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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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불과 얼마 전이다.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였던 것이. 그러나 장관 한명이 임명되자 그 시끄럽던 언론들이 일제히 잠잠해졌고 임명된 장관과 병원장이 사과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메르스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국가라는 곳이 전염병에 대한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이, 사과의 주체가 한 국가의 수장이아니라 병원장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지만 우리에게는 어떠한 교훈도 주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소설을 읽기 전에 제목과 출판사 서평이나 추천사를 보며 소설 내용이 어떨까 상상하곤 한다. 이 소설은 전염병을 이기고 난 후유증으로 미래를 보거나 염력이 생기거나 젊어지거나 하는 초능력이 생긴다는 다소 SF적인 설정이어서 굉장히 정치적이 되지 않을 까 생각했다. 이런 능력자들을 국가가 악용하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전염병은 예방과 해결 모두 국가의 소관이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지만 예상외로 소설은 의외로 소박(?)했다.


한 병원에서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이 발견된다. 병원은 즉시 병동을 폐쇄하고 처치에 들어가지만 하나 둘 발병자는 늘어가고 발병 되고 며칠 안에 대부분이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신종 전염병임이 드러난다.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아 사망률이 100프로 였다가 유효한 백신이 만들어지고 20프로 근처로 낮아졌다. 발견된 병원의 이름을 따라 ‘용뇌염’ 드래곤 바이러스 라 불리게 된 병으로 거의 1,000명에 가까운 감염자들 중 반 이상이 사망했다.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 4명은 백신이 없던 초창기에 감염되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대부분의 감염자들이 감염 후 5~6시간 안에 사망했지만 이들만이 살아남았고 자신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살아남은 4명이 주인공인데, 의식불명에 빠져 깨어나지 않은 고바타 고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나카야 교스케, 오치아이 메구미, 오키스 시게루가 겪게 되는 일이 이어진다. 교스케는 미래와 과거를 보는 능력이 메구미는 염력을 비롯하여 하늘을 날고 괴력을 쓰는 능력, 93세이던 시게루는 30대까지 젊어지는 후유증을 얻었음을 알게 된다. 소설은 거의 중반까지는 큰 사건 없이 그들이 능력을 발견하고 가다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중반 이후 사회에서 나가면서부터 겪게 되는 일들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생각 의외로 국가기관의 개입도 병원이나 제약회사의 음모도 없지만 그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일은 충분히 극적이다.


놀랍게도 그들이 선택한 사회에 나가는 방식은 ‘방송’이다. 그들의 생환과 능력을 신기하게 여긴 방송국에서 그들을 촬영했고, 우리나라로 치면 ‘그것이 알고 싶다’ 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행보를 이어가다 용뇌염으로 가족이 죽은 사람을 ‘본의 아니게’ 해치게 되면서 범죄자가 돼 버린다. 그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공권력을 피해 산으로 달아났다가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 비밀을 알게 되고 다시 사회로 내려오지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설은 이때부터 상당히 SF의 성격을 띠게 되는데 영화로 그린다면 상당히 스케일이 커지게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전염병은 세계로 퍼지고 전염병이 아닌 이 ‘후유증의 성격’으로 세상은 더욱 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소설은 미스터리와 SF 환타지, 스릴러가 적당히 섞여 재미있게 전개 된다. 비록 환타지 같은 제목이 내용과는 잘 어울리진 않았지만 긴장감 있는 전개에 녹여낸 드라마도 일본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 할까 좀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앞서 정치적이지 않을까 했던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비껴갔고 이야기가 방송 쪽으로 이어질 땐 내심 놀랐으며 그렇게 이러지는 결말에서도 한번 놀랐다. 뒤통수를 맞았다 기 보단 좀 놀랐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하여간 페이지가 많지만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고 맘먹고 읽으면 3~4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일단 재미있으니 추천한다.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어 그 부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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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휴휴명당 - 도시인이 꼭 가봐야 할 기운 솟는 명당 22곳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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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휴휴명당》




산과 바다가 휴가를 떠한 사람들로 북적이던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고 이제 아침저녁 쌀쌀한 기운으로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해야하는 가을이 왔다. 아직은 낮 동안의 뜨거운 햇빛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여름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하는, 적어도 그런 마음이 드는 설레는 계절이다. 물론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가을에도 든다. 단풍이 곱게 들 때쯤 온 산이 단풍구경 온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테다. 그렇게 보면 참 우린 여행 좋아하는 것 같다. 봄엔 꽃구경, 여름엔 휴가로, 가을엔 단풍 심지어 겨울에도 눈 꽃 구경을 한다고 난리니 말이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난 그 4계절 어느 시점에도 여행을 떠난 기억이 없다. 늘 이렇게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거나 TV 프로그램들에서 여행지와 여행자의 이야기들을 힐끗거리며 대리만족 하는 것이 전부. 가만 보면 그 어렵다는 출판시장도 여행관련 책들은 그래도 좀 팔리는 것 같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린 그만큼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을 동경하고 있고 이는 현실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난 떠난다 해도 뭔가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싶다. 남들 다가는 여행지 휴가, 휴양지보단 이를 테면 어렸을 때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 내가 놀거나 들렀던 곳들을 차례로 찾아본 다던가, 좋아하는 어느 위인의 이야기를 찾아간다던가, 좀 멀리 떠날 수 있다면 과거 우리의 역사의 시원을 찾아 중원대륙을 횡단해 본다던가 하는.


그렇게 본다면 이 책《조용헌의 휴휴명당》은 내가 원하는 ‘떠남’에 아주 딱 맞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헌 저자의 책은 그전에도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는데 사주명리학과 신화, 전설들을 쉬운 일화와 이야기로 풀어내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제목을 듣자마자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책으로 이 계절에 딱 내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저자는 그 전작들에서도 늘 산과 터의 ‘기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해 왔다. 특히 팍팍한 현실에 매몰돼 사는 현대 도시인들은 기운이 좋은 터에서 땅과 바위, 물이 주는 좋은 기운을 받아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 젊은 에너지가 고갈 될수록 명산과 터를 찾아 에너지를 북돋우어야 한다는데 중년 남녀들이 그렇게 색색 옷으로 멋을 내고 산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명산, 기도터, 기운이 좋은 곳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가 좋은 곳에서 기도를 하면 소위 ‘기도 빨’이 좋다고 하는데 좋은 기운은 ‘바위’에서 나온다고 한다, 보통 그런 곳에는 사찰이나 암자가 자리하고 있으니 기도하기는 참 좋은 조건이 아닌가 한다. 내가 사는 곳이 대구라 이 근처에도 좋은 곳이 있나 살펴봤는데 팔공산이 아닌 앞산이라 불리는 비슬산 자락에 그런 곳이 있다하니 찾아봐야 겠다.


이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 그런 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곳의 전설, 관련된 명사의 일화와 역사도 서술하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찾아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 남해, 완주, 구례, 과천, 고창, 대구, 괴산, 장성, 인제, 서산, 해남, 양산, 계룡, 하동, 완주, 파주, 공주, 여수, 김제, 강진, 장성 참 많은 곳이 기운 좋은 명당이다. 일부러 찾아가기도 좋고, 간 김에 들렀다 와도 좋을 것이다. 주말마다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지나 관광지보다 이런 곳을 찾아간다면 테마가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가족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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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사인 -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
알렉스 마쿠 지음, 이경아 옮김 / 황금거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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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사인》




살면서 이런 저런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누군가 대신 선택해 주었으면 혹은 누군가 나타나 이 길로 가라 가르쳐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 많아졌다. 어렸을 땐 모든 걸 부모님의 뜻대로 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싫어서 늘 반항하고 속만 썩였는데 막상 성인이 되고 점점 더 책임의 크기가 무거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느끼게 된다. 문제는 선택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이 나와 내 가족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지 큰 손실을 가져오지나 않을 지하는 두려움이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다.


내 형제 중 하나는 이직이나 주택 구입 등 큰 선택을 하기 전엔 꼭 철학관에 들러 의견을 묻는다. 아이의 이름을 정하거나 사주나 팔자를 물어 알맞은 교육이나 훈육의 방향을 정할 때도 역시 상담을 받았다. 나 또한 하는 일이 너무나 힘들 땐 그런 도움을 받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런 선택 앞에서 누군가 도움을 준다면 어떨까?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법 할 때 그 조짐을 보여주기도 한다면 어떨까?


《라이프 사인》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난 신비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늘 허황된 것이라 폄하되던 일들이 양자역학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로 바뀌게 되면서 이런 사람들의 주장은 더 신뢰를 받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떤 시각으로 보는 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책이 될 수 있다. 신비주의자들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유일신을 믿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볼 때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직관, 에너지, 초감각 등을 허황된 이야기로만 보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 싶다.


저자는 과학자이고 오랫동안 초능력 현상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었으나 초자연 현상을 다루는 스릴러물과 영성 관련 자기계발서의 작가로 변신한 사람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극적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라이브사인> 즉 <세렌디피티>, <동시성>,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사건>을 비롯해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신호의 의미를 읽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세렌디피티>는 완전한 우연으로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에서 뜻밖의 행운을 뜻하고, <동시성>은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패턴을 찾을 수 있으며 개연성을 거부하는 의미 있는 사건들을 말한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사건>은 분명 문을 잠갔는데 열려 있다던 지, 잃어버린 물건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하는 말 그대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해석할 것인지 더 나아가 이런 방식으로 해답을 얻는 방법까지를 알려 주고 있다.


우주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누구나 직관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노력하면 더 명확하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만의 명상법으로(요가, 참선, 음악, 하이킹, 운동 등) 명상을 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도를 가지고 질문하면 우주, 신, 마음, 절대자 등 자신이 생각하는 그 대상이 답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바로 이런 ‘답’을 제대로 읽어내고 알아차리는 방법을 이 책에서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에 너무 몰입해 사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미쳤다고 할지 모른다. 사이비 종요에 빠졌다거나 신비주의자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또한 이와 관련된 경험을 여러 번 한 적 있다. 나의 경우는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가까이 하려 노력한 것이고,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경우다, 늘 꿈속에 나타난 상징들을 해석하고, <동시성>처럼 패턴을 가지고 있거나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에서 유사성을 찾으려 노력하며 살기도 한다. 그리고 직관을 믿는다. 이건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난 언제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문제의 본질에 대면하려 노력하니 분명히 적절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말이다.


이 책은 내가 놓치고 있던 삶의 모습을 보게 해주고 인생에 관한 흥미로운 시각과 정보를 제공해 준다. 난 ‘인연’ 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도 인연이 있을 것이다. 나의 어떤 에너지가 이 책을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는 좀 더 나 자신에게 성실해야 하고 나 자신을 좀 더 다독여야 한다. 내 삶에 큰 선택을 앞둔 지금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주위 사람들이 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난 그 이유를 안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책 한권 덕분에 나 자신이 좀 더 풍성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꼭 이 책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적절한 시기, 적절한 책 한권에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단조로운 삶에 활기를 더해주고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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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십자가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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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십자가》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장르문학을 좀 접해 본 사람이라면 황금가지, 비채, RHK 등의 이름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고 출판사들마다 소위 '미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유명하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은데 반갑게도 '오픈하우스' 에서 <버티고>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전문 브랜드를 내 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황금가지에서 '블랙 로맨스 클럽'이라는 시리즈도 내 놓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장르문학 팬으로써 반가운 마음이 배가 되는 듯하다.  


《매듭과 십자가》는 <버티고>에서 내 놓은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 5권 중 하나로 영국에서굉장히 사랑받는다는 작가 '이언 랜킨의 ‘ '존 리버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한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전직 군인으로 특수부대에서 받은 극한 훈련의 트라우마를 가진 채 군을 빠져나와 형사가 된 인물이다.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곧 12살이 되는 딸이 있으며, 마술과 최면 쇼를 통해 성공한 인생을 사는 동생이 있다.


그는 많은 범죄자들을 검거한 베테랑 형사지만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든버러에서 소녀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범인을 잡기위해 총력을 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도시는 공포로 덥히고 언론에선 연이어 경찰을 질타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그러던 중 주인공의 직장과 집에 매듭과 십자가가 동봉된 편지가 배달된다. 주인공은 그저 자신을 스토킹하는 자의 소행으로 넘기고 말지만 결국 연쇄살인의 범인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임을 알아차리고 수사에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문고판과 비슷한 크기에다 250쪽의 분량으로 마음먹고 읽으면 2~3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 의 캐릭터는 비밀과 트라우마를 가진 불안한 인물이다. 그 때문에 이혼했고 동생과의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소설은 스릴러로써 속도감과 긴박감이 있기 보단 ‘존 리버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그런지 주인공의 삶과 내면의 서술, 캐릭터 확립에 더 집중하는 듯 보인다. 등장인물도 한정적이고 사건의 해결 방식도 치밀한 증거의 분석, 화끈한 액션이나 추격이 아니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독특한 방식으로 밝혀지게 되는데 스릴러를 좀 읽어본 독자라면 대충 범인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엔 급격하게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존 리버스' 시리즈의 시작으로 본다면 꽤 괜찮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과거와 트라우마가 드러남과 동시에 치유가 되었으니 다시는 그의 과거로 발목 잡히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젠 유능한 형사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일만 남았을 테니 말이다. 시리즈의 시작으로 본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캐릭터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버티고>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 5권 중 다른 4권의 작가와 작품들도 궁금하고 읽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고 하고 싶다. 아울러 앞으로 출간될 버티고 미스터리 시리즈도 믿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쯤이면 작가도 작품도, 브랜드도 성공적인 런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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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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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형사의 아이 이후 두 번째로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다. 오늘도 페이스 북에서 일명 미미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담은 포스팅을 보았는데 그저 평범하게 보고 지나가는 일들에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을 발휘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작품의 판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에 거금이 오가기도 한다는 것은 작가의 인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리소설을 문학에서 분리하여 대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씁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작가의 문체이다. 작가의 문체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이라 원전의 느낌을 얼마나 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 특별함 없이 담백한 문체이지만 신기하게도 읽다보면 운율을 갖고 빠져들게 된다. 특별히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함이 없이도 일정한 집중력을 갖게 만들고 천천히 정독하게 되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흥미를 잃지 않고 읽기를 계속할 수 있다. 거기에 짧고 담백한 문장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길지 않은 분량에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이 잘 드러나고 그들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만든다. 간혹 서론이 너무 길어 읽기를 포기할까 고민되게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미미여사의 작품은 서론이 짧은 데다 그 안에 등장인물이나 그 배경이 아주 효과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바로 본론으로 풍덩 뛰어들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재벌가 서녀의 사위인데 아내와의 결혼의 조건으로 조용히 살기를 강요받은 남자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장인의 회사 사보를 편찬하는 부 편집장으로 지내고 있는데 아내 또한 회사 운영에는 어떤 식으로든 관여를 않고 있지만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는 사보에 실을 사람의 취재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탈취한 노인의 인질이 된다. 노인은 총으로 기사를 위협하고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을 인질로 원하는 바를 얻고자 경찰에게 흥정을 제시한다. 그러나 노인은 경찰에게 3사람을 찾아 데려오라는 이상한 조건을 협상카드로 제시하지만 버스를 장악한 경찰 때문에 자살하고 만다. 그러나 죽기 전 노인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인질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나중에 진짜 돈이 담긴 택배를 받게 된다. 주인공은 노인이 찾으려 했던 세 사람과 그 돈의 출처 등을 조사해가며 서서히 탐정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하나 놀라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처음엔 책이 너무 두꺼워서 놀랐고 다음은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습관을 가진 내겐 너무나 힘든 책이었다. 2권으로 나눠 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작품은 전문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 탐정이 되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나 경악스런 반전은 없지만 간결한 문체와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미미여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고, 추리나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들 또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여름엔 이런 작품들이 특히 더 많이 출간된다. 꼭 여름만이 아니라도 많은 독자들에게 소위 장르문학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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