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슬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 - 사람과 동물을 이어주는 생각 그림책
브룩 바커 지음, 전혜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동물들의 슬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야는 검색을 통해 찾아 읽고 다른 분야는 우연히 책 소개를 보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기분이나 그 당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등의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하필 그때 버려지고 학대당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보며 코를 훌쩍이고 있을 때 바로 이 책 소개를 보게 된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그 책의 내용이 어떨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 나는 책 제목의 ‘슬픈’과 ‘진실’에 소위 말해 ‘필’이 꽂혔고 앞서 말했던 동영상이 겹치며 이 책의 내용을 상당히 무겁고 슬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가 전혀 예상도 못했고 배우지도 않았던 동물들의 ‘비밀’이 담겨있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 ‘오!’, ‘헐, 진짜?’ 조그마한 탄식을 내 뱉으며 순식간에 책장은 마지막 장까지 넘어갔다.

 

내가 가끔 운동을 하는 수변 공원엔 비가 오면 지렁이들이 마구 기어 나오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굵기는 거의 내 새끼 손가락만하고 길이는 어림잡아 30cm이상 되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자신이 걷는 길바닥엔 뭐가 있는지 신경도 안 쓰는 인간들의 걸음에 깔려 죽는 것이 다반사. 그런데 그들은 심장이 9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몸통이 몇 개로 갈라져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걸까? 어렸을 때 물놀이를 하다가 다리에 들러붙어 내 피를 빨아먹던 거머리는 뇌가 32개나 된다니 이 녀석 역시 온 몸이 갈갈이 찢어져도 결국 죽지 않았던 것이리라,

 

우리는 쉽게 해로운 동물과 아닌 동물을 구분하곤 하는데 도시에서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동물로 여겨지는 ‘쥐’(생쥐)는 어떨까? 놀랍게도 그들 또한 인간들이 그러하듯 다른 생쥐의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슬퍼한다고 한다. 무리와 다른 주파수로 노래하면 혼자가 되어 바다를 떠돌게 된다는 고래, 감기에 걸리는 고릴라, 하기 싫은 일은 미루는 습성을 가진 비둘기 등의 동물들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인간과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 지구와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면 인간이라고 특별한 존재는 아닌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의 ‘주인’인냥 이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낀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다른 종들이 인간보다 훨씬 나은 부분이 있고 서로 비교해서 더 나은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다른 존재’일 뿐임을 그저 타고난 습성과 본능이 다른 뿐이란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짧은 글에 담기 정보와 귀여운 그림, 부록에 적힌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그냥 ‘서로 다른 존재일 뿐’이라고. 그러고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슬프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고, 우리가 저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 여기며 그들의 터전을 빼앗고 학살하고 인류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잔혹한 실험 대상으로 삼거나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에 가두고 눈요기로 삼기도 하니까.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과 불쌍하게 여기고 동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인데 우리가 그들을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 인정할 날은 끝내 오지 않는 것인지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원래가 짧은 글이 더 많은 여운을 남기듯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가능성을 지닌 책이다. 여백만큼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난 행위가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커게임
야나기 코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조커 게임》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읽게 된 소설. 나는 원래 첩보, 스파이 소설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블록버스터 급’의 장편소설이라는 ‘손선영’ 작가의《판》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긴 터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말 일본이 배경으로 제국주의, 군국주의, 전체주의를 표방한 일본이 비밀리에 만든 스파이 양성학교 ‘정부근무요원 양성소’와 요원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그 시대는 세계열강들의 경쟁이 치열할 때로 각국 모두 암암리에 활동하던 스파이들을 갖고 있었고 이들의 아슬아슬한 활동은 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이 소설은 후에 ‘D기관’으로 불린 이 양성소가 생긴 배경과 설립자인 유키 중령을 중심으로 요원들이 활약한 다섯 개의 사건들이 담겨있다. 일본 문화에 빠져 일본인 보다 더욱 일본인 같았던 미국인에게 씌워진 스파이 혐의를 입증한 [조커 게임], 폭탄 테러 용의자인 영국 총 영사에게 양복 점원으로 접근하여 혐의를 파악한 [유령], 런던에 잠입해 영국의 기밀정보를 빼내던 요원이 납치된 사건과 그가 탈출하는 긴박한 과정을 담은 [로빈슨], 상하이에서 발생한 일본인 헌병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힌 [마의 도시], 이중스파이였던 독일인 신문기자가 자살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더블 크로스]까지.

 

군의 조직이지만 군인과는 다른 생리를 가진 ‘D기관’은 당시 문제가 생기면 할복하여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천황’이라는 존재를 신과 동일하게 여기던 군인들과는 달리 그 어떤 제도나 인간관계도 심지어 가족 까지도 허구로 간주, 오로지 약속된 겹겹의 암호와 ‘정확한 상황판단’만이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절대로 죽어서도 누구를 죽여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극한의 훈련과 논리, 사상의 토론으로 그들은 ‘살아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이들의 활약이 멋졌고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들 존재는 결국 당시 다른 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시스템이란 것이다. 그들의 영웅담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겐 끔찍한 고통이고 그 과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그러나 이 소설에서 중점을 둔 것은 그들의 영웅담이라기 보단 ‘인텔리전스’ 기법-표면에 드러난 정보에서 숨은 진신을 파악해 내는 기법 p310-을 이용한 사건해결에 더 가깝다. 추리와 미스터리, 스파이라는 존재가 주는 신비함과 긴박감 등이 적절히 어우러진 재미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당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당》

 



스릴러 형태의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면 늘 궁금하다. 범죄자는 태어나는 건지 만들어지는 건지. 작품 속에서 이 고민은 결국 작품을 만든 감독이나 작가가 이들을 어떻게 보는 지에 따라 달라질 테고 이에 따라 범죄자들은 진짜 나쁜 놈이 되기도 하고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의문점은 ‘용서’에 관한 문제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흑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사건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이 기사에 흥미로운 논평을 보았는데 인종 차별 범죄에서 흑인은 ‘용서’를 강요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와 논평을 보며 피부색이 다르다는 혹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도 모자라 용서까지 강요받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지 마음이 참으로 복잡해졌다.

 

인종 차별만이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빈부나 성별의 차이로 공공연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나라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옷차림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제로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니까.《악당》은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법의 심판을 받았다면 가해자의 행위는 그것만으로 용서받은 것일까? 그랬다면 과연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는 여러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온다. 주인공은 자신의 생일날 성폭력으로 누나를 잃은 전직 형사다. 범인들은 또래 청소년들이었고 그들은 누나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고 만다. 이 사건 때문에 주인공은 범죄자를 잡는 형사가 되었고, 범인 검거 과정에서 그 트라우마로 벌어진 일 때문에 경찰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는 이후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게 되는데 의뢰받은 일이 가해자의 행방을 찾는 일이었다. 과거 피해자의 가족들이 현재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한 것. 그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는 동안 가해자들은 형량을 마치고 출소한 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주인공은 그들의 행방을 뒤 쫓으며 자연스레 누나를 살해한 범인들도 찾게 된다.

 

가해자들은 나름의 행복한 모습으로 살거나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기도 했으며 반대로 여전히 어둠속에서 살기도 한다. 때론 오히려 그들의 가족들이 더욱 불행해 보이기도 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면 용서받을 수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면 용서할 수 있을지. 과연 그들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주인공이 찾아 나서는 과거 범죄자들의 현재, 누나를 죽인 범인들, 그 과정에서 보게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들의 망가진 삶. 그들은 어찌해야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주인공은 과연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입체적인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정형화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고, 다소 코믹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다소 무거운 소재와 분위기를 적당한 선에서 잘 잡고 있다. 이야기는 신선하고 재미있었고, 적당한 긴장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숨에 읽게 하는 흡입력을 주었다. 이야기와 재미, 메시지까지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훌륭한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작가의 전작들을 연달아 읽느라 올해 나온 신작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나서 그의 작품들을 연달아 읽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놀랍게도 이 작가의 작품은 단 하나도 실망시킨 작품이 없었다는 거! 이번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기대하면서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바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참 나쁜 작가 같다. 나를 이렇게 울릴 줄이야.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다. (작가의 작품은 '어둠의 변호사 고진' 과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가 있다.) 실은 좀 밝고 엉뚱한 진구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는 하는데 고진의 시크하면서 다소 어두운 모습도 매력적이다. 비뚤어진 입술과 다크한 성격에 어울리게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고! 여담이지만 작가가 '블랙홀' 팬이신가 보다. 소설 속에 블랙홀 1집 LP가 등장하는데 고진이 그걸 너무 갖고 싶어 하는 설정이라니. 그 장면에선 고진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이래서 내가 작가를 더욱 좋아하는 거다.


이번 작품은 '블랙홀'의 등장으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들이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이젠 40대로 접어들어 나름 사회에서 자기들의 기반을 잡은. 소설 도입부에 그 시대와 그 시대를 보낸 사람들을 설명한다. 그것도 음악으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낮엔 최루탄과 짱돌을 들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밤이면 바닷가에 모여든 외인구단 루저들은 지옥 훈련을 견디며 청춘을 거머쥐려 했다는.


그때 사랑하던 한 여인을 차지하기위해 나란히 운동장 라인에 서서 달리기 경주를 하던 남자 넷과 여자 하나가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머나먼 이국 땅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낚싯줄에 목 졸려 죽었고, 여자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 둘의 결혼 후 거의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은 20여년 만에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나 사랑했던 두 사람의 불행을 지켜보며 용의자, 혹은 참고인이 되어 재판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진'은 이 여자의 변호를 맡아 법정에 서게 된다.


'고진'은 판사를 하다 답답해서 떼려치우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법정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법정까지 가지 않고 그 전에 여러 합법(이긴 한데 조금 넓은 범위로) 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렸으니까.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그런 '고진'을 법정에 세운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거의 반은 법정 장면이 차지한다. 그런데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이 정황 증거 뿐인데다 소거법으로 지워가다 보니 아내가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를 받쳐주는 유일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운 '거짓말 탐지기'결과 뿐.


그러니 냉혹한 검사는 이기기 위해 증거보단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 소설을 읽어보니 이는 보통 피고 쪽에서 신청하지 검사 쪽에서는 신청하지 않는다고. 소설은 법정 공방 장면과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이 비등하게 펼쳐진다. 과연 여자는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진범은 누구인지에 관한. 그런 과정에서 재판은 몇 번의 속행을 거치게 되고 검사는 여자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들을 내밀며 고진을 구석으로 몬다. 고진은 증거를 찾기 위해 콤비인 형사 '이유진'과 함께 러시아까지 날아가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그들의 비밀. 과연 고진은 어떤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게 될까?


이번 작품은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아직 '순서의 문제'는 못 읽어 봤지만, 영화화까지 된 직 전작《유다의 별》보다도 더 드라마틱했다. 고진이 멋지게 마무리 한 결말은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놀라웠고 처연했다. 마무리 방식보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80년대, 386세대의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랑과 우정의 드라마는 너무도 가슴 절절하고 안타까웠다. 이러니 내가 작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다. 영화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그보다 더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쭈니 2016-09-0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분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평이 좋아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는 작가 입니다.

작성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실패한 심리상담사 '야콥'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소설《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2012) 에 이은 장편《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2014) 온라인 서점을 배회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바로 주문해 버린 소설. 전작 <그리고 신은...>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지 이 책도 발간해 주십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리뷰 말미에 부탁의 구절을 넣었었는데 글쎄, 내 기도를 '신'께서 들으셨던지 (아님 출판사 관계자가 읽으셨던지, 하여간) 이렇게 소설을 읽게 되었다.


전편에서 '야콥'은 주로 부부 상담을 위주로 하는 심리상담사로 그려졌는데 오히려 자기 자신이 이혼하며 결혼에 실패(?)했고 심지어 이혼한 전 부인은 재결합을 요구하며 이상한 방법으로 그를 괴롭혔었다. 그러던 와중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어떤 남자의 상담요청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그런 그에게 이번에는 '악마'라 칭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악마의 하수인으로 그의 '영혼'을 사고 싶다는 이상한 요구를 하는.


그 남자가 인생에 나타난 후 스스로나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도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야콥'은 역시 그를 상담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며 거리를 두지만 묘하게 자꾸 엮이거나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어쩌다 들어가게 된 성당에서 만난 신부의 비밀을 알게 되거나 그와 함께 악마라 주장하는 남자에게 엑소시즘을 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최첨단 지옥을 여행하기도 한다.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생기는 불행들에 '야콥'은 전에 만났던 '신'을 떠올린다. 악마(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나타났는데 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필이면 악마는 유명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는 실패한(심지어 그리고 신은...에서보다 더 망해 보이는)사람의 영혼을 사지 못해 난리인 걸까? 결론은, 마지막에 나타난다. 놀라운 모습으로.


나는 전작을 읽으며 '신이 곁에 있어도 정작 신을 알아볼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이 있거나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아주 가끔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곤 하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신이 바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 악마란 것은 어떨까. 소설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너무도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연약한 사람이었을 뿐. 그리고 그 '악마'조차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저 인간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존재일 뿐.


전작처럼 울고 웃으며 단 숨에 다 읽어버린 내겐 너무도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제발 바란다. 연작 소설의 다음 편인 《그리고 신은 내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가 발간되기를.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까? 정말, 정말 바라고 바랄 뿐이다. 이번에도 들어주시겠지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