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환문총
전호태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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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환문 총》




나에게 있어 역사가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사료가 많이 남아있고, 정설로 인정하는 확실한 사실이라 해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역사가 아닌가 한다. 거기에 현대와 멀고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고대사'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시대와 역사관, 학자 개개인의 입장 혹은 위치와 더불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의 시각을 가지고 보면 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역사요, '정설'이다. 그러하기에 역사는 과거임에도 늘 현재인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한 부분은 바로 '고대사'다.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 늘 의견이 분분하고 학자와 학파들의 논쟁이 격심한 부분. 그중 우리 민족이 대륙을 호령했던 마지막 국가가 바로 '고구려'가 아닐까 하는데 이 책《비밀의 문 환문 총》은 그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주저 없이 읽게 되었다. 게다가 '비밀의 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비밀' 무엇에 대한 비밀일까도 궁금하고 그 비밀에 다가가는 문이 바로 환문 총이라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가 있었을까.


책을 읽을 때는 출판사의 서평이나 책 소개를 참고하여 대충 책의 형태나 내용을 파악하고 스스로 어떤 질문, 의문을 가지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렇게 해야만 저자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을 수 있고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내가 여러 시대의 역사관련 책들을 읽으며 얻은 노하우이다. 이 책은 물론 앞서 말한 그 '비밀'과 그 비밀을 열어주는 '문'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의외의 책이었다. 나는 당연히 저자가 어떤 사료들을 가져와 환문 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논문의 형식을 띌 것이라는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각 장의 화자가 다른 소설 형식의 이야기였다. <환문 총>은 중국 길림성의 고구려의 흙무지돌방무덤으로, 1935년 일본인 학자들이 조사하면서 벽화고분으로 밝혀졌는데 널방 벽에 그려진 겹으로 이루어진 둥근 무늬 때문에 <환문 총>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려져있던 안쪽 회벽 층의 그림이 세월이 흐르면서 바깥 회벽 층으로 배어 나옴으로써 겹 둥근 무늬 사이사이로 사람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이에 저자는 궁금함을 가지게 된다. 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을까. 둥근 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벽화 소재의 형태나 세부적인 표현을 수정한 사례는 자주 발견되지만, 이와 같이 벽화의 주제를 바꾼 경우는 환문 총이 유일하다고 하니 역사로써도 미술사로써도 궁금한 주제가 아닐까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각 장마다 1인칭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예사,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 학자, 승려, 고구려의 성주와 무덤지기 등 다양한 계층과 시대도 다른 인물들은 고구려의 유적을 발굴, 연구하거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고구려 벽화와 문화, 사회상, 발굴 과정 등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런 형태가 물론 일관성이 없어 산만해 보일 수도 너무 상상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해 역사라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 밝혔듯이 어차피 역사에 확신이란 없고 시대에 따라 '정설' 또한 달라질 수도 있기에 이런 시도에 굉장히 신선하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다양한 사진들은 독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고 이해하는데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 나의 질문은 해결이 되었냐고? 그건 이 책을 읽어보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나는 그 질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나처럼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 학생들의 학습자료, 일반인의 교양서로도 추천할 수 있다. 많은 분 들게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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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트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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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트》




미래에 대한 소설은 늘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소설가들은 독자들을 바로 우리가 살아있을 때 겪을 수도 있게 될 가깝지만 생경한 미래로 데려다 준다. 이 소설은 우리가 늘 끼고 다니는 컴퓨터 즉 핸드폰 등의 모바일 기구들을 아주 작은 칩으로 만들어 두뇌에 연결시켜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지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정보처리 주입 칩, 부스트>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이 발달하여 컴퓨터를 손목이나 귀 뒤에 부착하게 되고 이를 더 작은 날파리의 날개 정도로 만들어 뇌 속에 이식한다. 이는 천연두뇌와 인공두뇌를 융합하지 않고 두 지능을 시각적 신호에 연결 시켜 인지능력을 <Boost>신장시키는 것이다. 질병을 치료 혹은 예방하기도 하고 기구 없이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으니 네안데르탈인에서 크로마뇽인으로 진화하는 것에 버금하는 혁명이다.


소설을 읽다보니 얼마 전에 읽었던《앰트》가 생각났다. 앰트는 '사람의 뇌에 직접 이식하는 '뉴럴 오터 포커스' 라는 장치' 를 삽입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역시 이 소설처럼 관자놀이에 튀어나온 부분이 생긴다. 앰트 또한 질병을 치료하고 인지능력이 상향하게 되니 《부스트》와 닮은꼴인데 《부스트》는 온 국민이 일정나이가 되면 모두 이식받게 되는 반면 앰트는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식받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부스트》는 일종의 컴퓨터 & 프로그램이므로 날을 정해 온 국민이 한꺼번에 업데이트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 2072년 전국적 두뇌지능 업데이트 열흘을 남겨두고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인 랠프는 이 업데이트에 심각한 오류를 알게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 부스트를 제거당하고 천연두뇌 상태가 된다. 이 부스트는 최초 중국이 발명했고 미국이 받아들여 쓰게 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그들의 국내용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려고 통신과 데이터를 보호해주는 칩의 감시 게이트를 열어놓은 것을 주인공이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개인정보 열람이나 유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발전된 기술시대에 자신의 뇌나 다름없는 소프트웨어에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문제가 벌어지게 될 까? 개발사의 경제적 목적, 당국의 정치적 목적, 개개인의 특별한 목적들에 우리의 뇌가 무방비 상태로 열려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그런 시대에도 이런 문제들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고 일명 천연두뇌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그 곳으로 들어가게 되고 추격자들과 일전을 앞두게 된다.


앞서 《앰트》와 비교한 부분도 있지만 이런 미래를 상상하게 되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과학 기술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연령 별, 세대 간이 받을 느낌엔 굉장한 차이가 있지 않을지. 과연 현재 살아있는 전쟁세대 어르신들이 우리가 누리는 이런 발달된 세상을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말이다. 이 소설 속에서도 부스트에 대한 경험은 각기 다르다. 어른들은 천연두뇌와 부스트를 다 경험했고, 젊은 층은 부스트의 세상에서만 살았다. 어른들 중 누군가는 부스트에 적응하지 못했고 젊은이들은 부스트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가상세계와 실제세계를 혼동하기도 하고 가상이 현실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도 생긴다. 과연 우리가 믿는 현실은 과연 현실일까? 이런 생각에서는 SF영화로 본 철학《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등의 장르 소설로 소재와 주제는 참신하고 신선했다. 그런데 가독성은 글쎄, 앰트와 비교했을 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전개도 좀 느린 것 같았고 미래 사회에 대한 묘사나 추격 장면에서도 긴장감이 좀 떨어진 것 같았다. 등장 인물도 그렇게 선명하거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었던 듯하고.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다루고 이와 관해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가져다준다는 것에서 굉장히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그런 아쉬움이 있다는 것 뿐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었으니까.


앰트 http://africarockacademy.com/220093050795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http://africarockacademy.com/22022889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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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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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3》올리퍼 푀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그 마지막 3편《거지 왕》.제1권《사형집행인의 딸》,제2권《검은 수도사》,제3권《거지 왕》까지 지루하지 않게 그 긴 이야기를 잘 이끌어온 작가 <올리버 푀치>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 시간이었다.


시리즈의 마지막《거지 왕》편은 사형집행인의 딸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과의 사랑의 결론, 막달레나의 부모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과 그의 아내 안나 마리아가 가정을 이루게 된 배경이 설명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물론 각각의 소설은 굳이 전 편을 읽지 않아도 그 한편으로써 훌륭한 독립된 소설이지만 1,2편을 다 읽은 독자라면 분명 3편도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만일 3편부터 읽은 독자라면 그 전편이 정말 궁금해질 것이다.


주인공들이 사는 곳은 1660년대 독일 바바리아(바이에른) 지역의 숀가우라는 곳으로 1,2편의 주요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3편에서의 주 배경은 레겐스부르크다. 사형 집행인 야콥 퀴슬은 그의 여동생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그녀가 사는 레겐스부르크에 급히 찾아가지만 목욕탕을 하던 그 부부는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그는 졸지에 살인자가 되어 곧바로 수감된다. 그런데 그 시대는 마녀사냥의 악몽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으로 의학이나 범죄수사는 상상 이상으로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함이 진리로 생각되던 때이다. 범죄 수사에도 현대의 범죄 수사와는 전혀 다른데 유력자들이 보기에 범죄자 같으면 일단 감금하고, 심문과정은 손톱을 뽑고, 끓는 기름이나 인두로 지지고 온 몸의 뼈를 부러뜨리는 고문이며 자백하면 고통 없이 바로 교수대로 보내진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는 사형집행인 가문과 의사 가문인 지몬과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이모가 있는 레겐스부르크로 도망을 치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자의 오명을 쓰고 잡혀갔다는 것을 알고 지몬과 함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아버지의 누명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그 둘은 위험천만한 일에 휩쓸린다. 그 과정에서 그 둘을 자신들을 도와줄 지하세계의 왕인 거지들의 왕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연합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퀴슬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늘 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하는 생각이지만 꼭 한편의 거대한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묘사와 이야기 전개는 정말 압권이다. 지루해질 틈 없이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일들, 반전의 반전, 활극을 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까지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고, 의복과 도로, 건물, 법체계 등까지 눈에 보일 듯이 재현한 부분은 정말 일품이다. 620쪽이 넘는 분량에도 한번 손에 들면 집중력 또한 대단해 금방금방 책장이 넘어간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정말 꼭 찾아볼 것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 중세시대에 관심이 많은 독자, 그리고 이 소설 1,2편을 읽은 독자라면 꼭 이 소설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소설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가 정말 적정히 배합된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한 편을 읽으면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본 기분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다.


사형집행인의 딸 http://africarockacademy.com/10183550775

검은 수도사 http://africarockacademy.com/22006528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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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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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진상 취급을 받았다는 SNS글을 본 적이 있는데 출 퇴근 버스안에서 자주 책을 읽는 나는 순간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독서카페에선 버스나 지하철에서 핸드폰만 들여다 보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핸드폰 대신 책을 읽자는 생각을 당연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공유하기 때문이다.


늘 연말이 되면 한해 동안 사랑 받은(많이 팔린) 책들의 순위가 발표 되고, 돌아다니는 권장도서 리스트를 보며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는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유독 유행에 민감한데 이는 책에서도 다르지 않은지 언론이나 TV프로그램에서 언급되는 책들만 그나마 좀 팔릴 뿐이지 많은 분들이 그렇게 책을 찾거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찾아서 읽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우리가 사고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러다 보니 사회가 점점 경직되고 양극화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된다.


그러니 이젠 어떻게든 책을 읽게 하려면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재미있고, 관심을 끌어야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제일 쉽고 확실한 방법은 '언론'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만. 내가 읽은 이 책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는 정말 '재미있어'보여서 선택한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SF영화를 통해 '철학'을 논한다니 정말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그 내용이 어떤지 정말로 궁금했다. 책을 받자마자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대충 훑어보아도 문장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어떻게 늘 재미로 보는 영화에서 철학적 고민을 이끌어 낼 생각을 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재미'위주로 가지는 않는다. 첫 장 프랑켄슈타인부터 '삶의 의미'라는 무거운 주제를 던지기 시작해서 2장 매트릭스를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살펴본다. 이쯤부터 순수한 흥미는 점점 사라지고 SF라는 가벼운 주제도 내 인식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가벼운 영화들이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색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는 더이상 영화가 아닌 철학적 주제를 고민하는 무거운 주제가 되었다. 


그럼 이런 과정이 내 초기 예상과 달랐기에 실망했냐고? 아니다. 이런 철학을 이야기하기위해 SF영화를 고른 저자의 선택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에서 SF영화를 빼고 오로지 철학적 주제를 논한 내용이었다면 아마 난 이 책을 읽지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벼운 주제, 호기심이 흥미를 이끌어내 어려운 주제로 연결 시켜준 저자의 접근이 참신하면서도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만일 인문학 입문 책을 권해달라는 청을 받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할 것 같다. 솔직히 아직 공부가 부족해 지면을 통해 읽고 생각한 바를 쉽고 논리적으로 요약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옆에 두고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인문학, 철학 입문자, 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뭔가 특별한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고, 학생들이나 성인의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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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인육 비사 - 肝膽 (간담)
조동인 지음 / 미래지향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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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인육 비사》



 

 

세종대왕. 조선 역사에서 '대왕'칭호를 받는 몇 안 되는 성군. 그의 시대에 '인육'을 먹어야 할 만큼 끔찍한 역사가 숨어 있다면, 과연 그는 우리에게 계속 성군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처음 이런 이야기를 접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역사란 것이 늘 승자의 기록이고 기록이 남아 있다 하여도 우리가 그 시대로 직접 돌아가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그 시대는 어떠했다고 확신으로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시점, 혹은 직접 살아왔던 현대라는 시간의 모습도 입장에 따라 묘사되는 모습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니 말이다. 지금 역사 교과서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일제 강점기가 누구에겐 나라를 뺏긴, 그리고 찾으려는 고통의 시간이고 누구에겐 현대화를 앞당긴 축복의 시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팩션'이다. 다행히 이 소설을 두고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녹픽션' 같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작가 후기'에서 그가 밝힌 것은 소설에 '3가지의 의도적인 고증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 있지 않았던 '포도청'의 등장, '단종의 세손 책봉시기', 마지막으로 '사창제'라는 환곡제도의 발의자(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 왜곡문제가 자주 붉어지는 것에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이고, 소설을 진실로 여겨 너무 빠져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이기도 하리라. 이렇게 작품과 거리를 두는 것을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가 '거리효과' 라고 한다는 것을 들을 적이 있다.

 

소설 속 조선은 극심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양반네들의 수탈은 여전히 다를 것이 없고 말이다. 농작물 소출이 줄어들고 산천의 먹을 만 한 것들도 이미 동이 난지 오래. 결국 없는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묘를 파헤치거나 자신을 희생시켜 가족들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도성의 한 정육소만은 늘 파리떼가 날린다고 하니 이를 이상히 여겨 들이 닥친 포도청 관원의 눈에 주렁주렁 매달린 인육들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내 정육소 안에 있는 '얼음'을 보고 단순히 굶주린 백성이 벌인 일이 아닌 거대한 권력이 개입된 일임을 알아차린다. 이 일은 세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세종은 밀사를 파견해 조사를 지시한다. 그리고 한편에서 억울한 사연을 가진 몇몇 이들은 세종을 목표로 도성으로 향한다. 건강이 악화되어 눈도 멀어버린 세종이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거대한 학살의 배후에는 과연 누가 버티고 있는가?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등장인물의 개성이 하나하나 잘 살아 있음은 물론 세종 말년의 모습도 자세히 묘사 되어 있으며, 그의 선견지명이나 현명한 모습, 사대부 대신들과의 권력다툼도 긴장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만일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고어'물이 될 만큼 끔찍한 장면도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식인','인육'이 소재가 되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행하는 잔혹한 일이나 과정은 조금 비현실적이지 않나 싶을 만큼 과장된 부분도 있었는데 이는 바로 작가의 '거리효과'가 아닌가 한다. 너무 빠져든다 싶으면 그런 장면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공포물이 가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기 힘든데 자꾸 보고 싶은,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소설이 아닌가 한다. 또한 소설은 조금씩, 조금씩 진실에 대한 미끼를 던지며 진행되고, 의외의 인물을 등장시켜 놀라움을 주는 등 여러 가지 장치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미스터리, 추리, 공포, 스릴러 등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할 소설이고, 역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아주 흥미롭고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어와 미스터리 추리,역사팩션의 절묘한 조화《세종 인육 비사》 

 

문학·책, 세종인육비사, 소설, 역사, 팩션, 어릿광대의노래, 서평, 추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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