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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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뼈》

 


여행 짐 안에 책을 챙겼다. 10층 1인실 밖 풍경이 꽤나 괜찮았다. 아버지 수술 간호의 이유로 함께 오긴 했으나 병이 심각하지 않은 때문인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이러니 하게도 엄마처럼 나도 강제로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입원실에서의 2박3일. 이 일이 아니라면 나에게 절대 2박3일의 여유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보호자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순전히 강렬한 제목과 소개된 책 구절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단편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과거에 읽었던 단편들이 대부분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조금 황당한 결말을 맺은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달랐다. 

 

"그래요 가서 전해주세요, 변호사님. 내가 돈을 주겠다고요."

...

"내 아이의 시신을 , 내가 돈을 주고 사겠다고요." _p 019

 

나는 정말로 궁금했다. 범인은 잡혔지만 아이의 시신은 못 찾은 것이고, 시신없는 살인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지어질지. 돈은 주었는지, 아이의 시신은 찾았는지, 과연 그 범인이 진짜 범이 맞는 건지. 아님 정말로 살인사건이긴 한건지. 작가는 겨우 30여 페이지 분량에 내가 가진 궁금증에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답을 해주며 심심하지 않은 결말까지 만들어냈다. 그랬다. 나는 '아이의 뼈' 한편으로 '송시우' 작가를 그냥 믿어버리게 되었다.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참 다양한 직업군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번 쯤 TV뉴스나 신문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텔레마케터를 비롯한 서비스 직업군의 정신적인 고통, 외로워서 키우는 반려견의 분리불안증과 우울증, 그러다 필요 없어지면 내다 버려 문제가 되는 유기견 들, 직장 내 성희롱과 부조리한 인사문화, 가정폭력에 서서히 죽어가는 여성들, 사회와 벽을 쌓고 스스로의 존재를 지우는 히키코모리, 묻지 마 범죄로 인한 희생자들, 청소년 범죄, 불륜, 연예계의 어두운 실상 등.

 

총 9편의 단편들 속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주변인물로,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한 열쇠로 혹은 아픔을 지닌 주인공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들은 진정한 악인 거대한 사회의 부조리에는 저항하지도 못한 체 서로를 죽이거나, 자신의 잘못을 망각하고 이로 인해 받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다. 강자에겐 약하면서 약자에겐 더 잔인한 사람이 되어 짓밟고 조롱하기도 한다.

 

본격 (정통)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있지만 각 단편마다 살인사건이 있고 반전과 추리를 통해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각각의 작품마다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현실감이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읽히지는 않는다. 문장은 간결하고 심리묘사도 치밀하다.

 

아무리 여유 있는 시간이더라도 긴 시간 집중하기에는 힘든 병실에서 끊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었지 않나 한다. '송시우' 작가는 처음이지만 난 이미 작가에게 믿음이 생겼다. '아이의 뼈'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작품들도 훌륭했다. 작가의 장편을 읽어보고 싶다. 긴 시간 호흡을 함께 하고 싶은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 "5층 여자"와 "원주행"의 임기숙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캐릭터를 잘 살려 시리즈로 나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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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 조선탐정 박명준
허수정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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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허수정 작가는 소설 ‘부용화’때 처음 알게 되었다. 팔만대장경 경판 마구리에 비밀스럽게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사랑과 암투, 민초들의 소망을 담아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 소개에서 ‘부용화’를 발견하고 내가 아는 그 작가가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날카로운 추리소설과는 잘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또한 사랑이야기 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조선탐정 박명준’ 이지만 그 살인사건의 이면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처절하게 피어난 비극적인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제국의 역습’이다. 궁금해서 이 책을 검색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출판사 서평에 줄거리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추리소설은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법인데. 나는 호기심 때문에 소설을 다 읽기도 전에 내용을 다 알아버리는 대참사를 겪게 되었다.

 

대참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소설을 읽으며 겪은 대참사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표기법 문제다. 평소 번역소설을 읽을 때 지명이나 사람이름 등을 그 나라 발음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내가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지명, 이름, 직책 등을 일본어 발음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으니 내용도 뒤죽박죽 읽다가 메모를 하고 앞뒤를 왔다 갔다 하며 읽느라 흐름을 놓쳐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 이 소설은 한국소설 임에도.

 

소설의 배경은 1665년 오사카. 인신매매를 일삼는 사찰에 괴한들이 습격해 사람들을 도륙하고 불을 지른 일명 ‘시라스카지 참살사건’ 이 벌어진다. 그 경악한 만할 사건에 살아남은 건 가슴에 뒷장이 잘려나간 소설을 목숨처럼 품고 있는 어린 소녀 한명.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사망자 중에 쇼군의 하타모토(쇼군의 직속 무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사건은 급하게 종결 된다. 사망한 하타모토는 방탕하고 부패한 관리로 낙인찍히고 마는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 가족과 친분이 있는 인물 ‘바쇼’가 편견이나 정치적 이권 개입 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 ‘박명준’을 찾아 사건을 의뢰하면서 소설은 전개 된다.

 

소설은 그 시대의 오사카의 정취와 현실을 정말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는데 명준과 바쇼가 콤비가 되어 사건 관련자들을 탐문 수사하는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남남 캐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느린듯하지만 날카롭게 단서를 파헤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결국 그들은 현재의 사건에 뒷장이 잘려나간 풍속 소설의 내용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유곽의 여인이 사망하고 만다. 그 소설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1598년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용은 임진왜란의 발발과 종료, 히데요시의 사망에 관한 놀랄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액자 식으로 구성된 그 풍속소설의 마지막 ‘노’를 연기하는 장면은 정말 숨이 멎을 것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能)’ 때문인데 예전에 이에 관한 다큐를 보고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대사도 없이 극한의 정적인 동작과 무시무시한 가면, 역시 극도로 자제한 무대 장치에 기괴한 음악까지. 무슨 저런 공연을 어떻게 하고 보는 사람은 또 어떻게 볼까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독특한 무대 예술이었다. 보는 것도 힘든 장면을 어떻게 글로 표현했을까 궁금했는데 작가는 소설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와 음모까지 엮어내며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해 놓았다. 게다가 조선과 일본을 넘나드는 가슴 절절한 사랑까지 엮여 있으니 이 부분을 읽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소설로써는 아주 오랜 시간 이 책을 잡고 있었다. 이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표시해놓은 부분들을 읽다보니 좀 편하게 읽히고 앞뒤 내용도 매끄럽게 정리되는 것 같은데 읽는 동안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역사 팩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읽으면 참 재미있을 소설이다. 일본 거리에 명준이 이리저리 누비고, 일반인들이라면 상상도 못한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만나 취조하고 기 싸움을 하는 장면도 빼 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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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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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이 소설은 아무리 봐도 독특했다. 13세기 송나라의 판관 ‘송자’의 일대기를 동양 사람이 아닌 스페인의 작가가 썼다니. 스페인 최고의 역사소설가로 평가 받는다는 작가 ‘안토니오 가리도’는 하고 많은 이야기 중에 하필이면 왜 아시아의 국가, 문화도 정서도 완전히 다른 고대 남송시대의 판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작가의 말’에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가 문학적인 이유로 법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었고 법의학 초기의 역사를 다룬 자료들 사이에 ‘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이자 아버지’라고 알려진 ‘세원집록’의 저자인 중국 남송시대의 학자 ‘송자’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그리고 두 달 넘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찾지 못해 수 십장을 끼적이던 작가는 바로 이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법의학, 범죄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범죄나 사체, 부검 장면들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시대의 사회, 문화, 법체계 등을 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같은 동양권이라 해도 현재와 그 시대의 문화적 차이로 생소함을 많이 느끼는데 과연 스페인의 독자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상상하며 읽을까 내심 궁금하다. 조상, 부모 (특히 아버지)와 장자, 스승, 나아가 황제의 권위를 신성시 하던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엄격한 신분제 사회, 남녀 차별은 당연하고 사람을 사고팔며, 폭력은 일상화되어있고 자본의 소유 여하에 따라 또 다른 계급이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와 문화. 이런 부분은 법의학을 한 축으로 한 소설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송자는 수도 린안에서 회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열심히 공부하여 뛰어난 성적 덕에 아버지의 직속상관인 ‘펭’판관의 조수가 된다. 송자는 그에게서 범죄수사와 소송 등 수사의 기초와 해부학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어느 날 형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집에 불이 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그는 도망자가 되어 아픈 여동생을 데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린안으로 도망치게 된다.

 

결국 그는 현상금이 내걸린 범죄자가 된다. 그를 향한 추적 속에서도 그는 돈을 벌기위해 사기꾼 점쟁이와 묘지에서 시체를 매장하는 일을 하고 법의학의 실전을 익히며 ‘시체 판독 가’ 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러던 그는 ‘밍 학원’ 교수의 눈에 들어 학원에서 공부하게 되는데, 은밀히 황궁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란 명을 받고 ‘칸 내상’의 지휘아래 사건을 조사해 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많은 일들은 베일에 쌓여있고 일을 도와야 할 칸 내상은 정작 그의 수사를 방해한다. 범죄의 배후에 과연 누가 있는지 소설은 점점 그를 구석으로 몰아간다. 수사는 지지부진한데 설상가상 그를 추적해 오던 수사관이 시체로 발견되자 그는 살인자의 누명까지 쓰게 된다. 과연 그는 사건을 해결하고 살인자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그의 아픈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를 앞서 말 한 그 시대의 사회, 문화, 법체계 속에서 풀고 있고, 황궁 안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법의학의 시각에서 다루며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얽히고설킨 인물들을 등장시켜 매우 흥미롭게 풀고 있다. 주인공은 믿었던 자에게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가족들을 잃거나 배경이 좋은 인물들에게 부당한 일을 겪으며 지독히도 불운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존경해야만 하도록 강요받은 아버지의 비위사실을 알게 되며 지독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실존 인물인 주인공을 더 극화 시기키 위해 설정한 ‘선천성 무 통각 증’, 이로 인해 엉망이 된 그의 신체로 인한 콤플렉스도 소설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소재이다.

 

당시의 불안한 국제 정치상황, 유약하여 자리가 불안한 황제, 황제의 자리를 위협하는 숨은 세력, 끊임없는 음모와 계략들, 그 속에서 주인공은 억울한 누명을 썼고 끝내 최고 관료의 살인자로 둔갑해 있었다. 이로 인한 마지막 100페아자 가량의 재판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470페이지 가량 촘촘하게 이어진 이야기들이 완벽하게 연결되며 그의 목숨 앞에 놓여있다. 그가 수집한 증거들과 완벽한 논리, 그를 죽이려는 배신자들 사이에서 그는 홀로 자신의 변호하며 사건의 범인을 밝힌다. 많은 분량이었지만 마치 영화를 활자로 옮겨놓은 듯 실감나는 묘사와 빠른 전개와 놀라운 반전은 한시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소설의 소개 글처럼 정말 ‘압도적인 소설’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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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예수
고수유 지음 / 일송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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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예수》

 

 

소설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실망했냐면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고 읽는 동안에도 내 예상을 번번이 비껴갔지만 읽는 동안 꽤 재미있었다. 나는 작품을 읽기 전에 출판사 소개를 보며 어떤 작품이겠거니 상상을 하거나 특정한 기대를 한다. 게다가 이 소설은 표지 디자인 맨 위에 ‘전시안’을 떡하니 그려놓지 않았겠는가. 프리메이슨, 전시안 등 음모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까지 내 호기심을 자극하니 나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다. 물론 이 상상 만큼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지만.

 

나는 예수의 다른 면을 보고 싶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껏 익히 들어왔던 예수 말고 좀 더 인간적인 예수, 믿음과 신앙과 종교의 틀을 벗어난 진짜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예수가 살던 과거의 그 시점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소설의 배경은 바로 제주, 그리고 시간적 배경은 15년 전. 그러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주인공은 IMF여파로 직장을 잃고 부모님이 계시던 제주로 오게 되는데 고향 친구로부터 학창시절 다니다 목사의 비리로 발길을 끊었던 ‘반석교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교회는 원래 신도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신도 중 한명에게 ‘오상 성흔’(stigmata)이 일어나면서 신도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성흔’ 이란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한 흔적이 사람의 몸에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손, 발, 늑골 다섯 곳에서 상처가 생겨 오상 성흔이라 말한다.- 이 현상은 대부분 가톨릭에서 목격되고 있고 간혹 조작도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과 고향 친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이 현상이 과연 진실인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반석교회의 목사는 과거 신도의 땅을 가로채는 비리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기에 주인공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데 다시 그의 비리가 문제시 되는 시점에 오상 성흔의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후 그의 비리 문제가 사라진 점, 기적의 주인공인 박 형제와 다른 신도들과의 교류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는 점 등을 의심하며 주인공과 친구, 선배 들은 박 형제의 성흔 혈액을 분석하려 하는데 교회 측에서는 이를 교묘히 막는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 일행은 성흔 혈액을 채취하는데 성공하는데 혈액에서 금가루를 발견하며 소설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성흔의 혈액형, 그 속에서 발견된 ‘금가루’의 실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소설은 이 것이 바로 예수의 실체를 증명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피라미드를 건축한 토트의 위대한 지혜의 상징인 피라미드 전시안, 토트의 후예인 석조 기술공이 원조가 된 프리메이슨, 피타고라스,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그리스 사상의 젖줄인 이집트의 헤르메스 주의, 이것이 바로 15세기 르네상스를 이끈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등의 정신적 거처인 이집트의 지혜라 말한다. 그리고 이 헤르메스 사도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바로 ‘예수’가 위치해있음을 작가는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바로 이를 전달하기위해 ‘반석교회’ 목사의 비리와 '오상 성흔‘이라는 소재를 교차시켜 비밀을 밝히는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스릴러로써의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이를 이용해 ’헤르메스의 예수‘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굿과 만신, 토속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제주도라는 배경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헤르메스의 예수를 잘 전달하기위한 장치로써 사용한 스릴러의 전개와 결말의 짜임새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종교가 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다소 놀랍고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는다면 지식과 호기심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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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슬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 - 사람과 동물을 이어주는 생각 그림책
브룩 바커 지음, 전혜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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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물들의 슬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야는 검색을 통해 찾아 읽고 다른 분야는 우연히 책 소개를 보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기분이나 그 당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등의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하필 그때 버려지고 학대당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보며 코를 훌쩍이고 있을 때 바로 이 책 소개를 보게 된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그 책의 내용이 어떨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 나는 책 제목의 ‘슬픈’과 ‘진실’에 소위 말해 ‘필’이 꽂혔고 앞서 말했던 동영상이 겹치며 이 책의 내용을 상당히 무겁고 슬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가 전혀 예상도 못했고 배우지도 않았던 동물들의 ‘비밀’이 담겨있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 ‘오!’, ‘헐, 진짜?’ 조그마한 탄식을 내 뱉으며 순식간에 책장은 마지막 장까지 넘어갔다.

 

내가 가끔 운동을 하는 수변 공원엔 비가 오면 지렁이들이 마구 기어 나오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굵기는 거의 내 새끼 손가락만하고 길이는 어림잡아 30cm이상 되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자신이 걷는 길바닥엔 뭐가 있는지 신경도 안 쓰는 인간들의 걸음에 깔려 죽는 것이 다반사. 그런데 그들은 심장이 9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몸통이 몇 개로 갈라져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걸까? 어렸을 때 물놀이를 하다가 다리에 들러붙어 내 피를 빨아먹던 거머리는 뇌가 32개나 된다니 이 녀석 역시 온 몸이 갈갈이 찢어져도 결국 죽지 않았던 것이리라,

 

우리는 쉽게 해로운 동물과 아닌 동물을 구분하곤 하는데 도시에서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동물로 여겨지는 ‘쥐’(생쥐)는 어떨까? 놀랍게도 그들 또한 인간들이 그러하듯 다른 생쥐의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슬퍼한다고 한다. 무리와 다른 주파수로 노래하면 혼자가 되어 바다를 떠돌게 된다는 고래, 감기에 걸리는 고릴라, 하기 싫은 일은 미루는 습성을 가진 비둘기 등의 동물들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인간과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 지구와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면 인간이라고 특별한 존재는 아닌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의 ‘주인’인냥 이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낀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다른 종들이 인간보다 훨씬 나은 부분이 있고 서로 비교해서 더 나은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다른 존재’일 뿐임을 그저 타고난 습성과 본능이 다른 뿐이란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짧은 글에 담기 정보와 귀여운 그림, 부록에 적힌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그냥 ‘서로 다른 존재일 뿐’이라고. 그러고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슬프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고, 우리가 저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 여기며 그들의 터전을 빼앗고 학살하고 인류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잔혹한 실험 대상으로 삼거나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에 가두고 눈요기로 삼기도 하니까.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과 불쌍하게 여기고 동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인데 우리가 그들을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 인정할 날은 끝내 오지 않는 것인지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원래가 짧은 글이 더 많은 여운을 남기듯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가능성을 지닌 책이다. 여백만큼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난 행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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