는 오묘한 인연이나 기묘한 이야기 정도이다. 떠난 사랑이 떠오를 수도 언젠가 꼭 한번은 만나게 되는 인생의 굴곡들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읽으며 가슴이 따뜻해 졌고, 재미도 있었고, 자꾸만 책을 읽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맛도 있었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그래, 가을에 읽기 참 좋은 책이다. 아! 서두에 말했던 그 청개구리 짓은 그만 하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곧 읽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가을에 딱 어울리는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도쿄 기담 집》

《도쿄 기담 집》가을에 딱 어울리는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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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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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내 놓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에밀리 노통브』언젠가 밴드 공연과 작은 연극을 공연하는 작은 무대를 가진 바에 들렀을 때 <적의 화장법>이라는 연극 포스터를 본 것, 그리고 여기저기서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실제로『에밀리 노통브』의 작품을 접한 건 이 소설이 처음이다.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자신들의 집을 방문하여 2시간 동안 말없이 앉아있다 간다는 이웃의 이야기가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여 드디어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글쎄. 나 또한 한적한 시골에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근처 숲이나 산에서 심박 수를 적당히 올릴 만큼의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는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 꿈이다. 마당 혹은 정원이 있어 꽃을 심을 수 있고 그 한 편에 고추나 오이 호박 등의 채소들을 경작할 수 있는 그런 곳. 이 소설 속 부부도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은퇴 후 어떤 일에도 억매이지 않을 수 있고 둘만의 한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주인공 부부가 사는 동네 근처 집은 오로지 길 건너편 주인공의 집과 똑 같이 생긴 의사가 사는 집이 유일했다. 나이 많은 부부가 살기에 참 좋은 조건이 아닌가? 사람이 없어 번잡할 일 없고 근처에 의사가 산다니 든든하기도 했겠다.


그러나 이 평화는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듯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찾아와 6시까지 주인공 집에 쳐들어와 2시간이나 앉아있다 가는 앞 집 의사의 방문 때문에 균열이 인다. 이 부부는 아마도 명예와 예의에 일평생 사로잡혀 산 사람들 이리라. 나 같으면 한두 번 그러면 초대하기 전에는 다시는 오지 말아달라고 말이라도 하련만 이 부부는 손님이 오면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이고 의무라도 되는 듯 둘의 사이만 점점 나빠질 뿐 정작 그 당당한 침입자에게는 별 대응을 하지 못한다. 그가 오는 시간에 산책을 가는 것으로 그 시간을 피해도 보고, 아내가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젊잖게 돌아가라고도 해보지만 그 남자는 어떤 상황에도 2시간을 그 집에서 보내려한다. 은퇴 전 학교에서 고대 언어를 가르치던 남편은 대답도 잘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는 그 남자 앞에서 온갖 철학적인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중에는 그를 당황시키려는 목적이었지만 그는 절대 당황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부부는 그의 아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 아내와 함께 초대를 하게 되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당황하기를 여러 번. 이 소설은 그러니까, 소설이라기보다는 아주 독특한 연극 한편 같았다. 출연 인물도 주인공 부부, 앞집 의사 남편과 부인, 소설 후반 부에 전화정도로 처리해도 될 응급의료원 정도뿐이고, 배경도 주인공 부부의 집안 거실 소파와 주방, 남자의 집정도 뿐이었으니까. 결말은 그러니까 더욱 당황스러웠는데, 그런대도 이해가 되고 설득이 되는 뭐 그런 느낌? 그 남자와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서 보이는 지독한 무기력감, 이들 때문에 야기되는 긴장감과 완벽한 줄 알았던 부부의 진짜 모습들이 이 소설을 아주 독특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묘사와 상황, 이로써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진면목, 악마 성, 광기, 혹은 지독한 외로움과 무기력, 의외의 블랙코미디 등이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래서 작가의 팬들이 많은 거겠지. 아마 영화 보다는 연극으로 만들어 진다면 어떤 연출가를 만나는가에 따라 아주 여러 스타일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까? 심리 스릴러, 빠른 전개보다 묘사와 감성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독특한 소설 한편. 연극으로 만나보고 싶다.




에밀리 노통브《오후 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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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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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 너 실화와 소설의 차이가 뭐하고 생각해?"

"실화는 아무래도 진짜 있었던 이야기니까 더 현실적이고 반대로 소설은 지어낸 거니까 더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틀렸어. 더 비현실적인 쪽은 실화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이지. 그래서 소설은 결코 실화를 따라잡을 수 없어." -p134-



소설을 읽어가다가 이 구절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렇지. 지금 현실이 그렇지. 2014년 4월 16일 이후부터. 소설에 푹 빠져 있다가 현실로 잠깐 돌아왔는데 그 현실은 예전의 현실과는 좀 달라 보이더라는 그런 느낌? 기묘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닐까? 이 소설 속의 7편의 기묘한 이야기는 현실일 것 같지 않지만 또 꼭 일어날 것만 같아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잘 사는 옆 집 캠핑 도구를 빌려 겨우 휴가를 왔다가 계곡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살아남은 소년 '김정우'. 그는 대학 졸업 전 수십 번의 이력서를 낸 끝에 처음으로 서류전형에 통과 했다는 연락을 받은 '월간 풍문' 의 기자가 되었다. 월간 풍문은 외계인, 흉가, 귀신, 혼령, 악귀, 악마, UFO 등 기묘한 이야기들을 찾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싣는 잡지다. 이곳에서 '밤의 이야기꾼들' 취재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선배와 함께 한 폐가를 찾아 그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은밀한 폐가, 불도 없는 곳에 둘러 앉아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너무나 기묘하고 때로는 끔찍하고 너무나 으스스해서 혹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이 날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액자 식 구조를 한 소설은 기자 김정우의 입으로 이야기가 전달되기도 하다가, '밤의 이야기꾼들' 참가자 1인칭 시점, 혹은 그들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겪거나 들은 일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월간 풍문' 출판사로 돌아가 그들이 겪을 다음 일들을 예고하고 끝난다. 아! 다음 이야기, 나오겠지? 작가는 친절할 거야, 그래야해.


각각의 이야기 들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하므로 여기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내용일지 정말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월간 풍문의 이성적인 기자인 주인공, 경험 많은 선배 대호, 휠체어를 탄 여직원 아라, 그리고 피라미드 형 모자를 쓰고 있는 엉뚱하고 유쾌한 캐릭터 편집장까지 출연 분량은 짧지만 영화로 치면 씬 스틸러 들인 그들과 소설의 끝에 암시된 뒷이야기가 너무도 기다려진다. 제발 뒷이야기도 꼭 출간이 되기를 정말 바라고 바라는 바이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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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내숭
김현정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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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내숭》




어디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놀랍도록 섹시하면서도 독특한 수묵화를 본 것은. 몸 전체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시스루 한복을 입은 어여쁜 처자가 바닥에 푹 무질러 앉아 양은냄비 뚜껑에 라면을 덜어먹으며 한 쪽에 놓인 명품 가방안의 스*벅* 커피 잔을 보고 있는 놀랍도록 도발적인 수묵화였다. 이 그림은 허영만 가득 차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 가방을 들고, 밥값보다도 더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을 멋으로 여기는 현대 된장녀의 민낯을 들추는 것 같아서, 서양화가 아닌 동양의 수묵화로 표현된 것이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시스루 한복이라니! 이어서 여러 곳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수묵화 여러 점을 보며 참 센스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시 나에게만 충격은 아니었던 가 보다. '한국화의 아이돌'이라 불린다는 작가『김현정』. 그녀는 선화예고, 서울대 동양화과를 거쳐 동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신진 작가로, 이 책《내숭》은 그녀의 작업노트이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리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녀의 작품들도 소개되어있어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다. 수묵화는 풍경화만 그리는 나이 지긋한 작가님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었는데 현대에 이런 신선한 시도를 하는 작가가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평단의 이슈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내숭>시리즈는 한복이 주는 고상함과 비밀스러움에 착안하여 우리가 무의식중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통념에 충격을 가한다.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은 인물이 현재의 시대성을 상징하는 소품인 스마트폰, 자전거, 스쿠터, 태블릿 등을 사용하는 모습이 묘한 대비와 의외성을 주며, 일종의 비상식 내지 아이러니를 형상화함으로써 파격을 제시한다. -p85- 작품의 모델은 역시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언니와 자기 자신이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함께 사춘기를 겪고 모순 덩어리인 이 현대를 살아가는 그녀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묵화는 미술 책이나 영화 등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작품들만 간간히 본 것이 다였지 이렇게 다채로운 색채와 자연스러운 먹의 번짐에 따라 다채롭고 은은한 발색이 되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 또한 덧칠하면 무겁고 진해지는 서양의 유화와 달리 덧칠 하면 할수록 투명해 지는 수묵화에 반해 수묵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섬세한 표현이 작품마다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 뒤쪽에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화폭이 커서 많이 놀랐다. 내가 아는 화선지는 학교 다닐 때 보았던 서예용이 다였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책으로 말고 직접 전시회도 가보고 싶고, 여건이 된다면 소장도 하고 싶다. 이런 작가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이 있으려나? 우연히 만난 작품과 작가 때문에 우리나라 미술계, 동양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정말 좋다. 또 작가의 작품 활동, 먼 미래의 변화될 모습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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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 칼과 거울에 깃든 246만 명의 영혼, 그 비밀을 밝혀라! 역사 탐정 클럽 H 1
김대호 지음, 정은규 그림 / 아카넷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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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때만 되면 한번 씩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정치인들.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 신사에 대해 아는 것은 잘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야스쿠니는 한자로 정국(靖國) 이라 쓰는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나라를 지키다 죽은 조상들의 힘을 빌려 나라가 편안하기를 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해하려면 일본의 '신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은 조상이 죽으면 영혼으로 남아 가족을 지켜준다고 믿어 죽은 조상들의 영혼을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냈고, 지방에서는 지역을 위해 힘쓴 무사나 농민들을, 수도에서는 일본의 왕이 그들의 조상신이나 과거의 왕들에게 제사를 지냈다. 신도는 일본인들에게 그저 종교의 역할을 넘어선 자연스러운 문화다. 그 중 야스쿠니만이 가지는 특징은 2차 대전의 A급 전쟁 범죄자들을 신으로 삼아서 추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곳에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와 심지어 살아있는 군속들까지 총 2만 1천명의 한국인이 합사되어 있으니 문제가 되었다.


이 소설은 초등학생 동아리 '역사 탐정 클럽H' 어린이들이 'wednesday1004'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해야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란 도전 메일을 받으며 시작된다. 이 학생들은 정체불명의 사람에게서 온 질문을 풀어 도전에 응해 주기위해 자료를 찾고 실제 일본을 방문하여 이 질문의 답을 구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아이들에게 있을 수 있는 대립과 특유의 분위기,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추리형식으로 담아낸 아주 밀도 있는 책이다. 이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야스쿠니 신사, 신사 참배가 품은 진짜 의미, 전쟁터에서 사망한 한국인들을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합사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 상대로 소송을 한 노(NO)합사재판,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일본 위안부 문제와 과거 정부의 6억앤 보상 이야기까지 야스쿠니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을 따라 가다보니 일본 극우세력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차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이 야스쿠니 신사, 전쟁기념관 등을 통해 적당히 왜곡하고 지워서 얻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쟁 중에 죽은 군인과 군속들만 합사 대상이었으나 패전 후 침략 전쟁에 동원된 희생자들까지 멋대로 합사하여 강제로 전쟁에 끌려가 사람이나 그들을 끌고 간 A급 전범이나 모두 똑같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조상들로 만들어버려 피해자의 아픔과 가해자의 폭력을 지우고자 하는 '과거 세탁용' 이었던 것이었다. 현재 극우 세력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치 않으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신사참배로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정부는 이런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고, 보상조차도 해주지 않았으니 아직도 과거의 굴레에 갇혀 이렇듯 아픔을 되새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이지만 일본과 우리 과거의 생채기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이니 얼마나 정교할까 생각했지만 그 의문이 무색할 만큼 아주 심도 깊은 역사책이다. 아이들이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나 알록달록한 삽화는 아이들이 읽기에 흥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부분은 정말 깔끔하고 역사서로서도 손색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아이가 있다면 정말 꼭 읽게 해 주고 싶은 책이고 학생, 학부모, 교양을 원하는 일반인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현대사 문제로 시끌시끌한 현재 2014년. '돈'만이 우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이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어떤 의미일까.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역사를 잊어버리도록 강요받고 왜곡까지 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니 역사 앞에 너무도 부끄러워지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서평]야스쿠니 신사의 실체《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야스쿠니 신사의 비밀》야스쿠니 신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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