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오더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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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오더》




영화 ‘메이즈 러너’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대략 10대 후반 정도 되는 소년들이 기억을 잃은 채 고립된 공간에 끌려와 살고 있다. 그들은 일정한 기간마다 생존하는데 필요한 음식이나 물품들을 올려 보내는 상자에서 기억을 잃은 채 던져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왜 그들이 거기에 던져졌고 왜 과거의 기억은 없는지 알지 못한 채로 탈출을 꿈꾸지만 그 공간을 360도 둘러싸고 있는 움직이는 미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괴물 때문에 늘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한 소년이 나타나면서 그 무리에 균형이 깨진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규칙과 역할, 행동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고 있는데 새로운 멤버인 소년은 그 원칙을 깨뜨리고서라도 그 미로를 탈출하고자 한다. 영화는 그들이 대립하고 싸우고 죽어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리며 마지막 장면에서 그 거대한 미로를 만들고 소년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은 ‘위키드’라는 조직을 드러내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이끌며 다음 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소설《킬 오더》는 영화 ‘메이즈 러너의’ 프리퀄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대체 왜, 누가 메이즈 러너 속의 미로를 만들고 소년들을 그런 곳에 밀어 넣었는지 그 시작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와 영화의 원작인 소설 시리즈의 배경은 먼 미래의 지구인데 태양 플레어 현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고 문명은 파괴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정착촌을 만들어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고 그들의 대표 격인 플레어 후 연합정부는 정착촌들을 후원하며 지구 재건과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인 소년 마크와 군인 출신 알렉, 백스터, 마크가 사랑하는 트리나 등의 무리 또한 정착촌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모두 가족이 죽고 겨우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정착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행선이 접근해와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화살을 날려 사람들을 해친다.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은 죽거나 다치게 되는데 살아남은 이들은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게 된다. 마크와 알렉은 그 비행선을 추격해 그자들의 본거지로 침입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알게 되고 경악할 진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소설은 마크가 고군분투하는 현재와 그가 꾸는 꿈에서 과거, 즉 플레어 현상 후 살아남기까지의 일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개된다. 사람들은 오로지 생존하는 것에 모든 가치를 두고 있으며 누구도 믿기 힘들고 불안한 현재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연은 파괴 되어 자원은 부족하다. 매일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바이러스’라는 또 하나의 재앙이 닥치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는 감염되는 사람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서로 믿지 못하고 죽고 죽이며 또 다른 지옥을 만들게 된다. 이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숨 막히는 추격전과 스릴러 반전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소설은 ‘메이즈 러너’의 주인공을 보여주며 마무리 된다.


스릴러, 추리, 반전, 추격전, SF, 고어까지 다양한 장르의 장점들을 골고루 섞은 소설이다. 소설도 영화도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는데 소설을 읽고 소설을 어떻게 영화의 구현했는지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는 ‘메이즈 러너’ 후편이 개봉한다고 하니 너무나 기대되고 소설 시리즈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 아직은 위키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지만 후편들을 보면 이해가 되겠지. 정말 기대되고 대단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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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대한민국 스토리DNA 8
김내성 지음, 이정서 엮음 / 새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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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시대를 초월한 반전의 미학, 매력적인 탐정 유불란의 활약, 살아있는 캐릭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1930년대의 경성의 자유롭고 활력적인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멋진 추리소설!


《마인》을 실제로 읽기 전까진 솔직히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다. 상상도 잘 되지 않는 1939년 일제 강점기에 세상에 나온 소설이기에 반전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설상가상 첫 장부터 느껴지는 무성영화의 변사 스타일의 문장은 책장을 술술 넘기는데 조금 방해가 되기도 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점이 있는데 이 소설은 마치 변사 하나가 영화의 장면들을 해설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으나 오히려 이 부분이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키고 사람을 안달 나게 하는 역할을 해 주어 이야기 속에 더욱 푹 빠져 들게 해 주었다.


그리고 ‘유불란’이란 탐정, 이 캐릭터. 탐정이라 하면 셜록 홈즈나 괴도 뤼팽 정도는 되야 탐정이라 할 수 있지 하는 사람이라 해도 ‘유불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변신의 귀재, 명석한 두뇌, 신사적인 행동 가짐으로 사랑에 모든 걸 바치는 로맨티스트이나 탐정의 혈관에는 강철이 돌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유머러스하며 주목받기를 즐기는 괴짜이면서 장난하기를 즐기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다. 유불란은 초반부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신만큼 훌륭한 라이벌들인 경찰 임 경부와 오 변호사에게 살인사건 해결에 주도권을 내어 주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특유의 추리력과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그 안에 얽히고 설킨 비밀을 파헤친다.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인 ‘주은몽’. 그녀는 조선을 대표하는 무용수로 그녀가 맡았던 역할인 ‘공작부인’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는다. 사건은 바로 그녀가 주최한 가면무도회에서 시작되는데 그 곳에서 어릿광대 복장을 한 괴한이 그녀를 해치려 하다 실패하고 그녀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담은 붉은 봉투를 남기며 그녀 주위를 맴돈다. 그러다 주은몽이 아닌 약혼자인 백영호가 그 자에게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면서 임 경부, 약혼자의 변호사인 오상억, 유불란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고 그들을 비웃는 범인 때문에 두려움만 커져가는 도중 주은몽이 아닌 그 주변인들이 하나 둘, 살해된다. 유불란을 비롯한 탐정들은 범인이 남긴 협박장과 그가 흘린 사진, 주은몽의 과거사 고백 등을 근거로 조금씩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데, 살인 사건에는 생각지도 못한 비밀과 비극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와 또 다르게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지는데...


정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불행한 과거사와 인간의 탐욕이 더한 진한 이야기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져 웬만한 이야기로는 반전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데 독자들을 교묘히 따돌리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1939년 조선일보에 171회에 걸쳐 연재 했다고 하니 이를 읽는 독자들은 얼마나 애태우며 봤을지. 옛날 소설이라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죄송함을 느꼈고 이번에 만난 탐정 ‘유불란’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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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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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여름이라 그런지 소위 말하는 ‘장르소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나야 물론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를 신봉하는 사람이라 이런 현상이 너무나 좋은데 꼭 여름만 아니라 일 년 365일 내내 이런 현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대부 ‘김성종’ 작가는 추리소설을 ‘장르문학’이라 부르며 순수문학과 대비하여 폄하하는 현상과 오로지 순수 문학만을 인정하는 편협한 분위기가 한국문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셨는데 나 또한 이 말에 지극히 동의하는 바이며 다양한 문학이 작품자체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일명 순수문학과 구별되는 장르라는 말에 무한 신뢰를 갖고 있으니 굳이 폄하하는 의도만 없다면 나 같은 마니아들을 위해 읽고 싶은 책을 빨리 찾도록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소설도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도 추리소설이기에 일단 별 고민 없이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단편이어서 가방 속에 넣어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한편씩 마무리 지으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한편씩 읽어도 완결이 되지만 각 단편들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책장을 덮을 즈음엔 다음 이야기가 기대가 될 만큼 애정이 쌓이게 된다는 것?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직 형사 갈호태와 전직 기자 박희윤. 전직이란 말이 말해주듯 현재에는 아무 권한도 힘도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감과 본능으로 자신 주변에 일어나는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일들을 해결한다. 각자 다른 이야기 같지만 박희윤의 옛 애인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주인공 둘은 정 반대의 스타일이다. 갈호태는 조금 멍청한 듯 보이지만 오랜 경험으로 몸에 익은 감각과 민첩함을 가졌고 유쾌하며 엉뚱하고 충동적이다. 이와 달리 박희윤은 자신 때문에 애인이 죽게 되었다는 자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타고난 추리력과 명석함으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일을 처리한다. 그리고 홍예리라는 섹시하고 이지적인 기자는 약방의 감초처럼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일감을(?) 갖고 온다.


책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자신의 전 애인을 죽인 연쇄 살인사건인 바리캉맨의 이야기부터 한국에 입국한 전직 텔레반의 테러 위협, 유명한 야구 선수들의 주치의의 사망사건, 컴백을 앞둔 가수의 죽음, 신문 광고란에 올라오는 이상한 암호 등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정치, 문화적인 다양한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범죄학자들이 말하듯 과연 범인만 잡으면 끝인지, 그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진지한 물음이 떠올려지는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앞 서 언급한 것과 연결하여 이런 것이 바로 장르문학의 가장 큰 긍정적인 특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 문학에선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는 범인을 잡고 추리하는 그 과정 속에 반전과 이야기와 경악할 만한 진실이 숨어있다. 과연 이런 이야기들이 순수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발현될 수 있을까? 과연 그 순수문학이란 것이 어떠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야 할까? 이 소설은 이런 질문과 상관없이 그냥 읽어도 정말 재미있다. 각자의 등장인물들은 매력이 넘치고 사건들이 이렇게 저렇게 연결시키는 부분에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서론이 길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솜씨도 탁월하여 속도감도 빨라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다 읽고 싶어 질 것이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에 읽기에 정말 딱 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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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하 대한민국 스토리DNA 7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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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下》




‘김성종’이라는 이름만 믿고 읽기 시작했던《최후의 증인》.작가의 팬들이 주저 없이 최고라고 꼽는 소설이지만 6.25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로 막상 읽기를 망설였던 소설. 1권을 읽으면서 왜 이제야 이 소설을 읽게 되었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푹 빠져서 단숨에 읽었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현실에서 일어난 2건의 살인사건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경악할 만한 과거의 진실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이며, 주인공 ‘오병호’ 형사가 1970년대 당시 권력을 남용하던 경찰 조직과 다른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추리하는 과정, 그 순수한 즐거움이 이 또 하나의 큰 줄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욕망, 두려움, 사랑과 용서, 어리석음, 신념, 양심에 따라 혹은 사로잡혀 이어가는 거대한 인간의 드라마이며, 일제강점과 전쟁을 거쳐 오며 우리가 겪었던 역사의 비극이 그 마지막이다.


《최후의 증인 下》에서는 결국 오형사가 진실을 파헤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증거를 잡게 되는 긴박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문제는 과거에 있었고 진실도 알아냈지만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오형사가 언론과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만 하는 과정이 또 남아 있다. 과연 그는 어떠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진실을 알리고 불행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추리와 스릴러가 적절히 가미되어 속도는 빠르고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는 짐작할 수 없는 결말로 독자를 이끈다.


진실이 언제 진실로써 쉽게 밝혀진 적이 있었던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폭로도 권력과 이익 집단, 돈에 따라 사장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함 당하고, 목숨을 잃고도 억울함 조차 말 못한 채 무명으로 사라진 존재가 어디 한 둘인가. 그런데도 누구는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누구는 이런 사람들을 교활하게 이용하고 누구는 두려움에 침묵하고 또 누구는 용기 있게 다가선다.


2권의 책 속에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와 그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비참한 유산을 돌아보게 만든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비극의 역사는 여전히 되풀이 된다. 우리는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어른과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것이 없겠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도 현대사에 관심 있는 독자도 그냥 재미있는 책을 찾는 독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아주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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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상 대한민국 스토리DNA 7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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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上》




‘김성종’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갔고 작가의 팬들이 최고라고 꼽는 소설이지만 6.25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로 막상 읽기를 망설이게 했던 소설, 결국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여러 작가의 추리소설을 모아 놓은 책에서 접하여 처음에는 그 진가를 몰라보았다. 그 작품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은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그 수준이 눈뜨고는 못 볼 아마추어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그의 작품조차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야 ‘여명의 눈동자’나 ‘제 5열’이 그의 작품임을 알고 최근 작 ‘달맞이 언덕의 안개’를 읽으며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참으로 멋진 작가다. 추리소설을 장르문학이라 폄하하는 현실에 사재를 털어 추리 문학관을 짓고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작품을 집필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의 추리 소설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여 오로지 외국의 추리소설만 읽었었는데 요즘은 도진기, 안치우, 조동인, 김유철, 장강명 등의 작가들이 멋진 작품들을 내고 있어 가까운 일본처럼 사랑받는 작가들을 우리도 가질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최후의 증인은 새움 출판사에서 ‘독자들이 사랑한 대한민국 스토리DNA'라는 기획의 007번 작품이다. 원작은 1977년 작품인데 이 책은 1993년 중판본을 기본으로 작가의 수정과 최종 교정을 거쳤다. 또한 영화로 2번이나 만들어 지기도 했다는데 처음 이두용 감독의 영화에선 군사정권하에서 3분의 1이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고 하고 ’흑수선‘이 또한 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나 작가는 원작과는 많이 다르게 그리는 바람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나도 이 영화를 보았지만 소설을 읽은 후에도 그 영화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이 달랐던 가 보다.)


이 소설은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1973년, 무기수로 형을 살던 황바우가 20년 형을 살고 60이 넘어 출옥한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변호사 김중엽과 양조장을 크게 하던 갑부 양달수가 시체로 발견된 것. 주인공은 형사 ‘오병호’로 혼자 비밀리에 이 사건을 조사한다.


그는 마치 탐정처럼 죽은 양씨와 관련된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양씨가 고용한 박진태, 양씨의 가족들과 그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기위해 자가용도 없이 버스와 도보로 몇 시간이나 되는 길을 걷거나 여관에 투숙하면서 자신만의 수사를 진행한다.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고 어떤 판단도 보류한 체 신중하게 추리를 이어간다. 그러다 양씨를 잘 아는 고향 사람에게서 숨진 양씨와 출옥한 황바우에 관한 연결고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첫 번 째 진술 편에서 그려진다. 오병호는 그 진실에 점점 더 다가가고 독자의 궁금증을 한층 끌어올린 상태에서 상권은 마무리 된다.


역시 작가의 필력과 스토리텔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십 년 전의 소설이지만 위화감이 전혀 없고, 짧은 분량 안에 그려진 인물들은 각각 명확한 정체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이 그냥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으로 나열되듯이 진행되었다면 이정도의 매력이 없었을 것 같다.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에서 해방 후 빨갱이를 때려잡으며 그 권력을 유지해온 집권층과는 다른 오병호의 수사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 뛰어난 추리력은 정말 매력적인 주인공의 역할을 하며 소설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는 너무나 아깝다. 이 여름에 읽기 정말 좋은 소설이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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