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 죽이기 -상
권순규 지음 / 스토리텔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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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갈릴레이 죽이기 상》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인터넷 서점에 쌓여있는 포인트로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들을 읽고 싶어서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잊어라! 당신이 기다리던 서스펜스 스릴러의 진수!” 도발적인 카피에 아폴로 달 착륙과 911테러를 연결시켰다는 소재가 굉장히 놀라웠다. 게다가 한국작가인데 배경은 미국이라는 것도 조금 의외였다.


카피 속의《다빈치 코드》는 2004년에 소설이, 2006년에 영화가 개봉되었으니 이 책이 출간된 2008년까지도 그 영향력이 컸던가 보다. 허기야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팩션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 알아보니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무사 백동수’ 의 작가이고 ‘미르신화 전기’를 쓴 바로 그 사람이었다. (게다가 새로 시작한 드라마 ‘대박’의 작가이기도) 기대는 더욱 증폭.


이 소설은 한국에서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부부 대섭과 상희. 그들에겐 첫째 아들 ‘태오’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날 태어난 둘째 딸 ‘세오’가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세오가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부부는 함께 사망해 버리고 세오는 미국에 입양되면서 오누이는 헤어지고 만다. 시간은 흘러 우여곡절 끝에 태오는 세오와 연락하게 되고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되고 태오가 유학을 가서 나사(NASA)에 취직하게 되면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2001년 현재, 크리스마스 제임스(태오)는 ‘코드 네임’이라는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2달 넘게 이상한 곳에 감금되어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하게 되는데 그를 추격해온 코드 네임 때문에 사고가 나서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에바(세오)는 오빠의 친구 윌리엄과 함께 그가 남긴 의문의 단서를 통해 범인을 추격한다. 에바가 움직이면 코드 네임들이 따라 움직이며 도청하고 감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제임스도, 에바도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제임스가 숨긴 무엇을 찾으려 하는데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그의 동생 에바 뿐이다. 코드 네임도 그것을 찾으려는 주체가 아니고 그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는 ‘마스터’. 제임스는 나사에서 일하면서 분명 어떤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비밀은 바로 달에서 관측되는 ‘지진파’였음이 드러나는데...


소설에선 여러 단체가 등장한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CIA, FBI는 물론 전 세계의 전파를 감시하는 단체에(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음모를 꾸미고 적국과 연합하고 서류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밀단체까지. 소설의 무대는 네바다51구역, 알레스카, 심지어 ‘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 하다. 쫓고 쫒기는 추격전에 총격과 헬리콥터는 수시로 등장, 마치 제임스 본드 첩보 시리즈와 X파일을 합쳐놓은 듯 화끈하고 의미심장했다. 곳곳에 숨겨놓은 복선과 반전들 때문에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으며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다.


과연 다빈치 코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왜 이 소설을 이제야 발견했는지. 소설은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거의 다 등장하고 목숨을 넘나들며 겨우 찾아낸 결정적인 증거물을 빼앗기며 하권으로 넘어간다. 우리의 에바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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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운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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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라스트타운》




드라마 [웨이워드 파인즈]로 제작, 방영되면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소설 3부작이 드디어 완결을 맺었다. 2014년 1편《파인즈》2015년 2편《웨이워드》출간 후 1년 만인 2016년《라스트타운》이 출간되었다. 나는 1권 이후에 이 소설에 대해선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완결이 나오고 나서야 작년에 2권이 출간되었다는 것도, 이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제작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권을 읽지 않고 완결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소설은 2권을 읽지 않고 읽어도 큰 무리는 없었다. 게다가 저자는 소설이 시작되기에 앞서 ‘라스트타운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1,2권에 대한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1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그때 쓴 리뷰를 다시 읽다 보니 대략적인 내용이 생각났다. 그때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마도 2권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난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는지. 그러나 아마 3권만 읽기엔 조금 힘들 것 같다. 1권은 꼭 읽어야 하고, 이왕이면 3권 모두 한 번에 연달아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1권 《파인즈》에선 정말 이상한 마을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미연방수사국 비밀 요원 <에단 버크>가 사라진 동료를 찾아 온 웨이워드파인즈. 그는 이곳에 오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눈을 뜨는데 신분증도 잃어버렸고 아무도 그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전화도 먹통, 집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없는 것 같다. 밝고 따뜻해 보이지만 음산함과 어색함이 감도는 마을 주민들은 뭔가 비밀을 감춘 듯하고 마을 전체를 둘러싼 전기 담장, 그 너머 이상한 생명체. 몰래 그에게 다가와 이상한 말을 하는 마을 주민. 한편 에단이 죽은 줄로만 아는 그의 가족들에게 누군가가 접근해 그들을 에단의 곁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2권《웨이워드》를 건너뛰고 읽게 된《라스트타운》.우리의 주인공인 에단은 2권에서 드디어 이 마을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엄청난 비밀을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고야 말았다. 실제로 그가 이 마을에 있었던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그는 마을의 보안관으로 활약했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고 자신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했다. 그는 이 마을에 떠돌던 음산한 기운, 억눌린 광기, 은폐된 진실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세력과 맞서게 된다. 결국이 이 ‘마을‘을 만든 사람은 신이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심판하듯 마을을 보호하던 전기담장을 꺼버렸고, 인간을 잔인하게 살육하는 생명체들이 그들을 덮친다.


소설은 마을 사람들이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애쓰는 모습 그 안에서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실감나게 묘사한다. 사람들을 헤치는 생명체의 등장은 마치 좀비물의 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물고 뜯고 맛보고 피 튀기는) 헐리우드의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영웅의 리더쉽과 고뇌 등이 표현된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람과 비밀들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었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읽으면서 과연 소설의 엔딩은 어찌 처리될지, 어떤 인물이나 대안이 뿅! 하고 나타나는 걸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결론을 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은 다음 시즌을 예고하듯 결말을 맺는다.


《라스트타운》이란 제목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 소설의 심장부를 꿰뚫는 단어이자 완결 편의 제목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 적재적소에 떡밥을 풀고 반전을 두고 해결을 해나가는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자기 전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어서 좀 고생했고 아침에 일어나 다 읽는다고 하루를 좀 피곤하게 보낸 것만 빼면 아주, 아주 만족할 만한 소설이다. 이제 소설을 다 읽었으니 미드를 보아야겠다. <시즌1>이 총 10부작이고 곧 시즌2도 시작된다고 하니 또 잠자기는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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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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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내가 먹 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구제역과 광우병 사태 때문이다. 이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다 공장 식 축산업에 반대하는 의미로 채식을 시작했고 가죽 제품을 구매하지도 않았다. 채식을 시작하고 나니 안전하고 좋은 먹 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유기농, 로컬푸드, 유전자 변형 작물과 종자문제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련 책과 자료, 언론보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 또한 이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읽게 되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p259에 언급된 ‘로컬 푸드와 유기농 식품을 먹자는 운동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그 전에 접한 자료들을 보면 이 운동은 자연에 해악이 덜하고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생산되어 이동거리가 짧아 신선한 식품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의견을 펼치고 있었다.


저자의 의견은 1. 소규모 농업보다 농업기업이 훨씬 효율적으로 음식을 생산하며, 지구에 배출하는 탄소량이 적다. 2. 농작물을 트럭으로 100마일 운송하는 것 보다 선박으로 1,000 마일 운송하는 것이 농산물 1톤당 더 적은 연료를 소비한다. 3. 유기농 재배보다 유전자변형 종자를 이용하면 농약이 적게 들면서 품질이 좋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4.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지역에서 자란 유기농 음식에 점점 더 의존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더 많은 농지가 필요해진다. 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의 전재조건은 ‘유전자 변형’ 작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다국적 기업의 종자의 독점과 이와 한 세트인 농약 문제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글쎄, 이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음식의 정치학’ 강의를 엮은 것인데 1,2장은 음식 정치학과 세계 정치 경제학의 핵심 개념과 배경, 3~7장은 각각 특정 음식을 중심으로 세계 정치 경제학의 특정부분과 역사, 생산, 세계 공급시스템 내의 음식을 둘러싼 문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8장은 음식과 세계경제의 연관성에 대해 요약하며 결론을 내린다. -p10- 다양한 도표와 <레시피>란에 담긴 음식에 대한 이야기, 각 장 마지막에 질문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효율적인 농업 장비가 도입 되면서 잉여 노동력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 농장들은 규모가 점점 커졌고 화학비료와 농약이 개발되면서 생산량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공하여 가치를 높여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현대인은 비만이라는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세계 음식공급시스템은 위험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의 정부는 자국의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등의 특혜를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자유무역을 가로막은 장벽으로 여겨지기에 전 방위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문제, 어린이 노동력의 착취, 어업에 관한 협정 문제 등이 끼어들면 굉장히 복잡해진다.


이 책에선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다만 목적은 ‘세계 음식공급 시스템에 의해 공급되는 음식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와 이러한 현상이 세계 경제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데’ 있다. 결국 문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있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을 종합하면 로컬 푸드에 대한 내 고민의 답은 결국 대량생산과 유전자변형 작물, 식단의 변경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많은 의문들과 고민들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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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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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3계단》





제목도, 재미있다는 평도 많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았던 소설. 우연한 기회에 내 손에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 작가가 ‘다카노 가즈아키’였다니! 작가를 알았다면 아마 예전에 읽을 책이었다. 작가의 작품 중《제노사이드》를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기에 그의 데뷔작인《13계단》에 대한 세간의 찬사도 당연하겠다 싶었다.


이 작품은 사형제도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주제를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4년 작《공허한 십자가》가 떠올랐다. 시기상으로는《13계단》이 2001년 작으로 한참 앞선 격인데 여전히 같은 주제를 말하는 것을 보면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은 참 결론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두 작가모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 등 참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13계단》은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사형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10년 전 그는 한 노부부를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하고 통장과 도장을 훔쳐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려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현장 검거 되어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사고 때문인지 단기 기억상실에 걸려 기억나지 않는 범죄에 대해 여러 번 재심 청구를 하였지만 기각 당했다. 그러다 결국 3개월 후에 사형집행이 예고되었는데, 그가 가까스로 기억해 낸 것이 바로 “계단”. 사고가 나기 전 자신이 계단을 올랐으며 그 계단을 내려오면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던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다행히 누군가 그의 무죄를 믿었던지 이를 밝히는 데 현상금을 내걸었고, 곧 교도관 퇴임을 앞 둔 난고와 상해 치사로 2년 실형을 살다 가석방된 준이치가 현상금을 목표로 사건을 재수사 한다. 기한은 3개월. 그들은 사건에 관련해 증언을 했던 사람을 찾아가고 살해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며 한발 짝 사건의 진실에 다가 간다.


소설은 준이치의 상해 치사사건, 그가 10년 전 여자 친구와 가출했던 사건, 가석방 상태에 있는 전과자들을 보호 관찰하던 보호관에 관련된 제도, 사형을 집행했던 끔찍한 경험을 갖고 있는 난고의 과거와 사형이 언도되고 집행 되는 것의 불합리한 과정 등이 그물처럼 얽혀 진행된다. 사형이란 제도가 과연 적절한 제도인지, 현 법 체계는 범죄자들에게 벌을 주는 제도인지 갱생의 기회를 주기위한 제도인지 작가는 다양한 소재들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13계단》은 굉장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과거엔 사형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13칸이었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 이 계단은 없어지고 최종 사형 집행을 하기까지 총 13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그 흔적이 남아있다 한다. 또한 사형수의 유일한 기억이 바로 계단이니 이 계단이 죽음으로 가는 계단일지 빛으로 가는 계단일지 독자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진실에 거의 왔다 싶을 때 맞닥뜨리는 반전은 굉장히 충격이었고 이 모든 것이 모두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놀라웠다.


과연 그들은 진범을 찾아 사형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까? 아니면 또 다른 진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었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이 작품이 작가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에도가와 란포상’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여 주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이 상을 받은 작품들도 꼭 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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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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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아...이제껏 내가 읽은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들 중에 정말 최고의 반전이었던 것 같다. 468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분량, 책 소개에서 많은 정보도 접하지 않았기에 그냥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고 정말 생각지도 않는 인물이 범인이라고 드러나는 순간 소설은 2부로 넘어갔다. 나는 너무 놀라 혹시 놓친 사실이 있나 하고 ‘범인‘이 처음 등장하는 페이지를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세상에! 작가의 트릭이었다. 피해자를 범인의 아들로 착각하게 했고 손에 남은 흉터도, 갑자기 도망쳐야 했던 이유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의미심장한 복선이 깔려 있었음을, 소설을 정독하지 않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착각할 수도 있는 트릭이었다. 만일 영화였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실제 미제 사건이 소재가 되었다는 것과 작가가 12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다는 사실도 책을 다 읽은 후에 알았다. 아마 소설은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있으며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1부에서 조금 지루할 만큼 묘사되는 등장인물들의 일상과 심리, 가정과 직장 일의 균형사이에서 레이와 아내의 대립은 정말 감탄할 만했다. 독특했던 부분은 이런 것뿐만 아니라 서술 시점의 이동이다. 소설은 등장인물에 따라 시점이 교차되며 서술되는데 레이경위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제나 그레이는 1인칭 주인공 시점, 2부로 넘어가 등장하는 제나 그레이의 남편 이안 피터슨은 독특하게도 2인칭 시점에서 자신과 제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건은 11월 차가운 비가오던 어느 날에 일어난다. 순식간에 엄마 손을 놓고 자기 집을 향해 달려가던 5살 남자 아이 ‘제이콥’은 달려오던 차에 치여 사망하고 만다. 아이를 친 사람은 아이를 구하지 않았고 그대로 차를 돌려 뺑소니를 치고 말았다. 비가 왔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이의 엄마조차도 차량번호나 운전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곧 전담팀이 꾸려졌는데 레이 경위와 팀의 막내인 케이트가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탐문을 비롯하여 시민제보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목격자나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이 사건은 몇 달을 끌다가 수사종결을 종용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이콥의 어머니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포기할 수 없었던 레이와 케이트는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고 결국 1년 후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다. 그러나 이 둘은 범인이 뭔가 감추는 것이 있음을 직감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범인을 추궁하는데...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뺑소니 사고의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보여준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남편의 이야기, 결혼과 일 사이에 갈등해야 하는 여성, 사춘기 자녀의 방황과 왕따 문제, 오피스 와이프와 외도, 가정폭력에 희생되는 여성과 아이들, 인터넷 악성댓글과 여론형성까지.


이 소설에서 반전은 ‘숨겨진 범인과 진실’에 관한 것이지만 좀 전에 언급한 소재들로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작은 반전들을 던져주는 작가의 노련한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긴 내용에도, 지루한 듯한 심리묘사에도 결국을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내용에 뻔하지 않은 전개 때문이 아닐지.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소설의 어떤 반전도 현실의 반전을 따라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멋진 소설이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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